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다시 보게 되는 김민재

유럽에 세워진 K-통곡의 벽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한국을 대표하는 축구선수는 차범근과 박지성, 손흥민 등이다. 박지성을 제외하면 모두 공격수다. 이영표와 설기현, 기성용, 이청용 등의 프리미어리거들도 있지만 앞서 말한 세 사람을 뛰어넘지 못했다. 최근에는 손흥민에 이어 ‘월드 클래스’라고 평가받는 선수가 있다. 바로 수비수인 김민재다. 그는 ‘아시아 통곡의 벽’이라고 불리며 유럽에서 맹활약 중이다.

‘KIM KONG’. 김민재가 소속된 이탈리아 세리에A SSC 나폴리 선수들이 그를 부르는 별명이다. 키 190cm에 몸무게 90kg에 육박하는 ‘탈 아시아급’ 피지컬로 대한민국에서 나오기 힘든 유형의 선수라고 평가받는다. 최근에는 축구 전문매체 <442>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센터백 10위에 올랐다.

실력 검증
이탈리아로

어릴 적 김민재의 축구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 중 한 명은 삼촌이다. 나이 차이가 14세에 불과한 삼촌은 선수 출신의 축구 코치였다. 김민재는 고향 통영에서 삼촌을 따라다니며 조기 축구회, 축구 강습 등 공이 있는 곳을 자연스럽게 찾아다녔다.

자주 만날 때는 이틀에 한 번 꼴로 삼촌과 동행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삼촌이 던져준 공으로 볼 리프팅 등 축구 기술을 연습했다. 그런 경험이 5학년 때 축구부에 들어가는 계기가 됐다.

중학교 시절엔 김민재가 다니던 학교로 삼촌이 부임하면서 은사와 제자 사이가 됐다. 아직 구타가 남아있던 시절이었고, 조카만 특별대우하기 힘들었던 삼촌은 김민재를 오히려 더 엄하게 대했다.


김민재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힘들긴 했지만 그때도 이해할 수 있었다. 조카였지만 많은 자극을 주셨다. 넌 아직 멀었다는 말씀도 많이 해 주셨는데 실제로 그땐 축구를 잘하는 편이 아니었다. 성장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삼촌과 사제관계를 맺고 나자 전처럼 스스럼없이 대하기 힘들어졌다. 고등학교 시절 이후 삼촌과 거리감이 생겼다. 그 거리를 확 좁힌 계기가 프로 데뷔였다. “프로 데뷔를 하고 삼촌에게 편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 그래서 데뷔 이후 많이 친근해졌다. 예전엔 구박만 하셨는데 이젠 칭찬을 많이 해주신다”고 말했다.

삼촌은 김민재를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사람 중 하나다. 국가대표 데뷔전이었던 이란전을 보기 위해 통영에서 서울까지 올라왔다. 자랑스러운 조카를 보여주기 위해 친구들까지 대동했다. 조카의 ‘선수 입장’을 보며 삼촌이 유독 자랑스러워했다고 김민재는 나중에 전해 들었다.

김민재는 “형보다 더 친한 사람은 없어요”라고 잘라 말한다. 둘 사이에는 어떤 비밀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한 살 터울인 형은 명지대 주전 골키퍼 김경민이다. 나이는 김민재가 어리지만 축구를 시작한 것도, 프로에 올라온 것도 김민재가 더 빨랐다.

어린 시절 성격은 반대였다. 김민재는 말썽을 많이 피우고, 친구들과 주먹다짐도 많이 하는 초등학생이었다. 태권도는 노란띠에서 멈췄고, 유도는 선수였던 아버지의 권유로 조금 배운 것이 전부였다. 김민재의 무기이자 문제점은 일단 덤비고 보는 성미였다.

반면 형의 성격은, 김민재의 말에 따르면 자신의 형이 맞고 올 때 한 학년 위 교실에 올라가서 괴롭힌 사람을 찾으면 일단 때리고 나서 말을 걸었다고 한다.

김민재는 받아쓰기도 20점을 넘긴 적이 없을 정도로 철저하게 공부와는 담을 쌓고 지내는 소년이었다. 대신 밖에서 뛰어노는 게 좋았다. 축구선수가 될 기회가 보이자 냉큼 잡은 것도 그래서였다. 반면 형은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는 차분한 소년이었다.


그런데 동생이 먼저 선수생활을 시작하자 형도 몇 년 후 자연스럽게 축구화를 신기 시작했다. 김민재가 형의 진로에 영향을 미친 셈이다.

초등생 때 선수 출신 삼촌이 기본기 알려줘
한국서 나오기 힘든 190cm 90kg 괴물 피지컬

김민재는 과거 전형적인 ‘파이터형 수비수’로 컷팅 능력과 슬라이딩 태클 능력이 돋보였다. 그러나 유럽 진출 이후 성장하면서 공격적으로 오버래핑하거나 뒤쪽에서 기다리면서 커버하는 롤도 수행하는 등 팀과 전술에 맞춰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본인 말로는 대부분 감독의 주문을 많이 따르려고 하며, 그 안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플레이를 한다.

수비수 본연의 임무인 수비적인 부분에서는 다방면에 우수한 모습을 보여준다. 패스 차단, 스탠딩 태클, 슬라이딩 태클, 헤딩을 비롯한 수비수라면 갖춰야 하는 필수적 능력들로 직접적인 수비 모두에 뛰어난 편이다. 육중한 체격에 비해 발도 순간 최고 34.3km/h로 굉장히 빠르고 최고 시속에 도달하는 가속도도 빠르다.

거기에 순발력도 좋으며 프로 데뷔 이후 2kg 정도 벌크업에 성공해 튼튼한 어깨와 견갑골, 상체 근육과 함께 전반적인 피지컬과 몸싸움 능력이 매우 좋아졌다. 그래서 2020년 이후로는 피지컬이 좋은 선수들과의 경합에서도 쉽게 밀리지 않는다.

오히려 SSC 나폴리로 이적해서는 안드레아 페타냐, 치로 임모빌레, 세르게이 밀린코비치사비치 등 건장한 체격을 가진 선수들을 말 그대로 찍어 눌러버리는 등 세리에A에서도 톱 클래스의 피지컬을 과시하는 중이다.

거기가 주발은 오른발이지만, 왼발 또한 수준급으로 잘 다뤄 수비 라인 어디에나 설 수도 있다. 4백에선 양쪽을 번갈아 뛰기도 하며, 3백에서도 중앙은 물론 양 측면 스토퍼 모두를 뛸 수 있다.

현대 축구에서 왼발 센터백이 어떤 대우를 받는지를 생각하면 오른발잡이지만 양쪽 센터백 위치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김민재의 특징은 좋은 강점이 될 수 있다.

최대 강점이 적극성을 앞세운 수비력이다. 하지만 김민재는 넓은 시야를 활용한 긴 패스와 빌드업도 주저하지 않으며, 모험적인 로빙 패스도 자주 시도한다. 잘 먹히는 날에는 패스로 공격 전개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탄탄한 피지컬
파이터형 수비수

혹은 과감하게 자신이 기습적으로 공을 몰고 전진하기도 하며, 공이 끊기면 스피드를 활용해 빠르게 수비에 복귀해 공격을 끊기도 하는 등 괴물이라는 별명이 아깝지 않은 플레이를 자주 보여주곤 한다.


프로 초창기에는 피지컬로 밀어붙이는 투박한 수비를 했으며, 그로 인해 오프사이드 라인을 잘 맞추지 못하는 등 라인 관리 능력이 미숙해 실수가 자주 나왔다. 그러나 김민재를 눈여겨본 파울루 벤투 국가대표 감독의 개인 강습을 받으면서 현재는 많이 개선된 상태다.

하지만 체력이 저하되면 패스 미스가 많아지고, 경기에 따라 패스에서 잔실수를 범한다는 단점은 아직 남아있다.

또 전보다 라인을 잘 맞추고 무작정 뛰쳐나가는 일은 줄었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활동 범위가 넓은데다 라인을 비우고 마킹을 하기에 필연적으로 뒷공간 노출의 위험이 수반된다. 그렇기에 옆에서 적절하게 조율하고 공격 전개를 해줄 수 있는 커맨더형 수비수+수비형 미드필더와의 역할 분배가 이뤄져야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김민재에 대해 세밀한 패스나 패스 선택지를 선정하는 과정 등에서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경험 많은 김영권의 약점이던 수비 라인 조절이나 빌드업 능력이 좀 더 발전한 모습을 보면 김민재도 프로 경험을 통해 나아지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분석한다.

국대에서는 기회가 생기면 직접 드리블하며 올라가 경우에 따라서 중앙선까지 넘어가서 패스를 뿌려주는 오버래핑을 자주 시도하는데, 거구에 속도도 빠르고 발 밑도 준수한 데다가 패스 성공률도 높기 때문에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우며, 아군 입장에서는 침체된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좋은 요소다.

페네르바체 이적 후에는 통곡의 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국대에서 보여주던 드리블을 통한 오버래핑과 정확한 롱패스로 공을 공격진에게 배달하고, 웬만한 윙어보다 빠른 속도로 복귀하거나 공을 가진 선수를 뒤에서 따라잡아서 커팅을 해내는 것은 물론, 기본적인 수비력마저 뛰어나서 사실상 완전체 센터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튀르키예 내에서도 반응이 굉장히 좋고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으며, 바이아웃(소속 구단 동의 없이 선수와 직접 협상을 진행할 수 있는 최소 이적료)이 낮아서 팬들은 6개월 만에 이적해버리는 게 아니냐고 불안해하고 있다고 할 정도로 이적 초부터 팀의 핵심선수가 됐다. 특히 튀르키예에서 한 시즌만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주간 베스트 수비수에 여러 번 선정될 정도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검증된 실력
저돌적 플레이

튀르키예에서의 활약으로 빅리그에서도 김민재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면서 스타드 렌 FC, SSC 나폴리 간의 치열한 영입 경쟁이 펼쳐졌다. 그 외에 PL에서도 여러 팀이 관심이 있다는 소식도 나오는 등 몸값이 크게 상승했다.

SSC 나폴리로 이적한 김민재는 팀을 떠난 레전드 수비수 칼리두 쿨리발리의 역할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 쿨리발리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매우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임에도 프리 시즌과 리그 초반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리그 시작 이후 곧바로 이달의 선수상까지 받을 정도로 성공적으로 쿨리발리의 빈자리를 꽉 채웠다.

현재 이탈리아 현지 언론에서는 김민재가 쿨리발리보다 유벤투스의 레전드 수비수인 키엘리니에 더 가깝다고 평가한다. 풋볼리스트에서도 쿨리발리가 깔끔한 태클에 우아한 드리블을 펼치는 데 비해, 키엘리니는 어깨를 이용한 몸싸움 수비에 능하며 기세 좋게 밀고 올라가는 드리블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에 동의하는 듯한 의견을 냈다.

나폴리가 김민재를 데려가기 위해 전 소속 팀 페네르바체(튀르키예)에 지불한 이적료는 2000만유로(약 286억원)다. 7월 기준 여름 이적 시장에서 나폴리가 선수 영입에 쓴 최고 금액이다.

1년 전 베이징에서 페네르바체로 옮길 당시 이적료(300만유로)에서 6배 이상 가치가 상승했다. 나폴리가 설정한 바이아웃은 여기서 두 배 이상 더 뛴다. 4500만유로(약 591억원)로, 2023년 여름부터 해외 팀으로 이적할 경우 발동된다.

한국 중앙 수비수의 유럽 도전은 김민재 이전에도 있었다. 심재원(2001~2002년, 프랑크푸르트)과 홍정호(2013~2016년, 아우크스부르크)가 각각 당대 월드컵을 앞두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했다. 그러나 빅리그 클럽들의 러브콜을 집중적으로 받는 수비수로 성장한 사례는 김민재가 처음이다.

김민재의 가치는 2022 여름 이적 시장에서 확인됐다. 김민재에 대한 빅리그 클럽들의 수요가 늘었다. 관심을 보인 팀명만 나열해도 현실감이 떨어질 정도다. 종착지가 된 나폴리 외에 인터 밀란, 유벤투스, AC 밀란(이상 이탈리아 세리에A), 토트넘, 에버턴(이상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타드 렌, 마르세유(프랑스 리그1) 등이다.

당초 김민재의 행선지로 알려졌던 곳은 렌이다. 베이징 시절 김민재와 함께했던 브루노 제네시오 감독이 영입에 적극적이었다. 뒤늦게 나폴리가 바이아웃에 해당하는 2000만유로를 제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나폴리서 역대급 활약 “월드 클래스”
세계적 전·현직 선수들 모두 ‘엄지 척’

나폴리는 칼리두 쿨리발리의 대체자를 확보해야 했다. 지난 시즌까지 나폴리 수비 주축으로 활약하던 쿨리발리는 이번 여름 첼시로 이적했다. “쿨리발리가 떠나면 감독직을 사임하겠다”고 공언했던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이 그 대체자로 김민재를 콕 집어 “나폴리 수준의 선수”라고 언급한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나폴리는 2021-2022시즌 세리에A에서 AC 밀란과 함께 최소 실점(38경기 31실점)의 수비력을 유지한 팀이다. 단순히 수비 자원 확보 정도에 그친 것이 아니라 김민재를 주축 센터백으로 활용하겠다는 심중이 드러난다.

이쯤에서 김민재의 능력을 점검해보자. 축구에서 센터백은 흔히 ‘욕받이’로 통한다. 상대의 자극과 도발이 있어야 반응하는, 태생적으로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포지션이라서 그렇다. 시대 불문 센터백의 최고 미덕은 ‘실수 줄이기’로 통하는데 김민재에 관한 평가는 사뭇 다르다.

국내 축구인 열이면 열, 동일하게 평가한다. “수비수에게 필요한 능력을 모두 갖췄다.” 한국 축구 수비 레전드인 홍명보(울산 감독)도, 이영표(강원 단장)도 같은 목소리다.

국가대표 수비수 출신 오범석 ‘Sky Sports’ 해설위원은 이렇게 평한다. “수비 능력을 모두 갖췄는데, 심지어 그 능력이 다 압도적이다.”

일단 피지컬이 월등하다. 190㎝, 87㎏ 신체조건을 활용한 다툼 능력을 갖고 있다. 제공권 싸움에도 능하다. 키 큰 선수들은 느리다는 통념과 달리 김민재는 발 빠른 수비수다. 볼을 다루는 기술이나 패스의 정확성도 높다. 경기 운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때는 빈틈이 없다.

김민재라는 후방 조율사 덕에 벤투호의 ‘빌드업’ 기조가 유지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큰 강점은 역시 수비 능력이다.

나폴리가 베테랑 쿨리발리의 대체자로 김민재를 낙점한 것도 이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다년 계약과 바이아웃으로 선수의 잠재력을 인정했다. 당장은 나폴리 적응과 세리에A에서의 활약이 우선이지만 길게 보면 선수의 시장가치가 상승할 거라는 기대다.

리그에서의 활약상을 기반으로, 챔피언스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면 상위 클래스로 올라서기 수월해진다. 현역 최고 수비수로 평가받는 버질 판 다이크(리버풀)는 셀틱 시절 챔피언스리그에서 바르셀로나와 AC 밀란을 상대하며 프리미어리그의 선택을 받았다.

박지성과 이영표도 챔피언스리그에서 통한 덕분에 네덜란드에서 잉글랜드로 무대를 옮겼다. 챔피언스리그 외에 도약을 노릴 수 있는 또 다른 무대가 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이다. 월드컵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선수들은 그 입지와 위상이 급격히 달라진다.

압박감 속에서도 무언가를 성취하는 선수들은 팀 전체에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 손흥민이 그런 선수였고, 이제는 김민재가 그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

전설들의
연이은 극찬

파비오 칸나바로 전 광저우 헝다 감독은 지난 8월8일(현지시각) 나폴리 지역 매체 <일마티노>와 인터뷰에서 김민재를 두고 “빠르고 신체조건도 좋다”며 칭찬했다. 칸나바로 전 감독은 나폴리의 전설적 수비수로, 현역 시절 수비수로는 역대 3번째로 발롱도르를 수상한 이탈리아의 축구 영웅이다. 김민재 역시 입단 기자회견에서 칸나바로를 ‘롤모델’로 꼽았다.

한국 선수가 나폴리의 수비를 맡게 되는 생각을 해본 적 있냐는 취재진 질의에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한국 축구는 성장 중이고, 내가 감독 생활을 하던 중국 리그에서도 김민재가 뛰었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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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