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 단상> 동서 프레임

세계 흐름에 맞춰 1등국가로 나가는 변천

정지돼있는 지구본을 보면, 지구가 적도를 중심으로 북반구와 남반구로 나뉘어져 있고, 대륙이나 대륙 안의 나라들이 남북(南北)으로 길게 형성돼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회전하는 지구본을 보면, 지구가 대서양을 중심으로 동양과 서양으로 나뉘어져 있고, 특히 북반구의 나라들이 동일 위도 상에 동서(東西)로 길게 형성돼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정지돼있는 지구본을 통해서는 지구가 남북 프레임으로, 회전하는 지구본을 통해서는 지구가 동서 프레임으로 활발하게 움직이는 구조로 돼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지구는 멈춰있지 않고 실제 자전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지구상에 살고 있는 인류는 대륙 중심의 남북 프레임보다 대양 중심의 동서 프레임에 더 익숙해 있는 것 같다.

지구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자전하기 때문에, 우리는 해가 동쪽에서 떠 서쪽으로 진다고 느끼며 매일 동서 프레임에 민감하지만, 위도(남북)에 따라 변하는 계절은 하루 이틀 사이에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계절의 변화로 느낄 수 있는 남북 프레임에는 둔할 수밖에 없다.

인류 역사를 보더라도 동서 프레임보다 남북 프레임에 비중이 쏠려 있어, 이념이나 경제나 전쟁 등 대부분의 교류와 대립이 동서 프레임으로 진행돼왔다.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도 사람이 살 수 없는 남극, 적도, 북극으로 이어지는 남북 벨트보다 주로 북반구의 동일 위도 상에 있는 나라들과 동서 벨트를 형성해 교류해왔고, 대양을 기준으로 동서 프레임에 의해 나뉜 동양과 서양도 오랜 기간 동안 서로 이념, 경제, 과학, 군사력 등 여러 부문에서 교류와 대립을 통해 발전해왔다.

사실 선진국과 개도국 관련 남북 문제는 사라진지 오래지만, 동양의 사회주의와 서양의 자본주의 이념 관련 동서 문제는 지금도 옷만 바꿔 입었을 뿐 계속 진행되고 있다.

최근 G2국가인 미국과 중국이 경쟁적으로 대서양 중심의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을 늘리고, 태평양과 인도양 연안 국가들과 경제동맹을 맺으며 실질적인 안보동맹을 맺고 있는 것도 동서 프레임 싸움에서 지지 않겠다는 의도다.

성경에 ‘동이 서에서 먼 것 같이’ 라는 구절이 있고, 나폴레옹도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했다’는 말이 있듯이, 전 세계는 남북 프레임이 아닌 동서 프레임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 게 확실한 것 같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전 세계가 동서 프레임으로 움직이고 있는데도, 통일이라는 과업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남북 프레임을 내세워야 하는 입장에 있다.

통일 이전이나 이후에도 동서 프레임으로 세계의 동서 프레임과 일치했던 독일과 달리, 우리나라는 통일 관련해서는 세계의 동서 프레임과 달리 남북 프레임으로 가야 한다.

원래 우리나라(남한)는 국토가 동서의 길이 보다 남북의 길이가 2배쯤 되고, 양대 도시인 서울과 부산도 남북으로 위치해 있어, 분단국가를 떠나 주로 남북 프레임으로 국토개발이나 각종 정책이 추진돼왔고, 역사적으로도 중국과 오랜 교류를 해오면서 남북 프레임을 유지해왔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20세기 초 서양의 자본주의를 받아들이면서 약 100년 동안 경제, 안보 등 모든 분야에서 동서 프레임으로 진행해왔다. 

21세기 초부터는 중국과 교류가 급속도로 확대되면서 최근 20여년 동안 경제는 중국과 남북 프레임으로, 안보는 미국과 동서 프레임으로 진행해오면서 동서 프레임과 남북 프레임이라는 두 개의 틈바구니에서 보이지 않는 사회적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 5월23일 IPEF(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에 가입했고, 우리나라 정상이 최초로 오는 29일부터 30일까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NATO 정상회의에 참석한다고 발표하면서 국내 안보뿐만 아니라 경제에서도 동서 프레임을 추구하게 됐다.

지구촌에 남북 프레임과 동서 프레임이 존재하고 있지만, 큰 흐름으로는 동서 프레임에 의해 세계질서가 움직이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내린 결정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미국·중국의 동서 프레임 싸움의 틈바구니에 있는 나라라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전통적인 남북 프레임과 세계적인 추세의 동서 프레임이라는 두 개의 틀을 동시에 소화해야 하는 우리기에 더 많은 지혜가 필요할 것 같다.

그래도 국토가 남북으로 길게 늘어진 한반도지만, 경상도와 전라도, 북한의 함경도와 평안도의 경쟁관계가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동서 프레임을 많이 경험한 우리다.

남북 프레임 → (남북 프레임+동서 프레임) → 동서 프레임  

위 도식은 세계 흐름에 발맞춰 1등국가로 나아가는 한국의 프레임 변천 과정이다.


※ 이 기고문은 <일요시사>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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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트럼프발’ 통상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앞서 못 박은 시한은 끝났다. 우리나라는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날 타결했다. 이제 협상 결과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때다. 일본과 유럽연합(EU), 그리고 한국. <일요시사>가 세부 내용을 들여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을 상대로 돈을 번, 즉 대미 무역 흑자를 거둔 나라들이 표적이 됐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부터 전 세계는 ‘트럼프발’ 통상 전쟁에 휘말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숫자를 외칠 때마다 세계 경제가 요동쳤다. 하루 전 극적 타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늦게 통상 협상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지난 6월 조기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탄핵심판 등 대형 정치 이슈가 거듭되면서 미국과 협상을 하고 싶어도 테이블에 앉을 사람이 마땅치 않은 상태였다. 실제 한덕수 전 국무총리나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등이 협상에 나섰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또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 선언, 최 전 부총리 탄핵안 상정 등의 상황이 겹치면서 미국과의 협상은 큰 진전 없이 시간만 흘렀다. 이후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우리나라는 좀처럼 미국 실무진과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모든 한국산 제품에 대해 산업별 관세와는 별도로 25%의 일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시한은 지난 1일로 못 박았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FTA 체결로 사실상 무관세 수준이었기에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자동차나 반도체 등 핵심 수출 품목에 붙는 관세 외에도 비관세 장벽(관세 이외의 수단으로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을 허물라는 압박도 가해졌다. 쌀이나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 정밀 지도 반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상황과 맞물려 쉽게 내주기 어려운 조건들이었다. 일·EU와 같은 15%로 막아 대미 투자는 3500억달러로 협상도 난항을 겪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 통상 협상을 하루 앞두고 출국하려다 미국 측의 취소로 불발하는 일이 일어났다. 앞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방한을 닷새 앞두고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미국 고위급 인사들과의 만남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한미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차례로 미국과 협상을 타결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일본의 협상 결과가 공개되면서 우리나라가 최소한으로 맞춰야 할 기준이 생겨버렸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자동차 등 수출 품목이 일부 겹치기에 일본보다 관세가 높아지면 수출 경쟁력이 망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일본과 무역 협상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일본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15%다. 기존 25%에서 10%포인트 줄어들었다.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약 759조원)를 투자할 것이고 이 중 90%의 수익을 미국이 받게 된다고도 했다. 동시에 자동차와 농산물을 일부 개방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지난달 27일에는 미국과 EU가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로부터 수입되는 모든 품목에 대해 일괄적으로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산 에너지 7500억달러(약 1030조원) 구매 및 대미 투자 6000억달러(약 820조원) 확대 방안을 담은 ‘무역협정 틀’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일본과 EU의 협상 타결로 미국의 협상 전략이 윤곽을 드러냈다. 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무엇을, 얼마나 내놓느냐가 관건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대미 투자액이었다. 애당초 통상 전쟁 자체가 타국이 얻는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시작된 터라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국에 대미 투자라는 일종의 ‘청구서’를 요구한 셈이다. 일본이 5500억달러, EU가 6000억달러를 미국에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 날아올 청구액에 관심이 쏠렸다. 협상 시한이 다가오면서 언론보도 등을 통해 3000억달러, 4000억달러 등의 추측이 난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멋대로’ 외교에 우리나라 협상팀이 휘둘리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쌀 소고기 지켰다는데 우리나라는 협상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협상을 타결했다. 일단 일본, EU와 동일한 수준으로 관세 인하를 이끌어낸 것이다. 관심을 모았던 자동차 관세율은 15%, 철강·알루미늄·구리는 기존 관세율(50%)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 부과 시 최혜국 대우도 약속받았다.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부분도 일본, EU와 같은 합의 내용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민감한 품목으로 분류됐던 쌀과 쇠고기 등의 개방은 하지 않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농산물 전면 개방을 언급해 향후 변동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 대미 투자액은 3500억달러(약 490조원)로 결정됐고 1000억달러(약 140조원)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을 수입하기로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한국과 일본의 대미 무역 상황은 지난해 기준 각각 660억달러 흑자, 685억달러 흑자로 규모가 유사한 상황에서 일본보다 작은 규모인 3500억 달러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며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펀드 1500억달러를 제외하면 우리 펀드 규모는 2000억달러로 일본의 36%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미국과 조선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라며 “한미 조선협력펀드 1500억달러는 선박 건조, MRO(유지·보수·정비),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협상팀은 조선 협력을 내세운 게 협상 타결의 ‘키’였다고 자평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브리핑을 하며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협상 타결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인 ‘매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따온 표현이다. 자동차는 관철 못 해 아쉬운 부분으로는 자동차 관세를 꼽았다. 이전까지 우리나라 자동차는 관세가 0%였다. 2.5%였던 일본과 비교해 근소하게 가격 경쟁력을 가졌다. 하지만 이번 협상 타결로 일본과 똑같은 15% 관세가 결정되면서 자동차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됐다. 우리나라 협상팀이 끝까지 자동차 관세 12.5%를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15%’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며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평했다. 협상 결과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일단 ‘최악은 면했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협상 타결이 이뤄지기 전까지 유예 기간을 놓쳐 관세 25%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에 비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의견이다. 동시에 미국이 내민 청구서의 구체적인 부분을 더 살펴야 한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일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타결 발표와 실제 합의 내용이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된 사항을 즉흥적으로 바꾸는 등 외교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면모를 보인 적이 여러 차례 있다.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는 협상 기술을 사용한다는 평이다. 정밀 지도·국방비 등 안보 이슈 백악관서 만나 대통령끼리 담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와의 협상 타결 내용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정상회담이 ‘진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는 “한국이 투자 목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추가 투자하기로 합의했다”면서 2주 내로 이재명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투자액이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추가 청구서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통상 협상에서 논의되지 않은 정밀 지도 반출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도 반출 등 안보 사안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별도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도 반출과 관련해) 우리가 계속 방어해왔다. 추가 양보는 없다”고 말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2025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에서 정밀 지도 반출 제한을 한국과의 디지털 무역 장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군사기밀 유출을 우려해 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막아왔다. 정밀 지도에 해외 기업이 가진 위성사진을 결합하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지도 정보로 완성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계와 IT업계는 정밀 지도를 반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지만 정상회담의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이상을 국방비 예산으로 잡으라고 압박했다. 우리나라에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를 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하는 등 전방위로 요구한 바 있다. 추가 청구 나올까? 한미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외교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G7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나토 회의에는 이 대통령 대신 위성락 안보실장이 참석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안보’ 회담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딜을 벌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