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인터뷰④> ‘소비자시민모임’ 윤명 사무총장의 직설 - 서민살림 옥죄는 ‘살인 물가’ 현주소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9.06 15:54:16
  • 호수 13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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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상 걱정? 앞으로가 더 문제”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추석을 앞두고 물가가 고공행진 중이다. 차례상에 오르는 성수품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고, 이 밖에 식품들도 덩달아 가격이 올랐다. 물가가 오른 이유는 다양하지만, 이유를 막론하고 시민들이 겪는 어려움은 커지고 있다. 소비자 물가 감시활동을 하는 ㈔소비자시민모임의 윤명 사무총장은 “물가가 많이 올라 국민이 고통 분담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물가의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시민들은 물가가 너무 올라 돈을 쓸 수 없다고 아우성이다. 당연한 결과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일요시사>는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을 만나 물가의 현 상황, 현명한 소비에 관한 방법, 정부에게 바라는 것 등을 물었다. 다음은 윤 사무총장과의 일문일답.

-요새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단체의 주요활동 중 하나가 물가 감시 활동이다. 소비자들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물가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모니터링하고, 개선방안을 제안한다. 특히 소비자 물가지수 등 정부가 발표하는 지수를 보면 소비자와 동떨어진 경우가 많은데 이를 조사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도 있지만, 최근에는 소비자가 구매하는 모든 품목의 가격이 인상됐다.

그래서 지출을 줄이려는 경향이 있다. 특히 식료품은 직접적인 체감 물가인 만큼 영향을 많이 받는다. 외식 물가도 너무 많이 올라서 외식이 어렵다. 예전에는 배달도 많이 시켰는데 배달음식도 너무 비싸다. 실제 시장에 가서 장을 보면 가격이 너무 올랐다. 전반적인 가계경제가 여유가 없다 보니 지출을 줄이고 있는데도 상황이 어렵다.


-작년과 올해 체감 물가가 어떻게 다른가?

▲추석 물가가 전반적으로 올랐다. 특히 올해는 추석이 일찍 찾아와 추석 성수품 과일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다. 게다가 축산물과 농산물도 올랐다. 사실 추석 물가는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다. 매년 오르고 있는데,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지 아닌지가 중요하다. 올해는 고물가로 작년 추석에 비해서도 많이 올랐다. 이때 월급도 같이 올라야 하는데 물가만 계속 오르다 보니 지출을 줄여도 한계가 있다. 우리도 느끼고 있다.

-어떤 분야의 물가가 가장 많이 올랐나?

▲시민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는데, 에너지 가격이 많이 올랐다. 올해 전기료도 올랐고, 유류비가 계속 고공행진이다. 식품은 전반적으로 인상해서 라면 값, 밀가루, 하다못해 김치도 올랐다. 배추, 무도 다 오르고. 과일 사는 것도 어렵다고 한다. 전반적인 모든 품목이 오른 만큼 이 시기를 극복해서 버틸 수 있을지 고민이 많다.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오른 장보기 
굳게 닫힌 소비자 지갑…언제쯤 열릴까

-세계적인 기준으로 우리나라 물가 수준은 어떤지? 

▲세계적으로 곡물 값이 오르면서 인상된 나라가 많지만, 일부 안정화 정책으로 올리지 않은 국가도 있다. 우리나라는 수입 의존도가 높은데, 수입 품목이 많이 오르고 있다. 보통 수입품 하면 싸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아니다.


특히 축산품 내수시장은 한정돼있다. 갑자기 물량을 늘리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서 부족한 부분은 수입해서 물량을 채우려고 하니, 일정 부분 할당 관세를 적용해서 관세를 인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정말 시장에서 가격 변동이 있을까. 가격이 내려가는 게 아니면 소비자에게 도움이 안 된다. 조사해서 추이를 살펴야 한다.

-특히 수입 과일이 비싸다

▲외국과 비교했을 때 2020년 전만 해도 수입 과일은 비싼 편이 아니었다. 2020년을 지나면서 국내 수입 과일 가격이 전반적으로 대폭 인상됐다. 원인은 수입 물량의 문제다. 해당 국가의 기후변화로 작황이 안 좋으면 그렇다. 특히 기후변화가 급격하게 나타났다.

그러다 보니 물량 확보가 안 돼 가격이 인상된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운반 문제도 있었다. 문제는 수입 과일 가격 인상이 국내산 과일과 연동된다. 지금은 모든 농산물 가격이 안정되지 않기 때문에 수입 과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농수산물을 안전하게 구입하는 방법이 있나?

▲추석에는 선물세트를 많이 보낸다. 이런 경우 온라인 상품 배달을 이용하는데, 소비자가 직접 확인을 못한다. 원산지, 용량을 철저하게 확인해야 한다. 신선 식품은 문제가 생기면 즉각 처리나 환불 기간 방법이 다양하지 않다. 이런 부분을 확인하고 구매하라. 용량도 사과가 10~15개 들었다고 해도, 직접 보고 사는 것과 다르다. 온라인 유통도 상품의 질이나 크기 등 소비자 관점에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정부 할인쿠폰제 적극 활용해야
안정 정책 소비자에 초점 맞춰야 

-온라인 장보기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사항이 많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구매하는 방식이다. 판매 사업자는 입점한 소상공인이다. 상담 중에는 국내산이라고 돼있는데 받아봤더니 수입품인 경우가 많았다. 사업자에게 연락하니 연락이 안 된다. 제품의 품질 차이도 있다. 농산·수산물은 배송 과정에서 상할 수 있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상담이 많다. 

향후에는 플랫폼 시장은 더 확산된다. 사업자는 배송이나 포장을 신경써줘야 한다. 아직은 농가, 농민이 온라인 판매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가 품질 불만을 야기했을 때 대응이 부족한 경우가 있다. 온라인 입점 사업자가 잘 대응하고 좋은 상품을 보낼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물건을 살 때 주의했으면 하는 것은?

▲물건 구매를 할 때 제품정보를 직접 확인해야 한다. 온라인 구매는 제품에 문제가 있을 때 잘 보관해서 문제의 근거로 불만사항을 말해야 한다. 제품을 구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비자가 제품을 받아서 잘 보관하는 것도 중요하다. 제품을 방치하기보다는 특성에 맞는 보관 방법을 확인해야 한다.


-물건 구매 팁은?

▲소비자가 정부의 정책을 적극 활용해서 이익을 보면 좋다. 정부정책 중에 할인쿠폰제도가 알려지지 않았다. 농수산물을 구매할 때 대형 유통매장이나 온라인 매장에는 할인정책이 있다. 이런 걸 확인해서 이용하면 가계경제에 도움이 된다. 소비자가 확인하면 좋을 것 같다.

-정부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지금 시대가 어려운 건 모두 공감한다. 그럼에도 가계경제는 더 안정적이어야 한다. 거시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미시적인 것도 중요하다. 물가를 어떻게 낮출 수 있을지 적극적으로 고민하라. 다양한 정책이 나와서 물가에 영향을 미치면 좋겠다.

고물가 시대라 원재료 가격이 오르고 그에 따를 물가 상승은 이해한다. 그러나 가계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달라. 항상 추후에 물가가 내리면 가격을 내려준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내려간 적은 없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서 국민의 생활이 안정적일 수 있는 물가정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alsw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소비자시민모임은?

소비자의 권익 향상을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다. 


소비자 생활 전반에 걸친 상품 및 서비스를 망라하며 국내 소비자 정보와 국제소비자기구(CI)를 통해 해외 소비자 정보를 통틀어 소비자의 권리 향상과 안전을 위해 필요한 문제를 선정, 조사 및 연구하고 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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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