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밭길’ 시험대 오른 전자랜드 황태자

물음표 떨치기 힘든 구조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전자랜드 오너 2세가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입사 5년 만에 이사진에 이름을 올린 것도 모자라, 최근에는 신설 사업부에서 핵심 역할을 맡게 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본격적인 능력 검증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녹록지 않은 경영 환경에서 어떤 성과를 내느냐가 관건이다. 

에스와이에스리테일(이하 전자랜드)은 지난 7월경 온라인 사업부서 개편 작업을 마쳤다. 온라인 영업팀과 마케팅팀으로 나뉘어 있던 기존 온라인 조직을 신설 온라인 사업부로 일원화한 게 개편 작업의 핵심이다.

일원화 개편
고속 승진 

해당 사업부를 통솔하는 사업부장에는 홍원표 이사가 이름을 올렸다. 2014년 상품개발팀 과장으로 입사한 홍 이사는 2019년 서른셋 나이에 전자랜드 이사회에 입성하며 존재감을 부각시킨 인물이다. 물론 홍봉철 에스와이에스홀딩스 회장의 장남이라는 남다른 혈연관계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조직개편을 통해 온라인 사업부의 몸집이 커졌다는 건, 해당 부서를 이끄는 홍 이사의 위상이 강화됐음을 의미했다. 홍 이사는 조직개편 직전까지만 해도 디자인 및 신규 출점을 담당하는 유통전략팀과 상품구매 및 경영기획을 담당하는 유통혁신팀에 몸담으며 팀장 역할을 수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홍 회장을 대신해, 머지 않아 홍 이사가 경영 전반을 통솔하는 위치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자랜드는 2015년 3월 전문 경영인인 옥치국 대표를 선임한 이래 6년간 공동 대표이사 체제(홍 회장·옥 대표)를 이어왔지만, 지난해 3월 홍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후 전문 경영인 단독 대표 체제를 가동 중이다.


지분구조에서도 홍 이사의 높아진 위상을 엿볼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홍 이사는 전자랜드 지분 23.34%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에스와이에스 사내이사로 등재돼있는 누나 홍유선 에스와이에스홀딩스 상무보다 지분율이 8.9%p 높다.

두 사람 사이에 유의미한 지분율 격차가 나도록 밑그림을 그린 사람이 바로 홍 회장이다. 2019년까지만 해도 전자랜드 지분 7.44%를 보유했던 홍 회장은 이듬해 본인 소유의 주식 가운데 60%인 51만8243주를 홍 이사에게, 40%인 34만8153주를 홍 상무에게 증여했다.

해당 과정을 거치며 홍 이사의 지분율은 기존 18.89%에서 23.34%, 홍 상무의 지분율은 11.45%에서 14.44%로 조정됐다.

관련 업계에서는 홍 이사가 어떤 방식을 내세워 후계자로서의 입지를 강화할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일단 조직개편을 거치며 홍 이사의 발언권이 강해진 만큼, 전자랜드의 온라인 종합쇼핑몰 변신 작업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홍 이사가 후계자로 자리매김하려면 홍 회장이 보유한 에스와이에스홀딩스 주식을 증여 혹은 상속을 통해 넘겨받는 절차가 뒤따라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 에스와이에스홀딩스는 전자랜드 지분 48.32%를 보유 중인 최대주주며, 에스와이에스홀딩스의 실질적 소유주는 지분 63.17%를 쥐고 있는 홍 회장이다. 반면 홍 이사는 에스와이에스홀딩스 주식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

역시 금수저
핏줄이 무기

현 시점에서 주목할 점은 전자랜드의 온라인 사업에 대한 투자가 유의미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만약 결과물이 기대치를 한참 하회하는 수준에 그친다면, 홍 이사는 경영 능력에 대한 물음표를 쉽사리 떨칠 수 없게 된다.


문제는 홍 이사가 청사진을 그리기에는 전자랜드가 처한 현실이 그리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빨간불 켜진 재무상태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가운데, 가뜩이나 별 볼 일 없던 수익성은 최근 들어 더욱 나빠진 형국이다. 이사회 입성 후 본격화된 현상이라는 점에서 홍 이사 역시 책임소재에서 자유롭긴 힘들다.

2017년 5890억원이던 전자랜드의 매출은 지난해 말 기준 8784억원으로 확대됐지만, 수익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만족스럽지 못했다. 2017년 107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2년 뒤 절반 수준인 52억원으로 축소된 데 이어, 급기야 지난해에는 18억원 적자로 전환되기에 이르렀다.

전자랜드가 영업손실을 기록한 건 2012년(영업손실 232억원) 이래 9년 만이다.

뭔가 보여줘야 하는 이사님
어떤 성과 내느냐가 관건

흑자였던 회계연도에도 수익성이 높다고 보긴 힘들다. 지난해를 제외한 최근 5년 전자랜드 영업이익률은 ▲2017년 1.8% ▲2018년 1.6% ▲2019년 0.7% ▲2020년 0.8% 등으로, 2%를 넘긴 적이 없다. 2%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것도 2001년(6월 결산 기준 2.3%)이 마지막이었다.

가전 양판점 경쟁력 약화, 출점 확대 등에 따른 비용 증가 등이 수익성 개선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전자랜드가 완제품을 제조 및 유통하는 게 아니라, 완제품을 구입해 마진을 남기는 사업모델이라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전자랜드의 영업이익률은 지나치게 낮은 축이다. 경쟁업체인 롯데하이마트와 비교하면 이 같은 특징이 한층 극명해진다. 롯데하이마트의 최근 5년(별도 기준) 영업이익률은 ▲2017년 5.1% ▲2018년 4.5% ▲2019년 2.7% ▲2020년 4.0% ▲지난해 2.8% 등으로 전자랜드를 훨씬 웃돌았다.

게다가 현금 흐름에서도 먹구름이 목격된 상황이다. 2020년 315억원이던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1년 새 -13억원으로 돌아선 상황이다.

불안정한 재무상태는 전자랜드를 부정적으로 보게 하는 또 다른 배경으로 작용한다. 지난해 말 기준 전자랜드의 총자산은 2377억원. 이 가운데 2037억원이 부채로 분류되며, 자본은 344억원에 불과하다. 심지어 302억원에 달하는 결손금의 여파로 자본의 총합이 납입자본금(583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태다.

자본을 아늑히 뛰어넘는 부채로 인해 전자랜드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600%에 근접했다. 통상적인 적정 부채비율(200%)을 3배 가까이 초과한 수치지만, 이마저도 2019년 726.7%, 2020년 654.7% 등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차입금 압박
막막한 흐름

심각한 재무적 불균형은 20년 전 기업 분할과정에서 예견된 일이다. 전자랜드는 1985년 6월 서울전자유통이라는 상호로 가전제품 유통업을 본격화했고, 2001년 7월 인적 분할을 단행했다. 임대사업을 신설 법인인 에스와이에스홀딩스가 맡는 게 골자였고, 기존 부동산 자산 대부분이 에스와이에스홀딩스로 이전됐다.


분할 작업이 마무리된 직후, 에스와이에스홀딩스와 전자랜드의 재무상태는 확연히 엇갈렸다. 우량 부동산 자산을 소유하게 된 에스와이에스홀딩스는 첫 회계연도인 2001년에 부채비율이 37.0%에 불과했다. 반면 존속법인인 전자랜드는 분할 전(2001년 6월) 110.2%였던 부채비율이 불과 6개월 만에 324.8%로 껑충 뛰었고, 부채 규모는 꾸준히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차입금 압박은 커다란 골칫거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전자랜드의 총차입금은 1040억원이고, 차입금의존도는 적정 수준(30% 이하)을 훨씬 웃도는 43.8%로 집계됐다. 총자산에서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4할 이상인 셈이다.

통상적으로 차입금의존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이자 등 금융비용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안전성에 물음표가 붙기 마련이다.

특히 단기차입금의 비중이 높다는 게 불안 요소다. 전자랜드의 총차입금 가운데 50억원을 제외한 990억원이 1년 내 상환을 필요로 하는 자금이다. 매해 리파이낸싱을 거치더라도 상환 압박에서 자유롭기 힘든 구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자랜드의 차입금 상환방식을 문제 삼고 나선 것도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지난해 12월1일 공정위는 에스와이에스홀딩스가 최근 10여년간 전자랜드에 유리한 조건으로 부동산 담보를 제공해 금융기관으로부터 저리에 대출을 받도록 힘썼다고 지적했다.

이를 거래질서 왜곡 행위로 간주하고 전자랜드와 에스와이에스홀딩스에 각각 16억2300만원, 7억4500만원 등 총 23억6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에스와이에스홀딩스가 2009년 1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담보한도액 최대 910억원의 자기 소유 30건의 부동산을 담보로 무상제공해 전자랜드가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으로부터 구매자금과 운영자금을 차입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고 봤다. 이 과정에서 전자랜드가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으로부터 6595억원의 대규모 자금을 총 195회에 걸쳐 낮은 금리로 차입해 상품매입과 회사 운영에 사용했다고 본 것이다.

공정위의 과징금 결정이 내려진 만큼, 향후 전자랜드에 대한 에스와이에스홀딩스의 담보 제공에 일정 부분 제약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는 곧 높은 이자율로 돈을 빌려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문화 자체가…
요원한 반전

한 예로 지난해 말 기준 신한은행은 구매자금대출 명목으로 빌려준 65억원과 기업어음으로 빌려준 85억원에 각각 3.17%, 2.89%의 연이자율을 적용했지만, 담보 규모가 축소될 시 이율 상향이 될 수 있다. 전자랜드는 최근 3년간 매년 이자비용으로 26억~30억원가량을 지출하고 있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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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