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밭길’ 시험대 오른 전자랜드 황태자

물음표 떨치기 힘든 구조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전자랜드 오너 2세가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입사 5년 만에 이사진에 이름을 올린 것도 모자라, 최근에는 신설 사업부에서 핵심 역할을 맡게 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본격적인 능력 검증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녹록지 않은 경영 환경에서 어떤 성과를 내느냐가 관건이다. 

에스와이에스리테일(이하 전자랜드)은 지난 7월경 온라인 사업부서 개편 작업을 마쳤다. 온라인 영업팀과 마케팅팀으로 나뉘어 있던 기존 온라인 조직을 신설 온라인 사업부로 일원화한 게 개편 작업의 핵심이다.

일원화 개편
고속 승진 

해당 사업부를 통솔하는 사업부장에는 홍원표 이사가 이름을 올렸다. 2014년 상품개발팀 과장으로 입사한 홍 이사는 2019년 서른셋 나이에 전자랜드 이사회에 입성하며 존재감을 부각시킨 인물이다. 물론 홍봉철 에스와이에스홀딩스 회장의 장남이라는 남다른 혈연관계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조직개편을 통해 온라인 사업부의 몸집이 커졌다는 건, 해당 부서를 이끄는 홍 이사의 위상이 강화됐음을 의미했다. 홍 이사는 조직개편 직전까지만 해도 디자인 및 신규 출점을 담당하는 유통전략팀과 상품구매 및 경영기획을 담당하는 유통혁신팀에 몸담으며 팀장 역할을 수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홍 회장을 대신해, 머지 않아 홍 이사가 경영 전반을 통솔하는 위치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자랜드는 2015년 3월 전문 경영인인 옥치국 대표를 선임한 이래 6년간 공동 대표이사 체제(홍 회장·옥 대표)를 이어왔지만, 지난해 3월 홍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후 전문 경영인 단독 대표 체제를 가동 중이다.


지분구조에서도 홍 이사의 높아진 위상을 엿볼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홍 이사는 전자랜드 지분 23.34%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에스와이에스 사내이사로 등재돼있는 누나 홍유선 에스와이에스홀딩스 상무보다 지분율이 8.9%p 높다.

두 사람 사이에 유의미한 지분율 격차가 나도록 밑그림을 그린 사람이 바로 홍 회장이다. 2019년까지만 해도 전자랜드 지분 7.44%를 보유했던 홍 회장은 이듬해 본인 소유의 주식 가운데 60%인 51만8243주를 홍 이사에게, 40%인 34만8153주를 홍 상무에게 증여했다.

해당 과정을 거치며 홍 이사의 지분율은 기존 18.89%에서 23.34%, 홍 상무의 지분율은 11.45%에서 14.44%로 조정됐다.

관련 업계에서는 홍 이사가 어떤 방식을 내세워 후계자로서의 입지를 강화할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일단 조직개편을 거치며 홍 이사의 발언권이 강해진 만큼, 전자랜드의 온라인 종합쇼핑몰 변신 작업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홍 이사가 후계자로 자리매김하려면 홍 회장이 보유한 에스와이에스홀딩스 주식을 증여 혹은 상속을 통해 넘겨받는 절차가 뒤따라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 에스와이에스홀딩스는 전자랜드 지분 48.32%를 보유 중인 최대주주며, 에스와이에스홀딩스의 실질적 소유주는 지분 63.17%를 쥐고 있는 홍 회장이다. 반면 홍 이사는 에스와이에스홀딩스 주식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

역시 금수저
핏줄이 무기

현 시점에서 주목할 점은 전자랜드의 온라인 사업에 대한 투자가 유의미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만약 결과물이 기대치를 한참 하회하는 수준에 그친다면, 홍 이사는 경영 능력에 대한 물음표를 쉽사리 떨칠 수 없게 된다.


문제는 홍 이사가 청사진을 그리기에는 전자랜드가 처한 현실이 그리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빨간불 켜진 재무상태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가운데, 가뜩이나 별 볼 일 없던 수익성은 최근 들어 더욱 나빠진 형국이다. 이사회 입성 후 본격화된 현상이라는 점에서 홍 이사 역시 책임소재에서 자유롭긴 힘들다.

2017년 5890억원이던 전자랜드의 매출은 지난해 말 기준 8784억원으로 확대됐지만, 수익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만족스럽지 못했다. 2017년 107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2년 뒤 절반 수준인 52억원으로 축소된 데 이어, 급기야 지난해에는 18억원 적자로 전환되기에 이르렀다.

전자랜드가 영업손실을 기록한 건 2012년(영업손실 232억원) 이래 9년 만이다.

뭔가 보여줘야 하는 이사님
어떤 성과 내느냐가 관건

흑자였던 회계연도에도 수익성이 높다고 보긴 힘들다. 지난해를 제외한 최근 5년 전자랜드 영업이익률은 ▲2017년 1.8% ▲2018년 1.6% ▲2019년 0.7% ▲2020년 0.8% 등으로, 2%를 넘긴 적이 없다. 2%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것도 2001년(6월 결산 기준 2.3%)이 마지막이었다.

가전 양판점 경쟁력 약화, 출점 확대 등에 따른 비용 증가 등이 수익성 개선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전자랜드가 완제품을 제조 및 유통하는 게 아니라, 완제품을 구입해 마진을 남기는 사업모델이라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전자랜드의 영업이익률은 지나치게 낮은 축이다. 경쟁업체인 롯데하이마트와 비교하면 이 같은 특징이 한층 극명해진다. 롯데하이마트의 최근 5년(별도 기준) 영업이익률은 ▲2017년 5.1% ▲2018년 4.5% ▲2019년 2.7% ▲2020년 4.0% ▲지난해 2.8% 등으로 전자랜드를 훨씬 웃돌았다.

게다가 현금 흐름에서도 먹구름이 목격된 상황이다. 2020년 315억원이던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1년 새 -13억원으로 돌아선 상황이다.

불안정한 재무상태는 전자랜드를 부정적으로 보게 하는 또 다른 배경으로 작용한다. 지난해 말 기준 전자랜드의 총자산은 2377억원. 이 가운데 2037억원이 부채로 분류되며, 자본은 344억원에 불과하다. 심지어 302억원에 달하는 결손금의 여파로 자본의 총합이 납입자본금(583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태다.

자본을 아늑히 뛰어넘는 부채로 인해 전자랜드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600%에 근접했다. 통상적인 적정 부채비율(200%)을 3배 가까이 초과한 수치지만, 이마저도 2019년 726.7%, 2020년 654.7% 등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차입금 압박
막막한 흐름

심각한 재무적 불균형은 20년 전 기업 분할과정에서 예견된 일이다. 전자랜드는 1985년 6월 서울전자유통이라는 상호로 가전제품 유통업을 본격화했고, 2001년 7월 인적 분할을 단행했다. 임대사업을 신설 법인인 에스와이에스홀딩스가 맡는 게 골자였고, 기존 부동산 자산 대부분이 에스와이에스홀딩스로 이전됐다.


분할 작업이 마무리된 직후, 에스와이에스홀딩스와 전자랜드의 재무상태는 확연히 엇갈렸다. 우량 부동산 자산을 소유하게 된 에스와이에스홀딩스는 첫 회계연도인 2001년에 부채비율이 37.0%에 불과했다. 반면 존속법인인 전자랜드는 분할 전(2001년 6월) 110.2%였던 부채비율이 불과 6개월 만에 324.8%로 껑충 뛰었고, 부채 규모는 꾸준히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차입금 압박은 커다란 골칫거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전자랜드의 총차입금은 1040억원이고, 차입금의존도는 적정 수준(30% 이하)을 훨씬 웃도는 43.8%로 집계됐다. 총자산에서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4할 이상인 셈이다.

통상적으로 차입금의존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이자 등 금융비용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안전성에 물음표가 붙기 마련이다.

특히 단기차입금의 비중이 높다는 게 불안 요소다. 전자랜드의 총차입금 가운데 50억원을 제외한 990억원이 1년 내 상환을 필요로 하는 자금이다. 매해 리파이낸싱을 거치더라도 상환 압박에서 자유롭기 힘든 구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자랜드의 차입금 상환방식을 문제 삼고 나선 것도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지난해 12월1일 공정위는 에스와이에스홀딩스가 최근 10여년간 전자랜드에 유리한 조건으로 부동산 담보를 제공해 금융기관으로부터 저리에 대출을 받도록 힘썼다고 지적했다.

이를 거래질서 왜곡 행위로 간주하고 전자랜드와 에스와이에스홀딩스에 각각 16억2300만원, 7억4500만원 등 총 23억6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에스와이에스홀딩스가 2009년 1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담보한도액 최대 910억원의 자기 소유 30건의 부동산을 담보로 무상제공해 전자랜드가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으로부터 구매자금과 운영자금을 차입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고 봤다. 이 과정에서 전자랜드가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으로부터 6595억원의 대규모 자금을 총 195회에 걸쳐 낮은 금리로 차입해 상품매입과 회사 운영에 사용했다고 본 것이다.

공정위의 과징금 결정이 내려진 만큼, 향후 전자랜드에 대한 에스와이에스홀딩스의 담보 제공에 일정 부분 제약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는 곧 높은 이자율로 돈을 빌려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문화 자체가…
요원한 반전

한 예로 지난해 말 기준 신한은행은 구매자금대출 명목으로 빌려준 65억원과 기업어음으로 빌려준 85억원에 각각 3.17%, 2.89%의 연이자율을 적용했지만, 담보 규모가 축소될 시 이율 상향이 될 수 있다. 전자랜드는 최근 3년간 매년 이자비용으로 26억~30억원가량을 지출하고 있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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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