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불명예 퇴장한 김원웅 전 광복회장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2.02.21 12:33:34
  • 호수 13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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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워서 나갔나 무서워서 피했나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21대 광복회장의 마지막 모습은 아름답지 못했다. 정치 편향 논란에도 아랑곳하지 않던 김원웅 광복회장이 수익금 횡령 의혹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

수익금 횡령 의혹을 받아온 김원웅 광복회장이 결국 자진 사퇴를 표명했다. 김 회장은 지난 16일 입장문을 통해 “회원 여러분의 자존심과 광복회의 명예에 누를 끼친 것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의 사태에 대해 부끄럽고 민망하다”며 “사람을 볼 줄 몰랐고 감독 관리를 잘못해서 이런 불상사가 생긴 것, 전적으로 제 불찰”이라고 말했다.

역대 최초
자진 사퇴

이에 따라 김 회장은 2019년 6월 취임 후 2년8개월 만에 불명예로 물러났다. 광복회장의 자진 사퇴는 1965년 이 단체가 설립되고 57년 만에 처음이다. 김 회장은 “운명을 거역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민족 정기의 구심체로 광복회가 우뚝 자리 잡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TV조선은 해당 간부를 인용해 김 회장이 지난 1년간 광복회의 국회 카페 운영 수익금을 유용했다고 처음 의혹을 제기했다. 보훈처는 김 회장 관련 비리가 언론 보도로 알려지자 지난달 27일 특정감사에 들어갔다. 이후 설 연휴 기간을 빼고 일주일 만에 감사 결과를 내놨다.

이처럼 빠른 감사에 보훈처 직원들조차 놀랄 정도였다.


이와 관련해 정부 소식통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를 비롯해 송영길 대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 여권 인사 상당수가 평소 김 회장과 친분을 자랑하며 친일 청산을 주장하지 않았느냐”며 “대선을 앞두고 여권에 불리할 수밖에 없는 김 회장 사태가 확대되는 것을 정부 내에서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다수 의원실에 따르면 국가보훈처는 전날(14일) 김 회장이 카페 수익금으로 조성한 비자금 6100여만원에 대한 감사 개요를 보고했다.

김 회장이 국회에서 카페를 운영해 얻은 수익으로 무허가 마사지 업소를 수차례 방문했고 자신이 설립한 협동조합에도 수천만원의 자금을 활용했다. 독립유공자 후손의 장학사업을 위해 국회에서 운영하던 카페는 김 회장의 비자금 마련 통로가 됐고, 비자금의 40%를 김 회장은 사적으로 활용했다.

내역을 살펴보면 김 회장은 서울 성북구 종암동 한 가정집에 차려진 무허가 마사지 업소를 여섯 차례 이용했다. 업소 이용료는 1회에 10만원으로 총 60만원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 한복·양복 구입비로 440만원, 이발비로는 33만원을 썼다.

김 회장은 이를 모두 현금으로 지불했다. 김 회장이 설립한 협동조합인 ‘허준 약초학교’에는 수천만원이 들어갔다.

인테리어 업체 통해 비자금 조성 포착
옷 사고 무허가 마사지 업소 방문 의혹

학교 공사비 1486만원, 묘목과 화초 구입 300만원, 강사비 및 인부 대금 80만원, 안중근 권총 모형 구입에 220만원, 파라솔 설치 대금 300만원 등 총 2380만원이 활용됐다. 비자금은 카페에 쓰일 재료 구입비를 부풀려 기재하는 형식으로 조성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내 카페인 ‘헤리티지 815’가 커피 재료상에 구매한 내역을 과다 계산해 보고하고 매출은 허위로 작성했다. 이같이 확보한 비자금은 김 회장의 개인명의 통장으로 이체하거나, 김 회장이 산 물건을 대납하는 형식으로 흘러갔다.

또 김 회장의 동서가 공동대표로 있는 골재 채취업체 백산미네랄이 광복회관 사무실과 집기 등을 5개월간 무상으로 사용케 한 사실도 감사로 밝혀졌다. 김 회장의 며느리와 처조카 등도 지난 5일까지 백산미네랄의 사내이사를 지냈다.

그간 김 회장은 이 같은 감사 결과에 대해 “명백한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해왔다. 반면 보훈처는 “감사의 한계로 수사로 밝혀져야 할 사항들이 있다”며 “서울경찰청에 수사 의뢰하고 수사 결과에 따라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보훈처는 김 회장 사퇴와 관련해 “광복회가 조속히 정상화될 수 있도록 지도·감독해 나가겠다”며 “정관에 따라 이사회를 통해 회장 직무대행을 지명하고, 이후 총회를 거쳐 새로운 회장을 선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훈처에 따르면 내년 5월 중 신임 광복회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김 회장에 대해 “사퇴하면서도 몰염치와 남 탓으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황규환 선거대책본부 대변인은 지난 16일 논평을 통해 “김씨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사과나 반성은 없이 ‘사람 볼 줄 몰랐다’며 부하직원 탓으로 돌렸다”며 이같이 밝혔다.

황 대변인은 “보훈처 감사로 파렴치한 행위가 드러난 마당에 언론 모략인 것처럼 하고 등 떠밀린 사퇴가 대단한 결심인양했다”며 “사퇴의 변이 아니라 국민 우롱의 변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지경”이라고 꼬집었다.

김 회장이 자진사퇴 의사를 표명한 가운데 그의 사퇴를 촉구해온 단체 회원들은 집행부도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전원 물러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검은돈 난타 
버티지 못해

김 회장에 반대하는 회원들로 구성된 광복회개혁모임, 광복회정상화추진본부, 광복회재건 비상대책모임 등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태는 김원웅 단독으로 한 것이 아니다”라며 “이런 일이 벌어질 때까지 (김 회장이 임명한)집행부가 알고도 묵인하고 방조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광복회의 본래 설립 취지를 되살리고 사업 투명성을 높이는 등의 개혁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광복회는 선열들의 독립운동 정신 계승과 국민통합을 위해 설립된 단체로 수장이라면 더욱 높은 수준의 청렴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된다. 지금까지 광복회의 수장을 맡았던 역대 회장들은 이 같은 덕목을 잘 지켰지만, 김 회장의 횡령 의혹과 정치 편향 논란이 발생한 만큼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1944년 중국 충칭에서 태어나 대전에 정착한 김 회장의 집에는 항상 많은 애국지사들이 몰려왔다고 한다. 김 회장은 곁에서 봐왔던 부모님과 애국지사들의 모습에서 ‘당당한 삶’의 필요성을 배웠다고 말했다.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학생이던 김 회장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체결에 반대하는 학생운동을 하다가 서울 서대문 교도소에 투옥됐다. 그때 부친 김근수 선생과 모친 전월선 선생이 아들을 보기 위해 교도소를 찾았다.

당시 정부는 ‘더 이상 학생운동을 하지 않는다’는 반성문을 쓰면 석방을 약속했다. 많은 투옥 인사가 반성문 회유에 응했고, 풀려나는 이들도 많았다. 그러나 김 회장은 이를 거부했다. 교도소를 찾은 김 회장의 부친도 김 회장에게 ‘그냥 각서를 쓰라’고 설득을 시도했지만 김 회장의  뜻은 완강했다. 

김 회장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71년 공화당 사무처에 공채로 합격해 청년국장까지 지냈다. 이후 전두환 대통령 집권기인 1980년대에는 민주정의당 조직국장, 청년국장을 지냈다. 이후 민정당 지구당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민정당 소속이던 김 회장은 1990년 3당 합당 이후 민주자유당 당원이 됐지만 곧 탈당해 노무현 전 대통령 등과 함께 ‘꼬마 민주당’ 활동을 하며 1992년 총선에서 대전대덕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처음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그러다 이회창 대세론이 불던 1997년엔 한나라당에 입당해 2000년 총선에서 당선됐다. 그 후 2년 만에 한나라당을 탈당한 김 회장은 개혁국민정당을 만들어 노 전 대통령 선거를 도왔고, 2004년엔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3선 의원이 됐다.

구입비 불려 
허위로 기재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김 회장을 향해 “자기 이익에 따라 정당을 바꾸는 철새 정치인”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생계형’이라고 해명했다.

김 회장은 자신의 이력 논란과 관련해 라디오 방송에서 “40대 초, 노무현 의원 이런 분들과 같이 꼬마 민주당을 창당할 때 같은 또래 동지들한테 ‘비록 생계이기는 하지만 제가 (공화당 등에)몸담았다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과거(를) 지울 생각이 없지만, 반성하고 그 반성으로 원죄가 있기 때문에 더 충실하게 지난 삼십 몇 년 동안 살아왔다”고도 말했다. 

과거 김 회장은 14대 국회의원 시절인 1993년 10월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국정감사에서 “6·25(전쟁)의 경우도 당시 남한이 친일 세력을 청산하지 못하고 있었던 정치·사회적 상황으로 인해 북한에서 주장하는 민족 해방적 성격을 우리가 완전히 부인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일으킨 6·25전쟁을 민족 해방전쟁이라고 미화한 것이다. 

그는 “미국은 한반도 분단에 역사적 부채가 있는 나라로, 분단으로 인한 전쟁 등의 원인을 제공했다”(2014년 8월 새날 희망연대 제61차 포럼) “박근혜보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낫다”(2018년 김정은 맞이 서울세미나)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광복회장 후보 시절에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친일찬양금지법 제정, 친일 반민족 행위자의 국립묘지 안장 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법안 개정 등을 내세우기도 했다.

이후 정치권에서 은퇴한 김 회장은 2012년 10월 공식 석상에 얼굴을 비췄다. 2012년 10월26일 오후 2시 서울시 종로구 프레스센터 20층 프레스클럽에선 안중근 의사 의거 103주년을 맞아 신을사오적-이완용상 시상식이 열렸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정계 입문
요리조리 ‘철새 정치인’ 꼬리표

운암 김성숙 선생기념사업회와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등 단체가 개최한 행사였다. 이날 김 회장은 항일독립운동가단체연합회(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회 전신) 회장 직함을 달고 신을사오적-이완용상 수상자 발표를 맡았다.

신을사오적-이완용상 수상자는 여론조사업체 마크로밀엠브레인이 2012년 10월 12일부터 19일까지 실시한 조사를 바탕으로 선정됐다. 

민정당 핵심 당직자로 활약했던 김 회장은 첫 번째 수상자를 발표했다. 이완용상을 수상하는 첫 번째 주인공은 전두환씨였다. 전씨는 1만표 중 1106표를 얻으며 첫 번째 이완용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당시 김 회장은 “민중 학살, 민중 탄압의 독재정치뿐 아니라 전 재산이 29만원이라는 유명한 일화를 남기며 거액의 추징금을 내지 않는 등 반성의 기미가 없어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고 수상 이유를 설명했다. 전씨가 정권을 잡고 있던 8년 내내 김 회장은 집권당 민정당의 핵심 당직자로 활동한 바 있다. 

김 회장은 수상자 발표를 이어갔다. 권성 전 언론중재위원장, 김완섭 친일 작가,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가 이완용상을 수상했다. 이어 김 회장은 마지막 수상자를 발표했다. 마지막 수상자는 당시 ‘종북 논란’ 중심에 서 있던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선정됐다. 

이 전 의원은 우리나라 국가인 애국가를 부정해 민족 정체성을 망각하고 “종북보다는 종미가 문제”라는 발언으로 남남분열을 극대화해 혼란을 유도했다는 이유로 이완용상을 수상했다. 

2019년 10월19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김 회장은 이석기 옹호 및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 폄훼 발언 등의 이유로 광복회 내부 상벌위원회에 제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는 한 광복회 지회장 발언을 인용해 “김 회장이 우리나라 정당 역사와 관련한 도표를 그려가면서까지 이석기가 왜 훌륭한지 설명했다”면서 “억울하게 감옥에 들어갔고 빨리 석방해야 한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김 회장은 2020년 8월20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안익태의 친일·친나치 행위는 음악·역사계에서는 이미 상식”이라면서 “친일 반민족 권력이 장악해온 민족 반역의 시대를 종언하는 것이 우리의 역사적 의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애국가의 교체를 요구했다. 

그는 “108개국 이상이 국가를 시대에 맞게 교체했지만, 국가를 교체하지 않은 나라 중엔 일본이 있다”면서 “국가를 고치지 않은 것도 일본을 따라가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말년에…
씁쓸한 퇴장 

2012년 10월26일 ‘신을사오적-이완용상’ 수상자 중 5번째로 선정된 통합진보당 이석기 전 의원의 수상 사유 중 하나는 ‘우리나라 국가인 애국가를 부정해 민족 정체성을 망각했다’였다. 이완용상을 수상한 이 전 의원 이름을 호명한 것은 다름 아닌 김 회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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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