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주자를 만나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나경원 부위원장 겸 기후환경대사

“여야, 칼끝 닿지 않게 거리 두자”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윤석열정부는)두 발목에 모래주머니 몇십킬로그램을 차고 있는 꼴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나경원 부위원장이 현재 윤석열정부가 처한 현재 상황이라며 내린 평가다. 여소야대 형국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재빠른 상황 정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여성 정치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 중 한 명이 바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다. 20대 국회서 원내대표를 지냈고, 최근 당내에서는 차기 당 대표 후보 중 당심이 선택한 인물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는 당 대표 출마 가능성을 열어놓은 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 폭넓은 활동을 하는 중이다.

나 부위원장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일요시사>는 나 부위원장을 만나 정치 현안, 현재 활동, 당 대표 출마 여부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윤석열정부에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힘을 싣는 모양새입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출범된 시기는 2005년으로 상당히 오래됐습니다. 위원장은 대통령이고, 제가 부위원장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그 동안은 일종의 심의기구나 평가기구 정도였는데, (정부가)저출산, 고령사회에 대한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되면서 윤 대통령께서 우리 위원회에 힘을 실어주셨습니다. 실제로 제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결정되는 것이 바로 집행되게 해달라고 했을 정도입니다. 

-부위원장인데, 정확히 어떤 일을 하시는지?


▲저출산, 고령사회 대책은 어느 한 부처에서만 담당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저출산, 고령사회 문제는 대한민국서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입니다. 지난해 대한민국 인구는 데드 크로스가 됐습니다. 즉 사망자 숫자가 출생자 수보다 더 많아서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출산율은 둘이 만나서 한 명도 안 낳는 상황인데 최근 0.8명 밑으로 내려갔습니다.

90년대생까지만 해도 한 해 60만 명씩은 태어났는데 2000년대생이 태어나면서 40만명으로 대폭 줄었습니다. 부모가 되는 세대의 숫자가 줄어들고 나면 우리가 출산율을 아무리 제고해도 태어날 수 있는 아이들의 숫자가 줄어듭니다. 그래서 지금이 마지막 골든타임입니다. 

“정치가 국민을 너무 불편하게”
민주당은 지금도 대선 불복 중

-초고령사회가 이미 시작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초고령사회가 2025년 혹은 2026년에는 돌입한다고 보기 때문에 고령사회에 대비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어젠다인 셈입니다. 출산율을 올리고, 어르신들의 복지를 좋게 하는 수준이 아니라 인구구조가 변화하는 데 우리 사회가 어떻게 대응해야 경쟁력이 생기는지 고민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걸 바꾸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지금 2100년이 되면, 3000만명이 날아갑니다. 이렇게 되면 대한민국은 존속 불가능한 나라가 되고 맙니다. 그래서 전 국민이 함께 관심 가져야 합니다. 최근 해외 사례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식의 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나 혼자 사는 것이 훨씬 더 행복해’가 돼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 혼자 산다> 예능프로그램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이것이 트렌드로 잡혀 있는데 그게 아니라 “결혼해서 아이 낳아 사는 것이 행복하다”는 사회로 바꿔야 합니다. 


-최근 이집트 출장을 다녀오셨습니다

▲인구 문제 외에 중요한 대한민국의 미래 어젠다가 ‘기후’입니다.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생존과 인류의 생존이 걸려 있습니다. 제가 2015년 파리 UN 당사국 회의도 갔다 왔습니다.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에도 다녀왔는데 중요한 주제 중 하나가 바로 기후위기 대응 문제였습니다. 저는 국회서 미세먼지 특위위원도 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 세계 110개국 정상이 왔는데 대한민국 대통령이 못 가셨습니다. 여러 가지 국내외 상황으로 우리만 대통령이 참석 못한 상황에서 우리의 목소리가 없으면 ‘대한민국은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대통령 특사로 가게 됐습니다.

-정상회의 세션서 연설도 하셨습니다

▲정상회의 세션에 정상이 아니지만 연설 기회를 받은 사람은 저와 중국 특사가 유일했습니다. 연설에서 ‘대한민국은 어떻게 탄소중립의 사회로 갈 것이냐’는 부분과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이 어떤 기여할 것이냐’ 두 가지에 대해서 말씀을 드렸습니다. 녹색 해운 세션과 영국이 주도하는 산림기후 정상회의 세션이 있었습니다. 또 슐츠 독일 총리가 주도하는 고위급 교우 세션이 있었는데 3가지 세션에 참석해서 발표하거나 토론을 했습니다.

초고령사회 이미 시작 대비해야
기후 역시 대한민국 주요 어젠다

-최근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국정조사를 야 3당이 추진했습니다

▲지금 정치 상황을 보면 정치가 참 국민을 불편하게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우선 말부터 너무 거칠어졌습니다. 하루에 한 건 이상 막말 사고가 날 정도입니다. 영국은 의회에 가면 여당과 야당이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 거리는 검을 들고 상대방을 찌르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이태원 참사가 여야의 정쟁으로 번졌습니다

▲국정조사뿐 아니라 재난이나 추도를 정치에 팔아먹고 이용하려는 게 너무 눈에 보입니다. 최근에 희생자들의 명단을 마음대로 공개하지 않았습니까. 이 부분은 인권침해고 희생자의 명예 침해입니다. 돌아가신 분들과 유족에 대한 명예와 인권의 침해인 셈입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사실 추도라고 하지만 주말에 촛불집회에 ‘윤석열 퇴진이 추도다’ 그 문구 하나만으로 모든 걸 보여줍니다. 제 생각에는 경찰 수사를 이미 하고 있는데 지켜봐야 합니다.

-과거 국정조사 경험이 있으십니다

▲저도 국정조사를 많이 해봤지만, 국조 때 국회에 강제 수사력이 없기 때문에 국회서 국정조사를 하면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자료 협조가 수월하지도 않고요. 따라서 경찰 수사를 좀 지켜보면서 수사가 미진하다면 국조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 사안을 가지고 너무 정치화하고 일종의 추도를, 자신들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서 이용하는 느낌이 강합니다. 참 볼썽사납다는 의견입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답보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면?

▲현재 윤정부에는 산적한 과제들이 너무 많습니다. 새 정부는 좀 미래 비전을 보여줘야 하고 그것을 실행하는 힘을 보여줘야 합니다. 새 정부 출범 이후에 국회는 여소야대 상황입니다. 여소야대도 지나친 여소야대니까 윤정부가 하고자 하는 것들이 제대로 실행이 안 되고 있습니다. 예컨대 뭘 하겠다고 통과시켜준 법이 단 한 건도 없으니 국민들은 “뭘 한다는데 하긴 하는 거야?” 이렇게 느끼실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우리(국민의힘)도 부족한 점이 있지만 사실은 현재 대한민국 정치가 ‘승복하지 않는 정치’로 바뀌었습니다. 왜 승복하지 않느냐, 선거에선 패했지만, 우리가 국회는 아직 잡고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이 대선을 불복하고 있다는 의미인가요?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이겼으면 웬만한 정치적인 이유로 임명된 자리는 다 그만둬야 합니다. 무슨 이유로 그것이 정의인 것처럼 버티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마치 본인들이 엄청난 능력이 있어서 된 것처럼 앉아 있는 분은 참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처럼 대선에서 이긴 측이 한꺼번에 그런 자리들에 다 들어와서 새롭게 국정철학을 반영하고 일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입니다.

윤정부가 어떻게 보면 곳곳에서 발목을 잡히고 있으니까 일하려고 해도 제대로 할 수가 없습니다. 그동안 또 우리 당내에서도 발목을 잡아왔습니다. 사실 그래서 참 어렵습니다. 사실상 두 발목에 모래주머니 몇십킬로그램을 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윤핵관으로 불리는 권성동, 장제원 의원이 돌아왔는데...

▲그분들도 정치인인데 가만히 계실 수가 없습니다. 다만 국민께서 이제 누가 하는 게 좋고 그것이 효율적인지 판단을 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당 대표 출마 가능성 열려 있어
국정조사 경찰 수사 지켜봐야

-당권주자로 꾸준히 언급되고 있는데, 속 시원한 심경을 듣고 싶습니다

▲지금 당장은 인구와 기후문제가 너무 중요합니다. 지금 대응을 잘못하면 위험합니다. 탄소중립도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국제사회와도 우리가 표준을 만드는 데도 함께 참여해야 하고 할 일이 많습니다. 당장은 지금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대통령께서 중요한 일을 맡겨 주셨는데 제가 당권 운운하는 게 모양도 안 맞습니다.

전당대회를 언제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당무감사를 한다고 하니까 좀 지켜보고 있습니다. 또 하시고 싶은 분도 많으시니까 아직은 더 지켜보겠습니다. 그런데 당이 잘돼야 대통령이나 대한민국이 잘되는 건 분명합니다. (출마에 대한)고민은 늘 하고 있는데, 뭐 제가 지금 딱 잘라 하겠다, 안 하겠다를 말씀드릴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출마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해석됩니다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민심이 따른다’는 유승민 전 의원에 대한 평가가 궁금합니다

▲제가 항상 그 민심이 그 민심인가라고 말합니다. 민심이라는 게 민주당 지지자들까지 포함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당 대표가 민주당과 우리 당 둘다 좋아하는 사람이 되면 더 좋습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민주당으로서는 민주당을 뼈아프게 하는 분들은 별로 안 좋아할 것 같습니다. 유 전 의원님은 오래 정치를 하셨고, 능력 있으신 분이시긴 합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의 당무감사 추진에 대해 ‘선 넘은 것 아니냐’는 반응이 있습니다

▲우리 정당이 요새 계속 비대위가 반복되는 게, 참 아픈 역사입니다. 그런데 비대위가 당무감사부터 시작한다면 아마 조금 전당대회를 늦추고 싶으신 마음인 것 같다고 여겨집니다. 필요성은 좀 있겠지만 그걸 과연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맞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관련, 정진상 정무실장이 14시간 동안 조사 받았습니다

▲공소장이나 이런 걸 보면 상당히 많은 범죄 혐의가 이 대표에게 보인다고 해석됩니다. 그리고 이미 사실 대통령선거 때 나온 이야기들, 그것은 민주당 이낙연 후보가 당시 민주당 경선에서 제기했던 이야기들입니다. 그런 것을 보면 우리가 그냥 일반적인 법 상식으로 봐서 ‘이 대표에게 범죄 혐의가 상당히 많이 있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저는 ‘이 대표가 전당대회에 나오지 말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지금이라도 그만둬야 한다는 의견인데, 그만둘 예의가 있는 분이라면 전당대회에 안 나왔을 겁니다. 그래서 크게 기대하지 않습니다. 저는 이 대표 리스크로 인해 대한민국 정치가 국민께 더 큰 불편만 주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 하시고 싶은 말씀은?

▲전 지금 저출산고령사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 대사 두 가지 직책을 맡고 있습니다. 인구와 기후, 정말 대한민국의 미래의 존망을 가르는 아주 중요한 어젠다입니다. 이것은 부위원장만이, 또 정부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민관이 같이 해야 하고, 보수와 진보를 떠나 모두 힘을 모아야 하는 과제입니다. 우리 국민께서 이 두 과제에 모두 힘을 모아 주셨으면 하는 그런 바람입니다.

또 하나는 정치권에 대해서는 제가 정치인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굉장히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최근 정치가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보다는 정치를 외면하고 싶게 만드는 것에 대해 죄송스럽습니다. 정치가 좀 더 미래 희망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또 국민의 신뢰를 더 받을 수 있도록 제가 있는 자리서 더 노력하겠습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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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