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든 성배’ 민주당 비대위 우상호 역할론과 무용론

잘해도 못해도 욕받이 위원장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독이 든 성배를 결국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들었다. 앞서 민주당 지도부는 조기 전당대회 대신 ‘혁신형’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예정대로 8월 전당대회를 치르기로 한 민주당은 전당대회 룰 결정권, 내홍 수습의 임무를 우 의원에게 맡기기로 결정했다. 비대위원장을 맡은 ‘86그룹(1960년대 출생·1980년대 학번) 맏형’ 우 의원은 ‘욕만 얻어먹는 자리’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민주당의 새로운 리더로 추대됐다. 이로써 계파 싸움에서 한발 물러서 있던 우 의원은 전면에서 양 계파를 중재할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됐다. 함몰 직전인 배의 키를 쥔 우 의원에게 언론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요즘 그는 하루가 바쁘게 ‘민주당을 살릴’ 방안을 찾아 뛰어다니고 있다.

선거 망하고 
갈등 불거져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졌을 때만 해도 민주당의 분위기가 이 정도로 처지지 않았다. 근소한 표 차이로 패배한 점을 꼽으며 나름의 자신감을 챙겼다. 이때 민주당 계파들은 서로 싸우기보단 눈치 보기에 급급했다. 눈치만 보던 이들이 이빨을 드러내기 시작한 건 지방선거가 끝난 직후다.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의원을 둘러싸고 계파 간의 입장이 엇갈린 탓이다. ‘비명(비 이재명)계’ 의원들은 이 의원의 등판 때문에 전체 판세가 기울었다고 평가하고 있고, ‘친명(친 이재명)계’ 의원들은 애초에 질 싸움을 이 의원 탓으로만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선거 하루 뒤인 지난 2일 ‘정세균계’ 이원욱 의원은 본인의 SNS에 “이재명 친구, 상처뿐인 영광! 축하합니다”란 짤막한 글을 올려 이 의원을 비꼰 바 있다. 이 의원은 지방선거 기간에 서울시장 공천을 두고 친명계 의원들과 한 차례 대립한 적이 있는 인물이다. 


정치 9단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본인 SNS에 “자생당사. 자기는 살고 당은 죽는다는 말이 당내에 유행한다더니 국민의 판단은 항상 정확하다”고 적었다. 그는 “자기가 죽어야 국민이 감동한다”고 말미에 덧붙였다. 이를 두고 차기 당 대표설이 돌고 있는 박 전 원장이 벌써부터 이 의원을 견제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친명계’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 의원과 오래된 사이로 알려진 ‘7인회’ 소속 문진석 의원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살아 오셔서 총괄 선대위원장을 하셨다고 한들 결과는 별로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 맞받았고 ‘처럼회’ 소속 민형배 의원은 “특정인을 두고 책임을 물으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책임에 경중이 있지만 민주당의 집단책임“이라고 주장했다.

수면 아래에 있던 계파 갈등이 본격적으로 언론에 등장하자 민주당 중진 의원들은 ‘싸움 말리기’에 발 벗고 나섰다.

김종민 의원은 지난 5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이재명 후보 개인에 대한 비판이나 공격 차원이 아니라 민주당에 대한 자기 비판이나 성찰이 필요하다. 민주당으로서는 피해갈 수는 없는 문제”라며 “‘이재명을 지키자’는 식으로 옹호할 문제도 아니다. 민주당의 민주주의가 이대로 좋으냐, 민주주의를 제대로 하고 있느냐는 문제가 핵심”이라고 다소 중립적인 입장을 내놨다.

‘86그룹 맏형’ 내홍 수습 진두지휘
실권 없이 책임만 지는 자리에 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던 민주당은 ‘혁신형’ 비대위 구성에 총력을 기울였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서도 안 됐고 그렇다고 너무 가벼운 인사에게 당 쇄신을 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그동안 민주당 지도부는 외부 인사 영입을 1순위로 생각해왔다. 민주당 측은 계파 갈등과 전혀 관련이 없고 ‘무게감’이 있는 여러 인물을 물망에 올려놓고 지속해서 영입을 추진했다.

민주당의 캐스팅 목록에 올라있던 외부 인사들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 문희상 전 국회의장 등으로 확인됐다. 모두 민주당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내홍을 수습할만한 카리스마가 있는 인물들이다.

이들에 대한 영입 제안과 고사 여부는 확인된 바 없지만,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비대위원장을 캐스팅 목록에서 찾지 못했다.

정치평론가들은 외부 인사들이 비대위원장직을 고사한 이유로 ‘실권’ 없이 ‘책임’만 지는 곳이기 때문이라 평가했다.

알토란 같은 민주당의 공천권은 곧 뽑힐 당 대표가 가져가고, 내홍 수습을 성공적으로 해내지 못한다면 비대위원장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아무런 권한도 없이 책임만 지는 자리에 누가 가려 하겠냐”며 “외부 인사들 또한 나름(손익에 대한) 계산이 있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욕’만 듣는 자리에 우 의원이 가기로 결정됐다. 우 의원은 비교적 친명계에 가깝다고 평가되지만 민주당 내 계파 색채가 매우 옅다고 알려진 인물이다. 

서대문구갑에서만 4선을 지낸 중진으로 2004년에 국회 입성 후 2008년 당내 노선 차이로 한 차례 낙선한 뒤 2012년부터는 2020년까지 내리 3번 당선에 성공했다.

애초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입 제안으로 정계에 데뷔한 그이기에 민주당 전통 지지자들은 그에 대한 호감도가 높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같은 뜻을 품으며 정치생활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됐다. 다소 ‘친노(친 노무현)·친문(친 문재인)’ 색채가 있는 그에게 친명 색채가 가미된 것은 지난 대선 때부터다. 

제3자서
중재자로

정치적 동지라고 인식되는 ‘86 운동권’ 세력이 친명 쪽으로 분류되면서 이들과 관계가 깊은 우 의원 또한 이쪽으로 균형추가 쏠린 것이다.


그는 박홍근 원내대표, 윤호중 전 비상대책위원장, 송영길 전 대표 등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실제로 우 의원은 이들과 함께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캠프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으며 이 의원의 오른팔 역할을 수행한 바 있다.

사실 우 의원은 이재명 캠프에서 총괄선대위원장직을 맡아 이미 한 번 쇄신을 단행한 바 있다. 그는 ‘매머드급’이라 일컬어지던 이재명 초기 선대위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으며 존재감을 알렸다.

지난해 11월 민주당 선대위에 대한 문제점이 여러 가지 형태로 불거지자 “발족식은 했는데 실제로 발족은 안 된 선대위”라고 평가하며 쇄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에도 “민주당 대응이 늦었다” “굉장히 문제가 많았다” “정신 차려야 한다”고 연이은 질책을 쏟아내며 초기 선대위의 수뇌부에게 독설을 퍼부었다.

결국 민주당은 그에게 쇄신을 단행할 권한을 주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우 의원은 성공적으로 쇄신을 성공시키며 그 기대에 부응했다.

보고 체계를 단순화시켰고, 대응 속도를 빠르게 바꾸었으며 적절한 이슈 메이킹으로 불리했던 여론전을 비등한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비록 대선에서 졌지만 민주당은 이때 보여준 우 의원의 능력을 잊지 않았다. 다시 한 번 그에게 쇄신의 역할을 맡긴 것이다.

지난 1월 대선을 앞두고 586 용퇴론에 동참하며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변화에 자신이 본보기가 되겠다는 의도였다.


지난 1월2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불출마 선언을 다른 의원들에게 강요나 확산하려는 목적으로 해석하지 말아 달라. 가장 대표적인 정치인의 자기 결단, 헌신의 의미가 있다”고 언급했다.

불출마를 예고한 그가 맡은 이번 ‘혁신형’ 비대위는 마땅한 권한이 없다고 평가받지만 중요한 역할 한 가지를 부여받았다. 전당대회 ‘룰’을 결정할 권한이다. 차기 당 대표를 뽑을 전당대회에서 공천 룰은 민주당 당권 주자들의 최대 관심사다. 

쇄신 역할
다시 한번

현재 민주당은 전당대회 룰을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일반 국민 여론조사 10%, 일반당원 여론조사 5%로 설정해 놓고 있다. 대의원은 당연직 대의원과 임기직 대의원으로 나뉘는데, 당연직 대의원은 정당에 속해 있는 당원 중 대통령을 제외한 국회의원이나 당 대표, 당내의 최고위원, 주요 당직자들을 지칭한다.

임기직 대의원은 당적에 1년 이상 등재돼있으며 당비를 내고 있는 후원 당원들이 지역대표로 선출한 이들을 말한다.

권리당원은 당원 가입 후 당비를 지난 1년간 6회 이상 내왔던 사람을 말한다. 다만 권리를 행사하려면 ‘권리 행사(전당대회) 전 6개월’이라는 세부조건이 따라 붙는다.

다시 말해 오는 8월 전당대회에 참여하려면 적어도 2월 초에는 입당한 후, 당비를 내왔던 당원이어야만 한다. 당비는 최소 1000원만 내도 무방하다.

계파 간 쟁점은 여기서 불거진다. 현행대로라면 지난 대선 이후(3월 초) 새로 유입된 권리당원들이 전당대회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친명계는 당헌·당규를 바꿔서라도 이들을 전당대회에 참여시키자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자료에 따르면 지난 대선 이후 들어온 신규 당원들은 12만명이 넘는다. 지역별로는 서울 25%, 경기 34%인 것으로 밝혀졌으며 연령별로는 40대 입당자가 3만3000명으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다. 지난 대선 결과를 비춰볼 때, 40대는 이 의원에게 우호적인 세대라고 평가된다.

자료 말미에는 ‘신규 당원의 80%가 여성’이라고 덧붙여져 있다. 실제로 이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여성들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바 있다. 당에서 수적 세가 불리한 친명계 입장에서 이들의 투표권은 절실하다. 전통적 기반인 기존 당원들에 맞설 표들이 ‘신규 당원’들에게서 나오기 때문이다.

전당대회 룰 개정 두고 
‘친명’이냐 ‘친문’이냐

친명계 의원들은 예비경선에서 권리당원들이 배제돼있는 점, 본투표에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등가성이 너무 차이가 나는 점을 들며 ‘권리당원의 권한 보장’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친문계는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게 룰을 개정하자는 소리”라며 응수하고 있다. 친문의 수장 격인 홍영표 의원은 “지금 당도 어렵고 복잡한 상황에서 선거를 앞두고 룰을 바꾼다면 당에 상당한 진통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그때도 (룰을)만든 이유들이 있었다. 하루 이틀 해온 것도 아닌데 기존 룰을 존중하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을 주장하고 있는 비대위가 ‘고인물 잔치’를 반대할 명분은 충분하다. 국민의힘에 내리 3연패하며 변화의 물꼬를 틀어야 하는 민주당 입장에서 이번에 입당한 ‘젊은’ 당원들의 의견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반성을 뒤로한 채 자기들만의 정치를 이어갔다’는 총평을 들은 바 있다. 대선 패배에 반성은커녕 ‘졌잘싸’ 프레임으로 응수하며 국민의힘을 견제했고, 중도층을 선거에 끌어들이지 못한 채 정권과 지방권력 모두를 국민의힘에 넘겨줬다는 평가다.

이런 배경에서 ‘변화’하지 못한 민주당에 변화를 몰고 올 세력은 새로 들어온 당원들이라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자신의 SNS에 “대선 이후 많은 분이 민주당원으로 가입해주셨다. 당의 변화와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지지라고 생각한다”며 “최근 입당한 분들도 8월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의 자격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4년의 경우 당비 납입 횟수를 3회로 정한 사례도 있다”고 구체적인 사례도 언급했다. 우 의원과 함께 비대위원으로 추대된 이용우 의원도 이 의원의 주장을 거들었다.

이 의원은 지난 8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민주당이 국민과 괴리돼 우리들만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룰 개정 등)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룰 개정에 관한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놨다. 

권력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세력과 빼앗으려는 세력은 두 달 간 진흙탕 싸움이 이어지리라 예고하고 있다. 중재 역할을 맡은 ‘맏형’ 우 의원의 어깨는 이들의 날선 공방이 오갈 때마다 무거워지는 중이다. 이런 흐름에 우 의원의 역할에 대한 의심이 나오고 있다. ‘혁신’하기보다는 ‘관리’ 쪽으로 역할이 기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재명룰?
친문룰?

당을 바꾸기는커녕 양측 싸움을 말리다가 두 달을 허비할 것이라는 소리다. 지난 두 번의 선거 패배를 매듭짓기도 버거운 상황에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할 동력이 충분치 않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계파 색깔이 없다”는 의미는 다시 말해 양쪽 어느 진영에도 영향력이 없다는 소리와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서로 양보해야 하는 양측의 싸움에서 영향력 없는 리더가 발만 동동 구르는 모습은 그동안 정계에서 숱하게 반복돼왔던 그림이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우상호 도우미 비대위원 누구?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우상호 의원을 도울 비대위원들을 함께 추대했다.

다양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선수별로 추천을 받았고, 원외 인사와 지도부에서도 한 명씩 선정됐다.

비대위원은 초선, 재선, 3선, 원외 인사, 당연직, 여성 의원에서 한 명씩 총 여섯명이 선정됐다.

선정된 인물들은 우 의원처럼 계파색이 옅은 인물과 ‘친문계’ ‘친이재명계’ 인사 한 명씩이 균형감 있게 뽑혔다.

현재 발표된 비대위원은 이용우(초선), 박재호(재선), 한정애(3선), 김현정(원외 인사), 박홍근(원내대표, 당연직), 서난이(전북도의원)이다.

이 의원은 ‘무계파’로 분류되는 대표적인 인물이고, 박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의원을 도운 전력이 있지만, 우 의원처럼 계파 색이 매우 옅다.

한 의원은 ‘친문계’로 분류되는 인물이고, 박홍근 원내대표는 ‘친이재명계’ 인사다. 

민주당은 이외에도 청년·노동 분야에서 한 명씩 추가 선정해 총 9명으로 비대위원회를 완성시킬 계획이라 밝혔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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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