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미디어아티스트 이이남은 디지털을 매개로 당대의 고전회화를 현대적인 관점과 이슈, 문화를 접목해 재해석한다. 또 자신의 이야기를 작품 속에 담아 대중과 친밀하게 소통하고 삶의 가치와 행복 등 다양한 메시지를 교감하는 작업을 추구한다. 한 작품에 5분 이상 멈추게 한다는 ‘5분의 미학’으로도 유명하다.
갤러리나우가 다음 달 16일부터 이이남의 개인전 ‘별과 같이 영원토록 비추리라’ 전시를 준비했다. 이이남은 디지털 기술과 동서양의 고전을 접목한 미디어아트로 주목받고 있는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는 슈퍼미러 위의 페인팅 작업이 처음으로 공개된다. 관람객은 같은 이미지를 페인팅과 영상으로 작업한 작품을 동시에 만날 수 있다.
현재와 사실
영상에는 이이남이 명화를 패러디해 직접 그리는 페인팅 작업이 담겼다. 두 점의 페인팅 작품은 붓터치를 통해 만나면서 교차된다. 관람객은 두 개의 이미지를 모두 감상하고 교감하게 되는 묘한 시공감적 욕구를 충족할 수 있다.
여기에 슈퍼미러 위에 직접 유화물감으로 그린 평면 작품도 소개된다. 미러 위 그림에서는 작품 안에 관람객 혹은 공간이 비춰진다. 관람객은 그 안으로 들어가 작품에 직접 관여할 수 있다. 정과 동이 만나고 픽션과 논픽션이 만나는, 이른바 관념과 현실이 만나는 체험을 하게 된다.
이이남은 “비운의 삶을 살아온 팝스타가 생을 마감한 이후에도 예술과 산업의 다양한 영역에서 여전히 소비되고, 동시에 사랑받는 모습을 통해 소비와 생명의 경계선에서 영원한 것은 무엇인지 고민한다”고 밝혔다. 삶과 죽음, 그리고 죽음 이후에도 대중이 열광하는 스타 등 우리 눈에 보이는 것 중 ‘진짜 별(스타)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를 묻고 있다.
디지털 기술+동서양 고전
죽음 이후 사랑받는 스타
이번 전시는 8점의 영상 작품과 7점의 미러와 스테인리스 스틸 페인팅 작품, 30㎝ 정방 크기의 디아섹프린트 85점 등으로 구성됐다. 디아섹프린트는 5㎝ 간격으로 배치한 그라데이션 벽면에 대형 작업으로 꾸몄다.
인간의 현실을 포착하고자 하는 열망에서 비롯된 결과물은 회화에서 사진과 영상, AI까지 그 범위를 확장해왔다. 이이남의 작업에서는 현재와 사실에 대한 집착이 낳은 결과물로 영상이 활용된다. 이 같은 맥락에서 이이남의 작품에 등장하는 명화는 원작의 아우라를 벗고 완전히 새로운 의미 선상에 놓이게 된다.
원본과 복제에 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며 본래의 이미지가 가진 맥락과는 다른 접근을 가능하게 해 폭넓은 해석의 세계를 열었다. 현대 과학과 테크놀로지의 발달은 문화 간의 교류와 의식의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인간의 미디어 활용은 정치와 문화, 그리고 테크놀로지와 결합된 새로운 예술을 구현 가능하게 했다.
이이남은 ‘디지털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우리의 상상력과 감각의 새로운 영역을 열고 있는 셈이다.
마를린 먼로·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영원함에 대한 갈망 담은 시적 표현
이이남의 작품에서 일관성 있게 드러나는 소재는 다양한 형식과 내용, 방법에 있어 ‘대비’라고 말할 수 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동양과 서양, 고전과 현대, 정신과 물질, 시간과 공간, 정지와 움직임 등 세상의 반대급부에 존재하는 명제를 하나의 화면에 보여주고자 했다. 이이남에게 있어 디지털을 이용한 아트는 그의 예술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완벽한 공간이나 다름없다.
작품은 동시에 존재할 수 없는 정반의 상징을 뒤섞고 교차시키며 시각적 쾌락을 제공하는데, 이는 이질적이면서도 낯선 조화로움을 보여주는 동시에 고정적인 관점을 교묘하게 파괴해 관람객으로 하여금 새로운 미감을 경험하게 한다.
이번 전시 제목인 ‘별과 같이 영원토록 비추리라’는 사후에도 다양한 영역에서 소비되면서 사랑받는 명화 속 아이콘을 통해 ‘영원함에 대한 갈망’을 주제로 한 이이남의 시적 표현이다. 이이남은 ‘앤디워홀 연구_마를린 먼로’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등의 작품을 통해 시간이 지나도 영원함의 가치가 사라지지 않길 갈망한다. 그러면서 빛나는 순간을 간직하고 싶은 이의 마음을 대변한다.
영상의 활용
갤러리 나우 관계자는 “이이남은 전시를 통해 세상 모든 존재는 소멸되지만 여전히 기억되고 살아있는 모든 것을 디지털의 빛으로 담아 별과 같이 영원토록 비추는 영원함을 말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10월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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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남은?]
조선대학교 대학원에서 미술학 박사를 받았고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대학원에서 영상예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11년 아트센터나비에서의 개인전을 시작으로 말레이시아·중국·미국·러시아·독일·벨기에 등 국내외 여러 곳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슬관, 미국 토마 파운데이션, 아시아 미술관, 예일대학교, 벨기에 지브라스트라트 미술관 등 세계 주요기관에 작품이 소장돼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