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윤석열 뒷배’ 회장님 연결고리 추적

감쪽같이 사라진 대통령의 큰형님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의 무속·비선 논란이 쉽사리 끝나지 않고 있다. 김건희 여사와 이명수 <서울의 소리> 기자의 통화 녹취록을 시작으로 김 여사의 지인들이 대통령실 직원으로 채용된 사실이 드러난 것이 컸다.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천공 스승이 최근까지 김 여사의 행보를 코칭해줬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야권은 이들이 윤정부의 ‘비선 권력’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비선 권력 핵심은 무속인이 아닌 황모 회장이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윤 대통령 주변에서 황 회장의 잔상이 지워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황모 회장과 윤석열 대통령의 사이는 보통이 아니다.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의 일정표로 알려진 이른바 ‘조남욱 리스트’에도 황 회장이 수차례 등장한다. 특히 윤 대통령과 깊은 인연이 있는 무정 스님과도 각별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인연 덕이었을까? 황 회장의 아들은 대통령실 행정관으로, 쌍둥이 딸 중 한 명은 현직 검사와 결혼한 사실이 확인됐다.

강원도부터
친분 쌓아

무정 스님은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이어준 인물이자 무속 의혹의 키맨으로 알려진 인물로, 2012년 3월부터 한 달간 동부산업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 회사의 매출 현황을 보면 2014년도 매출의 85%가 삼부토건을 통해 발생했다. 삼부토건의 특수관계회사라고 볼 수 있다.

황 회장이 어떻게 윤 대통령을 알게 됐는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강릉지청에서 근무했을 당시 황 회장과 막역해졌다는 것 외에는 사실관계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지역에서도 이를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동해시 한 인사는 “윤 대통령이 황 회장과 죽마고우 사이인 것은 다 아는 사실”이라며 “대통령이 되기 전 검찰총장일 때도 황 회장을 수차례 만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윤 대통령의 ‘죽마고우’이기 이전에 스폰서라고도 불린다. 조 전 회장이 검찰을 관리해온 것처럼 윤 대통령과의 인맥을 유지해왔다는 설명이다. 다른 동해시 인사도 “황 회장은 윤 대통령 외에도 강릉지청 검사들을 자주 만났던 사람이다. 검찰 인맥을 만들어왔기에 윤 대통령과 친해지는 일은 쉬웠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 회장의 검찰 인맥으로는 윤 전 총장 외에도 강릉지청장이던 한상대 전 검찰총장, 이중희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박근혜정부) 등이 거론된다. 특히 경기지방경찰청장을 지낸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과도 상당히 친한 사이다. 이 의원은 윤 대통령의 대선캠프(국민캠프)에도 참여했다.

황 회장과 조 전 회장, 무정 스님, 윤 대통령 등이 친분이 깊었다는 의혹은 이미 언론을 통해 드러났다.

앞서 윤 대통령 측은 조 전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 “조남욱 전 회장은 알고 지내던 사이로 20여년 전부터 10년 전 사이에 여러 지인과 함께 통상적인 식사 또는 골프를 같이한 경우는 몇 차례 있었다”며 “최근 약 10년간 조 전 회장과 만나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황 회장을 어떻게 알고 지냈는가에 대해서는 반박하지 않았다.

윤·황·무정 스님·조남욱 수차례 골프 회동
김건희·무정 스님 관계 악화…“황이 실세”

수원지검은 2013년 조 전 회장의 둘째 아들인 조시연 당시 삼부그룹 부사장 조사 때 압수수색을 통해 ‘조남욱 리스트’를 확보한 바 있다. 윤 대통령 측이 ‘조남욱 리스트’를 부인하는 것이 검찰 수사가 올바르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조남욱 리스트’에서 ‘검사 윤석열’은 최소 4회 이상 등장한다. ‘조남욱 리스트’에는 2011년 4월2일 골프 회동, 2012년 일정표에서는 3월11일 ‘윤석열 검사 화환, 대검찰청 별관 4층’ 일정이 확인된다. 이날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결혼식이었다.

4월2일 골프 회동에는 윤 대통령과 장모 최은순씨가 멤버로 적혀 있다. 무정 스님은 ‘조남욱 리스트’ 1997년 일정표부터 자주 등장한다. 황 회장의 이름은 2002년 6월, 황 회장 모친상 조의금 메모부터 나오는데 무정 스님과 함께 거론된다.

황 회장은 윤 대통령이 고양지청 검사 시절인 2006년 10월 뉴서울CC에서 골프를 치기도 했다. 조 전 회장과 황 회장은 2008년과 2010년, 2012년에 골프를 쳤다. 이들은 2011년 8월 모여 만찬을 즐기기도 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대검 중앙수사부(중수부) 1과장이었다.

이처럼 ‘조남욱 리스트’에는 윤 대통령과 최씨와 무정 스님, 황 회장 등이 여러 차례 언급된다.

현재 황 회장과 무정 스님과의 관계는 틀어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과 무정 스님의 다툼이 원인일까? 한 검찰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지난해 초부터 거리를 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시 무정 스님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한 것이 화근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김건희 녹취록’에 도 언급되는 내용이다. 김 여사는 이명수 <서울의 소리>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분(무정 스님)이 한 번은 우리 남편 앞에서 갑자기 ‘문재인은 망한다’ 이러는 거야. 망하면 우리 남편 망한다는 말밖에 더 돼? 그때부터 인연을 딱 끊고 지금까지도 안 봐”라고 말했다.

윤석열 사단
부부장 후배

이 때문에 현재 윤 대통령 일가와 접촉 중인 ‘비선 멤버’ 중 가장 힘이 센 인물이 황 회장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무정 스님과 윤 대통령이 지난해 말부터 접촉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건진법사도 언론의 취재 이후 조용하다”며 “윤 대통령 일가와 큰 다툼이 없는 이는 황 회장이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일요시사>는 올해 초 동부전기산업 소유 건물을 직접 방문까지 했으나 황 회장을 만날 수 없었다. 최근까지 황 회장이 동해시를 돌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나 지난해부터 시작된 언론의 취재 이후 황 회장은 사실상 종적을 감춘 상태다.

황 회장은 오랜 시간 동해시에서 범죄예방위원(현재의 법무부 법사랑위원)으로 활동했다. 동해시 상공회의소 부회장을 빼면 지역에서는 거의 활동하지 않았던 그가 지역 검찰 쪽에서는 적극적으로 활동했던 것이다.

황 회장에겐 쌍둥이 딸과 막내아들이 있다. 아들 황씨는 현재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청년정책 담당 5급 행정관으로 근무 중이다. 황씨는 윤 대통령을 삼촌, 김 여사를 작은엄마로 부를 만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윤 대통령 또한 사석에서 황씨를 조카처럼 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황씨는 윤 대통령이 지난해 3월 대선 출마를 결심하며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했을 때부터 줄곧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가장 가까이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든 직후 황씨와 관련해 캠프 내부에서도 사적 인연을 통한 등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바 았다.

당시 윤석열 캠프는 황씨와 관련된 의혹들을 부인했으나 일부 캠프 구성원들은 황씨를 윤 대통령의 먼 친인척쯤으로 여기기도 했다.

황씨 관련 논란이 다시 불거진 건 <더 팩트>가 보도한 이른바 ‘김건희 목덜미 영상’ 때였다. 언론의 취재를 피해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안으로 김 여사의 목덜미를 잡고 들어간 스포츠 머리에 양복 차림의 인사가 코바나컨텐츠에 상주하던 황씨라는 일부 언론 보도가 있었다. 황씨가 이른바 ‘김건희 비선라인’의 일원이라는 시각이다.

‘코바나컨텐츠 황씨’ 관련 논란은 <서울의 소리>가 공개한 이른바 김건희 7시간 녹취록에도 나온다. 지난해 8월 30일 있었던 이명수 기자의 코바나컨텐츠 강의 현장에 황씨가 참석했고, 강의를 사전에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윤석열 후보 비서실 황’이라고 밝힌 인사와 이 기자가 주고받은 전화와 메시지 등 증거가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일요시사> 취재 결과 당시 김 여사의 목덜미를 잡은 것은 건진법사의 제자인 심 박사로 확인됐다.

황씨는 양정철 민주연구원 원장의 운전과 수행을 담당하기도 했다. 황씨는 양 전 원장이 직접 인턴으로 데려왔다. 그는 양 전 원장이 취임한 2019년 5월부터 약 14개월간 일했으며, 양 전 원장이 사임하면서 함께 그만뒀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황씨는 지난달 지방선거 전까지 김은혜 전 경기도지사 후보 캠프에도 몸담았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정치권 관계자는 “황씨가 캠프 내에서 잘 적응하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황 회장의 아들이자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소문이 파다해졌기 때문인지 일부 캠프 사람들은 황씨와 말도 섞지 않으려 했다”고 주장했다.

자식까지
이어진 인연

황 회장의 쌍둥이 딸 중 한 명은 현직 검사와 결혼에 성공했다. 황모씨는 광주지검 순천지청 소속 박모 검사와 지난해 5월1일 대검찰청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당시 결혼식에 참석한 검찰 관계자는 “결혼식에는 윤 대통령이 참석한 건 사실이다. 김 여사는 오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박 검사의 결혼식에도 왔었다는 건 와전된 얘기”라며 “검찰 내에서는 박 검사 친구들이 신부집에 함을 메고 들어왔을 때 김 여사가 신부집에 있었다는 얘기가 들린다”고 전했다.

박 검사는 2018년 서울중앙지검에서 근무하다 2020년 2월 청주지검 충주지청 형사부로 발령받고, 지난 2월부터 순천지청에서 근무하기 시작했다.

박 검사의 상관은 이방현 순천지청 부부장검사로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로부터 각종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던 인물이다. 이 부부장검사는 상당 기간 김씨 명의의 고가의 수입차를 무상으로 빌려 탄 정황으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당시 이 검사는 대구지방검찰청 포항지청 형사1부 부장검사로 재직 중이었다. 그는 포항에 오기에 앞서 2019년 8월까지 서울남부지방검찰청 부부장검사로 재임했고 2020년 9월까지 포항지청에서 근무했다. 이후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조사제2부 부장검사가 됐다가 사건이 불거진 뒤인 지난 7월 부부장검사로 강등됐다.

이 부부장검사가 1년 넘게 머물던 경북 포항은 가짜 수산업자 김씨의 근거지다. 앞서 박영수 전 특검은 “지역 사정에 도움을 받을 인물로 김씨(수산업자)를 소개하며 전화번호를 주고, 김씨에게는 이 검사가 지역에 생소하니 조언을 해주라는 취지로 소개했다”며 이 부부장검사를 김씨에게 소개해준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이 부부장검사는 박 전 특검의 ‘박근혜 국정 농단’ 특검팀에서 함께 근무한 사이로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된다. 박 전 특검 역시 가짜 수산업자 김씨로부터 지난해 12월 상당 기간 포르쉐 파나메라4를 빌려 탄 혐의를 받았다. 이들이 제공받은 차량들은 신차 가격 기준 2억~3억원가량이다.

여당인 국민의힘 일각에서도 대통령실 ‘비선 권력’ 의혹이 해소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근까지 ‘김건희 리스크’로 곤혹스러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윤 대통령도 김 여사의 역할과 행보에 대해 고민이 깊었다. 김 여사가 ‘조용한 내조’를 벗어나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한 것이 주된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배우자를 보좌하는 공식기구가 없다 보니 김 여사의 활동마다 ‘비선 정치’ 꼬리표가 따라붙고 있다.

앞서 <일요시사>는 정모씨와 충남대 무용학과 겸임교수로 알려진 김량영 교수가 김 여사의 봉하마을 방문을 근처에서 수행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 둘은 김 여사가 대표였던 코바나컨텐츠 직원이었다. 정씨는 이 기자가 폭로한 ‘김건희 녹취록’에 여러 번 등장한다.

아들, 대통령실 행정관 낙하산
쌍둥이 딸은 검사와 결혼 확인

<일요시사>가 입수한 코바나컨텐츠에서 이뤄진 3시간 분량의 녹취록에는 김 여사 ‘댓글 작업’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김 여사와 봉하마을을 찾은 김 교수는 윤 대통령의 대선 선대위와 인수위에서 활동했다. 지난해 열린 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에는 김 여사 팬클럽 ‘건희사랑’ 회장인 강신업 변호사와 함께 대회 조직위원회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김 교수는 여기서 ‘코바나 전무’ 직함을 썼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김 여사 요청으로 김 교수가 동행한 것이라며 “여사와 가까운 사이고, (김 교수)고향도 그쪽 비슷하다 보니 동행하게 된 것 같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의 공식 일정에 지인이 동행한 데 대해선 “처음부터 비공개 행사였고, 공개할 생각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김 여사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가 비공개 행사여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김 여사의 봉하마을 방문은 전날부터 대다수 언론 매체에 보도되고 대통령실 공동취재단이 꾸려지면서 사실상 ‘공개 행사’로 전환됐다.

김 여사 팬클럽 ‘건희사랑’의 돌출 행동도 대통령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최근에는 건희사랑 회장인 강신업 변호사가 김 여사의 미공개 사진을 공개하고, 자신을 비판한 시사평론가나 여권 정치인에게 거친 말을 공개적으로 내뱉었다.

논란 이후에도 같은 상황은 반복되고 있다. 지난달 12일 윤 대통령 내외가 영화관을 찾아 프랑스 칸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 작품인 <브로커>를 관람했을 당시 미공개 사진이 또다시 팬클럽을 통해 유출됐다. 김 여사 팬클럽이 비선 논란을 거듭 자초하면 정권에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여당 내에서도 나오는 이유다.

김 여사의 친오빠 논란도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는 우려가 상당하다. 김씨가 윤 대통령 당선 이후 몇몇 기자와 접촉하며 마치 제2부속실 같은 역할을 해왔다는 지적이다.

김씨는 경기도 남양주에서 요양원과 작은 건설업체를 운영하고 있고, 최근엔 김 여사가 사임한 코바나컨텐츠에 사내이사로 취임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김건희 여사의 옷·가방 정보 등을 비롯해 공개되지 않은 사진이나 정보 등을 전달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논란이 됐던 대통령 집무실에서의 사진도 몇몇 기자에게 전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권 초기
비선 발목

이 같은 논란이 지속되면서 ‘한 박자’ 늦는 대통령실 업무구조가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제2부속실을 폐지한 후 부속실 내에 김 여사를 보좌할 담당자를 두긴 했으나, 역할도 모호하고 부서 간 원활한 소통도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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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