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NET세상> 기사회생 두목님 설왕설래

  • 박민우 기자 pmw@ilyosisa.co.kr
  • 등록 2022.04.19 14:01:04
  • 호수 13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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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는 지었는데 풀려났다?

[일요시사 취재2팀] 박민우 기자 = 인터넷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사안을 짚어봅니다. 최근 세간의 화제 중에서도 네티즌들이 ‘와글와글’하는 흥미로운 얘깃거리를 꺼냅니다. 이번주는 기사회생 두목님에 대한 설왕설래입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폭력 조직 ‘양은이파’ 전 두목 조양은씨. 빌린 돈을 갚지 않았다는 이유로 권총으로 위협하고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무죄를 확정받았다. 재판에서 피해자의 진술조서에 대한 피고인 반대신문권을 보장받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보복 두려워”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특수상해 혐의로 기소된 조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조씨는 2013년 필리핀 앙헬레스 지역에서 자신의 지인에게 돈을 빌려간 A씨가 이를 갚지 않자, 그를 소개한 B씨를 폭행하고 권총으로 위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조씨는 “왜 (A씨가) 돈을 갚지 않아 나까지 오게 하느냐”며 권총을 B씨의 머리에 겨눈 뒤 얼굴과 몸을 때리고 담뱃불로 중요 부위를 지지는 등 약 3시간 동안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조씨의 혐의를 인정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피고인인 조씨에게 반대신문권이 보장되지 않아 피해자 진술조서를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B씨는 1심 2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는데, 재판부는 그가 조씨 앞에서 진술하기 힘들 것이라고 판단해 조씨를 퇴정시켰다. 검찰 신문이 끝난 뒤 조씨 측 반대신문을 진행하려 했으나 B씨는 “조씨의 보복이 두렵다”며 재판에 불출석했다.

1심은 6회 공판까지 증인소환장을 보냈으나 B씨에게 송달이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더 이상 증인소환을 하지 않은 채 B씨 진술조서에 대한 증거능력을 인정한 뒤 조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것이다.

형사소송법 310조의2는 법관의 면전에서 진술되지 않거나, 피고인에 의한 반대신문 기회가 부여되지 않은 진술에 대해선 증거능력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조양은 필리핀 권총 협박 무죄
“피해자 반대신문 보장 안 됐다”

B씨의 경우 자신이 폭행당했다는 진술은 일관되지만 시점·수단·상해 부위 등에 관해선 바뀌었고,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던 조씨로선 반대신문이 필요했다는 게 2심 판단이다. 예외적으로 B씨의 진술조서를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검찰 측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실관계를 두고 다투는 이상, 피고인의 반대신문 등을 거쳐야 진술의 신빙성이 보장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2심은 “검사가 제출한 피해자 폭행 시 사용한 유사한 총기 사진, 수사보고서에 첨부된 언론 기사 부분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조씨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은 원심을 확정했다.

그렇다면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의 생각은 어떨까. 다양한 의견은 다음과 같다.

‘살아있네∼’<jung****> ‘죄는 지었는데 무죄?’<natu****> ‘좋은 것 알려주네’<wson****> ‘피해자가 보복이 두려워서 출석을 못했는데 무죄라니…’<czen****> ‘법 위에 주먹이 있다’<kooy****> ‘때린 사람도 있고 맞은 사람도 있는데 무죄라니…’<dean****> ‘어떻게 보면 그냥 이제는 안쓰럽네’<bbuk****>

징역 3년 선고한 1심
2심 뒤집혀…대법 확정

‘사람은 고쳐 못 쓴다더니 평생 못된 버릇 못 고치네’<ajsr****> ‘평생 배운 게 깡패짓인데 그 버릇 남 주냐?’<ypje****> ‘범죄 저지르고도 어떻게든 피해자 법원 출석만 막으면 무죄인 거네?’<nini****> ‘그만큼 피해자 보호를 못 해준다는 얘기’<dhrs****>

‘조폭에 당한 시민은 누가 보호해?’<wise****> ‘미국은 증인 보호 프로그램이라고 완전히 새 신분으로 다른 주에 가서 살게 해주던데’<free****> ‘이건 뭔가 잘못된 것 아닌가요? 깡패들 무죄받는 방법 다 알게 됐으니 무법천지 순식간이겠네요’<vinc****>

‘가오가 있어 인생 후회한다는 말은 못하겠고∼ 건달은 사람들이 만들어준 거라 어쩔 수 없고∼’<kimk****> ‘조폭에게 협박당하면 모든 걸 포기하게 된다’<mora****> ‘법은 피해자를 지키기 위해서 있는 건데? 보복이 두려워서 법원 소환에 참석 안 했다고 무죄? 신변에 위협을 느끼면 비대면이라도 할 수 있는 거지 꼭 참석해야 하나?’<runb****> ‘범죄자 인권보호하고 피해자는 방치’<pymc****>

재판 불출석

‘법이란 게 그래, 판사도 사람인지라 오심으로 억울한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래서 명확한 증거와 증인 없이는 유죄 입증 어려운 게 현실이다’<n061****>


<pmw@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무죄 확정’ 조양은 심경은?

최근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조양은씨가 유튜브 채널 ‘조양은TV’를 오픈하고 첫 방송으로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조씨는 “대법에서 기간만 5년6개월이 걸렸고 무죄가 확정됐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며 “그 많은 시간 나름 기도도 많이 했고 기쁨도 있었지만 너무 많이 조여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많은 매스컴에 매도당했다”며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무죄 기사 한 번이 나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때리면 때리는 대로 맞아야 했다. 글(기사)을 쓰면 쓰는 대로 당해야 했다. 내가 나와 한 번도 ‘사실이 이렇다’ 얘기 한 번 못 했다”고 억울해했다.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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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