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하면 꺼내든 탄핵카드 후폭풍

정권 끝까지…일단 던지고 본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연속적으로 장관 해임, 탄핵 카드를 꺼내고 있다. 주무부 장관을 압박해 윤석열정부 국정 동력에 타격을 주겠다는 취지다. 이 정도면 탄핵 중독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원하는 대로 되면 좋지만 민주당에게도 여러 가지 부담이 따른다. 아직 여론이 확실히 기울지 않아서다.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논란이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 건의안으로까지 전선이 확대됐다. 여야 간 공방이 갈수록 심해지는 양상이다. 박 장관의 해임 건의안, 윤 대통령의 비속어, 외교 참사 논란 사안은 지난 4일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한 명씩
발목 잡기 

더불어민주당은 해당 자리에서 영국 조문 취소, 48초 환담, 한일 정상회담의 간담회 논란 등을 꺼내고, 박 장관을 몰아붙였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정치공세라며 적극적인 방어태세를 펼치며 박 장관을 옹호했다. 결국 외통위 국정감사는 30분 만에 파행을 맞았고, 박 장관은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외통위가 다시 국정감사를 시작한 시각은 이날 오후 2시경이다. 박 장관 역시 다시 자리했으나, 정회와 재개가 반복됐다. 

박 장관의 해임 건의안은 지난달 30일 민주당이 단독으로 의결한 사안으로 169명의 소속 의원 전원 이름으로 발의됐다.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 외교에서 참사가 발생했으니 외교부 수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다. 


민주당이 해임 건의안을 발의하기 전 민주당은 박 장관을 비롯해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김은혜 홍보수석 등의 교체를 촉구한 바 있다. 대통령실에서 별다른 반응이 없자, 민주당은 즉시 해임 건의안을 통과시켰다. 

박 장관은 자신의 해임 건의안이 통과되자 “흔들림 없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윤 대통령 역시 박 장관에게 굳건한 신임을 보내며, 하루 만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단순히 민주당의 정치공세로 보는 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이 이토록 최근 해임 건의안, 탄핵 등 국무위원 불신임 조치 공세를 벌이는 이유는 정치적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에게 ‘불통’ 이미지를 더욱 덧씌우려는 셈이다. 취임 직후 대통령실은 인적 쇄신을 머뭇거렸던 바 있다. 

그러나 여론이 악화되면서 뒤늦게 칼을 빼들었고 인적 개편을 단행했다.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하락한 이유도 외교 성과에 대한 논란은 제쳐두더라도, 비속어에 따른 논란이 일파만파 커진 데서 시작됐다. 하지만, 대통령실의 사과는 없었고 대신 변명으로 일관했다.

이런 탓에 민심과 싸운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고, 고집과 불통 이미지가 한층 더 깊어졌다. 결론적으로 중도층과 무당층이 이탈할 수밖에 없던 것이다. 

민주당이 윤 대통령 이미지를 악화하기 위해 파고든 부분으로 실제로 국정 지지율도 다시 20%까지 떨어졌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지지율이 연속해서 하락하는 데 자신감을 얻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박 장관을 통해 여론 반응도 살폈다. 해외 순방에 대한 부정 평가는 65% 이상으로 높았다.

장관 해임으로 국정 동력에 타격
오히려 정치인 몸값 키워주는 꼴


누군가는 해외순방 외교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는 여론도 높게 나왔다. 이 같은 여론 속에서 대통령실은 외교 문제와 관련해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이런 탓에 거부권을 행사한 윤 대통령이 얻을 실익이 없어졌다.

민주당은 그동안 탄핵 카드로 재미를 톡톡히 봤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촛불 정권을 탄생시켰고, 180석이라는 매머드급 당까지 만들어줬다. 여론을 주도해온 민주당을 향한 지지는 압도적이었다. 일각에서는 보수 세력이 망했다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민주당의 꾸준한 헛발질은 오히려 독이 됐다. 지지율은 폭삭 주저앉았고, 틈만 나면 꺼내들던 탄핵이라는 단어에 오히려 반감을 드러내는 이가 적지 않다. 다만 장관 해임 건의안이나 탄핵은 민주당이 늘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사안이다. 민주당은 여기서 멈추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의원의 과반수가 찬성하면 의결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맞이했던 패배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모양새다. 독단적인 행보가 선거에서 독이 된 경험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탓에 직접적인 탄핵안을 발의하기보다는 국무위원을 향한 발언 수위를 높인다. 

이번 박 장관 해임 건의안 역시 단순 망신주기에 그치지 않았다는 시각이 큰 측면도 있다. 우선 최대한 국무위원에 대한 흠집내기로 불신임을 강조해 여론전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의 탄핵 후보 리스트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포함돼있다. 민주당이 한 장관의 탄핵을 주장하는 이유는 시행령으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뒤집는 시도를 했다는 데서 촉발됐다. 이른바 검수원복이다. 우선 한 장관 고발부터 시작했다.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개정안을 둘러싼 권한쟁의심판에서 한 장관이 직접 출석한 모두 진술이 문제라는 데서 비롯됐다.

그가 모두 진술을 통해 허위사실을 유포했고, 자신들의 명예가 훼손됐다는 이유다. 민주당이 단독 의결했던 검수완박으로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대상에서 6대 중요 범죄인 공직자, 대형참사, 방위사업, 선거, 공직자는 빠졌다. 

재미보던
과거 시절

이 중 수사 개시 범위를 경제, 부패 등으로 한정지었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등’을 폭넓게 해석했다. 직무유기,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기부 행위 등 일부를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부활시킨 것.

민주당을 제대로 한 방 먹인 셈이다. 이는 한 장관을 더욱 차기 대권주자로 인식하도록 만든 계기다. 현재 한 장관은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이제는 한 장관의 태도 문제를 물고 늘어진다. 발언에 있어서 최소한의 예의나 규칙을 따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한 장관의 탄핵을 추진하는 게 오히려 독이 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한 장관은 대중에게 ‘엘리트 중 엘리트’로 불린다. 보수층을 비롯해 중도층에게 한 장관은 좋은 이미지로 각인돼있다. 또 한 장관의 탄핵을 주도한다고 해도 오히려 과거 추-윤(추미애-윤석열) 사태의 결과를 반복할 수 있다며 우려한다.

이와 함께 한 장관이 정치적 세력을 더욱 불릴 수 있도록 하는 행위라는 인식이 가득하다. 한 장관 역시 민주당이 쉽게 자신을 탄핵시킬 수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인다. 지난달 29일 그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할 일을 하면서 헌법 절차에 당당히 임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오히려 한 장관의 몸값만 올려주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데 동의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오히려 민주당의 실력 없음만 드러내는 꼴이 될 수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한 장관 탄핵은 시기상조라는 말이 나온다. 

한 장관에 이어 민주당은 이 장관의 탄핵도 여론에 슬쩍 띄웠다. 이 장관을 탄핵해야 하는 이유로 경찰국 신설을 꼽는다. 

박진 이어…
다음은 누구?

경찰국은 30여년 전 폐지했던 기능을 부활시킨다는 논란이 인 바 있다.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는 경찰의 민주적 관리와 운영을 효율적으로 수행시키겠다는 방안이다. 권고안에는 행정안전부 내에 경찰 관련 지원조직을 신설하고, 감찰 및 징계 제도의 개선, 수사의 공정성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행정안전부 내 경찰 지원 조직을 신설해 행정안전부 장관이 총경급 인사에 관여할 방법을 마련한 셈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에서는 즉각 반대 목소리를 내는 한편, 이 장관을 탄핵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권은희 의원이 당내서 유일하게 비판했으나 실제 경찰국과 관련한 공청회 개최 등 논의는 민주당이 계속 주도했다.

심지어 권한쟁의심판 청구와 이 장관 탄핵소추안 발의 등이 지난 7월부터 거론돼왔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 역시 경찰국 신설을 두고 “이 장관을 탄핵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뒷전으로 밀린 모양새다. 여러 불안 요소가 존재해 실질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서지 못하는 중이다. 민주당의 권한쟁의심판 청구는 아직까지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는데 탄핵을 꺼내든 순간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 민주당이 먼저 나서서 탄핵하는 게 오히려 국민의 반감을 사기만 할 뿐이라는 이유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민주당은 추 장관을 또 다른 탄핵 목표로 정한 모양새로 최근에는 그에 대한 탄핵설까지 흘러나온다. 

대통령 불통·고집 이미지 각인
중도층 민주당에 붙으면 가능?

추 장관의 탄핵 사유는 영빈관에 대한 자료 제출 불응 등이다. 영빈관은 윤 대통령이 878억원을 들여 외빈 접견을 위해 신축하겠다는 계획이 나왔으나 여론이 좋지 않자 하루 만에 철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자 민주당은 기재부에 영빈관 예산과 예타(예비 타당성) 면제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했으나 기재부가 거절했다. 이런 탓에 민주당은 재차 추 장관의 탄핵 카드를 꺼내려는 모양새로 고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실효성은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여야의 대립을 더욱 심화하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장관과 윤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압박하는 법안도 발의됐다. 민주당 김남국 의원을 필두로 국회가 직접 장관을 해임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국회에서 서류 등 제출을 요구받은 국가기관이 별다른 이유 없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잘못된 자료를 제출하면 주무 장관의 해임을 건의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공동 발의자로는 서영교, 장경태 최고위원과 강득구 원내부대표 등 당 지도부 의원들이 함께 한다. 그만큼 당 지도부가 장관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 같은 상황에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걸핏하면 탄핵으로 여론을 주도하려고 하는데, 지금까지 탄핵을 띄워 여론이 압도적인 적이 있었느냐”며 “단순 이슈화를 통해 여당 발목잡기에 나서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국민의힘도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민주당이 지속적으로 여론전에 나서고 있는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민주당도
역풍 우려

민주당이 연속해서 장관 탄핵을 거론하는 이유는 민주당 지지층을 한층 더 결속시키려는 취지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지지율이 역전당한 상황에서 중도층 이탈도 가속화된 상태다. 중도층 표심이 민주당 쪽을 지지하게 되는 경우, 민주당이 절대 우위를 차지하게 될 수도 있다. 민주당이 여론전을 계속 펼치고 있는 이유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자신의 지지율만 지키키에 급급해 무리수를 던지고 있다”며 “해당 행위가 오히려 민주당에게 악수로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론조사 최악 성적표 결국 대통령 탓?

윤석열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가 여전한 가운데, 지지율은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보수층의 핵심 지역인 곳에서도 민심이 흉흉하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가 더 드리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일 아침 도어스테핑에 나서고 있지만,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논란에는 답변을 피하고, 이번 해외 순방에서의 논란 역시 말을 아꼈다.

대통령실은 15시간 만에 사과 없이 설명만 했다.

또 윤 대통령은 자신의 문제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문재인정부는 안 했냐는 반문으로 여전히 과거 탓을 해 불통 이미지를 부각한다.

이에 대해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반성도 없이 적반하장, 책임 전가의 고집불통”이라며 윤 대통령을 꼬집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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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