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행정구역은 현재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와 226개 기초지방자치단체로 나뉘어 있다. 광역지방자치단체는 특별시, 광역시, 특별자치시, 도, 특별자치도를 말하고, 기초지방자치단체는 시, 군, 구를 말한다.
정부가 각종 통계를 발표할 때마다 언급하는 ‘17개 시도’는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서울특별시 / 부산광역시, 대구광역시, 인천광역시, 대전광역시, 광주광역시, 울산광역시 / 세종특별자치시 / 경기도, 강원도, 충청남도, 충청북도, 전라남도, 전라북도, 경상남도, 경상북도 / 제주특별자치도)를 의미한다.
약 30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광역 행정구역은 특별시, 직할시, 도, 자치도로 나뉘었지만, 1995년 지방자치법이 제정되면서 직할시를 광역시로 바꿔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약 700년 전, 고려 말에 확정된 행정구역 조선 8도는 아직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고려말 지관들은 당시 주요 도시를 묶어서 도(道) 이름을 정했다고 한다. 강원도는 강릉과 원주, 충청도는 충주와 청주, 전라도는 전주와 나주, 경상도는 경주와 상주를 합한 행정구역이다.
700년이 지난 지금 각 도(道)의 주요 도시가 바뀌었음을 감안할 때, 경기도는 그대로 하고, 강원도는 강춘도(강릉, 춘천)로, 충청도는 청대도(청주,대전)로, 전라도는 전광도(전주,광주)로, 경상도는 대부도(대구,부산)로 변경했어야 했다.
개혁을 좋아하고 그래서 개명도 서슴치 않는 우리나라가 지금도 700년 전 지명을 사용하고 있다는 게 아이러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행정구역 명칭이 수차례 변화를 거쳐 1995년 지방자치법에 의해 광역시가 특별시, 도(道)와 같은 등급으로 등장하면서, 광역시가 도(道)에서 뻐져나감으로 기존 도(道) 이름을 청대도, 전광도, 대부도로 굳이 바꾸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광역시는 도(道)에 속해 있는 인구 100만이 넘는 도시가 지정받을 수 있으며, 도(道)와 별도의 행정구역으로 분리되고, 현재 대한민국에는 6개 광역시(부산, 인천, 대구, 대전, 광주, 울산)가 있다.
도(道)와 광역시는 확실히 다른 행정구역임으로 광역시가 되기 전에 도청소재지가 있었던 지금의 광역시 부산(경남), 대구(경북), 대전(충남), 광주(전남)에는 도청이 이미 다른 곳으로 이주해서 없다.
도(道)와 광역시의 분리로 혹시 700년 동안 내려오는 도(道) 명칭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없을까?
답은 ‘전혀 문제 없다’고, 오히려 700년 전의 도(道) 명칭과 700년이 지난 지금의 광역시 명칭의 위대한 조화가 대단했음을 느끼게 된다.
충청도(충주,청주)는 대전이 광역시로 빠져나가 충주와 청주가 위치해 있는 충청도라는 명칭에 손색이 없고, 경상도(경주,상주)도 부산, 대구, 울산이 광역시로 빠져나가 경주와 상주가 위치해 있는 경상도라는 명칭에 손색이 없다.
전라도(전주,나주) 역시 광주가 광역시로 빠져나가 전주와 나주가 위치해 있는 전라도라는 명칭에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전라도(전주,나주)에서 전주도 광역시로 빠져나간다면 전라도에서 전주를 제외시켜야 하기에 전라도를 군라도(군산,나주)나 이나도(이리,나주)로 변경해야 할 것이고, 충청도(충주,청주)에서 청주도 광역시로 빠져나간다면 충청도에서 청주를 제외시켜야 하기에 충청도를 천청도(천안,청주)로 변경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다행히도 다음 광역시로 뜨고 있는 도시가 조선 8도 이름에 언급된 청주,충주,전주,강릉,원주,경주,상주,나주가 아닌 천안 등 다른 곳이라 하니, 700년 전 우리 조상들이 지은 한반도의 8도 이름이 더 오래오래 유지될 것 같다.
그러나 700년 전의 주요 도시가 유교사상의 영향을 받아 광역시에 한 곳도 진입하지 못한 것을 700년의 조화라고 하기에는 부끄러운 면도 없지 않다.
우리나라 8도 중 대전광역시가 빠져나간 충청도가 충주와 청주가 실제 충청도의 주요 도시로, 지난 700년 동안 가장 도(道) 명칭을 잘 유지해온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방자치시대에 6개의 광역시가 등장하면서 700년 전 만들어진 조선 8도의 명칭이 더 완벽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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