‘소음·교통 지연’ 등 불법집회…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 몫

전장연 출근길·GTX 사업 지연 등 눈살
전문가들 “집시법 개정 논의 시작돼야”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지난 4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면서 불법집회 및 시위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8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집시법)을 위반한 불법 폭력 시위 적발 건수가 251을 기록해 지난 4년 평균치인 246건을 이미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추세라면 지난해 297건(549명)을 넘어 최근 5년 내 최다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무엇보다 특정 사안의 당사자가 아닌 제3자나 일반 시민들이 불법집회나 시위로 인한 불편 및 소음을 감내해야 한다는 부분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아침 출근길 시위가 꼽힌다.

앞서 전장연은 윤석열정부 인수위원회 시절이었던 지난 4월21일부터 장애인들의 권리 예산 및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지하철 탑승 시위를 시작했다.


이들은 이른바 ‘출근대란’으로 불리는 아침 출근길 시간에 4호선 지하철에 탑승하면서 다수의 직장인들에게 운행지연 등의 피해를 입혔다.

하지만 지하철 3·4·5·8호선으로 시위 공간을 넓히며 일반 출근길 시민들은 물론 서울교통공사에게 막대한 시간적·경제적 피해를 끼치는 등 불법 시위를 지속해오고 있다.이외에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등 정부 국책사업을 둘러싼 불법 시위에 따른 주민들의 피해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 일부 주민들이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GTX-C 노선의 수정을 요구하면서 협의 주체도 아닌 특정 기업인의 자택 앞에서 2주 넘도록 민원성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해당 아파트의 일부 주민들은 “GTX-C 노선 사업의 담당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건설이 아닌 일반 주택가에서 무리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며 개탄했다.

앞서 지난 23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GTX-C 노선 관련 은마아파트 주민 의견 수렴 간담회에 참석해 “수도권 교통난 해소를 위한 국가사업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확산시키며 방해하고 선동하는 행동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행정조사권을 비롯해 국토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예고했다.

지난 6월에는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에 입점해 있는 식당과 병원, 약국 등 업주들이 “로비를 점거한 채 대표와의 면담을 요구하는 노조로 인해 매출 감소는 물론, 소음, 흡연 피해 등 3중고를 겪고 있다”며 경찰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집시법에 따르면 집회 및 시위로 인한 주거지역의 소음은 주간 65db, 야간 60db, 기타 지역은 주간 75db, 야간 65db를 넘어선 안 된다.


하지만 지난해 집회 소음과 관련된 112에 접수된 민원 건수는 2만2854건으로 하루 평균 62건을 넘었으며 피해 지역도 도심과 주거 지역을 가리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인천 영종 하늘도시 내 한 아파트 신축 건설현장에서는 자신들의 인력과 장비를 사용하라는 건설노조가 새벽 6시부터 확성기와 음향기기를 동원한 집회를 벌였고, 인근 시민들이 극심한 스트레스와 자녀 육아 및 교육에 대한 악영향을 호소하며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일부 시위대는 1시간에 세 번 이상 소음 기준을 초과해야 경찰 개입이 가능하다는 규정을 악용해 1시간에 두 번만 기준을 초과하는 큰 소리를 내거나, 5분간 강한 소음을 낸 후 나머지 5분간 방송을 꺼버리는 식으로 단속을 피하는 편법도 동원했다.

삼성 서초사옥 앞 시위대가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내뱉는 욕설과 장송곡이 사옥 1층에 위치한 어린이집까지 울려 퍼지는가 하면, 2년 전에는 한 시민단체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폭식 투쟁’이라며 삼겹살을 굽고 술판을 벌이는 등 기업과 기업인을 향한 조롱을 서슴지 않는 사례도 목격됐다.

시위 참가자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을 향해 욕설을 하거나, 시위 현장서 일부 유튜버들 간의 충돌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이처럼 보는 이들에게 불쾌감을 주게 하는 불법집회와 시위에 대해 전문가들은 “타인의 기본권이나 중대한 공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공권력이 미치는 범위를 확장하는 등 집시법 개정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경찰의 소음 기준 유지 명령을 따르지 않을 시 6개월 이하 징역이나 5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지만 최근 6년 동안 형이 확정된 경우는 19건에 불과하고 이 중 대부분이 벌금 20~50만원에 그쳤던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 5월31일,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음과 모욕 등으로 사생활의 평온을 해치거나, 공포심을 유발하는 음향 및 영상을 반복 재생하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하고, 같은 당 한병도 의원(지난 6월3일)이 ‘기준 이하의 소음이라도 악의적 표현으로 신체·정신 장애를 유발할 정도라면 금지’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여야 정쟁 속에 묻혀 본회의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에 반해 미국, 프랑스 등 해외 선진국들은 강력한 규제를 통해 개인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있다.

미국은 소음 유발 행위에 처벌 규정을 두고 장기적으로 소음 발생 시 수수료 부과, 공공전기 사용 시 관할지자체와 사전 협의하도록 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집회 소음이 주변 배경소음보다 주간 5db, 야간의 경우는 3db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전문가는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량한 시민들이 행복한 삶을 누릴 기본권을 침해받지 않도록 균형을 찾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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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