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높아진 태아산재법의 그늘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11.01 14:01:49
  • 호수 13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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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게 태어난 아이 어떡하나요”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아픈 상태로 태어난 아이들이 있다. 이 아이들의 공통점은 부모가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직업을 가졌다는 것이다. 장이 굳거나, 신장이 없는 등 심각한 질환을 가진 채 태어난 아이들을 대상으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는 ‘태아산재법’이 시행을 3개월 앞두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태아에게 건강상 안 좋은 영향을 주는 유해물질들을 17개로 단정지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이하 태아산재법)은 여성 노동자의 업무상 유해 환경으로 인해 건강 손상을 입은 태아에 대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는 개정안이다. 이 개정안은 지난해 12월9일 오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지난 1월11일 공포됐다. 시행은 내년 1월12일부터다.

새 개정안

이 법은 ‘제주의료원 태아 산재 사건’으로 생겼다. 해당 산재 사건의 발단은 2009년 제주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9년에 임신한 제주의료원 간호사 15명 중 5명이 유산하고, 4명은 선천성 심장질환아를 출산했다. 2011년부터 2012년까지 서울대 산학협력단은 역학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역학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주된 유해요인은 의약품 등 화학물질 노출, 환자 폭언·성희롱으로 인한 스트레스, 인력 부족·교대근무로 인한 육체적 부담 등인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에 따르면 당시 제주의료원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 수는 40명에서 60명 수준이었다. 제주의료원 간호사는 ▲오물 처리 ▲욕창 환자 드레싱 ▲사망환자 처리 보조 ▲타 병원 전원 행정업무까지 수행했다.


간호사들은 생식계에 장애를 유발하는 생식독성 물질을 상시 다뤘고,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임산부와 태아에 유해하다고 규정했던 카테고리 D·X 약물들도 포함됐다. 이 약물은 ▲아시트 과립 ▲달마돔정 ▲프로스카정 ▲자나팜정 ▲코다론정 ▲아테놀정 등이다. 

이곳 간호사는 취급 주의사항에 대한 교육을 이수하지 못했고, 환기 시설이 없는 곳에서 보호장비 없이 매일 200여정의 약을 분쇄했다.

이 같은 사실로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제주지사에 요양급여를 청구했지만 부지급 처분을 받았다. 이후 긴 법정 다툼이 이어졌고 2020년 4월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태아 산재를 인정했다. 태아산재법은 이렇게 만들어졌고 현재 시행까지 3개월 남았다.

1000가지 화학물질 중 17가지만 인정
병들어 출산한 반도체 노동자들 자녀

지금도 많은 부모가 태아산재법을 기다리고 있다. 반도체 회사에서 일하던 중 임신과 출산을 겪은 부모도 마찬가지다. 이달 출판한 도서 <문제를 문제로 만드는 사람들>(오월의봄)에는 반도체 회사에서 일한 부모가 겪은 아픈 현실을 상세하게 다뤘다.

이혜주씨(가명)는 삼성반도체 기흥사업장 대퓨전(확산) 공정에서 기기·장치 등의 운전자(컴퓨터 조작을 하는 직업)로 12년 근무했다. 디퓨전 공정에는 열처리 작업을 주로 해서, 고온 기계가 빼곡히 들어가 있다.

이씨는 열기 속에서 런 박스(웨이퍼가 담긴 박스)를 하루에 200개씩 들고 날랐다. 청정실에는 약품 냄새와 탄내가 진동했다. 이씨는 단순 작업이 지겨워져 퇴사했지만, 직장을 구하기가 어려워서 20대 중반에 다시 삼성반도체에 재입사했다.


2007년 이씨는 임신을 했다. 삼성반도체 직원은 대게 임신을 하면 퇴사했지만, 이씨는 직장을 구하기 힘들겠다는 염려로 계속 근무를 했다. 충격적인 소식은 건강검진에서 들었다.

태아 검진에서 아기의 한쪽 신장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태어난 아기는 모유를 삼키지 못하고 다 게워냈다. 신장 한쪽이 없다는 판정과 함께 선천성 식도폐쇄증이란 진단도 받았다.

장미선(가명)씨는 삼성반도체에서 8년을 근무한 뒤 임신 7주에 퇴사했다. 삼성반도체 기흥사업장과 온양사업장이 근무지였다. 장씨는 패키지 칩을 까맣게 입히는 몰드 라인에서 근무했다. 까만 먼지 속에서 분진용 마스크 없이 일했다.

180도가 넘는 온도에서 에폭시 수지를 녹여 칩을 몰딩하는 작업인 관계로, 유출되는 냄새와 열기가 심했다. 여기서 발생한 유해물질은 장씨에게 그대로 노출됐다.

장씨의 아들은 태어난 지 3일째 얼굴이 노래졌고, 변을 보지 못했다. 병명은 선천성 거대결장이었다. 장운동을 하지 못해 결장 끝부분이 거대해지는 병이다. 서울대병원에서 시멘트처럼 굳은 장을 드러내는 수술을 해야 했다. 장씨는 출산 후 갑상선암, 류머티즘, 뇌전증 진단을 받았고 자궁경부 이형성증 절제 수술을 받았다.

신장 없고, 장이 굳었는데…
더 이상 산재로 인정 어려워

삼성반도체 기흥사업장에서 일한 김수정(가명)씨는 임신 4개월 차 때 받은 산부인과 초음파 검사에서 “태아의 신장이 하나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소변이 역류해 백일잔치보다 요관 수술을 먼저 했다.

김씨의 아기는 ▲콩팥무발생증 ▲방관요관역류증 ▲lgA신증 진단을 받았다. lgA신증은 신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병으로 10만명 중 2명이 걸리는 희소질환이다.

이처럼 반도체 노동자의 자녀는 태어나면서부터 질환과 싸운다. 그러나 생식독성물질에 대한 정보 부족과 아이의 선천성 질병이나 기형을 ‘임산부 잘못’으로 만드는 경우가 있다. 이런 문제를 태아산재법이 해결해주는 것이다.

이 같은 태아산재법이 축소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 17일 고용노동부는 태아산재법 시행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태아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알려진 화학물질들은 1000가지가 넘는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의 시행령에는 이 중 단 17가지만 담겼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태아산재법에 대해 “의학적 연구에 있는 유해요인을 담았다”고 밝혔지만, 현실적으로 태아 산재에 대한 인간 대상 의학적 연구는 불가능하다. 결국 태아산재법이 시행되더라도, 태아산재법으로 자녀의 건강 손상을 산재로 인정받는 것이 어려워진 것이다.

또 고용노동부가 태아산재법 시행령에서 배제한 유해요인들 중 자녀에게 해가 없다고 증명된 것은 없다. 오히려 배제된 유해요인들은 부모의 생식 기능과 태아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됐다.


특히 화학물질의 경우 생식독성물질, 생식세포 변이 원성 물질과 같이 별도로 분류돼 관리되고 있다. 인간공학적 요인의 경우 과로, 스트레스, 교대근무 등에 대해 이미 법원에서 태아의 건강 손상과 인과관계가 인정된 바 있다.

허점

이 문제에 대해 가습기살균제참사피해자·범단체 빅팀스(victims)를 포함한 24개 단체는 “현재 국회에 고용노동부의 시행령 정치를 막기 위해 유해요인을 넓게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의 태아산재법 개정안이 발의돼있다”며 “국회는 이 개정안을 하루빨리 통과시켜, 국회가 만든 법을 누더기로 만든 고용노동부의 행태를 엄중히 꾸짖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용노동부는 만든 시행령이 곧바로 폐기되는 수모를 겪기 전에 현재 시행령안을 폐기하고 올바른 시행령안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태아산재 피해자들에 대해 정부가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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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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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를 둘러싼 정치권 로비·금품 제공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이른바 ‘통일교 특검’이 본궤도에 올랐다. 여야는 통일교의 정치권 금품 지원 의혹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법을 각자 발의한 뒤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31일 “2차 종합특검, 통일교·신천지 특검(법의 국회 통과)을 설(내년 2월17일) 연휴 전에 반드시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정치인 줄줄이 특검 수사의 초점은 정치인 개개인의 비위 여부를 넘어, 통일교가 어떻게 조직적으로 정치권에 접근해 정책·인사·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 제공이 있었는지 여부도 핵심이다. 수사선상에는 통일교 지도부와 핵심 실무 라인은 물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실명이 거론된 정치권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종교의 이름’으로 포장된 정치 로비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검은 출범과 동시에 통일교 내부 자금 흐름과 의사결정 구조를 정밀 추적하고 있다. 수사의 출발점은 통일교 고위 간부였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진술과 관련된 자료다. 윤 전 본부장은 검찰·경찰 조사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들에게 현금과 고가 물품이 전달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진술의 신빙성을 가리기 위해 통일교 본부 및 산하 단체 회계, 자금 집행 내역, 내부 문건을 대거 확보해 분석 중이다. 통일교 측은 “조직 차원의 불법 지시는 없었다”며 일부 인사의 개인적 일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으나, 특검은 지도부 보고·승인이 있었는지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 이번 특검이 주목받는 이유는 수사의 외연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와 수사 과정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전·현직 의원, 광역단체장, 정부 인사들의 이름이 잇따라 등장했다. 민주당에서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의원, 강선우 의원,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의 이름이 언론 보도에서 거론됐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성동 의원, 김규환 전 의원 등이 수사 관련 기사에 등장했다. 이들 대부분은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거나 “통일교와의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이었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특검은 진술과 물증을 대조해 사실관계를 가려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계열에서 가장 먼저 거론된 인물은 전 전 장관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2018년 전후 통일교 고위 인사로부터 현금 또는 고가 물품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이 수사 과정에서 나왔다. 여야 각자 특검법 발의 후 협의키로 여야 막론 정교 유착 전모 밝혀지나 해당 의혹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통해 처음 알려졌고, 이후 경찰과 특검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핵심 쟁점은 실제 금품 전달 여부와 함께, 당시 전 전 장관의 직무와 관련된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전 전 장관은 관련 보도 직후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해 오고 있다. 같은 당의 임 전 의원 역시 통일교 정치권 로비 의혹 명단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의 경우 구체적인 금액이나 전달 시점이 특정되지는 않았지만, 통일교 측이 “여야 정치인 다수에게 자금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과정에서 실명이 언급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특검이 임 전 의원을 포함한 인사들에 대해 소환 조사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쟁점은 통일교와의 관계가 단순한 접촉 수준이었는지, 아니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하는 금품수수로 이어졌는지다. 임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강 의원은 금품수수보다는 ‘접촉·관리 대상’ 의혹으로 이름이 거론됐다. 보도된 통일교 관계자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언급에서 강 의원의 이름이 등장했다는 내용이 전해지면서다. 해당 보도들은 통일교 측이 정치권 인사들을 분류·관리하며 접근 전략을 세웠다는 의혹을 전하는 맥락에서 강 의원을 언급했다. 현재까지 강 의원과 관련해 현금이나 물품 제공 정황이 확인됐다는 보도는 없다. 그는 통일교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노 전 실장 역시 통일교 인사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문건에서 이름이 언급됐다는 언론 보도로 연관 의혹이 제기됐다. 그의 경우도 금품수수 의혹보다는, 통일교가 ‘영향력 있는 정치·권력 인사’로 인식하고 접촉을 시도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노 전 실장 측은 통일교와의 불법적 관계나 금품수수는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 의원이 통일교 특검 국면에서 가장 무겁게 거론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이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또는 현금 성격의 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압수수색이나 계좌 추적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권력 과시 여야 통일? 쟁점은 자금이 실제로 전달됐는지, 전달됐다면 정치자금으로 신고됐는지, 그리고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권 의원 측은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통일교 측이 관리·접촉 대상으로 삼았던 정치인 명단 관련 보도에서 이름이 등장했다. 그의 경우도 구체적인 금품 전달 사실이 확인됐다는 보도보다는,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접점 인사’로 분류됐다는 정황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수사기관은 통일교 자금과의 실질적 연결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했다. 이들 사례를 시기별로 정리하면 공통적인 흐름이 드러난다. 2018년 전후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로비를 담당하는 실무·재정 라인이 가동됐다는 진술이 나오고, 2022년 이후 통일교 지도부 관련 사건이 불거지면서 과거 정치권 접촉 내역이 재조명됐다. 2024~2025년에는 경찰 수사와 특검 출범을 계기로 통일교 고위 인사 진술, 녹취, 내부 문건 일부가 언론에 공개되며 정치인 실명 보도가 잇따랐다. 의혹의 유형을 나누면 세 가지로 첫째, 전재수·권성동처럼 현금 또는 정치자금 성격을 띤 자금 제공 의혹이 직접 제기된 경우다. 둘째, 임종성처럼 통일교 측 진술에서 ‘자금 전달 대상’으로 언급됐으나 구체성이 아직 부족한 경우다. 셋째, 강선우·노영민·김규환처럼 통일교 내부 녹취나 문건에서 ‘접촉·관리 대상’으로 거론된 경우다. 특검은 이 세 유형을 종합해 통일교의 정치권 접근이 우발적이었는지, 아니면 계획적·조직적이었는지를 판단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특검의 법적 판단은 몇 가지 체크 리스트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자금 또는 물품이 실제로 정치인 또는 그 측근에게 전달됐는지에 대한 물증(계좌 흐름, 현금 출처, 구매 내역)이 확보되는지 여부다. 줬다는데 안 받았다 또 해당 정치인의 직무와 관련된 청탁이나 편의 제공 요구가 있었는지, 즉 대가성이 입증되는지다. 이어 자금이 개인 차원의 일탈이 아니라 통일교 지도부 또는 조직의 승인·묵인 아래 이뤄졌는지 여부다. 또 정치자금으로 볼 경우 신고 누락이 있었는지, 뇌물로 볼 경우, 공소시효와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다. 현재까지 통일교 특검에서 거론된 정치인들과 관련한 보도는 모두 ‘의혹 제기’ 또는 ‘수사 진행 상황’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특검이 이 사안을 개별 정치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종교단체가 정치권을 상대로 벌인 장기적 로비 구조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소환과 기소 여부에 따라 파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특검이 향하는 끝이 어디인지, 그리고 정치권 전반의 신뢰 문제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검 수사의 또 다른 축은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고가 선물 수수 의혹이다. 통일교 측이 명품 가방과 귀금속 등을 전달하며 각종 편의를 기대했다는 의혹이다. 이 사안은 정치인 대상 로비와는 별도의 트랙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특검은 통일교 지도부가 동일한 자금·조직 라인을 활용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며, 두 사건을 구조적으로 연결해 보고 있다. 특검이 들여다보는 ‘로비 방식’은 전통적인 봉투 전달에 국한되지 않는다. 통일교 및 연계 단체들은 국제회의, 평화 포럼, ‘평화대사’ 위촉 행사 등을 통해 정치인과의 접점을 넓혀 왔다. 문제는 이 같은 공식 행사 뒤편에서 현금·물품 제공이나 정치적 대가성 요구가 있었는지다. 특검은 행사 전후 일정, 면담 기록, 수행 인력 동선, 통신 기록 등을 종합 분석해 접촉의 성격을 규명하고 있다. 특히 정치자금법상 신고되지 않은 후원이거나, 직무 관련성이 인정될 경우 청탁금지법·뇌물죄 적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린다. 여야 모두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파장 관리에 고심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하나같이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 레퍼토리 반복···한 입서 나온 증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불법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원칙론을 내세웠다. 여권과 야권 일각에서는 “특검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경계론도 제기된다. 그러나 특검 수사 대상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확대되면서, ‘편파 수사’ 논란은 힘을 잃는 분위기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특검의 성패가 ‘대가성 입증’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한 친분 관계나 종교 행사 참석만으로는 처벌이 어렵고, 금품 제공과 구체적 직무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 공소시효 문제도 변수로 작용한다. 특검이 초기부터 강제수사에 나선 배경에는 이 같은 시간적 제약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일교 특검은 한국 정치사에서 반복돼온 ‘종교-정치 유착’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종교의 자유와 정치의 독립성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어디에서 충돌하는지, 그 경계선을 명확히 그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수사가 개인 처벌에 그칠지, 아니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통일교 특검이 던진 질문은 “정치가 누구의 돈과 조직에 의해 움직였느냐?”다. 특검의 칼끝이 어디까지 향할지, 그 결과가 한국 정치의 신뢰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핵심 피고인·피의자로는 통일교 지도부(한학자 총재)와 통일교 고위 간부(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등이 거론된다. 한 언론은 특별검사팀 발표를 인용해 한 총재가 통일교 자금의 유용 및 증거인멸 지시, 정치자금법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됐고, 김건희(전 영부인)씨 및 권 의원(국민의힘) 등에게 전달된 것으로 의심되는 금품·자금이 수사의 초점이라고 전했다. 특히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은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 2022년 7월 김씨에게 명품 등을 제공했다는 의혹 등이 ‘수사기관 주장’으로 적시돼있으며, 당사자들은 부인 취지 입장을 밝혀왔다. 로비 자금의 ‘규모’ 논란을 키운 장면은 통일교 핵심 시설(가평 천정궁) 압수수색 과정에서 거액 현금이 발견됐다는 보도였다. <MBC>는 특검 압수수색 당시 한학자 총재 개인 금고에서 외화 포함 약 280억원 상당 현금이 확인됐다며, 이 돈이 통일교 회계와 별개로 관리된 자금이라는 점 때문에 ‘정치권 로비 자금’ 의심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2022년 지방선거 전후 ‘정치 후원금’ 형태의 지원 의혹으로는, 법정 진술을 인용해 유상범 의원(국민의힘), 백경현(경기 구리시장), 김진태(강원도지사) 등의 이름과 액수가 거론됐다고 알려졌다. 또 나온 김건희 통일교 로비 의혹의 ‘작동 방식’으로 자주 지목되는 것은 산하·연계 조직의 외피를 통한 접점 확보다. 예컨대 UPF(천주평화연합) 같은 NGO 성격 단체가 각종 국제 행사(월드서밋 등)를 주최하고, ‘평화대사’ 위촉 등으로 정치인·지자체 관계자·지역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확장해 왔다는 설명이 반복된다. UPF가 권역을 나눠 주요 인사를 접촉·관리하는 구조였다는 의혹을 전하며, 자금 집행과 조직적 접촉이 실제 정치자금 제공이나 청탁과 연결됐는지가 수사의 핵심이라고 짚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