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주자를 만나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나경원 부위원장 겸 기후환경대사

“여야, 칼끝 닿지 않게 거리 두자”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윤석열정부는)두 발목에 모래주머니 몇십킬로그램을 차고 있는 꼴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나경원 부위원장이 현재 윤석열정부가 처한 현재 상황이라며 내린 평가다. 여소야대 형국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재빠른 상황 정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여성 정치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 중 한 명이 바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다. 20대 국회서 원내대표를 지냈고, 최근 당내에서는 차기 당 대표 후보 중 당심이 선택한 인물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는 당 대표 출마 가능성을 열어놓은 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 폭넓은 활동을 하는 중이다.

나 부위원장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일요시사>는 나 부위원장을 만나 정치 현안, 현재 활동, 당 대표 출마 여부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윤석열정부에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힘을 싣는 모양새입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출범된 시기는 2005년으로 상당히 오래됐습니다. 위원장은 대통령이고, 제가 부위원장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그 동안은 일종의 심의기구나 평가기구 정도였는데, (정부가)저출산, 고령사회에 대한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되면서 윤 대통령께서 우리 위원회에 힘을 실어주셨습니다. 실제로 제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결정되는 것이 바로 집행되게 해달라고 했을 정도입니다. 

-부위원장인데, 정확히 어떤 일을 하시는지?


▲저출산, 고령사회 대책은 어느 한 부처에서만 담당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저출산, 고령사회 문제는 대한민국서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입니다. 지난해 대한민국 인구는 데드 크로스가 됐습니다. 즉 사망자 숫자가 출생자 수보다 더 많아서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출산율은 둘이 만나서 한 명도 안 낳는 상황인데 최근 0.8명 밑으로 내려갔습니다.

90년대생까지만 해도 한 해 60만 명씩은 태어났는데 2000년대생이 태어나면서 40만명으로 대폭 줄었습니다. 부모가 되는 세대의 숫자가 줄어들고 나면 우리가 출산율을 아무리 제고해도 태어날 수 있는 아이들의 숫자가 줄어듭니다. 그래서 지금이 마지막 골든타임입니다. 

“정치가 국민을 너무 불편하게”
민주당은 지금도 대선 불복 중

-초고령사회가 이미 시작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초고령사회가 2025년 혹은 2026년에는 돌입한다고 보기 때문에 고령사회에 대비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어젠다인 셈입니다. 출산율을 올리고, 어르신들의 복지를 좋게 하는 수준이 아니라 인구구조가 변화하는 데 우리 사회가 어떻게 대응해야 경쟁력이 생기는지 고민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걸 바꾸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지금 2100년이 되면, 3000만명이 날아갑니다. 이렇게 되면 대한민국은 존속 불가능한 나라가 되고 맙니다. 그래서 전 국민이 함께 관심 가져야 합니다. 최근 해외 사례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식의 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나 혼자 사는 것이 훨씬 더 행복해’가 돼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 혼자 산다> 예능프로그램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이것이 트렌드로 잡혀 있는데 그게 아니라 “결혼해서 아이 낳아 사는 것이 행복하다”는 사회로 바꿔야 합니다. 


-최근 이집트 출장을 다녀오셨습니다

▲인구 문제 외에 중요한 대한민국의 미래 어젠다가 ‘기후’입니다.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생존과 인류의 생존이 걸려 있습니다. 제가 2015년 파리 UN 당사국 회의도 갔다 왔습니다.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에도 다녀왔는데 중요한 주제 중 하나가 바로 기후위기 대응 문제였습니다. 저는 국회서 미세먼지 특위위원도 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 세계 110개국 정상이 왔는데 대한민국 대통령이 못 가셨습니다. 여러 가지 국내외 상황으로 우리만 대통령이 참석 못한 상황에서 우리의 목소리가 없으면 ‘대한민국은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대통령 특사로 가게 됐습니다.

-정상회의 세션서 연설도 하셨습니다

▲정상회의 세션에 정상이 아니지만 연설 기회를 받은 사람은 저와 중국 특사가 유일했습니다. 연설에서 ‘대한민국은 어떻게 탄소중립의 사회로 갈 것이냐’는 부분과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이 어떤 기여할 것이냐’ 두 가지에 대해서 말씀을 드렸습니다. 녹색 해운 세션과 영국이 주도하는 산림기후 정상회의 세션이 있었습니다. 또 슐츠 독일 총리가 주도하는 고위급 교우 세션이 있었는데 3가지 세션에 참석해서 발표하거나 토론을 했습니다.

초고령사회 이미 시작 대비해야
기후 역시 대한민국 주요 어젠다

-최근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국정조사를 야 3당이 추진했습니다

▲지금 정치 상황을 보면 정치가 참 국민을 불편하게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우선 말부터 너무 거칠어졌습니다. 하루에 한 건 이상 막말 사고가 날 정도입니다. 영국은 의회에 가면 여당과 야당이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 거리는 검을 들고 상대방을 찌르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이태원 참사가 여야의 정쟁으로 번졌습니다

▲국정조사뿐 아니라 재난이나 추도를 정치에 팔아먹고 이용하려는 게 너무 눈에 보입니다. 최근에 희생자들의 명단을 마음대로 공개하지 않았습니까. 이 부분은 인권침해고 희생자의 명예 침해입니다. 돌아가신 분들과 유족에 대한 명예와 인권의 침해인 셈입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사실 추도라고 하지만 주말에 촛불집회에 ‘윤석열 퇴진이 추도다’ 그 문구 하나만으로 모든 걸 보여줍니다. 제 생각에는 경찰 수사를 이미 하고 있는데 지켜봐야 합니다.

-과거 국정조사 경험이 있으십니다

▲저도 국정조사를 많이 해봤지만, 국조 때 국회에 강제 수사력이 없기 때문에 국회서 국정조사를 하면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자료 협조가 수월하지도 않고요. 따라서 경찰 수사를 좀 지켜보면서 수사가 미진하다면 국조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 사안을 가지고 너무 정치화하고 일종의 추도를, 자신들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서 이용하는 느낌이 강합니다. 참 볼썽사납다는 의견입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답보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면?

▲현재 윤정부에는 산적한 과제들이 너무 많습니다. 새 정부는 좀 미래 비전을 보여줘야 하고 그것을 실행하는 힘을 보여줘야 합니다. 새 정부 출범 이후에 국회는 여소야대 상황입니다. 여소야대도 지나친 여소야대니까 윤정부가 하고자 하는 것들이 제대로 실행이 안 되고 있습니다. 예컨대 뭘 하겠다고 통과시켜준 법이 단 한 건도 없으니 국민들은 “뭘 한다는데 하긴 하는 거야?” 이렇게 느끼실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우리(국민의힘)도 부족한 점이 있지만 사실은 현재 대한민국 정치가 ‘승복하지 않는 정치’로 바뀌었습니다. 왜 승복하지 않느냐, 선거에선 패했지만, 우리가 국회는 아직 잡고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이 대선을 불복하고 있다는 의미인가요?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이겼으면 웬만한 정치적인 이유로 임명된 자리는 다 그만둬야 합니다. 무슨 이유로 그것이 정의인 것처럼 버티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마치 본인들이 엄청난 능력이 있어서 된 것처럼 앉아 있는 분은 참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처럼 대선에서 이긴 측이 한꺼번에 그런 자리들에 다 들어와서 새롭게 국정철학을 반영하고 일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입니다.

윤정부가 어떻게 보면 곳곳에서 발목을 잡히고 있으니까 일하려고 해도 제대로 할 수가 없습니다. 그동안 또 우리 당내에서도 발목을 잡아왔습니다. 사실 그래서 참 어렵습니다. 사실상 두 발목에 모래주머니 몇십킬로그램을 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윤핵관으로 불리는 권성동, 장제원 의원이 돌아왔는데...

▲그분들도 정치인인데 가만히 계실 수가 없습니다. 다만 국민께서 이제 누가 하는 게 좋고 그것이 효율적인지 판단을 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당 대표 출마 가능성 열려 있어
국정조사 경찰 수사 지켜봐야

-당권주자로 꾸준히 언급되고 있는데, 속 시원한 심경을 듣고 싶습니다

▲지금 당장은 인구와 기후문제가 너무 중요합니다. 지금 대응을 잘못하면 위험합니다. 탄소중립도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국제사회와도 우리가 표준을 만드는 데도 함께 참여해야 하고 할 일이 많습니다. 당장은 지금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대통령께서 중요한 일을 맡겨 주셨는데 제가 당권 운운하는 게 모양도 안 맞습니다.

전당대회를 언제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당무감사를 한다고 하니까 좀 지켜보고 있습니다. 또 하시고 싶은 분도 많으시니까 아직은 더 지켜보겠습니다. 그런데 당이 잘돼야 대통령이나 대한민국이 잘되는 건 분명합니다. (출마에 대한)고민은 늘 하고 있는데, 뭐 제가 지금 딱 잘라 하겠다, 안 하겠다를 말씀드릴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출마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해석됩니다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민심이 따른다’는 유승민 전 의원에 대한 평가가 궁금합니다

▲제가 항상 그 민심이 그 민심인가라고 말합니다. 민심이라는 게 민주당 지지자들까지 포함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당 대표가 민주당과 우리 당 둘다 좋아하는 사람이 되면 더 좋습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민주당으로서는 민주당을 뼈아프게 하는 분들은 별로 안 좋아할 것 같습니다. 유 전 의원님은 오래 정치를 하셨고, 능력 있으신 분이시긴 합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의 당무감사 추진에 대해 ‘선 넘은 것 아니냐’는 반응이 있습니다

▲우리 정당이 요새 계속 비대위가 반복되는 게, 참 아픈 역사입니다. 그런데 비대위가 당무감사부터 시작한다면 아마 조금 전당대회를 늦추고 싶으신 마음인 것 같다고 여겨집니다. 필요성은 좀 있겠지만 그걸 과연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맞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관련, 정진상 정무실장이 14시간 동안 조사 받았습니다

▲공소장이나 이런 걸 보면 상당히 많은 범죄 혐의가 이 대표에게 보인다고 해석됩니다. 그리고 이미 사실 대통령선거 때 나온 이야기들, 그것은 민주당 이낙연 후보가 당시 민주당 경선에서 제기했던 이야기들입니다. 그런 것을 보면 우리가 그냥 일반적인 법 상식으로 봐서 ‘이 대표에게 범죄 혐의가 상당히 많이 있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저는 ‘이 대표가 전당대회에 나오지 말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지금이라도 그만둬야 한다는 의견인데, 그만둘 예의가 있는 분이라면 전당대회에 안 나왔을 겁니다. 그래서 크게 기대하지 않습니다. 저는 이 대표 리스크로 인해 대한민국 정치가 국민께 더 큰 불편만 주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 하시고 싶은 말씀은?

▲전 지금 저출산고령사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 대사 두 가지 직책을 맡고 있습니다. 인구와 기후, 정말 대한민국의 미래의 존망을 가르는 아주 중요한 어젠다입니다. 이것은 부위원장만이, 또 정부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민관이 같이 해야 하고, 보수와 진보를 떠나 모두 힘을 모아야 하는 과제입니다. 우리 국민께서 이 두 과제에 모두 힘을 모아 주셨으면 하는 그런 바람입니다.

또 하나는 정치권에 대해서는 제가 정치인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굉장히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최근 정치가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보다는 정치를 외면하고 싶게 만드는 것에 대해 죄송스럽습니다. 정치가 좀 더 미래 희망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또 국민의 신뢰를 더 받을 수 있도록 제가 있는 자리서 더 노력하겠습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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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청신호’ 이재명 꽃놀이패

‘대권 청신호’ 이재명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대권행 급행열차 티켓을 거머쥔 채 돌아왔다. 선거법 위반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그야말로 기사회생한 것이다. 이제 남은 건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 여부다. 벼랑 끝까지 몰렸던 이 대표가 반격의 날을 세웠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법 리스크라는 족쇄에 얽매인 지 3년 만이다. 웃음을 띤 채 법원서 나온 이 대표는 “진실과 정의에 기반해서 제대로 된 판결을 해주신 재판부에 먼저 감사드린다. 이제 검찰도 자신들의 행위를 되돌아보고 더는 국력을 낭비하지 말아달라”고 밝혔다. 살아서 돌아왔다 지난 26일 서울고법 형사6-2부(부장판사 최은정·이예슬·정재오)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서 무죄를 선고했다. 피선거권 박탈에 해당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모두 뒤엎은 것이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이 대표가 민주당 대선후보이던 2021년 TV 프로그램서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과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에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발언한 것이다. 재판부는 두 가지 모두 허위 사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김 전 처장을 몰랐다’는 발언이 교유관계를 부인해 허위 사실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아닌 주관적 인식에 대해 허위 여부를 판단할 수 없고 교유행위를 부인한 발언으로도 해석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1심서 유죄가 인정됐던 ‘골프 발언’에 대해서도 TV 프로그램 진행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 중 일부며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거짓말한 것으로 볼 수 없고 허위성 인정도 어렵다”고 무죄로 봤다. 특히 이 대표가 호주 출장 중 김 전 처장과 찍은 사진에 대해서도 “10명이 한꺼번에 찍은 사진으로 골프를 쳤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수 없다”며 원본 일부를 떼어냈기 때문에 조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용도변경을 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국토부가 협박했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핵심은 국토부가 법률에 의거해 변경 요청을 했고 성남시장으로서 어쩔 수 없이 변경했다는 것”이라며 “(발언의)일부가 독자성을 가지고 선거인의 판단을 그르칠 만한 발언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피선거권 박탈형 1심 몽땅 뒤집혀 무죄 선고에 한시름 놓은 민주당 이 같은 판결이 나오자 검찰은 “항소심 법원 판단은 피고인의 발언에 대한 일반 선거인들의 생각과 너무나도 괴리된 경험칙과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판단으로 공직선거법의 허위사실공표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곧바로 상고 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해당 사건의 최종 판결은 대법원서 가려지게 됐다. 이 대표의 선고가 예정된 26일 이전부터 민주당은 초긴장 상태였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당의 운명이 걸려있다 하더라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향후 모든 방향이 결정되는 하루일 것이다. 조기 대선이 확정된 건 아니지만 60일 이내 선거를 치를 경우 하나의 작은 변수도 나비효과처럼 커질 수 있어 고민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무죄가 선고된 후에는 “차기 대통령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완벽한 서사”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2심서 무죄를 받은 이 대표가 밝은 얼굴로 법정서 걸어 나오자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지지자들은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 대권주자 1위를 달리는 이 대표 앞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사법 리스크를 겨냥해 ‘이재명 흔들기’에 나섰던 대권 잠룡들의 목소리는 당분간 사그라들 전망이다. 후보 교체론을 주장해 왔던 비명(비 이재명)계 잠룡 역시 입을 모아 “법원의 판단을 환영한다” “사필귀정” 등의 메시지를 냈다. 이 대표 대세론이 탄력을 받으면서 운신의 폭이 좁아졌지만 탄핵 정국이 현재 진행형인 만큼 총구를 밖으로 돌린 것으로 해석된다. 뒤통수 얼얼 여당 대혼란 국민의힘은 눈에 띄게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당초 1심서 피선거권 박탈형이 나왔기 때문에 2심 역시 최소한 벌금 100만원을 예상했던 것이다. 국민의힘은 재판부의 판결에 문제가 있다는 여론전을 이어나갈 전망이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선고 직후 “항소심 법원의 논리를 잘 이해할 수 없다. 이 부분은 바로 잡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당으로서 대단히 유감스럽고 대법원서 신속하게 6·3·3 원칙(1심은 6개월, 2·3심은 3개월 내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재판해서 정의가 바로잡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최대 리스크였던 범죄자 프레임이 상당 부분 걷어지자 보수 잠룡들은 저마다 말을 얹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거짓은 죄, 진실은 선이 정의”라는 글을 게시했다. 오 시장은 “대선주자가 선거서 중대한 거짓말을 했는데 죄가 아니라면 그 사회는 바로 설 수 없다”며 “대법원이 정의를 바로 세우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재명이 억지 무죄가 된 것은 사법부의 하나회 덕분”이라며 “사법부 조차 진영 논리로 재판하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지만 사법부 현실이 그런 걸 어떡하겠나. 오히려 잘됐다. 언제가 될지 모르나 차기 대선을 각종 범죄로 기소된 사람과 하는 게 우리로서는 더 편하다”고 비꼬았다. 대세론 굳히기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2심 결과는 존중받아야 한다”며 “정치의 큰 흐름이 사법부의 판단에 흔들리는 정치의 사법화는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문제의 골프 사진을 최초로 제시한 개혁신당 이기인 최고위원은 “졸지에 사진 조작범이 됐다”며 “옆 사람에게 자세하게 보여주려고 화면을 확대하면 사진 조작범이 되나? CCTV 화면 확대해서 제출하면 조작 증거이니 무효라는 말이냐? 무죄라는 결론을 정해놓고 논리를 꾸며낸 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이 상고심서 잘 다퉈주길 바란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고비를 넘긴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운명을 쥔 헌재를 최대한으로 압박하는 동시에 차기 집권여당으로서의 면모를 부각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무죄를 선고받은 이 대표는 곧장 안동을 찾아 대형 산불로 터를 잃은 이재민을 위로했다. 지난 26일 이 대표는 법원서 곧바로 국회로 이동해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할 예정이었지만 산불 피해가 커지자 이를 뒤로 미루고 안동으로 향했다. 안동은 이 대표의 고향이기도 하다. 앞서 이 대표는 무죄 선고 이후 취재진 앞에 서서 “이 당연한 일들을 이끌어내는 데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고 국가 역량이 소진된 것에 대해서 참으로 황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검찰이 또 이 정권이 이재명을 잡기 위해서 증거를 조작하고 사건을 조작하느라 썼던 그 역량을 우리 산불 예방이나 아니면 우리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썼더라면 얼마나 좋은 세상이 되겠나”라고 꼬집은 바 있다. 이 대표는 안동을 찾은 데 이어 27일에는 화재로 소실된 경북 의성군 고운사를 찾아 “고운사를 포함해 피해 입은 지역이나 시설 예산 걱정을 하지 않도록 국회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헬기로 산불 진화 작업을 벌이던 중 추락사고로 순직한 고 박현우 기장의 분향소를 찾아 헌화했다. 당분간 통하지 않을 ‘범죄 프레임’ 여권 잠룡 집중포격에도 꼿꼿하게 이 대표가 민생을 살피는 동안 나머지 민주당 의원이 장외 투쟁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2심 결과가 나왔으니 헌재가 정치적 판단을 하지 않는 이상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를 조속히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 고궁박물관 앞 민주당 천막 당사에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서 “헌법재판소는 해야 할 일을 즉시 하라”며 다시 한번 압박에 나섰다. 박 원내대표는 “오늘로 12·3 내란발발 115일째, 탄핵소추안 가결 104일째, 탄핵 심판 변론종결 31일째인데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라며 “선고가 늦어지면 늦어지는 이유라도 밝혀야 되는 것 아니냐”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헌재가 헌법 수호라는 중대한 책무를 방기하는 사이 온갖 흉흉한 소문과 억측이 나라를 집어삼키고 있다”며 “헌재의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 회의도 그만큼 커졌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 역시 “선입 선출에 따른 파면 선고라는 상식의 시간은 지났고, 오늘 오전까지도 선고기일 공지를 안 하면 명예의 시간도 넘어간다”며 “검찰의 억지 기소에 따른 이 대표의 (선거법 2심) 선고 이후로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지연하느냐는 불명예스러운 물음에 답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범죄자 이재명은 안 된다”는 국민의힘 전략이 반쪽짜리가 되면서 탄핵 정국 돌파구가 막혔다. 2심 무죄 판결이 대법원서 뒤집히길 바라며 상고심이 오는 6월26일까지 나와야 한다고 재촉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남은 건 헌재뿐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무죄를 선고받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외에도 4개의 재판을 더 받는 만큼 아직 ‘완전히’ 족쇄를 풀지 못했다는 새로운 프레임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이미 날개를 단 이 대표의 존재감만 키워줄 뿐, 큰 효과는 없을 것이란 게 야권 관계자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시름 놓은 이 대표는 본격적으로 대권주자 1위를 굳힐 일만 남았다. 중도층을 포섭하는 동시에 비호감 이미지를 탈피하는 것이 최대 과제다. 이에 맞춰 이 대표의 목소리도 더욱 날카로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피 튀기는 3월이 마무리되면서 조기 대선의 운명을 가를 헌재에 모든 시선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