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서울시자원봉사센터 권영규 이사장

“32년 노하우 돌려드리고 싶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늘 즐겁다’는 생각이 만들어내는 긍정의 기적. 권영규 서울시자원봉사센터 이사장 주변엔 ‘밝음’의 기운이 가득했다. 평생 공직생활을 하면서 시민과 부대껴온 그는 이제 또 다른 ‘봉사’의 길로 도약을 앞두고 있다. <일요시사>가 권 이사장을 만났다.

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기던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서울시자원봉사센터를 찾았다. 창밖으로 보이는 은행나무에서 노란 은행잎이 흩날렸다. 권영규 서울시자원봉사센터 이사장은 “아까 가을 하늘을 보면서 ‘가을 하늘 아래 한강에서 즐겁게 산책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저는 이런 생각만 해도 그저 즐거워요”라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함께 걷는

즐거움, 열정, 행복, 봉사, 만족, 레벨업, 업그레이드 등 권 이사장의 말에는 긍정적인 표현이 가득했다. 1시간 넘게 진행된 인터뷰 동안 시종일관 막힘없이 이야기를 쏟아냈다. 권 이사장에겐 평생의 공직생활에서 터득한 경험과 노하우가 가득했다. 사무관으로 시작해 서울시장 권한대행까지 승진을 거듭하며 정점에 오른 비결이기도 했다.

지난해 서울시자원봉사센터 이사장으로 취임한 그는 봉사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외국어 자원봉사자와 일한 경험, 2002 한일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자원봉사자와의 기억이 강렬하게 남은 듯했다.

그는 “이분들(자원봉사자)이 정말 기쁘게 일을 해요. 본인 시간과 돈을 쓰면서 남을 돕는 데 굉장히 즐거워하는 거예요”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 기억은 퇴직 후 코이카(대외무상 협력사업 전담기관) 자원봉사로 이어졌다. 파라과이에 간 첫해에는 간부 교육을, 이후에는 57개 직업훈련센터를 다니며 교육을 진행했다. 보고타(콜롬비아 수도)에 가서는 정책 기획 관련 봉사를 하고 왔다.

이 과정에서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똑같다. 진정으로 사람을 대하고 열과 성을 다하면 친구가 되고, 친구가 되면 행복해진다”는 진리를 얻었다.

사무관부터 시장권한대행까지
평생 공직생활 후 자원봉사

2019년 6월 귀국한 뒤 다시 파라과이에 갈 준비를 하다가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해외 출국이 어려워졌다. 권 이사장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서울시자원봉사센터 이사장에 도전했다. 그는 약 30만명(올해 기준)에 이르는 서울시에 등록된 자원봉사자가 보람을 느끼면서 활동할 수 있게, 또 수요자에게 실질적인 봉사가 이뤄질 수 있게 서울시자원봉사센터를 운영하는 일을 맡고 있다. 

“자원봉사자에게는 보람과 긍지를, 봉사를 필요로 하는 분께는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방향을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자원봉사센터가 서울시를 더 아름답게 만들고 행복하게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큰 방향을 정하고 이끌어가는 게 현재 제 역할입니다.”

최근 권 이사장은 또 다른 봉사의 길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시체육회장 선거에 도전하기로 한 것. 올림픽과 월드컵 등 굵직한 스포츠 이벤트에서 자원봉사자와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그는 체육계와 인연이 깊다. 특히 공직생활 과정에서 서울시체육회와 함께 일한 경험은 큰 강점으로 꼽힌다. 

“32년 공무원 경력 중 10년을 체육 분야에서 일했습니다. 서울시 총무과장을 할 때는 직장운동경기부를 직접 관리했고, 서울시 문화체육국장 당시에는 서울시체육회 사무실도 만든 바 있습니다. 국민생활체육회 사무총장도 해봤고요. 어쩌면 너무 많이 알고 있다고 해야 할 정도로 서울시체육회를 깊이 경험한 거죠.”


권 이사장은 예산 확보, 정부와의 협조도 강조했다. 공직생활 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두루 맡았던 직책들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산 편성과 집행 등에 많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예산을 확보하는 부분은 자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서울시 행정1부시장과 서울시장 권한대행으로 재직하면서 여러 사안에서 정부와의 조율을 이끌어낸 경험도 권 이사장만의 ‘무기’다.

‘허리’ 서울시체육회장 도전
“창의적인 체육회 만들 것”

서울시체육회는 자치구체육회와 대한체육회 사이에서 일종의 ‘허리’를 담당한다. 서울시체육회장은 자치구체육회나 종목별체육회에서 나오는 애로사항이나 건의사항, 문제점 등을 조율하고 정부 차원에서 처리해야 할 일은 대한체육회나 문화체육관광부에 전달하는 중책을 맡고 있는 셈이다.

권 이사장은 “서울시체육회장은 자치구체육회장이나 종목별 체육회장과 언제나 소통하고 함께 신명나게 일할 수 있어야 합니다. 대한체육회와도 밀접하게 연결돼야 하고요. 이렇게 해야만 발전할 수 있고 또 이렇게 했을 때 발전해왔습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화체육관광부나 대한체육회 등에서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를 유치하거나 스포츠 지도자에 대한 어떤 기준을 만들었을 때 이것이 일선으로 잘 전달돼 집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서울시체육회의 역할입니다. 서울시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원활하게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라고 덧붙였다. 

권 이사장은 서울시를 ‘스포츠 선진도시’로 바꾸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조금 더 쉽게 운동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다. 그에게 스포츠는 삶이다. 또 건강이면서 복지다. 결국 스포츠를 통해 시민의 행복과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권 이사장은 ‘동행’을 강조했다. 그는 “서울시체육회 직원, 선수와 동호인, 지도자 등 체육인과 함께 힘을 합쳐 이른바 ‘스포츠 동행’을 하면서 서울시체육회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고 또 창의적으로 레벨업 하는 방법을 고심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보다 더 소통하는 서울시체육회, 신나게 일하는 체육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스포츠 동행

권 이사장은 끊임없는 열정의 원동력으로 ‘몰입하는 능력’을 꼽았다. 어떤 일에 재미를 느끼고 몰입하면서 발생하는 에너지가 열정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그는 “저는 어떤 일을 할 때 거창한 목표를 내세우기보다는 앞에 닥친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가는 방식으로 살아왔습니다. 그때그때 하던 일을 열심히 하면서 경험과 노하우가 쌓인 거죠. 이 경험과 노하우, 에너지와 열정을 시민에게 나눠 드리고 싶습니다”라고 전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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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