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동제약 모호한 정체성

효자 삼다수 딜레마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광동제약이 6년 연속 매출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본업인 제약 부문 비중은 갈수록 줄고 있어 정체성이 흐려지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에도 삼다수와 유통업 매출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오랜 오명인 ‘무늬만 제약사’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1963년 설립된 광동제약은 초창기부터 경쟁사에 한 발 앞서며 성장세를 이어왔다. 2000년대 들어 제약업계 내 경쟁이 심화되고 제약사들은 앞다퉈 신성장동력 발굴에 몰두했다. 일찌감치 음료 사업을 캐시카우(현금 창출원)로 낙점한 광동제약은 비타500 성공 이후 빠르게 외형을 성장시켰다. 

비타500 대박
매출 1조 클럽

지난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광동제약은 2016년 처음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한 뒤 2017년 1조1416억원, 2018년 1조1802억원, 2019년 1조2383억원, 2020년 1조2438억원으로 매해 몸집을 키웠다. 지난해에도 1조338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겉으로만 보면 남부러울 게 없는 광동제약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특히 주력 제품 삼다수와 의약품 사업이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광동제약이 삼다수를 통해 확보한 매출액은 전년보다 21.2% 상승한 2839억원에 달했다. 삼다수의 매출 비중은 광동제약 전체 매출의 34.3%를 차지한다.


또 유통영업부문은 ▲비타500 910억원 ▲옥수수수염차 451억원 ▲헛개차 335억원 등 2017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광동제약 매출 비중의 24.4%에 달하는 수치다. 삼다수와 유통영업의 매출 비중은 광동제약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다.

반면 지난해 의약품 사업 매출은 2823억원(매출 비중 21.2%)으로, 전년 대비 2.7% 감소했다.

R&D 투자 비율 1%대…업계 최하위
‘겹친 악재’ 때아닌 불순물 초과 검출 

광동제약 삼다수 매출이 의약품 사업 매출을 앞지른 것은 2016년 이후 5년 만이다. 제약사 ‘빅10’ 가운데 비제약 부문 매출이 본업인 제약을 압도하는 곳은 광동제약이 유일하다. 이에 업계에서는 광동제약에 대해 ‘무늬만 제약사’라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광동제약의 매출을 보면 제약업체가 아닌 음료나 유통업체에 가깝다”면서 “음료사업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신약 개발에도 집중해야 제약사로서의 명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13년 광동제약 창업주인 고 최수부 회장이 타계한 뒤 외아들인 최성원 부회장이 바통을 넘겨받았지만 이렇다 할 신약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개발 진행 중이던 치매 치료제는 임상 2상에서 제품 개발이 보류됐고, 여성 성욕 저하 장애 치료제를 개발 중이라지만 그 역시 자체 개발이 아닌 해외에서 판권을 사 온 것이다. 

정부 지원을 받아 개발 중인 비만치료제도 아직 성과가 없다. 고 최 회장이 한방의 과학화를 내세우며 히트시킨 ‘경옥고’ ‘우황청심원’ ‘쌍화탕’ 등 한방 의약품들로 제약사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광동제약도 손 놓고 있지만은 않았다. 광동제약은 최근 비만 관련 의료용 제품 개발에 투자했다. 지난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광동제약은 최근 의료용 마이크로니들 플랫폼 기업 쿼드메디슨에 20억원을 투자했다.

이 투자는 비만치료제 의약품 마이크로니들 패치 개발을 위해 단행했다. 마이크로니들은 머리카락 3분의1 두께의 미세 바늘이 도포된 패치를 피부에 붙여 약물 성분을 체내에 흡수시키는 차세대 약물 전달기술이다. 주사제보다 통증이 적고 경구제(먹는 약)의 대사 과정을 생략해 흡수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음료에 매진
약은 무신경?

광동제약은 오래전부터 비만치료제 시장에 관심을 보여왔다. 이 투자가 일시적인 이벤트 아니라 장기적인 성장 동력 마련의 계기일 수 있다.

광동제약은 2016년 미국 오렉시젠 테라퓨틱스의 ‘콘트라브’를 도입해 판매 중이다. 다만 지난해 콘트라브의 매출은 26억원에 그쳐 부진하다. 전 세계 비만치료제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삭센다에 밀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광동제약이 최근 투자한 마이크로니들은 콘트라브와 시너지를 내는 방향으로 개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투자를 시작으로 비만 치료제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다.

광동제약은 자체적으로 합성신약 기반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KD101’도 개발 중이다. 2020년 임상 2상을 종료한 후 시험 프로토콜 방안 및 적응증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임상시험을 자체적으로 진행하거나 글로벌 회사에 기술 수출할 계획이다.

광동제약 관계자는 “쿼드메디슨과의 협력을 통해 비만치료제 포트폴리오를 한층 다각화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폭넓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신약후보물질과 첨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확보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광동제약은 타 제약사와의 경쟁우위 요소로 연구개발(R&D)을 꼽고 있다. 광동제약은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보고서(사업내용)를 통해 “제약산업은 전체 제조업 중에서 ‘연구개발비 비중이 높은 산업’”이라며 “신약개발을 진행 중인 연구 집약적 기업들은 15∼20% 정도(매출 대비)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약산업은 전문의약품 위주의 시장으로 재편되는 추세”라며 “이에 따라 당사는 전문의약품 시장에서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R&D와 영업력 등 핵심 분야의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고 부연했다.

저조한 R&D 투자
업계 최하위 수준

그러나 실제 광동제약은 제약 관련 R&D 투자에 인색하다. 2016년 광동제약은 매출액의 0.8%인 50억원을 R&D에 투자했다. 이어 ▲2017년 1.0% ▲2018년 1.1% ▲2019년 1.3% ▲2020년 1.3% ▲2021년 1.5%다. 5년 째 1%대를 유지하고 있다.


광동제약의 R&D 투자 비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1조 클럽에 가입된 타 제약사에 비하면 그 수준은 미비하다. 유한양행·GC녹십자·한미약품·대웅제약·종근당 등의 제약사는 매출액 대비 10~20%를 R&D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그동안의 R&D 분야에 저조한 투자는 결과로 나타났다. 광동제약의 ‘에카렉스현탁액(KDM-1001)’은 지난 2019년 판매를 중단했다. 에카렉스현탁액은 2010년 8월 개발을 완료해 수년간 시장에 공급해 오던 급성·만성 위염 개량신약이다.

수년간 치매치료제 천연물 신약으로 개발하던 연구과제 ‘KD501’ 신약후보물질과 과민성 방광치료제 신약 ‘타라페나신ER’은 모두 임상 2상까지 완료하고, 제품 개발 및 과제 진행을 보류했다.

생수 매출 비중 전체 34.3%나 차지
높은 의존도…판권 넘어가면 타격

성인 대상 비타민D 결핍 치료 합성의약품 ‘비타민D3비오엔주(KDBON-302)’가 있지만, 이마저도 자체 개발 의약품이 아닌 프랑스 제약사 부카라레코르다티에서 완제품 형태로 수입 및 공급하는 비오엔주에 적응증을 추가한 것이 전부다.

이런 상황에 광동제약이 때 아닌 ‘의약품 불순물 초과 검출’ 논란도 빚어졌다. 광동제약이 유통 판매 중인 혈관보강제 일부 의약품에서 불순물이 초과 검출된 것. 


지난 16일 업계 및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 따르면 광동제약이 제조·판매하고 있는 혈관보강제 일반의약품 ‘베니톨정’(미세정제플라보노이드분획물)에서 불순물 니트로소모르폴린(이하 NMOR)이 1일 허용치 초과 검출로 회수·폐기를 조치받았다. 

식약처는 광동제약의 해당 의약품 일부 제조번호와 배치 제품에 대해 회수·폐기 조치하기로 했다. 제조번호는 사용기한이 2022~2023년까지인 제품 전부, 사용기한이 2024년까지인 제품 중에서는 제조번호가 21039, 21040, 21041, 21042, 21068, 21069, 21070인 제품 등이다.

NMOR은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의심되는 발암성 물질로 구분된다. 

식약처는 이번 광동제약 베니톨정의 경우 1일 섭취 허용량을 초과했으나 건강상 큰 위해나 암 발생 가능성이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건강상 큰 영향이 없는 만큼 의약품 복용을 임의로 중단하지 말고 지속 복용하거나 대체의약품 변경 여부 등을 의·약사와 상담하기를 권고했다. 우려가 있는 경우 기준 이하 제조번호 제품으로 변경을 권고했다.

겹치는 악재들
부회장 결정은?

일각에서는 고 최 회장의 ‘한방의 과학화’라는 창업 이념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 최 회장이 이끌던 광동제약은 다양한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등을 개발해 제약사의 초석을 다졌다”며 “그러나 현재 광동제약은 삼다수 의존도가 심하다. 만일 삼다수 판권이 다른 기업에 돌아간다면 매출에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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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