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늘 즐겁다’는 생각이 만들어내는 긍정의 기적. 권영규 서울시자원봉사센터 이사장 주변엔 ‘밝음’의 기운이 가득했다. 평생 공직생활을 하면서 시민과 부대껴온 그는 이제 또 다른 ‘봉사’의 길로 도약을 앞두고 있다. <일요시사>가 권 이사장을 만났다.
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기던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서울시자원봉사센터를 찾았다. 창밖으로 보이는 은행나무에서 노란 은행잎이 흩날렸다. 권영규 서울시자원봉사센터 이사장은 “아까 가을 하늘을 보면서 ‘가을 하늘 아래 한강에서 즐겁게 산책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저는 이런 생각만 해도 그저 즐거워요”라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함께 걷는
즐거움, 열정, 행복, 봉사, 만족, 레벨업, 업그레이드 등 권 이사장의 말에는 긍정적인 표현이 가득했다. 1시간 넘게 진행된 인터뷰 동안 시종일관 막힘없이 이야기를 쏟아냈다. 권 이사장에겐 평생의 공직생활에서 터득한 경험과 노하우가 가득했다. 사무관으로 시작해 서울시장 권한대행까지 승진을 거듭하며 정점에 오른 비결이기도 했다.
지난해 서울시자원봉사센터 이사장으로 취임한 그는 봉사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외국어 자원봉사자와 일한 경험, 2002 한일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자원봉사자와의 기억이 강렬하게 남은 듯했다.
그는 “이분들(자원봉사자)이 정말 기쁘게 일을 해요. 본인 시간과 돈을 쓰면서 남을 돕는 데 굉장히 즐거워하는 거예요”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 기억은 퇴직 후 코이카(대외무상 협력사업 전담기관) 자원봉사로 이어졌다. 파라과이에 간 첫해에는 간부 교육을, 이후에는 57개 직업훈련센터를 다니며 교육을 진행했다. 보고타(콜롬비아 수도)에 가서는 정책 기획 관련 봉사를 하고 왔다.
이 과정에서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똑같다. 진정으로 사람을 대하고 열과 성을 다하면 친구가 되고, 친구가 되면 행복해진다”는 진리를 얻었다.
사무관부터 시장권한대행까지
평생 공직생활 후 자원봉사
2019년 6월 귀국한 뒤 다시 파라과이에 갈 준비를 하다가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해외 출국이 어려워졌다. 권 이사장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서울시자원봉사센터 이사장에 도전했다. 그는 약 30만명(올해 기준)에 이르는 서울시에 등록된 자원봉사자가 보람을 느끼면서 활동할 수 있게, 또 수요자에게 실질적인 봉사가 이뤄질 수 있게 서울시자원봉사센터를 운영하는 일을 맡고 있다.
“자원봉사자에게는 보람과 긍지를, 봉사를 필요로 하는 분께는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방향을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자원봉사센터가 서울시를 더 아름답게 만들고 행복하게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큰 방향을 정하고 이끌어가는 게 현재 제 역할입니다.”
최근 권 이사장은 또 다른 봉사의 길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시체육회장 선거에 도전하기로 한 것. 올림픽과 월드컵 등 굵직한 스포츠 이벤트에서 자원봉사자와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그는 체육계와 인연이 깊다. 특히 공직생활 과정에서 서울시체육회와 함께 일한 경험은 큰 강점으로 꼽힌다.
“32년 공무원 경력 중 10년을 체육 분야에서 일했습니다. 서울시 총무과장을 할 때는 직장운동경기부를 직접 관리했고, 서울시 문화체육국장 당시에는 서울시체육회 사무실도 만든 바 있습니다. 국민생활체육회 사무총장도 해봤고요. 어쩌면 너무 많이 알고 있다고 해야 할 정도로 서울시체육회를 깊이 경험한 거죠.”
권 이사장은 예산 확보, 정부와의 협조도 강조했다. 공직생활 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두루 맡았던 직책들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산 편성과 집행 등에 많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예산을 확보하는 부분은 자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서울시 행정1부시장과 서울시장 권한대행으로 재직하면서 여러 사안에서 정부와의 조율을 이끌어낸 경험도 권 이사장만의 ‘무기’다.
‘허리’ 서울시체육회장 도전
“창의적인 체육회 만들 것”
서울시체육회는 자치구체육회와 대한체육회 사이에서 일종의 ‘허리’를 담당한다. 서울시체육회장은 자치구체육회나 종목별체육회에서 나오는 애로사항이나 건의사항, 문제점 등을 조율하고 정부 차원에서 처리해야 할 일은 대한체육회나 문화체육관광부에 전달하는 중책을 맡고 있는 셈이다.
권 이사장은 “서울시체육회장은 자치구체육회장이나 종목별 체육회장과 언제나 소통하고 함께 신명나게 일할 수 있어야 합니다. 대한체육회와도 밀접하게 연결돼야 하고요. 이렇게 해야만 발전할 수 있고 또 이렇게 했을 때 발전해왔습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화체육관광부나 대한체육회 등에서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를 유치하거나 스포츠 지도자에 대한 어떤 기준을 만들었을 때 이것이 일선으로 잘 전달돼 집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서울시체육회의 역할입니다. 서울시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원활하게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라고 덧붙였다.
권 이사장은 서울시를 ‘스포츠 선진도시’로 바꾸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조금 더 쉽게 운동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다. 그에게 스포츠는 삶이다. 또 건강이면서 복지다. 결국 스포츠를 통해 시민의 행복과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권 이사장은 ‘동행’을 강조했다. 그는 “서울시체육회 직원, 선수와 동호인, 지도자 등 체육인과 함께 힘을 합쳐 이른바 ‘스포츠 동행’을 하면서 서울시체육회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고 또 창의적으로 레벨업 하는 방법을 고심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보다 더 소통하는 서울시체육회, 신나게 일하는 체육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스포츠 동행
권 이사장은 끊임없는 열정의 원동력으로 ‘몰입하는 능력’을 꼽았다. 어떤 일에 재미를 느끼고 몰입하면서 발생하는 에너지가 열정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그는 “저는 어떤 일을 할 때 거창한 목표를 내세우기보다는 앞에 닥친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가는 방식으로 살아왔습니다. 그때그때 하던 일을 열심히 하면서 경험과 노하우가 쌓인 거죠. 이 경험과 노하우, 에너지와 열정을 시민에게 나눠 드리고 싶습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