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 챙기는 대통령실 막 하는 인사 막전막후

이번엔 극우 유튜버 친누나 ‘알고 썼나’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극우 유튜버의 친누나가 윤석열 대통령실 홍보수석실 행정요원으로 채용된 사실이 확인됐다. 안정권 벨라도 대표의 누나인 안모씨는 홍보수석실에서 전담 영상 업무를 맡았다. 안씨의 영상 제작 및 편집 실력이 특출나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윤석열정부의 ‘제 식구 챙기기’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씨는 언론의 취재가 시작되자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 대통령실에 더 큰 부담을 주기 직전에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40대 초반인 안모씨는 ‘또순이TV’라는 유튜브 계정을 운영하면서 대중들과 소통하는 일 외에도 지난해 말까지 문재인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을 비판하는 방송을 해왔다. 그의 친동생인 안정권 벨라도 대표는 대표적인 극우 유튜버다. 그는 문재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을 향해 욕설과 막말을 내뱉는 등 수차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작년 말까지
이 비판 방송

대통령실은 “캠프에서부터 영상편집 능력을 인정받았다”고 밝혔으나 안씨를 잘 아는 주변인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입을 모은다.

대통령실은 안 대표의 친누나가 홍보수석실 행정요원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대통령실 측은 “안씨가 대통령실 행정요원으로 근무하는 것은 맞고, 안씨가 유튜버로 활동했던 안정권 벨라도 대표의 누나인 것도 맞다”며 “그러나 이는 대통령실 임용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안씨는 지난해 11월 초부터 선거 캠프에 참여해 영상·편집 등의 일을 했고, 이 능력을 인정받아 대통령실에 임용된 것”이라며 “안씨는 선거 캠프 참여 이후 안정권씨 활동에 일체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누나와 동생을 엮어 채용을 문제 삼는 것은 연좌제나 다름없고, 심각한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며 “안씨의 채용 과정에는 어떤 문제도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안씨가 지난해 11월 초부터 선거 캠프에 참여한 이후 영상과 편집 등의 업무를 맡으면서 능력을 인정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선거 캠프와 인수위원회서 관련 업무를 해온 인사들과 안씨에 대해 잘 아는 인물들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윤석열 캠프 출신의 한 관계자는 “안씨의 능력이 특출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안씨 말고도 대통령실에 갈만한 인재가 많았다. 그만큼 뽑힐 줄 알았던 이들이 임명에서 제외된 경우가 상당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관계자도 “대통령실의 능력 검증에 의구심이 든다. 지금까지 측근·친인척 채용으로 줄을 세워 윤정부에 실망한 사람도 많다”며 “‘제 식구 챙기기’가 여전하다는 게 국민적 눈높이”라고 비판했다.

안씨가 구체적으로 윤석열 캠프와 대통령실에서 어떤 업무와 성과를 내왔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안씨가 운영한 유튜브 계정을 보면 영상편집 능력이 우수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안씨는 2020년 10월22일 ‘또순이TV’라는 채널을 개설했다. 그의 채널 설명을 보면 ‘갈팡질팡! 방송 초보의 좌충우돌 유튜브 개척기! 10만 크리에이터 도전하는 막무가내? 아줌마의 (셀프/전화/대면) 수다방!!’이라고 적혀 있다.

안씨의 유튜브 영상을 보면 영상편집 능력이 뛰어나다고 판단할만한 영상은 거의 없다. 대부분 대중과의 소통 위주 방송과 수다를 즐기는 콘텐츠들뿐이다. 그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동생 명의의 계좌번호를 공유해 후원을 받거나 안 대표와 ‘합동 방송’을 하기도 했다.


‘양산 사저’ 욕설·막말 시위자 누나
홍보수석실 근무 알려지자 돌연 사의

“동생을 엮어 채용을 문제 삼는 것은 연좌제”라는 대통령실의 입장도 비판받고 있다. 안씨가 자신의 동생과 회사, 조직 등을 같이 경영했기에 연좌제라고 반박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설명이다.

안씨는 개인 채널에서 꾸준히 벨라도를 홍보하고, 자신의 벨라도 방송 출연을 예고하기도 했다. 안씨는 지난해 캠프에 합류하기 불과 3개월 전까지도 자리를 비운 동생을 대신해 벨라도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안씨가 동생과 수년간 함께 논란의 콘텐츠를 만들고 해당 수익을 나눠왔다는 점에서 대통령실의 해명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도로 새누리당’ ‘도로 한국당’이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극우 유튜버들을 배제해야 중도층을 끌어모을 수 있다”며 “대통령실 시스템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최근까지 문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서 고성·욕설 시위를 해왔다. 유튜브 채널 ‘헬마우스’에 따르면 안씨는 시위 도중 “문재인 이 간첩 XX야, 니하고 김정숙 백신 피해자와 국민 앞에 사죄해”라고 외쳤다.

경남 양산경찰서는 벨라도를 비롯한 보수단체가 양산 사저 앞에 신고한 집회에 금지를 통고했다. 벨라도는 경찰 조치에 반발해 집회 금지 통고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에 냈지만 울산지법은 지난 5일 기각했다.

그간 문 전 대통령 부부와 평산마을 주민들은 집회 개최자들의 확성기 및 스피커 사용으로 극심한 고통을 호소해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7일,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시위가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 집무실(주변)도 시위가 허가되는 판이니까 다 법에 따라 되지 않겠느냐”며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기도 했다.

이어 “김정숙 이 X야, 네가 샤넬에 어울리기나 하냐. 남의 기업 조지는 데 재주 있는 김정숙 사과하라”며 “너는 5일장 몸빼도 아까운 X이여”라는 등 막말도 늘어놨다. 안 대표는 동영상을 통해 세월호 혐오 발언을 하고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거나 문 전 대통령 등도 원색적으로 비방하기도 했다.

막 가다 쓰나
필터 의구심

안 대표가 운영하던 채널인 ‘GZSS’와 ‘GZSS팀’은 2020년 극단적 혐오 발언으로 영구적으로 폐쇄되기도 했다. 이 채널에는 “선거 부정은 투표함 바꿔치기한 것” “김종인은 정책적으로 문재인보다 더 빨갱이다. 골칫덩어리 영감” 등의 영상이 게재됐다.

그는 과거부터 수차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2019년 2월15일 5·18민주화운동 왜곡에 참여했다. 2020년 2월25일에는 대구에서 코로나19가 극심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위를 했다. 특히 세월호 유가족이 천막 안에서 성행위를 했다는 주장을 한 데 이어 광화문 광장에 있는 세월호 기억공간 건물 앞에서 타 유튜버들과 도를 넘은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대통령실이 지난 3월부터 진행된 민주당사 앞 ‘민주당 개혁 촛불문화제’를 지속적으로 방해하기도 했다. 또 발언을 진행 중인 참가자들에게 욕설과 막말을 내뱉는 행태도 보였다.

지난 5월에는 윤 대통령 취임식장에 참석했고 같은 달 28일에는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선대위원장 및 인천 계양을 후보 유세 현장에서 주민들에게 욕설과 폭언을 한 행위로 계양구 선관위에 고발당했다. 안 대표와 그가 대표로 있는 방송 플랫폼인 벨라도의 직원 등은 지난 5월10일 윤 대통령 취임식에 특별초청 되기도 했다.

안 대표의 영상을 편집해 올리는 유튜브 채널 ‘브하 스튜디오’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안정권 대표님 이하 벨라도 직원 외 관련자 총 15장(특별초청장) 받았네요^^”라며 안 대표의 대통령 취임식 특별초청장을 공개했다.

안 대표가 5·18 음모론을 주장하는 극우 유튜버인 만큼 특별초청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안 대표는 2019년 “지만원 박사가 지난 19년 동안 북한 특수군 침투 자료를 증거로 내세우니 정치권이 정신병자로 몰아갔다”고 발언하는 등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북한 특수부대가 개입했다는 지씨의 음모론에 동조한 인물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식 당시 취임사에서 ‘반지성주의’를 강조했고 지난 5월18일 5·18 기념사에서는 “오월 정신은 보편적 가치의 회복이고,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 그 자체”라고 발언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케케묵은 5·18 북한군 개입 음모론을 주장하는 인물을 취임식에 특별 초청하고 그의 방송을 홍보하고 함께한 누나를 영입해 대통령실 직원으로까지 채용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통령실이 안 대표의 과거 행보를 알면서도 안씨의 채용한 것은 논란을 자초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대통령실이 안 대표의 행보를 알고도 안씨를 채용했으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안씨가 비상식적 행보를 보인 적은 없지만 적어도 안 대표의 행보를 알았다면 채용에서 제외하는 게 논란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캠프 출신들
“능력은 글쎄”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도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논란이 지속되다 보니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이라며 “오늘 대통령실 관계자의 해명을 보고 윤석열정부의 눈높이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잇단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이원모 대통령비서실 인사비서관 배우자 신모씨가 윤 대통령 부부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스페인 마드리드 일정에 동행한 것이 확인된 데 이어 대통령 부속실에 윤 대통령과 6촌 지간인 최모씨가 국장급 선임 행정관으로 근무 중인 게 드러나면서 불공정 논란까지 겹쳤다.

윤 대통령 취임 초부터 제기되던 비선·측근 리스크가 재차 돌출됐다는 지적이다. 신씨는 윤정부 출범 직후 대통령비서실에 근무하기 위해 출근도 했지만, 남편이 인사비서관에 먼저 임명되면서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 제11조(가족 채용 제한)에 따라 본인이 고사해 채용되지 않았다.

신씨의 마드리드 동행을 둘러싼 비판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윤 대통령 최측근으로 대통령실 인사 업무를 담당하는 인사비서관의 배우자가 대통령 일정에 동행하며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를 이용하고, 대통령과 같은 숙소에 머무른 것 등이 이해충돌이나 특혜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민간인인 신씨가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일정을 도우면서 제2부속실 직원의 일을 대신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 여사가 봉하마을을 방문했을 당시 지인을 동행해 비판이 일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김 여사의 지인들은 대부분 코바나컨텐츠 출신이었다.

이들이 대통령실에 채용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특혜 채용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신씨는 지난달 초 나토 순방답사팀 일원으로 마드리드를 다녀왔고, 지난달 22일 윤 대통령 부부보다 5일 앞서 선발대로 스페인으로 출국했다.

지난 1일 귀국 때는 윤 대통령 부부와 대통령실 참모진, 기자단과 대통령 전용기를 이용했다. 대통령실은 신씨에게 항공편과 숙소를 지원했지만, 적법한 절차를 거친 ‘기타 수행원’ 신분으로 별도 보수도 받지 않았기 때문에 특혜나 이해충돌 여지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신씨는 윤 대통령과도 인연이 있는 유명 한방의료재단 이사장의 딸이다. 신씨에게 이 비서관을 소개한 이도 윤 대통령으로 전해진다. 신씨는 2013년 이 비서관과 결혼했다.

잇단 친인척·지인 특채 논란
대통령실 인사검증 도마 위

김 여사의 활동 폭은 점점 넓어지고 있지만, 과거 정부에서 대통령 부인 지원 업무를 관장했던 제2부속실은 없는 상황이다. 공적기구 없이 김 여사 활동이 계속되는 동안 논란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제2부속실 신설을 새로 검토할 수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법조 인맥과 개인 친분을 중심으로 한 윤 대통령 국정운영 기조도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윤정부 출범 후 대통령실 주요 인사를 윤 대통령과 가까운 검찰 특수통 인사로 채우면서 검찰 측근 챙기기가 도드라진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 비서관은 대선 기간에도 윤 대통령 캠프에서 네거티브 대응 업무를 맡았다.

‘지인 채용’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KBS는 최근 윤 대통령 부부를 수행·보좌하는 대통령 부속실에 윤 대통령 외가 쪽 친척인 최씨가 국장급 선임행정관으로 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씨는 윤 대통령과 6촌 지간이다. 윤 대통령의 친척 동생인 최씨는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하며 김건희 여사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 친척 채용은 위법이 아니지만 공정에 반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국회의 경우 4촌 이내 인척 채용을 금지하고 8촌 이내 인척 채용 시에는 반드시 고시하도록 하고 있다. 삼성 출신인 최씨는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의 캠프에서 회계팀장을 맡았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서도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윤 대통령의 비선 권력 핵심으로 떠오른 황모 동부전기산업 회장의 아들 황모씨가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청년정책 담당 5급 행정관으로 근무 중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황씨는 윤 대통령을 삼촌, 김 여사를 작은엄마로 부를 만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윤 대통령 또한 사석에서 황씨를 조카처럼 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황씨는 윤 대통령이 지난해 3월 대선 출마를 결심하며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했을 때부터 줄곧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가장 가까이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든 직후 황씨와 관련해 캠프 내부에서도 사적 인연을 통한 등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바 았다.

당시 윤석열 캠프는 황씨와 관련된 의혹들을 부인해왔다. 캠프 구성원들은 황씨를 윤 대통령의 먼 친인척 쯤으로 여기기도 했다.

황씨 관련 논란이 다시 불거진 건 <더 팩트>가 보도한 이른바 ‘김건희 목덜미 영상’ 때였다. 언론의 취재를 피해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안으로 김 여사의 목덜미를 잡고 들어간 스포츠머리에 양복 차림을 한 인사가 코바나컨텐츠에 상주하던 황씨라는 일부 언론 보도가 있었다.

황씨가 이른바 ‘김건희 비선라인’의 일원이라는 시각이다. 그러나 <일요시사> 취재 결과 당시 김 여사의 목덜미를 잡았던 건 건진법사의 제자 ‘심 박사’다.

‘코바나컨텐츠 황씨’ 관련 논란은 <서울의 소리>가 공개한 이른바 김건희 7시간 녹취록에도 나온다. 지난해 8월30일 있었던 이명수 기자의 코바나컨텐츠 강의 현장에 황씨가 참석했고, 강의를 사전에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윤석열 후보 비서실 황’이라고 밝힌 인사와 이 기자가 주고받은 전화와 메시지 등 증거가 있다는 내용이다.

취재 들어가자
부담 느꼈나

그러나 <일요시사> 취재 결과 당시 김 여사의 목덜미를 잡은 것은 건진법사의 제자인 심 박사로 확인됐다. 황씨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의 운전과 수행을 담당하기도 했다. 황씨는 양 전 원장이 직접 인턴으로 데려왔다. 그는 양 전 원장이 취임한 2019년 5월부터 약 14개월간 일했고. 양 전 원장이 사임하면서 함께 그만뒀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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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