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뽕쟁이’ 돈스파이크

대중도 가족도 속인 추악한 민낯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잘나가던 작곡가 겸 만능 엔터테이너로 불린 돈스파이크가 몰락했다. 지인들과 수차례 마약을 투약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방송사들도 손절에 나섰다. 최근까지 방송 출연도 활발했던 그가 마약을 투약한 건 결혼 전부터다. 특히 동종 전과가 3번이나 있던 것으로 알려져 상습범이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돈스파이크는 <나는 가수다>에 출연했던 김범수의 담당 편곡자로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었다. 이외에도 <진짜 사나이> <슈가맨> <미스터리 음악쇼 복면가왕> 등 여러 예능프로그램에서 모습을 보였고 <식신로드 LIVE> 고정 MC로 매주 출연해 먹방을 보여 주기도 했다. 자신의 인기에 취한 탓일까? 잘나가던 셀럽 돈스파이크는 마약 투약으로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000회분 소지
한 호텔서 체포

돈스파이크는 1977년 1월24일 서울에서 태어났다. 휘문고를 졸업해 연세대 음대에 진학했으나 제적당했다. 이름의 유래는 스페인어로 귀족을 칭하는 경어 ‘Don’과 ‘긁다’라는 뜻의 ‘스파이크’를 합친 거라고 MBC <라디오스타>에서 설명했으나 사실 돈까스+스파게티+스테이크라고 <슈가맨>에서 밝혔다.

그가 연예계에 처음 발을 들인 것은 그룹 포지션 객원 연주자로였다. 그러던 와중에 작곡 능력을 인정받아 가요계 여기저기서 작곡을 의뢰받게 돼 전문적인 대중음악 작곡가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2013년부터 한국국제예술원의 교수로 재직 중인 돈스파이크가 작업한 대표 노래로는 엑소의 ‘12월의 기적’, 코요태의 ‘경고’, 브라운아이드소울의 ‘go’, 이석훈의 ‘고백’, 나얼의 ‘귀로’, 김범수의 ‘그댄 행복에 살텐데’, 김연우 ‘중독된 사랑’ 등이 있다.

그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자신의 수입에 대해 “한 달에 대기업 초봉 정도를 번다”고 말하기도 했다.


2018년경부터는 본격적으로 예능프로그램에 활발히 출연하며 방송활동을 하게 됐지만 수줍음이 많아 본인이 그런 쪽으로 갈 줄은 몰랐다고 한다. 특히 <나는 가수다>에 출연했던 김범수의 담당 편곡자로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졌다.

같은 해 평창 동계올림픽의 SPP(스포츠 프리젠테이션) 부문 총괄 음악감독으로 선임됐고 당시 경기장 내 선곡되는 모든 음악 및 음향 콘텐츠의 연출을 책임졌다.

그는 작곡가 이전에 미식가이기도 하다. 2017년 10월15 방영된 <미운 우리 새끼>에서 박수홍·윤정수가 돈스파이크 집에 놀러갔는데, 해당 방영분에서 고기 요리를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20인분쯤 되어 보이는 대형 쇠고기를 거의 자르지 않고 통째로 스테이크로 구워서 세 사람이 나눠 먹었다.

‘고기 방석’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의 초대규모 스테이크에 먹는 사람들도 목장갑과 비닐장갑을 겹쳐 착용해 양손에 잡고 뜯어 먹었는데 ‘고기 뜯는다’는 말을 몸소 보여주는 장면으로 시청자들의 식욕을 돋우며 먹방계의 한 획을 그었다.

당시 돈스파이크는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큰 화제를 모았다. 이후 여러 블로거들이나 유튜버들도 돈스파이크 스테이크에 도전하는 등 돈스테이크 열풍이 유행했다. 이를 계기로 돈스파이크는 연예계의 대표적인 고기 애호가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하면서 이마트 스테이크 모델로도 발탁되고, 직접 식당까지 차리면서 여러 푸드 관련 방송에 출연했다.

돈스파이크는 한 인터뷰에서 “언제부터 <미우새>에 나온 것처럼 고기를 먹기 시작했느냐”는 질문에 “<미우새> 찍을 때부터”라고 대답했다. 그는 “<미우새>를 찍기 전 펜션으로 MT를 갔는데 거기서 통 바비큐용 큰 갈비짝이 있길래 거기서 장난으로 들고 먹는 것처럼 사진을 찍었다. 그걸 본 <미우새> 작가가 이걸로 가자고 해서 시키는 대로 했다”고 말했다.

유명 톱가수 편곡 담당서 사업가로 변신
2018년부터 예능 출연해 시청자에 관심


돈스파이크 본인 입장에서는 인생 후반전을 바꿔준 아주 고마운 사건이라고 한다.

돈스파이크는 음악 편곡 실력만큼이나 요리 실력도 뛰어나서 여러 가지 향신료를 직접 조제해 카레를 만들고, 고기 요리의 경우 자신만의 레시피로 양념을 만들어 요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 초창기 때 식당 운영에 도전장을 던졌으며, 방송인 차오루와 함께 충무로에서 프로젝트성이지만 음식 장사를 하기도 했다. 단순히 이벤트성이 아닌, 제대로 하려고 준비를 해오고 그 결과를 보여줘 백종원도 칭찬한 바 있다. 도전 메뉴는 슈니첼이었으며 실전에서도 음식은 맛있었지만 지나치게 많은 양으로 대접하다 보니 재료가 모자라는 사태가 생기기도 했다.

2019년 10월 말에는 직접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이태원동에 BBQ&스테이크 전문점인 ‘로우 앤 슬로우’를 정식 오픈했다. 오픈 이후 한 유튜브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가게 경영은 여동생이, 자본은 돈스파이크의 지인이, 조리 기술은 본인이 맡았다.

해당 전문점은 보통 하루 매출이 1000만원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재료비로 많이 빠져나가는 탓인지 실수익 중 남은 돈이 별로 없다고 한다. 본인 주장이긴 하나 돈스파이크도 종업원들과 똑같이 월급은 310만원을 받고 있었다.

큰 체구와 어울리게 상당한 대식가이기도 한 그는 미국에서 스테이크를 한화 120만원어치 먹었다고 한다. 하지만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주장한 바에 따르면 평상시에는 소식하며 어쩌다 많이 먹고 싶은 날에는 대식을 했다.

돈스파이크는 결혼 두 달 전부터 유흥업소 종사자들과 필로폰을 투약했다. 통상 필로폰은 개인이 아닌 남녀 다수가 모여서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임기환 부장판사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돈스파이크에 대해 지난달 28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돈스파이크와 함께 마약을 투약한 혐의를 받는 이른바 ‘보도방’ 업주 A(37)씨도 함께 구속됐다.

돈스파이크는 A씨와 지난 4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서울 강남 일대 호텔 파티룸을 빌려 여성 접객원 2명과 마약을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체포 당시에는 호텔에 돈스파이크 혼자 있었지만 경찰은 이전 두 차례 투약 때 A씨, 여성 접객원 등과 함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잘나가던
작곡가가…

돈스파이크 수사에 앞서 경찰은 마약 투약 혐의로 A씨와 여성 접객원 등을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었다. 조사 과정에서 한 여성 접객원이 ‘돈스파이크와 마약을 한 적이 있다’는 취지로 진술해 돈스파이크도 수사선상에 오르게 됐다.

경찰은 돈스파이크에 대한 수사에 나서 지난달 26일 오후 8시쯤 강남구 한 호텔에서 돈스파이크를 체포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그가 소지하고 있던 필로폰 30g도 압수했다. 통상 1회 투약량이 0.03g인 점을 고려하면 약 1000회분에 해당한다.


돈스파이크는 체포된 뒤 받은 마약 간이시약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왔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정을 의뢰한 상태다. 돈스파이크는 마약 투약을 시작한 시점에 관한 질문에 “최근”이라고 답했으나 과거에도 수차례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약 한 달 전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내 머릿속에 4명이 산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돈스파이크는 지난 8월26일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에 출연해 “옛날부터 삶이 다 꿈속 같았다. 망상이나 공상을 많이 한다”면서 “망상을 많이 해서 머릿속에 민수, 민지, 돈스파이크, 아주바 4명이 회담하면서 산다. 4중 인격”이라고 말했다.

돈스파이크는 머릿속 4명의 캐릭터에 대해 “돈스파이크는 사업가, 민수는 나, 민지는 집에 혼자 있을 때 나온다. 민지는 중3 소녀처럼 호기심 많고 착하다. 해외에서는 아줌바다. 아줌마와 바야바의 합성어”라며 “가끔은 5~6시간이 10분처럼 훅 지나간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저는 정신적으로 많은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도 언급했다.

당시 오은영 박사는 몇 가지 질문을 던진 뒤 “자폐스펙트럼 장애가 있으면 사회적 언어를 사용해 상호간 대화를 주고받기 어렵다”면서 “자폐스펙트럼 장애는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돈스파이크는 해당 프로그램에 출연해 “임신을 준비 중”이라며 "자녀를 낳는다면 획일적 교육을 받게 하고 싶지 않다. 학원은 물론 학교도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오 박사로부터 “자기 경험만으로 그런 결정을 하는 것은 안 된다”는 조언을 듣기도 했다.

최진묵 인천참사랑병원 마약중독 상담실장은 이를 “약물 후유증”이라고 진단했다. 최 실장은 23년 동안 마약 중독에 시달렸으나, 병원의 도움으로 이를 끊어낸 뒤 병원에서 회복 상담사로 근무하고 있다.


최 실장은 최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돈스파이크가)방송에서 ‘의처증이 있다’ ‘너무 집착한다’ 이런 인터뷰를 했더라. 필로폰을 하면 부인을 의심하고 집착한다”며 “그다음에 내 안에 여러 명이 있는 것 같다고 느낀다. 이성적인 나, 이성이 다 빠진 본능만 남아 있는 나, 이렇게 여러 사람이 안에 들어가 있다. 그런 것들을 경험한 것 같더라”고 설명했다.

인기 셀럽
한순간 나락

최 실장은 돈스파이크의 이 같은 행동이 마약 중독의 기본 증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 번의 투약으로 일반에서는 느낄 수 없는 쾌락을 느끼게 되기 때문에 뇌에서(마약을) 더 원한다”며 “(마약을 하기 위해)나도 모르게 아내에게 싸움을 걸고 화를 낸다. 이를 통해 스트레스를 만들어낸 다음에 ‘너 때문에 약을 하는 거야’ 탓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최 실장은 마약으로 인해 악순환이 반복되는 과정을 놓고 “지옥행 티켓을 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누구나 ‘이번만 하고 그만해야지’ 이런 생각을 하는데 그렇게 안 된다”며 “계속 빠져드는 거다. 전두엽이 망가진다고 보면 된다. 기억력도 없어지고 감정기복이 생기고 남의 감정을 읽지 못하고 나만 생각하고, 자기 중심적으로 변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은 다 폐인이 된다”며 “마약은 시작도 하지 말아야 한다. 호기심에 한 번 해보는 것조차 안 된다”고 강조했다.

돈스파이크의 마약 투약 사건으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건 방송사들이다. 4년 전 방송분까지 다시 보기 중단에 나서며 돈스파이크의 흔적을 지우고, 편성 자체를 취소하는 등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주요 방송사들은 먼저 돈스파이크의 출연분을 삭제하기 시작했다.

특히 돈스파이크가 여동생이나 아내 등 가족들과 등장한 방송분이 다수 온라인상에 남아있어, 더욱 다급하게 삭제에 나선 모양새다.

MBC 예능프로그램 <호적메이트> 제작진은 돈스파이크가 여동생과 함께 출연한 지난 5월 방송분의 다시 보기 서비스를 중단했다. 포털사이트 클립 영상 또한 빠르게 지웠다. KBS도 지난 2월 방송된 <자본주의학교>와 지난해 6월 전파를 탄 <랜선장터> 등의 다시 보기 콘텐츠를 삭제했다. 2년 전의 <1박2일 시즌 4>, 3년 전의 <편스토랑> 두 회분까지 말끔히 모든 콘텐츠의 다시 보기 서비스를 중단했다.

채널A는 비교적 최근인 지난 8월 말 방송된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와 지난 5월 방송된 <서민갑부>의 VOD를 삭제하고 재방송 또한 편성에서 제외했다. JTBC <착하게 살자>는 무려 4년 전에 전파를 탄 예능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제작진의 빠른 대처로 현재 다시 보기 서비스가 사라진 상태다.

돈스파이크가 예능프로그램에 활발히 출연했던 터라, 대다수의 방송국이 이번 사건으로 피해를 입었다. 그중에서도 IHQ가 가장 큰 손해를 봤다. 편성 자체가 취소됐기 때문이다. <맛있는 녀석들> <돈쭐내러 왔습니다>의 돈스파이크 출연 회차를 향후 편성하지 않는 것으로 방침을 세웠고, 특히 IHQ의 OTT <바바요>에서 공개된 <벗겨진 녀석들>을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할 예정이었으나 편성을 전면 취소했다.

10년 전부터 마약 투약…동종 전과3범
유흥업소 종업원과 수차례 필로폰 투약

언론에는 마약 관련 뉴스가 거의 매일 보도되고 있다. 최근 한 달 동안 보도된 마약사건 범죄 중 주요 사건들을 살펴보면, 20대 남성 A씨가 서울 성북구 자택에서 “죽여버리겠다”며 아버지와 할머니를 흉기로 위협한 일이 있었다.

경찰이 자택을 수색하자 주사기 2개가 발견됐고, A씨를 대상으로 한 마약 간이시약 검사에서도 필로폰 양성반응이 나왔다.

추석 당일 호텔에서 마약을 투약한 20대 여성 B씨도 경찰에 붙잡혔다. B씨는 환각 증세로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살려 달라” “누군가 나를 해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B씨는 SNS를 통해 알게 된 남성과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대학병원에선 30대 여성이 마약 추정 물질이 담긴 4개의 봉지와 흡입기를 가지고 있다가 적발된 경우도 있었다. 경찰은 이 여성을 임의 동행해 조사를 진행했다.

국민의힘 최영희 의원실이 지난 16일 법무부를 통해 확보한 ‘마약사범 연령별 현황’에 따르면 한국의 마약사범은 지난 2017년부터 작년까지 4년간 2018년과 지난해를 제외하고 꾸준히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10대와 20대의 마약사범 수의 증가율이 가파르다는 점이다. 10대 마약사범은 2017년 119명에서 지난해 450명으로 4년 만에 3.8배 증가했고, 같은 기간 20대는 2112명에서 5077명으로 2.4배 늘었다. 특히 10대 마약사범의 증가세는 모든 마약사범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았다.

지난달 말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가 검거한 마약 구매자 대부분도 20~30대 청년층이었다. 이들은 다크웹(특정 프로그램으로만 접속할 수 있는 웹사이트)과 가상자산을 이용해 마약을 구매했다.

경찰은 젊은 마약사범이 급증한 것은 코로나19 유행으로 비대면 구매 방법이 다양해진 영향으로 풀이했다. 마약 거래가 주로 인터넷으로 이뤄지는 만큼 이에 익숙한 청년층이 마약을 쉽게 구매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이 지난 15일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인터넷 마약류 사범 검거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2017년 마약사범 중 인터넷 사범은 12.4%였지만 지난해에는 24%로 증가했다.

일반인 다수가 마약을 구매·투약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온라인에는 마약 투약 시 처벌 수위를 구체적으로 묻는 게시글이 잇따르고 있고 트위터에 마약을 의미하는 은어를 검색하면 거래 글도 난무하고 있다. 구매 성공을 인증하는 글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증가하는 마약사범 증가세를 꺾기 위해서는 예방 교육과 더불어 마약 중독에서 벗어난 재활자들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시스템(체계)이 더 강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온라인에서 마약 관련 정보가 유통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는 관련 민원을 접수하거나 자체 모니터링을 실시하며 적극 대응하고 있다. 국내 서버의 게시글은 곧바로 삭제하고 트위터 등 해외 서버의 글은 국내 IP주소(인터넷규약주소) 접근을 차단하는 동시에 해외 유관기관과의 공조로 글을 삭제하고 있다.

방송가 영상
지우기 나서

하지만 실제 단속과 검거 성과엔 한계가 있다. 한 사람이 여러 계정을 만들 수 있고, 경찰 인력은 제한적이라 일망타진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해당 게시 글이 사기가 아닌 진짜 판매 글인지 확인이 필요해 처리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보다 신속하게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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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