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게임’ P2E 시장 막전막후

떨어지지 않는 ‘도박’ 꼬리표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P2E(돈 버는 게임) 게임의 규제완화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최근 윤석열정부가 보인 친기업 성향 정책과 시장의 흐름을 무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P2E 게임 규제완화 목소리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관련 사업을 준비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하지만 윤정부가 후보 때와 달리 게임정책에 관심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 불분명한 미래에 국내 게임 개발사들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조상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분과 자문위원은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P2E는 스포츠의 일종인 게임으로서 능력치, 시간, 에너지 투입의 대가로 대체불가 토큰(NFT)을 얻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안 된다”며 “게임 아이템이 법원에서 재화로 인정받았고, 개인 간 재화 거래를 통해 형성된 시장가격이 불법일 수 없는 만큼 법률적으로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잇따른 소송
기대감 상승

P2E란 사용자가 게임을 하면서 획득한 재화나 아이템을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자산으로 활용하는 모델을 의미한다. 현행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게임 내 재화를 환전하는 것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도 P2E 게임과 관련해 사행성 및 환금성을 지적하며 등급을 내주지 않고 있다.

게임위는 지난해 P2E 게임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 ‘파이브스타즈 포 클레이튼’의 등급분류를 거부한 바 있다. 이에 반발한 무돌 삼국지 개발사 리트리스와 파이브스타즈 개발사 스카이피플은 법원에 가처분·집행정지 및 행정소송을 걸었다.

무돌삼국지 개발사 리트리스는 1·2심 모두 기각 판정을 받으며 한국에서 정식 서비스를 할 수 없게 됐다. 파이브스타즈 개발사 스카이피플은 지난해 6월 가처분·집행정지에 대해 승소를 거뒀지만, 아직 사행성 위반에 대한 행정소송이 남아있는 상태다.


지난해 11월 게임위를 상대로 한 행정소송 변론기일에 앞서 스카이피플 관계자는 “이미 기존 게임들도 외부 아이템 거래소 등을 통해 아이템 거래를 상당 금액 규모로 진행하고 있었는데 NFT 기술이 도입됐단 것만으로 사행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국내 첫 사례기 때문에 재판과 관련해 외부 노출을 자제하고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해당 재판은 NFT 게임의 국내 서비스 허용 여부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인 만큼 국내 게임업계의 주목도가 크다. 스카이피플이 승소할 경우 국내 P2E 게임의 규제완화 가능성이 매우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원의 최종 선고가 늦춰지면서 게임업계는 인수위의 P2E 게임 규제완화 발표를 기다리게 됐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보인 친기업 성향 정책과 시장의 흐름을 무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위메이드, 넷마블, 컴투스 등 국내 대형 게임사들도 P2E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만 게임 출시를 계획 중이다. 국내 게임사들은 한국 법인에서 게임 개발을 맡고 토큰 발행 법인과 플랫폼 운영법인을 해외에 두는 방식으로 P2E 게임 사업을 펼치고 있다.

윤 공약 달리 규제완화 가능성 부상
문체부 산하 두 기관 ‘엇박자’ 혼선

위메이드는 지난해 8월 미르4 글로벌 서버를 오픈해 게임 내 흑철이라는 재화를 가상화폐 위믹스로 교환할 수 있게 했다. 또 위믹스를 모든 게임의 기축통화로 만들겠다고 선언하며 다양한 개발사들과 협업하고 있다. 현재 위믹스 플랫폼에서 서비스되는 게임은 총 11개다.

넷마블은 지난 3월 ‘A3: 스틸얼라이브’ 글로벌 버전을 시작으로 상반기 내 ‘골든브로스’ ‘제2의 나라(글로벌)’ 등의 P2E 게임을 연이어 공개할 계획이다. 그라비티는 ‘라그나로크: 라비린스 NFT’를 출시했다. 아울러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유저들을 위해 서버 증설, 게임 접속 강화 등의 보강을 진행한 후 다시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컴투스는 올해 하반기에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을 P2E 버전으로 업데이트해 세계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P2E 관련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두 기관이 ‘엇박자 정책’을 내면서 게임업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31일 국내 게임사 링게임즈는 신작 ‘스텔라 판타지’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신성장 게임 콘텐츠 지원 사업’의 블록체인 부문에 선정됐다.

신성장 게임 콘텐츠 지원 사업은 블록체인, 클라우드,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한 게임 콘텐츠 제작 지원을 통해 국산 게임의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기 위한 사업이다. 이번 사업에 선정된 ‘스텔라 판타지’는 2022년 8월말 글로벌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NFT 게임으로, 최대 5억원의 제작비를 지원받게 됐다.

윤주호 링게임즈 대표는 “즐거움을 강조한 P2E 게임을 통해 대체 불가능토큰(NFT) 가치 향상과 WEB3 게임의 새로운 모멘텀을 선보이고 싶다”고 밝혔다.

문제는 엇박자 정책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은 P2E 게임을 신성장 게임으로 분류하고, 게임당 최대 5억원의 사업비를 지원하고 있는 반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게임물관리위원회는 ‘불법’으로 보고 있다.

이용자가 가상재화를 환전할 수 있어 ‘사행성 게임’으로 봐야한다는 입장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두 기관이 P2E 게임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

엇박자 정책
혼란만 가중

결국 정부 지원금으로 제작된 P2E 게임에 국내 이용자들이 접근할 수 없다.

정부의 이 같은 엇박자 정책에 국내 게임 개발사들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한 중소 게임사 관계자는 “지난 대선 때부터 정치권에서 P2E 게임 규제완화 목소리가 나와 관련 사업을 준비했다”며 “아직까지 정책적 변화가 없는데 희망고문만 받고 끝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P2E 게임을 규제하고 있는 이유는 게임물을 통해 획득한 결과물을 환전할 수 없다는 조항인 게임법 제 32조 때문이다. 해당 법안은 지난 2004년, 노무현정부 때 전국을 강타했던 ‘바다이야기’ 사태를 계기로 만들어졌다.

문제는 P2E 게임과 ‘바다이야기’를 같은 사행성 게임물로 볼 수 있느냐다. 게임업계에선 P2E는 바다이야기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두희 멋쟁이사자처럼 대표는 “어른들의 눈에는 바다이야기와 P2E 게임을 같은 종류로 보는데, 지금 게임하는 친구들은 바다이야기가 뭔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이어 “P2E와 바다이야기는 완전 생태계가 다르고, 지금 글로벌 게임사 ‘샌드박스’는 P2E를 장책해 글로벌 톱기업으로 향하고 있다”며 “글로벌 산업을 바다이야기로 보는 게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당선 후 변심?
초조한 업계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블록체인 게임에 대해 산업계, 행정부, 입법부가 함께 연구해 순기능과 역기능을 파악하는 등 조금 더 똑똑하게 접근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다른 나라들이 규율이나 미덕에 대한 생각이 없어서 블록체인 게임을 허용하고 있는 게 아니다”라며 “경영자로서 한국도 전 세계 흐름에 발맞춰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게임물관리위원회 관계자는 “P2E, 메타버스 등 새로운 패러다임 자체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현행법으로만 적용해선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에 법률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업계를 향한 윤정부의 미지근한 태도에도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게임산업과 관련된 정부부처·학계·업계가 만나 윤정부의 게임정책 방향성을 진단했다. 발제에 나선 위정현 콘텐츠미래융합포럼 의장은 윤정부가 후보 때와 달리 게임정책에 관심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지난 8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선 ‘새 정부 게임정책 방향 논의를 위한 국회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윤상현(국민의힘)·이상헌(더불어민주당) 의원 주도로 마련된 이날 토론회에서는 윤정부의 게임정책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토론회에는 정윤재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콘텐츠산업과 과장, 김윤명 상명대 특임교수, 임혜진 법무법인 동인 파트너스변호사, 김철학 한국e스포츠협회 사무총장, 최요철 차세대융합콘텐츠산업협회 회장이 참석했다.


위 의장은 “대선 당시 뜨거웠던 게임에 대한 열기와 달리 게임 공약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110대 국정과제에 게임 공약은 K팝, 게임, 드라마, 영화, 웹툰에 대한 체계적 지원이 필요한 콘텐츠 중 하나로 다뤄졌다”며 “이렇게 되면 게임산업은 향후 윤정부 하에서 잃어버린 5년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우려했다.

제2 바다이야기 우려
같은 점과 다른 점은?

게임산업을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걱정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달 13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임명된 박보균 장관의 경력을 살펴보면 콘텐츠와 관련된 경력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

위 의장은 “비전문가가 문체부 수장으로 오면서 게임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며 “중국 판호 문제 등 현안에 대한 대응이 잘 이뤄질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게임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애정과 의지를 갖고 문제 해결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게임산업계에서 가장 화두로 떠오른 P2E와 메타버스에 대한 이야기도 활발하게 오갔다.

임 변호사는 “전통적 의미의 게임이 가진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상황”이라며 “누가 P2E를 허용해줄 것인가 한다면 정부가 P2E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리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며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김 특임교수는 “우리나라가 바다이야기라는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아케이드게임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가족용 게임 등에서는 가능할만한 요소가 있다”며 P2E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내비쳤다.

위 의장은 국내에서 P2E를 허용하기 위해 ▲게임의 완전한 프리 투 플레이(과금 없이 즐기는 게임) ▲청소년의 P2E 진입 금지 ▲게임 내 암호화폐 경제의 안정적 유지 ▲신규 글로벌 게임 IP 개발을 선행조건으로 제시했다. 업계의 요구대로 무작정 P2E를 도입할 경우 바다이야기 사태가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였다.

또 메타버스와 게임을 분리하려는 시도는 자칫 메타버스 산업 자체를 좌초시킬 수 있다며 메타버스의 성공 키워드로 ‘게임’을 지목했다.

신중한 접근
조심스런 입장

이에 대해 정 과장은 “P2E 게임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지만 피해가 크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규제를 풀어주겠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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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