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사실상 종신형’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7.18 11:36:52
  • 호수 13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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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거짓말”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1조원대 펀드사기 혐의로 구속된 김재현 옵티머스 자산운용사 대표가 징역 40년의 중형을 받았다. 1년여간 경찰 수사에 확인된 피해자만 약 3200명으로 사기 금액만 1조원이다. 이 가운데는 법인이나 단체도 있어 실제 직·간접적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14일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특정경제 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김재현 옵티머스 자산운용사 대표에게 징역 4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벌금 5억원과 추징금 751억7500만원도 그대로 유지된다.

25년서
40년으로

옵티머스 2대 주주 이동열씨는 2심에서 징역 20년과 벌금 5억원, 옵티머스 이사였던 윤석호 변호사는 징역 15년에 벌금 3억원이 확정됐다. 송석희 옵티머스 사내이사는 징역 8년과 벌금 3억원이 유지됐다. 자금책으로 불린 유현권 전 스킨앤스킨 고문은 대법원 징역 17년과 벌금 3억원을 확정했다.

김 대표는 1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징역 40년으로 형이 훨씬 가중됐다. 1심은 김 대표가 한국 방송 통신전파진흥원 등 투자자를 속여 306억여원을 가로챈 부분은 증거가 없다며 무죄로 봤지만, 항소심은 증인 진술의 신빙성이 높다고 보고 1심 무죄를 파기하는 등 일부 혐의를 추가 유죄로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3년 넘게 사모펀드를 운용하며 공공기관 매출채권 투자금 명목으로 총 1조3000억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돈을 편취한 초대형 금융 사기 범행”이라며 김 대표에 대해 “장기간 격리해 평생 참회하며 살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들 투자금은 대부분 타당성 없는 것에 투자돼 회수할 수 없게 됐고 현재까지 그 피해가 지속돼 회복이 힘든 상태”라며 “특히 김재현, 윤석호 피고인은 이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문서를 위조하는 범행까지 저질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은 펀드 환매 불능 상황에 직면하자 증거인멸을 위해 상호 역할을 정하고 금감원, 검찰, 법원에 대응하는 전략을 논의해 초기 수사 과정에 막대한 혼란을 줬다”며 “다수의 선량한 피해자들에게 막대한 재산적‧정신적 충격을 주고 금융시장 신뢰성을 심각하게 손상시켜 장기간 사회에서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옵티머스 사태’라고 불리는 이 사건은 2조원의 피해를 발생시킨 라임 자산운용 사태에 이은 한국의 대형 사모펀드 사기 사건이다.

라임 사태 이은 대형 사모펀드 사건
피해자 3200명에 사기 금액만 1조원

이 회사의 정식 명칭은 ‘옵티머스 자산운용’(이하 옵티머스)이다. 여기서 말하는 자산운용이란, 회사가 펀드를 설정하고 판매사에 판매를 위탁해 투자자를 모은 다음 펀드를 운용해 이익을 내는 것이다. 

여기서 발생한 이익은 정기적으로 투자자에게 알려주고 이익금을 분배한다. 쉽게 말해서 ‘나 대신에 내 돈을 굴려주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라임 자산운용은 업계에서 아주 유명했지만, 옵티머스는 회사 규모가 크지 않았다. 

옵티머스는 2009년 6월15일 이혁진 전 대표가 설립한 에스크베리타스자산운용의 전신이다. 2015년 6월30일에는 에이브이자산운용으로 사명을 변경했고, 2017년 6월30일 옵티머스 자산운용으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김 대표가 취임했다. 이때부터 문제가 시작됐다.


김 대표가 취임을 하고 6개월이 지난 12월부터 사모펀드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사모펀드는 비공개로 소수 투자자로부터 돈을 모아 주식과 채권, 기업이나 부동산 등에 투자해 운용하는 펀드다.

옵티머스 사모펀드는 상품 구조가 좋았다. 일반인들이 알기에 보통 사모펀드에 가입을 하면 4~5%, 많은 곳은 6%까지 수익률이 간다. 그러나 옵티머스 사모펀드는 2~4%의 정도의 수익률이었다. 김 대표는 2017년 12월부터 사모펀드 판매를 시작했다.

옵티머스사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해 연 3%의 수익을 보장하는 안전한 상품이라고 소개했다. 사모펀드 상품은 최고 위험군 상품을 1등급, 제일 안전한 상품은 5등급으로 정한다. 옵티머스사의 사모펀드는 5등급으로 구성될 정도로 안전했다.

털어 보니
모두 사기

옵티머스사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해 연 3%의 수익을 보장하는 안전한 상품이라고 소개했다. NH 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의 증권사는 이를 믿고 법인 고객을 대상으로 사모펀드를 판매했다.

옵티머스사가 이 상품을 구조대로만 팔았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처음부터 다른 데 있었다. 

김 대표는 사모펀드로 안전한 공공기관의 매출채권(기업이 상품을 매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채권으로 외상매출금과 받을 어음)을 구입한다고 해 놓고 조직폭력배 출신인 옵티머스사 2대 주주 이씨의 ▲씨피엔에스 ▲비상장기업 ▲대부업계 ▲부동산 등에 투자한 것이다. 이들 기업은 사실상 페이퍼 컴퍼니였다.

한마디로 설명하면 공공기관에 투자하겠다는 말은 거짓말이었고, 말도 안 되는 기업에 투자를 한 것이다. 또한 투자를 받은 회사는 투자금으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비상장 주식 ▲코스닥 주식 ▲코스닥 상장사 인수합병 등 위험자산에 투자했다.

펀드 돌려 막기에도 이용됐고, 김 대표는 자신의 증권 계좌에 수백억원을 횡령한 정황도 금융감독원에 포착됐다.

어떻게 이런 상황이 가능했던 것일까. 옵티머스사는 수탁기관과 사무관리기관, 판매사가 모두 분리돼 업무 정보를 공유하지 못한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수탁기관인 하나은행에 비상장기업인 아트리파라다이스의 사모사채를 사도록 하고, 사무관리기관인 한국예탁 결제원에는 사모사채가 아닌 부산광역시 매출채권 등이 편입된 것으로 이름 변경을 요구했다.

판매사인 증권사들에는 옵티머스사의 사모펀드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고 속여, 투자자들은 이를 믿고 옵티머스 사모펀드에 투자했다. 이런 과정에서 서류를 위조하는 등의 일을 하기도 했다.


알고도
넘어가

이런 상황에 옵티머스사는 2017년에 자본 적기 시정 조치 유예를 받는다. 자본 적기 시정 조치는 금융 감독 당국이 금융회사가 부실한 징후를 발견하면 심각한 상태에 이르기 전에 해당 금융회사의 경영개선을 유도‧강제하는 등 여러 가지 시정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부실 징후를 보이는 금융회사는 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즉각적인 시정’을 요구하는 조치다. 자본 적기 시정 조치는 금융회사에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 한국 전파진흥원은 옵티머스사의 펀드를 750억 구매해 위기를 넘어갔다.

결국 옵티머스사는 2020년 6월17일 환매 중단을 선언했다. 그해 6월25일 서울중앙지검은 압수수색을 진행했으며, 6월30일에는 금융위원회에서 옵티머스사를 상대로 영업정지 조치를 했고, 7월7일에는 김 대표‧이 대표이사‧윤 변호사 등 옵티머스사 관계자가 구속됐다.

이 사태가 일어나고 가장 큰 비판을 받은 것은 금융감독원이다. 금융회사를 감독해야 할 금융감독원이 옵티머스사가 펀드 돌려막기를 하고 있는 걸 확인하고도 현장 검사를 실시하거나 수사기관과 금융위원회에 통보하지 않았다.

또 옵티머스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95% 이상 투자하겠다”는 보고서와 달리, 일반 회사에 투자하는 내용의 집합 투자 규약을 첨부했는데도 인정했다.


옵티머스 펀드에 문제가 있다는 국회의 지적에도 무사안일하게 대응했다. 옵티머스사의 설명만 듣고 국회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답변한 것이다. 이런 결과를 토대로 감사원은 45건의 위법‧부당사항을 확인하고, 금융감독원 직원 4명과 한국예탁결제원 직원 1명에겐 징계, 17명의 임직원에겐 주의, 24건의 기관 통보를 의결했다.

한편 옵티머스 사태로 인해 NH투자증권 및 하나은행에 대해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에서 발견된 위법사항에 대해 업무 일부정지 및 과태료 조치가 취해지기도 했다. 

“선량한 사람들에 막대한 충격 줬다”
대법원 징역 40년 선고 원심 확정

금융감독위원회는 NH투자증권이 옵티머스 사모펀드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부당 권유가 있었고, 설명 내용 확인 의무와 투자광고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사모펀드 판매를 3개월 정지하고, 51억728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결국 금융감독원의 안일한 대처에 피해자만 양성시킨 꼴이다. 올해로 76세인 유혜경씨는 지난해 겨울까지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유씨는 옵티머스 사모펀드 사건의 피해자다.

피해 사실을 알고부터 계속 시위를 한 것이다. 옵티머스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청사 앞은 물론 NH투자증권 본사와 금융감독원, 국회, 청와대 등 관련 기관을 돌며 마라톤 시위도 했다.

유씨는 2019년에 먼저 떠난 남편의 유산 5억원을 옵티머스 펀드에 넣었다가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평생 사치 한 번 안 하고 검소하게 살며 모은 돈이다. 남편이 남긴 돈을 생활비 삼아 아마추어 사진작가로 활동하며 노후를 보내려 했지만 펀드 사기 사건에 휘말리게 된 것이다.

옵티머스 펀드 피해자 중 절반 이상은 유씨처럼 노후자금을 날린 고령자들이다. 생업, 몸이 불편해서 등 시위에 동참하지 못하는 피해자들은 유씨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아끼지 않았다.

아들의 전세금 2억원과 부모님 노후자금 2억원을 잃은 A씨도 있었다. A씨는 “지금 이 사건을 저하고 저희 아버지밖에 모른다. 어머니는 모르시고 자식들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사연을 밝혔다.

A씨에 따르면 옵티모스 피해자들은 시위에서 만나 자신들의 사연을 공유하며 서로를 위로했다. A씨는 “저희가 시위도 많이 했다. 시위하면서 NH증권 정영채 사장을 자주 봤다. 비대위 대표들이 만나서 실제 회의도 했다. 그런데 웃으면서 ‘우리도 피해자’라고 말했었다. 그 말에 피해자들이 매우 격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울부짖는
피해자들

피해자들은 피해를 낸 제품을 판매한 회사의 물건을 팔았기 때문에 피해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A씨는 “우리가 슈퍼에서 물건을 샀는데 물건이 변질됐으면 변상이나 교환을 요구한다. 우리가 생산자한테 찾아가서 요청할 수 없지 않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alsw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고위험 상품 권유 금지

앞으로 금융기관은 일반 금융소비자에게 장외 파생상품뿐만 아니라 사모펀드, 고난도 상품 등 고위험 상품을 권유할 수 없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일 이러한 내용이 담긴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금소법) 시행령 및 감독규정을 입법 예고했다.

시행령 개정안에는 소비자의 요청이 없는 경우 방문·전화 등을 활용한 투자성 상품의 권유를 금지하는 ‘불초청 권유 금지’의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존에는 시행령에서 넓은 예외를 인정하고 있어, 장외 파생상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투자성 상품에 대한 불초청 권유가 가능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소비자의 구체적‧적극적인 요청이 없는 불초청 권유의 경우 방문 전 소비자의 동의를 확보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동의를 확보했더라도, 일반 금융소비자에 대해서는 고난도 상품, 사모펀드, 장내·장외 파생상품을 권유해서는 안 된다. 

단 전문 금융소비자의 경우에는 장외 파생상품에 대해서만 권유가 금지된다.

개정안에는 선불‧직불카드에도 ‘연계서비스 규제’를 적용하는 내용도 담겼다.

연계 서비스 규제에는 연계 서비스에 대한 설명 의무, 연계 서비스 축소‧변경 시 6개월 전 고지 의무 등이 포함된다.

그동안은 신용카드에만 이 규제가 적용돼 규제 차익이 있었다.

또 환율 변동 등에 따라 손실 가능성이 있는 외화 보험에 가입할 때 적합성‧적정성 원칙이 적용되도록 바뀐다.

기존에는 투자성이 있는 변액보험에만 적용됐던 원칙이 외화 보험에도 확대 적용되는 것이다.

적합성 원칙에 따라 소비자 성향에 부적합한 금융상품 권유는 금지되며, 적정성 원칙에 따라서는 소비자가 구매하려는 상품이 소비자에게 부적정할 경우 고지 및 확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 밖에 업계의 요청을 반영한 개선사항도 포함됐다.

금융소비자의 확인을 받을 수 있는 전자적 방식을 확대해 전자서명 방식만 허용한 기존의 불편함을 개선하는 등 내용이 담겼다.

금융위는 이 같은 내용의 금소법 시행령 및 감독 규정 개정안을 향후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올해 하반기 중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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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