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불명예 퇴장한 김원웅 전 광복회장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2.02.21 12:33:34
  • 호수 13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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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워서 나갔나 무서워서 피했나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21대 광복회장의 마지막 모습은 아름답지 못했다. 정치 편향 논란에도 아랑곳하지 않던 김원웅 광복회장이 수익금 횡령 의혹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

수익금 횡령 의혹을 받아온 김원웅 광복회장이 결국 자진 사퇴를 표명했다. 김 회장은 지난 16일 입장문을 통해 “회원 여러분의 자존심과 광복회의 명예에 누를 끼친 것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의 사태에 대해 부끄럽고 민망하다”며 “사람을 볼 줄 몰랐고 감독 관리를 잘못해서 이런 불상사가 생긴 것, 전적으로 제 불찰”이라고 말했다.

역대 최초
자진 사퇴

이에 따라 김 회장은 2019년 6월 취임 후 2년8개월 만에 불명예로 물러났다. 광복회장의 자진 사퇴는 1965년 이 단체가 설립되고 57년 만에 처음이다. 김 회장은 “운명을 거역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민족 정기의 구심체로 광복회가 우뚝 자리 잡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TV조선은 해당 간부를 인용해 김 회장이 지난 1년간 광복회의 국회 카페 운영 수익금을 유용했다고 처음 의혹을 제기했다. 보훈처는 김 회장 관련 비리가 언론 보도로 알려지자 지난달 27일 특정감사에 들어갔다. 이후 설 연휴 기간을 빼고 일주일 만에 감사 결과를 내놨다.

이처럼 빠른 감사에 보훈처 직원들조차 놀랄 정도였다.


이와 관련해 정부 소식통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를 비롯해 송영길 대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 여권 인사 상당수가 평소 김 회장과 친분을 자랑하며 친일 청산을 주장하지 않았느냐”며 “대선을 앞두고 여권에 불리할 수밖에 없는 김 회장 사태가 확대되는 것을 정부 내에서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다수 의원실에 따르면 국가보훈처는 전날(14일) 김 회장이 카페 수익금으로 조성한 비자금 6100여만원에 대한 감사 개요를 보고했다.

김 회장이 국회에서 카페를 운영해 얻은 수익으로 무허가 마사지 업소를 수차례 방문했고 자신이 설립한 협동조합에도 수천만원의 자금을 활용했다. 독립유공자 후손의 장학사업을 위해 국회에서 운영하던 카페는 김 회장의 비자금 마련 통로가 됐고, 비자금의 40%를 김 회장은 사적으로 활용했다.

내역을 살펴보면 김 회장은 서울 성북구 종암동 한 가정집에 차려진 무허가 마사지 업소를 여섯 차례 이용했다. 업소 이용료는 1회에 10만원으로 총 60만원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 한복·양복 구입비로 440만원, 이발비로는 33만원을 썼다.

김 회장은 이를 모두 현금으로 지불했다. 김 회장이 설립한 협동조합인 ‘허준 약초학교’에는 수천만원이 들어갔다.

인테리어 업체 통해 비자금 조성 포착
옷 사고 무허가 마사지 업소 방문 의혹

학교 공사비 1486만원, 묘목과 화초 구입 300만원, 강사비 및 인부 대금 80만원, 안중근 권총 모형 구입에 220만원, 파라솔 설치 대금 300만원 등 총 2380만원이 활용됐다. 비자금은 카페에 쓰일 재료 구입비를 부풀려 기재하는 형식으로 조성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내 카페인 ‘헤리티지 815’가 커피 재료상에 구매한 내역을 과다 계산해 보고하고 매출은 허위로 작성했다. 이같이 확보한 비자금은 김 회장의 개인명의 통장으로 이체하거나, 김 회장이 산 물건을 대납하는 형식으로 흘러갔다.

또 김 회장의 동서가 공동대표로 있는 골재 채취업체 백산미네랄이 광복회관 사무실과 집기 등을 5개월간 무상으로 사용케 한 사실도 감사로 밝혀졌다. 김 회장의 며느리와 처조카 등도 지난 5일까지 백산미네랄의 사내이사를 지냈다.

그간 김 회장은 이 같은 감사 결과에 대해 “명백한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해왔다. 반면 보훈처는 “감사의 한계로 수사로 밝혀져야 할 사항들이 있다”며 “서울경찰청에 수사 의뢰하고 수사 결과에 따라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보훈처는 김 회장 사퇴와 관련해 “광복회가 조속히 정상화될 수 있도록 지도·감독해 나가겠다”며 “정관에 따라 이사회를 통해 회장 직무대행을 지명하고, 이후 총회를 거쳐 새로운 회장을 선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훈처에 따르면 내년 5월 중 신임 광복회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김 회장에 대해 “사퇴하면서도 몰염치와 남 탓으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황규환 선거대책본부 대변인은 지난 16일 논평을 통해 “김씨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사과나 반성은 없이 ‘사람 볼 줄 몰랐다’며 부하직원 탓으로 돌렸다”며 이같이 밝혔다.

황 대변인은 “보훈처 감사로 파렴치한 행위가 드러난 마당에 언론 모략인 것처럼 하고 등 떠밀린 사퇴가 대단한 결심인양했다”며 “사퇴의 변이 아니라 국민 우롱의 변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지경”이라고 꼬집었다.

김 회장이 자진사퇴 의사를 표명한 가운데 그의 사퇴를 촉구해온 단체 회원들은 집행부도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전원 물러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검은돈 난타 
버티지 못해

김 회장에 반대하는 회원들로 구성된 광복회개혁모임, 광복회정상화추진본부, 광복회재건 비상대책모임 등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태는 김원웅 단독으로 한 것이 아니다”라며 “이런 일이 벌어질 때까지 (김 회장이 임명한)집행부가 알고도 묵인하고 방조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광복회의 본래 설립 취지를 되살리고 사업 투명성을 높이는 등의 개혁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광복회는 선열들의 독립운동 정신 계승과 국민통합을 위해 설립된 단체로 수장이라면 더욱 높은 수준의 청렴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된다. 지금까지 광복회의 수장을 맡았던 역대 회장들은 이 같은 덕목을 잘 지켰지만, 김 회장의 횡령 의혹과 정치 편향 논란이 발생한 만큼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1944년 중국 충칭에서 태어나 대전에 정착한 김 회장의 집에는 항상 많은 애국지사들이 몰려왔다고 한다. 김 회장은 곁에서 봐왔던 부모님과 애국지사들의 모습에서 ‘당당한 삶’의 필요성을 배웠다고 말했다.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학생이던 김 회장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체결에 반대하는 학생운동을 하다가 서울 서대문 교도소에 투옥됐다. 그때 부친 김근수 선생과 모친 전월선 선생이 아들을 보기 위해 교도소를 찾았다.

당시 정부는 ‘더 이상 학생운동을 하지 않는다’는 반성문을 쓰면 석방을 약속했다. 많은 투옥 인사가 반성문 회유에 응했고, 풀려나는 이들도 많았다. 그러나 김 회장은 이를 거부했다. 교도소를 찾은 김 회장의 부친도 김 회장에게 ‘그냥 각서를 쓰라’고 설득을 시도했지만 김 회장의  뜻은 완강했다. 

김 회장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71년 공화당 사무처에 공채로 합격해 청년국장까지 지냈다. 이후 전두환 대통령 집권기인 1980년대에는 민주정의당 조직국장, 청년국장을 지냈다. 이후 민정당 지구당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민정당 소속이던 김 회장은 1990년 3당 합당 이후 민주자유당 당원이 됐지만 곧 탈당해 노무현 전 대통령 등과 함께 ‘꼬마 민주당’ 활동을 하며 1992년 총선에서 대전대덕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처음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그러다 이회창 대세론이 불던 1997년엔 한나라당에 입당해 2000년 총선에서 당선됐다. 그 후 2년 만에 한나라당을 탈당한 김 회장은 개혁국민정당을 만들어 노 전 대통령 선거를 도왔고, 2004년엔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3선 의원이 됐다.

구입비 불려 
허위로 기재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김 회장을 향해 “자기 이익에 따라 정당을 바꾸는 철새 정치인”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생계형’이라고 해명했다.

김 회장은 자신의 이력 논란과 관련해 라디오 방송에서 “40대 초, 노무현 의원 이런 분들과 같이 꼬마 민주당을 창당할 때 같은 또래 동지들한테 ‘비록 생계이기는 하지만 제가 (공화당 등에)몸담았다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과거(를) 지울 생각이 없지만, 반성하고 그 반성으로 원죄가 있기 때문에 더 충실하게 지난 삼십 몇 년 동안 살아왔다”고도 말했다. 

과거 김 회장은 14대 국회의원 시절인 1993년 10월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국정감사에서 “6·25(전쟁)의 경우도 당시 남한이 친일 세력을 청산하지 못하고 있었던 정치·사회적 상황으로 인해 북한에서 주장하는 민족 해방적 성격을 우리가 완전히 부인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일으킨 6·25전쟁을 민족 해방전쟁이라고 미화한 것이다. 

그는 “미국은 한반도 분단에 역사적 부채가 있는 나라로, 분단으로 인한 전쟁 등의 원인을 제공했다”(2014년 8월 새날 희망연대 제61차 포럼) “박근혜보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낫다”(2018년 김정은 맞이 서울세미나)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광복회장 후보 시절에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친일찬양금지법 제정, 친일 반민족 행위자의 국립묘지 안장 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법안 개정 등을 내세우기도 했다.

이후 정치권에서 은퇴한 김 회장은 2012년 10월 공식 석상에 얼굴을 비췄다. 2012년 10월26일 오후 2시 서울시 종로구 프레스센터 20층 프레스클럽에선 안중근 의사 의거 103주년을 맞아 신을사오적-이완용상 시상식이 열렸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정계 입문
요리조리 ‘철새 정치인’ 꼬리표

운암 김성숙 선생기념사업회와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등 단체가 개최한 행사였다. 이날 김 회장은 항일독립운동가단체연합회(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회 전신) 회장 직함을 달고 신을사오적-이완용상 수상자 발표를 맡았다.

신을사오적-이완용상 수상자는 여론조사업체 마크로밀엠브레인이 2012년 10월 12일부터 19일까지 실시한 조사를 바탕으로 선정됐다. 

민정당 핵심 당직자로 활약했던 김 회장은 첫 번째 수상자를 발표했다. 이완용상을 수상하는 첫 번째 주인공은 전두환씨였다. 전씨는 1만표 중 1106표를 얻으며 첫 번째 이완용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당시 김 회장은 “민중 학살, 민중 탄압의 독재정치뿐 아니라 전 재산이 29만원이라는 유명한 일화를 남기며 거액의 추징금을 내지 않는 등 반성의 기미가 없어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고 수상 이유를 설명했다. 전씨가 정권을 잡고 있던 8년 내내 김 회장은 집권당 민정당의 핵심 당직자로 활동한 바 있다. 

김 회장은 수상자 발표를 이어갔다. 권성 전 언론중재위원장, 김완섭 친일 작가,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가 이완용상을 수상했다. 이어 김 회장은 마지막 수상자를 발표했다. 마지막 수상자는 당시 ‘종북 논란’ 중심에 서 있던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선정됐다. 

이 전 의원은 우리나라 국가인 애국가를 부정해 민족 정체성을 망각하고 “종북보다는 종미가 문제”라는 발언으로 남남분열을 극대화해 혼란을 유도했다는 이유로 이완용상을 수상했다. 

2019년 10월19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김 회장은 이석기 옹호 및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 폄훼 발언 등의 이유로 광복회 내부 상벌위원회에 제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는 한 광복회 지회장 발언을 인용해 “김 회장이 우리나라 정당 역사와 관련한 도표를 그려가면서까지 이석기가 왜 훌륭한지 설명했다”면서 “억울하게 감옥에 들어갔고 빨리 석방해야 한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김 회장은 2020년 8월20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안익태의 친일·친나치 행위는 음악·역사계에서는 이미 상식”이라면서 “친일 반민족 권력이 장악해온 민족 반역의 시대를 종언하는 것이 우리의 역사적 의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애국가의 교체를 요구했다. 

그는 “108개국 이상이 국가를 시대에 맞게 교체했지만, 국가를 교체하지 않은 나라 중엔 일본이 있다”면서 “국가를 고치지 않은 것도 일본을 따라가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말년에…
씁쓸한 퇴장 

2012년 10월26일 ‘신을사오적-이완용상’ 수상자 중 5번째로 선정된 통합진보당 이석기 전 의원의 수상 사유 중 하나는 ‘우리나라 국가인 애국가를 부정해 민족 정체성을 망각했다’였다. 이완용상을 수상한 이 전 의원 이름을 호명한 것은 다름 아닌 김 회장이었다. 


<9d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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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