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양전기 245억 횡령 미스터리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2.02.21 11:00:29
  • 호수 1363호
  • 댓글 0개

한두 푼도 아니고…까맣게 몰랐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간 큰 직원이 또 등장했다. 계양전기 재무팀 직원이 회계감사 시스템을 피해 245억원을 횡령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이번 횡령 사태를 두고 계양전기 이사회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거액의 횡령 사건이 또 발생했다.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건이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계양전기 횡령 사건의 경우 외부 감사인(삼일회계법인)의 자료 제출 요구에도 이를 미루던 재무팀 직원이 결국 자백한 것으로 파악됐다.

6년이나…

지난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계양전기는 전날(15일) 오후 6시40분경 공시를 통해 이 회사 재무팀 직원 김모씨가 2020년 말 연결재무제표 기준 자기자본(1926억원)의 12.7%에 달하는 245억원을 횡령한 사실을 적발해 당국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계양전기가 재무팀 직원 김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계양전기가 전날 공시한 횡령 금액은 245억원으로 회사 자기자본금 1925억원 중 12.7%에 해당한다. 계양전기 재무팀에서 근무해온 김씨는 구매 장부를 조작하고 은행 잔고 증명서에 맞춰 재무제표를 꾸미는 수법으로 회삿돈 245억원을 2016년부터 6년에 걸쳐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자료 제출에 응하지 않다가 스스로 부담을 느끼고 사 측에 “주식, 가상자산(암호화폐), 도박 자금으로 썼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전날까지 정상 출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추후 피고소인 조사, 공범 유무, 정확한 횡령 액수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할 방침으로, 횡령 금액은 조사 과정에서 변동될 수 있다.

장부 조작, 문서 위조…
허술한 내부시스템 지적

계양전기 관계자는 “연말 결산 감사에서 회사 정산 서류에 있는 예금 잔액과 은행에 실제로 있는 예금 잔액 대조를 위해 재무팀 담당 직원에 자료를 요구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계속 달라고 하니 못 버티고 횡령 사실을 실토했다”며 “어느 정도 기간 횡령이 이뤄졌는지, 실제로 245억원이 맞는지는 자세한 조사를 거쳐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계양전기의 주식매매 거래는 전날 중지됐다. 15일 종가 기준 계양전기의 시가총액은 1169억원으로 코스피 시가총액 779위다.

한국거래소는 전날 “계양전기에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해 기업심사위원회 심의 대상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번 사건은 12월 결산사인 계양전기에서 지난해 말 결산이 끝난 이후에도 감사 절차 자료가 외부 감사인(삼일회계법인)에 제때 전달되지 않은 점을 확인하던 과정에서 파악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산 시점이 끝나는 즉시 외부 감사인은 정기주주총회 개최 전 재무제표 확정을 위해 내부회계 관리제도 운용 실태 및 재무제표 감사에 착수한다. 재무보고 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되는지 확인된 후에서야 재무제표가 회계기준에 맞게 제대로 작성됐는지 살핀다는 얘기다.

그런데 결산 시점(지난해 12월31일)이 끝난 이후에도 상당 기간 김씨 측이 관련 자료 제출 요구에 3주 넘게 응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감사팀의 추궁 끝에 범행 사실이 드러났다. 

김씨는 나중에서야 매출채권 및 매입채무 조작 등을 통해 자금을 횡령한 사실을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처 자금 결제가 일정 시차를 두고 이뤄지는 관행을 악용해 일종의 돌려 막기한 것으로 회사 측과 감사인은 추정하고 있다.

거래처와의 자금 결제가 일정 시차를 두고 이뤄지는 관행을 악용해 자금을 빼돌렸다는 얘기다. 오스템임플란트 재무팀장은 회사 자금을 직접 인출한 뒤 은행 잔액 증명서를 위조했지만, 김씨는 은행 잔액엔 직접 손대지 않고 납품처에서 대금을 받아 챙긴 뒤 다른 거래처에 지급한 후 서류를 위조하는 등 교묘한 방식으로 횡령을 저지른 것이다.

계양전기는 총자산이 2954억원으로 적어 내부회계 관리제도 감사 대상 기업이 아니다. 이 경우 영업팀을 비롯해 재무·회계팀이 자금 관련 역할을 분담하고, 상호 감시하는지를 서류상으로만 검토한다. 

주식, 가상자산, 도박 탕진
자료 제출 미루다 결국 덜미

중견 회계법인 관계자는 “인력을 많이 고용하기 힘든 중견·중소기업은 재무 직원이 마음만 먹으면 횡령할 수 있게끔 운영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씨의 횡령 금액이 245억원으로 끝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난해 말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실이 확인됐지만 횡령 주범 이모씨가 자금을 빼냈다가 되갚은 범행은 2020년 4분기쯤부터였던 것이 추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주식시장 안팎에서는 국내 중소·중견 기업계의 허술한 내부통제 시스템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상장사이면서도 직원의 횡령 사실을 수개월 뒤에야 알아차리는 등 회계감사가 주먹구구식이었다는 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사회가 자체적으로 재무적 문제를 발견할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물론, 감시·감독 기능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의 폐쇄적인 일 처리 방식이 사태의 한 원인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통상 회사의 재무적 사안은 이사회를 거쳐 결정돼야 하는데, 회장이나 최고경영자(CEO)의 신임을 받는 재무 책임자가 일을 우선 처리하고, 이를 사후에 승인받다 보니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진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오너 일가와 측근으로만 구성된 이사회의 경우 견제와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며 “최근 이사회 준법감시 의무도 중요해진 시기인데, 상장사 내부통제 미흡으로 발생하는 횡령 사고는 시장 전반에 신뢰도를 깎아내린다”고 말했다.


상장폐지?

한편 거래정지된 계양전기 주식의 상장폐지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모회사 해성산업의 연결기준 총자산이 2조3000억원대에 이르며 부채비율은 81%로 낮다. 한국거래소는 다음 달 초순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여부를 결정한다. 심의 대상으로 결정되면 매매거래정지 상태가 지속된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계양전기는?

계양전기는 해성그룹 계열사로 전동공구와 함께 자동차 부품에 주력한다.

계양전기가 속한 해성그룹은 지주사 해성산업을 비롯해 반도체 부품업체 해성디에스, 액체 포장용기 제조업체 한국팩키지 등 5개의 상장사와 한국제지 등을 거느린 중견그룹이다. <구>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