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김건희’ 검찰 11월 신병처리 시나리오

영부인 수사 판 뒤집힐까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건희 여사의 새로운 녹취록이 공개됐다. 해당 녹취록은 서울중앙지법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판 과정에서 공개됐다. 윤석열 대통령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그간 김 여사가 주가조작 사건을 몰랐다는 주장을 정면 반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아직 김 여사에 대한 조사에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녹취록 공개로 상황이 반전됐다. 국정감사가 끝나는 11월이 되면 김 여사 신병에 대한 검찰의 판단이 굳혀질 전망이다.

“골드만삭스 출신이라고 해서 어? 이 양반한테 위탁관리를 좀 맡기면 괜찮겠다. 몇 달 맡겼는데 손실이 났고 안 되겠다 싶어서 그 사람과 절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국민의힘 경선 토론회에서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에 대해 해명한 말이다. 

드러난 대화

윤 대통령의 이 발언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더불어 김 여사가 직접 도이치모터스 주식 매수를 지시한 정황도 포착됐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수한 것은 김 여사가 아니라 계좌를 맡았던 이모씨였고, 두 사람이 절연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주가조작 선수인 이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의 주장은 거짓말로 드러났다.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1차 작전(2010년 1월부터 5월 사이) 이후 이씨에게 자신의 다른 계좌에서 주문을 낼 수 있는 권리를 줬다. 또 본인이 직접 신한금융투자 직원과 통화해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수 주문했다.


지난 5월 서울중앙지법 도이치모터스 공판에서 공개된 변호인은 증인이었던 이씨에게 “1월12일부터 김건희 계좌를 통해 도이치모터스 주식 주문을 냈느냐”고 물었다. 이씨는 “1월12일은 제가 안 했고, 13일부터 제가 했다”고 답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캠프는 김 여사의 신한증권투자 계좌 내역을 공개한 바 있다. 이 계좌 내역에 따르면 김 여사 계좌로 처음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수한 날은 2010년 1월12일이다. 윤석열 캠프는 1월12일부터 시작된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 내역 전체가 이씨가 주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판에서 공개된 녹취록을 통해 이 가운데 첫날인 1월12일은 이씨가 아니라 김 여사가 직접 증권사 담당 직원과 통화해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전화로 주문했다. 1월13일부터는 이씨가 김 여사의 계좌로 거래했다.

그러나 증권사 직원은 이날도 김 여사에게 전화를 걸어 이씨의 전화 주문을 받고 김 여사에게 해당 내용을 알려줬다. 사실상 이씨의 주식거래에 대한 최종 승인을 확인받은 것이다. 이날 김 여사 계좌가 사들인 도이치모터스 주식은 10만주, 2억5000만원가량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녹취록 일파만파
재판 넘겨진 그 바닥 선수와 여러 차례 통화

<일요시사>가 입수한 도이치모터스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범죄일람표에 1월12일자 거래를 대거 포함했다. 검찰은 일부 거래를 통정매매라고 봤고 이날 김 여사의 거래내역 중 51건을 공소장 범죄일람표에 포함시켰다. 검찰은 이같이 짙은 시세조종 혐의에도 불구하고 수사 개시 2년이 지난 현재까지 김 여사에 대해 조사하지 않았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월 말부터 윤 대통령의 임기 시작 전 김 여사를 소환 조사할 방침이었다. 당시 이정수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수사팀의 의견을 존중하자고 했으나 결과를 보고받은 김태훈 4차장 검사가 김 여사의 무혐의 처분에 반대해 결정이 보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검찰은 지난해 12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이씨, 투자자문사와 증권사 전·현직 직원 등 8명을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혐의로 기소했다.

이들은 2009년 12월3일부터 2012년 12월7일까지 3년간 91명 명의의 157개 계좌를 이용해 가장·통정매매, 고가·허위 매수 등 이상매매 주문 7804회를 제출해 1661만주(654억원 상당)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인위적으로 주가를 상승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김 여사는 이 기간 도이치모터스 주식 146만주, 50억원어치를 거래했다.

검찰은 이후 전체 이상 거래내역을 담은 수사기록을 법원에 제출했고 이 가운데 김 여사가 DS·대신·미래에셋 등 증권사 계좌를 통해 수십차례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매한 기록도 포함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김 여사를 주가조작 공법으로 의율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모은 바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식거래에 김 여사의 계좌가 사용된 건 맞지만, 이 자체로 김 여사가 주가조작 범행을 공모했다고 보기에는 연결고리가 약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여사가 직접 매수를 지시한 사실과 주가조작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 커졌다.

국감 이후 기소 여부 관측 “올해 안에 끝난다”
대통령실 “왜곡 보도 강력한 법적 조치 강구”

특수통 출신 한 변호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통상 주가조작 범행 수사에서 전주를 처벌하는 핵심은 ‘공모’ 여부다. 선수 대부분은 기소되지만 돈과 계좌를 제공한 전주가 형사처벌을 받는 사례가 드물다”면서도 “김 여사가 유일한 전주는 아니었으나 정황이 점점 짙어져 보인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국정감사가 끝난 이후인 11월이 돼야 김 여사에 대한 검찰의 기소 여부에 윤곽이 잡힐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정감사 이전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하게 되면 야권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무혐의 처분으로 이미 가닥이 잡혔는지 기소를 할 예정인지는 말할 수 없다”면서도 “올해 안으로는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 전했다.

검찰이 김 여사 무혐의 처분 시점을 놓쳤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무혐의 처분을 하려면 대통령 취임 전에 털었어야 했는데 정권 눈치보기를 거듭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잦은 ‘김건희 리스크’가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을 끌어내리는 상황에서, 무혐의 후폭풍을 우려해 검찰이 정무적으로 발표 시점을 늦추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알면서 매수?

한편 대통령실은 대변인실 명의의 ‘녹취록 왜곡 보도 관련 대통령실 입장’이라는 서면자료를 통해 “일부 매체가 도이치모터스 관련 녹취록을 왜곡 해석한 후 ‘대통령이 거짓말을 했다’는 식으로 날조, 허위 보도한 데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주식 매매 절차상 지극히 정상적인 것으로, 종전의 설명이 진실임을 뒷받침하는데도 마치 거짓 해명을 한 것처럼 왜곡 보도한 데 대해 강력한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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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