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 창업 트렌드 - 생맥 대신 소주다!

서울 지하철 이수역 주변 먹자골목에 있는 해산물요리 전문점 ‘어사출또’ 매장은 저녁 6시가 되면 만석이다. 그 시간부터 약 2시간 동안 165㎡(약 50평) 규모 매장은 소주와 회를 즐기는 고객으로 북적인다.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하모(57)씨는 “해산물 요리 메뉴도 저렴해 친구와 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서 자주 들르게 되는 것 같다”며 “최근 경기가 나빠지면서 생맥주만 해도 여러 잔 마셔야 되는 부담감이 있어 소주를 자주 찾게 되는 것 같다. 특히 소주 안주로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저렴한 곳이 인기가 높아지는 느낌”이라고 주당으로서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소주가 뜨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특징 중 하나는 소주를 찾는 고객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치킨 호프집이나 생맥주집에도 생맥주 대신 소주를 찾는 고객이 증가하고 있다. 생맥주는 여러 잔 마셔도 배만 부르고 잘 취하지 않아 젊은 층에서는 적은 양으로도 알딸딸하게 취할 수 있어 소주를 많이 찾고 있다.  

한두 잔만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창업 전문가들은 “치킨 호프나 생맥주집에서 소주를 더 많이 먹는 경향이 젊은 층의 음주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며 “이는 극심한 불황에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심리와 함께 배가 부른 호프보다 소주가 간단하게 술잔을 기울일 수 있어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처럼 소주를 찾는 고객의 수가 증가하고 있는 사례는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서울 도곡동에 자리한 숯불치킨 전문점도 소주 손님이 많은 편이다. 숯불양념치킨에는 호프가 더 어울릴 것 같지만 소주를 마시는 손님이 더 많다고 점포 점주는 밝혔다.

점주 장모씨는 “배달 주문도 치킨에 생맥주를 시키는 고객은 별로 없다. 치킨만 시키든지, 간혹 소주와 생맥주를 시키는 고객이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그리고 “홀에서는 칵테일의 일종인 하이볼도 잘 나간다. 배가 많이 차는 호프보다 간단하게 즐기는 음주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것 같다”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호프 대신 수제 생맥주를 찾는 고객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서울 신논현역 근처 골목상권의 유명 브랜드 치킨 호프집은 수제 생맥주를 두 종류 판매하고 있는데, 고객들이 호프 대신 수제 생맥주를 많이 찾고 있다고 한다. 대신 과거처럼 호프를 여러 잔 마시지 않고, 수제 생맥주를 한두 잔 마시거나 소주를 함께 먹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런 음주 문화 변화는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정착되고 있다는 것이 창업 시장의 전언이다. 

이 같은 소주 문화 확산은 이미 수년 전부터 그 기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살얼음 생맥주로 돌풍을 일으키다 최근 사모펀드에 1000억원대 가치로 매각된 역전할머니맥주도 매장에서 소주를 마시는 고객이 더 많다고 전했다.

역전할머니맥주는 ‘가격은 낮추고, 메뉴는 쪼개는’ 전략으로 성공했다. 살얼음 맥주로 젊은 층을 점포로 유인한 다음 안주 메뉴 쪼개기로 가격을 대폭 낮춰 고객만족도를 높인 것이 성공요인이다. 다양한 소주 안주 메뉴를 선보인 것은 젊은 층 고정 고객을 확보하게 된 최상의 전략이었다. 

‘고물가 시대’ 저용량 음주문화 확산
배부른 호프보다 간단하게 한잔 선호

안주 메뉴 단가를 낮춰서 다양한 안주 메뉴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 인기 비결이다. 오징어입, 먹태 등 막 구워낸 마른안주와 소시지, 튀김류, 라면 등 30여 가지 안주 메뉴를 갖췄다. 500cc 호프 가격은 3500원, 안주류 가격 또한 평균 7000~8000원이기 때문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고객은 안주를 두세 개 시켜도 저렴해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이러한 전략은 기존의 치킨 호프집은 안주 가격의 객단가가 높아서 추가 안주를 주문하기가 부담스러웠던 고객의 마음을 잘 간파한 것이다.  


물론 이렇게 하려면 안주 메뉴 모두 맛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역전할머니맥주는 그런 맛 경쟁력을 확보했다. 특히 역전할머니맥주는 소주 안주 메뉴도 인기가 높아 소주 판매량도 꽤 많은 편이다. 이런 메뉴 구성은 남성보다 더 섬세하고 개성이 강한 여성 고객에게 어필해 고객의 60%를 여성이 차지할 정도로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러한 역전할머니맥주의 인기를 이어서 ‘인쌩맥주’도 최근 인기몰이 중이다. 이수역 역전할머니맥주 맞은편 매장은 역전할머니맥주 못지않게 손님으로 가득 찬다. 특히 인테리어가 좋아 여성 고객 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점포가 200여개 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인쌩맥주는 이리저리 생활에 찌든 MZ세대들이 현실 도피처로 부담 없이 자주 찾을 수 있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인쌩맥주는 많은 젊은 층 마음을 사로잡아 창업시장에 돌풍을 일으켜 초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엔데믹 시대를 맞아 중저가 와인카페 ‘오늘 와인한잔’도 젊은 여성층을 중심으로 인기가 높다. 이는 맛과 안주 메뉴의 다양성, 그리고 인테리어 분위기까지 젊은 층 여성 고객을 공략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와인 한 병의 가격은 1만8000원에서 4만~5만원대까지 저렴한 편이다.

와인의 대표 안주인 ‘모든치즈&크래커’를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수제맥주 역시 3900~5900원으로 여성 고객들이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오늘 와인한잔은 와라와라의 창업주 유재용 대표가 야심차게 추진한 브랜드로 알려지면서 와인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브랜드이다. 젊은 층과 특히 여성 고객층으로부터 큰 인기를 누리고 있고, 가격 또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서 당분간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저가

이같이 최근 주점의 경우 소주, 칵테일, 와인 같은 저용량의 술이 잘 팔린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독특한 칵테일이나 지방 특산물 주류를 저렴한 가격에 선보인다면 의외의 성과를 낼 수도 있는 게 지금 트렌드다. 배달 문화가 빠르게 확산된 것은 코로나19의 영향이 컸다. 마찬가지로 소주, 칵테일, 저가 와인 등 저용량 음주 문화도 극심한 경기침체 분위기와 함께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그 징조가 시장에서는 이미 나타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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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