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 단상> 아프리카에 뛰어든 일본

중·미·일 경제안보 패권싸움 시작

기시다 일본 총리가 지난달 27일 아프리카 튀니지에서 개막한 아프리카개발회의(TICAD)에서 향후 3년간 정부와 민간이 합쳐 총 300억달러(약 40조원)를 아프리카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프리카개발은행에 빌려주고 아프리카 녹색 성장 이니셔티브에 투자하고,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아프리카 식량 위기 등에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중국과 미국으로부터 막대한 차관을 들여와 이자를 갚지 못하고 있는, 이른바 ‘채무의 덫’에 걸려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에 건전한 재무 상태의 평가와 투자의 투명한 조건을 제시했다.

그러나 속내는 탄소중립 시대에 대비해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등에 필요한 희소 광물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천연자원이 풍부한 아프리카에 공을 들이겠다는 심산인 것 같다.

일본은 2010년대 이후 중국의 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이 커지자 중국에 대한 견제를 위해 아프리카 국가들을 간헐적으로 지원해왔다. 그런 일본이 이번에 300억 달러 지원이라는 통 큰 결단을 내렸으니 중국과 미국이 놀랐을 것이다.

특히 최근 중국이 아프리카에 농업, 보건, 인프라와 같은 분야의 협력 강화만 외치며 소극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고, 미국이 분쟁으로 신음하는 '아프리카의 뿔'(대륙 동북부) 지역에 평화의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며 미온적인 외교를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일본의 결단이어서 중국과 미국은 일본에 한방 맞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아프리카에서의 중국과 미국의 패권싸움은 다른 지역과 달리 희소 광물자원을 누가 많이 차지하느냐의 경제안보가 가장 큰 이슈지, 아프리카의 군사안보나 사회안보가 큰 이슈는 아니다.

일본은 10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과 함께 G2 자리를 지키면서 세계 경제를 이끌어왔지만, 중국에 G2 자리를 내주면서부터 중국과 미국의 패권싸움에서 세계의 경제안보와 군사안보 모두 미국을 지지해왔다.

그런데 이번 아프리카 투자를 계기로 아프리카에서만큼은 경제안보 차원에서 중·미·일 패권싸움의 3각 구도를 만들어볼 속셈인 것 같다. 경제안보가 중요 키워드로 떠오르는 세계 정세에 어울리는 일본의 행보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중국은 아프리카를 지원하는 국가가 거의 없을 때도 아프리카를 계속 지원했기 때문에 아프리카에서 중국은 유럽이나 미국 등 그 어느 나라도 넘볼 수 없는 아프리카와의 유대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일본이 간과해서는 안 된다.

얼마 전 코엑스에서 만난 라이베리아 무역회사 사장 Mr. Moostak에 의하면, 아프리카는 역사적으로 볼 때 유럽과 아메리카보다 아시아에 대해 더 호의적이라고 했다.

아프리카는 대부분 유럽의 식민지였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아시아의 나라들이 짧은 기간 안에 독립한 반면, 아프리카는 유럽의 지속적인 식민지정책 고수로 아시아보다 20년이나 더 늦은 1960년대까지 독립을 위한 투쟁을 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한 17세기에는 유럽 상인에 의해 천만명이 넘는 아프리카인들이 카리브해와 아메리카에 노예로 팔려가서 노동과 질병과 구속의 삶을 살아야 했던 과거가 아프리카가 유럽과 미국을 싫어하는 이유라고 했다.


반면 아시아는 역사적으로 아프리카를 침략하지 않아 친근감이 있다고 했다. 아시아 중에서도 중국은 유럽이나 미국 등 어느 나라보다 아프리카와의 경제협력을 지속적으로 도모해왔다.

그래서 아프리카는 중국이 믿을만한 동반자라며 중국의 아프리카 정책에 박수를 보내며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과 미국은 중국의 아프리카 경제지원을 부채외교라며 중국이 아프리카에 세계은행이나 기타 개발은행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돈을 빌려주지만, 결국은 아프리카가 차관을 갚을 수 없는 채무국가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은 중국의 아프리카정책을 비난하기 전에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내 40만명이 넘는 화교들의 피와 땀과 노력을 눈여겨봐야 한다.

그들은 유럽 제국주의와 달리 지난 60년 동안 아프리카의 전통과 문화를 존중하고 무엇보다 침략과 약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상생의 원칙에 의해 아프리카를 사랑했다.

또한 학교, 병원, 도로를 중국 정부지원을 통해 건설하게 했고, 중국문화가 자연스럽게 보급되도록 노력했고, 그래서 중국어를 배우는 아프리카인들이 급속도로 늘 수밖에 없는 현실로 만들었다.

일본이 동남아 국가들에 도로를 건설해주고 병원과 학교를 지어주면서 동남아 국가들과 협력관계를 통해 경제대국이 될 때, 중국은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아프리카에 공을 들였다는 점을 일본은 명심해야 한다,

즉, 일본이 동남아에서 했던 것처럼 아프리카에도 경제 지원을 하기 전에 먼저 사회 인프라를 구축하던지 아니면 최소한 병행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얼마 전 코엑스에서 만난 Mr. Moostak은 아프리카 사람들은 순진해서 바보 같지만, 그래도 누가 진심이고 누가 거짓인지는 잘 안다고 말했다.

일본이 순진하고 바보 같은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앞으로 눈여겨볼 일이다.

유럽과 미국도 과거에 자신들이 침략과 인종차별을 일삼았던 현장에 중국 화교가 들어가 성실과 진심을 다해 이룬 지금의 상생과 협력의 분위기를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

1960년대 이후 중국의 지속적인 아프리카 경제 지원이 마치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에서 해방된 1940년대 이후 미국의 지속적인 경제 지원과 흡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미국을 우방국가로 여기듯이 아프리카도 지금 중국을 우방국가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아직 아니다.

오는 16일 한국과 아프리카 대륙간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글로벌 에너지·자원 갈등 심화와 한-아프리카 협력의 미래' 포럼이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린다고 한다.

이번 행사를 통해 우리나라도 지구촌 에너지·자원 시장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아프리카와 협력관계를 더 강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 이 기고는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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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