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윤석열-이기흥 기막힌 우연, 왜?

손바닥으로 통하는 대통령과 회장님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큰 논란 없이 윤석열정부 첫 국정감사를 마무리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성남FC 후원 의혹’과 체육회 운영 전반에 대해 여야의 질타가 쏟아졌으나 무난하게 매듭을 지었다는 평가다. 이 회장은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해온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가 체육계에서 거물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지난해 재선에 성공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체육 외에도 자신의 종교인 불교에도 관심이 깊다.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신도회 회장을 지냈을 정도다. 윤석열 대통령도 공식적이진 않지만 독실한 불자로 알려져 있다. 김건희 여사와의 연을 맺어줬다는 ‘무정 스님’의 존재만으로도 그가 불교에 관심이 깊다는 걸 알 수 있다.

정관계
마당발

이 때문에 역대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이 회장과 윤석열정부 간 불협화음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요시사>는 이 회장과 윤 대통령 및 현 정부와의 닮은꼴을 알아봤다.

이 회장은 체육계에서 대표적인 ‘마당발’로 통한다. 문재인정부와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한국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추가 문제를 논의했을 때 ‘현재 2명인 한국의 IOC 위원(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유승민 IOC 선수위원) 수를 한국의 국제스포츠 기여도에 맞게 3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논의한 사실을 말했다고 한다.

당시 바흐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IOC 내부 절차를 따르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체육회는 2017년 6월8일 이사회를 열고 이 회장에게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위원장 자격과 IOC 위원 후보 추천을 위임한다고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그해 8월 IOC로부터 위원 추천을 받지 못했다. 셀프 추천 논란에 대해 이 회장은 “사실은 많은 사람과 의논하고, 다른 사람에게 권유하는 등 절차를 다 거쳤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회장이 문재인정부 출범에 기여한 인물로 꼽혀 IOC 위원으로 이름이 오르내렸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무성했다. 이 회장과 문정부의 관계를 보여주는 또 다른 일화도 있다.

윤, 대선 경선 과정 왼손 ‘왕(王)’자 논란
이, 2018년 국감 당시 비슷한 문양 포착

2017년 3월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2000여명의 체육인이 결집하는 상황에서 이 회장은 대선후보였던 문 전 대통령을 그림자처럼 수행했다. 그 자리에는 문재인 캠프에서 문화예술교육특보단장로를 역임한 도종환 전 문체부 장관도 있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수년간 활동한 도 전 장관은 대선 유세 기간 중인 같은 해 4월 대전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및 시·도(시·군·구)체육회 임직원 워크숍에도 참석해 체육정책에 대한 관심과 함께 이 회장과의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 회장의 인맥은 정치권에 한정되지 않는다. 과거 야당 총재 비서관과 사업가로 활동한 덕에 법조계와 재계에도 이 회장과 친분이 깊은 사람이 즐비하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과거부터 무속 논란의 중심에 섰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인위적으로 하얀색 눈썹을 붙였다거나 왼손 손바닥에 임금 왕(王)자를 일부러 새기고 토론회에 나왔다는 주장이 상당했다.

윤 대통령의 임금 왕자는 지난해 9월26일 국민의힘 대선후보 3차 토론회에서 처음 등장했다. 정치권에서는 왕자의 크기와 모양이 다르게 보였던 만큼 누군가 매번 새로 써줘 주술적 의미가 담긴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원조 왕자’
빨간색으로

당시 대선후보였던 홍준표 대구시장은 “주술에 의존해서 대통령이 되겠다는 거냐”고 비판했다. 윤석열 캠프 측은 홍 시장의 비판에 대해 “주술적 의미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6차 토론회에도 누가 써주면 그대로 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의 무속 논란은 건진법사 전모씨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직속 네트워크본부 고문으로 활동했다는 의혹이 핵심이다. 당시 선거대책위원회는 “전씨가 고문으로 활동한 사실이 없다”며 네트워크본부 자체를 해산했다.

논란의 불씨를 꺼버린 것이지만 윤 대통령을 견제하는 언론과 정치권 입장에서는 사실상 증거를 인멸했다고 볼 수 있다.

‘손바닥 왕 자’는 윤 대통령보다 이 회장이 앞섰다. 2018년 10월23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앞서 선서 중인 이 회장의 <뉴스1> 사진을 보면 윤 대통령과는 다른 오른속에 왕 자로 보이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누군가가 이 회장의 손금을 봐준 것으로 추정된다. 무속에서 손바닥에 왕자를 쓰는 것은 언변이 부족하거나 가기 싫은 자리에 가야 하는 상황에서 좋은 기운을 받기 위한 것이라는 의미를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던 조계종 부설 사단법인인 날마다좋은날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원혼과 일제강점 이래 역사 속에서 억울하게 쓰러진 넋들을 기리기 위해 2014년 8월 공연을 열기도 했다. 넋전이란 사람의 넋을 모양내 오린 종이로, 불교의 제사의식에서 유래돼 민간 제사의식에까지 널리 퍼진 전통문화의 하나다.

현재는 사찰에서 행해지는 백중행사 등에 흔적이 남아 있고 무속신앙에 쓰이고 있다.

이른바 이 회장의 무속 의혹은 윤 대통령의 의혹과는 본질이 다르다. 또 윤 대통령과는 다르게 이 회장이 무속에 관심이 깊은 정황이 포착되거나 언급된 적도 없다.

“주술 아니다”
“기운” 해석도


윤 대통령은 불교계 인연이 각별하다. 검찰총장이 되기 전인 2019년 7월까지 김 여사와의 연을 맺게 해준 ‘무정 스님’과 깊은 친분을 유지했고 불교 신자였던 그의 어머니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윤 대통령과 불교의 첫 인연은 1980년대 초 윤 대통령이 서울대 법대 재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대 법대에서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유혈 진압에 대한 모의재판이 열렸다. 검사 역할을 맡은 윤 대통령은 전두환 당시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이후 외갓집이 있는 강원도 강릉으로 피신한 윤 대통령은 중광 스님과 인연을 맺었다. 중광 스님은 윤 대통령에게 멘토 역할을 하면서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중관 스님을 강원도 양양 낙산사에서 처음 만났다는 주장도 있으나 사실관계 확인은 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불교는 종교를 넘어 우리의 역사이자 문화 자체로, 불교 문화재의 원형 보존 및 훼손 방지는 선택이 아닌 국가의 의무”라고 강조하며 불교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과거 내세웠던 불교 공약은 ▲전통사찰 보존 ▲전통문화유산 보존 ▲국립공원 제도 개선 ▲공공기관 종교 편향 근절 등 4개 분야로 나눠 각각의 방안을 마련했다.

윤 대통령은 불교 공약 외에도 지난 1월 열린 불교리더스포럼 5기 출범식에 참석하는 등 불심 잡기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불교리더스포럼은 이 회장이 상임대표로 있는 곳으로 불교지도자 네트워크로 알려진 단체다.

이 회장은 지난해 4월 상임대표로 위촉됐고 15명의 공동대표로는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 ▲이철희 전 청와대 정무수석 ▲육현표 삼성경제연구소 사장 ▲김민배 TV조선 대표 ▲차승재 동국대 교수 ▲최영현 한국복지대학교 특임교수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한자경 이화여대 교수 ▲손창동 공무원불자연합회장 ▲이인정 아시아산악연맹회장 ▲최현국 공군 예비역 중장 ▲고유환 동국대 교수 ▲정연만 전 환경부 차관 ▲윤성이 동국대 총장 등 각 사회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있다.


조카 대통령실 근무 확인…소통창구 역할?
아주 특별한 인연…닮은꼴 불교 행보 눈길

윤정부와 불교계의 교감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 회장의 조카인 이강래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은 강승규 시민사회수석과 함께 지난달 제37대 총무원장으로 취임한 진우 스님을 예방했다.

앞서 이 선임행정관은 성균관대학교 국정전문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고, 행정사 자격증을 갖춘 행정 전문가다.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 겸임교수로 강의했고 UC 버클리 동아시아연구소 객원연구원, 한국정책분석평가학회 정책사례·실무연구이사(위원장),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운영실무협의회 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기도 했다.

특히 국회와 청와대에서 10여년간 정부 정책에 대한 실무 경험을 쌓았다. 이명박정부 청와대에서 대통령 의전관(행정관)으로 G20 서울정상회의, 핵안보정상회의 등 국내외 주요 행사를 기획·총괄하고 홍보기획팀장(선임행정관)으로서 대통령의 이미지(PI) 관리와 다양한 정책 행보를 기획했다.

재직 중에는 ‘정책제안 우수자’로 선정되어 대통령실장 표창(장관급)을 받기도 했다.

이 선임행정관과 강 수석은 ‘취임을 축하드립니다’라는 메시지가 적힌 윤 대통령의 축하 난을 진우 스님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같은 달 이진복 정무수석은 대통령실불자회장으로 취임했다.

이 수석은 취임사로 “국익과 국민을 위한 국정 운영이 마치 부처님의 말씀처럼 노력을 통한 공덕을 쌓아가는 과정”이라며 “공덕의 과정에 많은 어려움이 직면할 수 있겠지만 부처님의 자비와 사랑으로 지혜롭게 헤쳐나가겠다”고 밝혔다.

국회 정각회장인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도 “국회 정각회에서 함께 활동하며 신심과 책임감을 인정받은 이진복 정무수석이 회장을 맡게 돼 든든하다”며 “불교계 현안 해결에 끝까지 책임을 다하기 위해 국회 정각회장 소임을 맡게 된 만큼, 대불회와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불교계의 숙원이 잘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독실한 불자?
교감 공통점

이 회장은 “세대, 지역, 종교 등 사회적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현상을 극복하고 지혜롭게 해결해나가기 위한 노력에 대통령실불자회가 앞장서 달라”며 “명예와 이익을 구하지 말고 수행을 위해 끝없이 정진해야 한다는 태고보우 스님의 말씀처럼 행동 하나가 모두 국민과 함께하는 수행이라고 여기고 굳건한 사명감으로 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안민석 VS 이기흥,  체육계 진짜 실세는?

체육 행정을 총괄하는 사람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다.

하지만 체육계 인사들은 보통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진짜 실세라고 입을 모은다.

두 사람은 관계는 친분이 있다기보다는 앙숙에 가깝다. 실제 서로가 비난하는 모습도 여러 차례 공개됐다.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의 성폭력 파문이 터졌을 당시 안 의원은 한 방송사 TV 토론 프로그램에 나와 “이 회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안 의원은 “이 회장이 물러나지 않으면 대한체육회와 대한올림픽위원회(KOC)를 분리하면 된다. 그러면 대한체육회장 선거를 다시 치러야 한다”며 KOC 분리를 주장했다.

이 회장이 대한체육회장과 KOC 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것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사퇴하지 않았고 KOC 분리에 대해서도 “이런 상태에서 KOC 분리라니 지금 앞뒤가 안 맞는, 애들 장난도 아니고”라며 반발했다.

이 회장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에 당선됐을 때도 두 사람의 불편한 관계가 나타났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비롯한 체육계 주요 인사가 대거 축하 메시지를 보냈지만 안 의원은 IOC 위원 선출에 대해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안 의원은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를 졸업한 대학 교수 출신이다.

생활체육과 학교체육을 강조하고 KOC 분리를 주장하는 대표적 인사로 알려진다.

반면 이 회장은 대한카누연맹, 대한수영연맹을 이끈 뒤 대한체육회 부회장을 거쳐 2016년 10월 통합 대한체육회장으로 선출된 입지전적 인물로 안 의원과는 기반이 대조적이다.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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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