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채권자가 말하는 '양육비이행원'의 민낯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2.15 08:18:11
  • 호수 13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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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부모 가구는 154만 이행원 직원은 50여명

[일요시사 취재 1팀] 김민주 기자 = 통계청 결과에 따르면, 2018년 국내 한부모 가구 수는 153만9362명으로 매해 늘어나는 추세다. 한부모 가구가 늘어남에 따라 자녀 양육비 미지급 문제가 대두되고 있지만, 지난해 양육비 이행률은 36.1%다. 양육비 미지급을 아동학대로 규정하고 있는 미국의 양육비 이행률 72%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양육비 미지급을 아동학대로 규정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원활한 양육비 지급을 목적으로 양육비이행관리원(이하 이행원)이 2015년 개설됐다. 하지만 비양육자 쪽에 양육비를 받아내야 하는 양육자들은 이행원이 탁상공론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양육비는 미성년 자녀를 보호·양육하는 데 필요한 비용으로, 미성년 자녀 의식주에 드는 비용과 교육비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2009년 민법과 가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협의이혼 시 양육비에 대한 합의서를 제출하게 됐다. 이로써 이혼한 비 양육자라도 양육의 의무를 다하게 됐다.

여전한 
버티기

하지만 국내의 양육비 이행률은 높지 않다. 양육비 채무자들은 재산은닉, 해외 출국, 위장전입 등의 방법으로 양육비 의무를 피하고 있다. 결국 양육비 채권자들은 자녀 양육비를 받기 위해 채무자에게 소송을 건다.

이때 다수의 채무자가 위장전입을 하고 있어서 실거주지를 확인하려면 직접 발로 뛰어야 하는 현실이다. 양육비 채권자들이 겪는 현실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양육비이행관리원(이하 이행원)은 대상자들에게 ▲소송 관련 상담인 법률 지원 ▲원만한 합의 진행과 민사 집행법상의 강제집행 ▲가사소송법상의 양육비 이행확보 소송 등 양육비 추심을 위한 법적 절차를 진행한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양육비 채무자들에 대해 명단 공개, 출국금지, 운전면허 정지 처분 제도가 시행됐다. 올해 6월부터는 형사처벌도 가능하다. 이 밖에도 면접 교섭을 위한 상담, 양육 지원, 조사정보를 지원 등을 제공한다. 


이 같은 절차들 중 이행원의 조사정보 지원은 소송 및 채권 추심에 필요한 비양육 부모 또는 양육비 채권자의 거주지나 회사, 소득재산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 꼭 필요한 제도다.

더욱이 명단 공개, 출국금지, 운전면허 정지를 위해서는 감치 처분이 필요하고, 감치를 위해서도 채무자의 실거주지 주소가 필요하다.

감치제도는 고의로 양육비 채무를 불이행할 경우 가하는 제재로 경찰서 유치장, 교도소나 구치소에서 머물게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양육비 채권자들은 경제적 활동과 양육을 병행하고 있어서 이행원에 소송을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행원의 서비스에도 불구하고 양육비 채권자들이 이행원을 바라보는 시각은 곱지 않다. 받아야 하는 양육비가 5500만원인 한 양육비 채권자 A씨는 이행원을 이용하면서 겪은 상황을 대해 토로했다.

지급 도우미 역할? 매번 탁상공론만
“면접 교섭 전 아이들 보호 선행돼야”

A씨는 2012년에 이혼했고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이행원을 이용했다. 그는 이행원에서 모든 절차를 밟았지만, 이행원은 채무자가 위장전입과 재산은닉을 했기 때문에 ‘힘든 사례’라고 답할 뿐이었다며 답답해했다.

이행원은 A씨 사건을 법률구조공단으로 이관했다. A씨의 사례는 그곳에서도 ‘힘든 사례’일 뿐이었다. 양육비 채무자는 위장전입과 재산은닉으로 이미 법의 테두리 망을 빠져나간 후였다.


이행원은 A씨에게 면접교섭을 제안했다. 아이를 직접 보면 돈을 줄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A씨의 이혼 사유는 가정폭력이었고, 채권자인 전 남편은 폭력 전과가 있는 사람이었다. A씨는 이혼 전 남편에게 얼굴을 뺀 모든 부위에 구타를 당했고, 목이 꺾여서 혀가 마비됐다. 

이혼 후에는 A씨를 찾아와 행패를 부린 적도 있어 아이와 함께 4개월간 쉼터에서 숨어 지냈다. 이미 아이가 5살 때 면접 교섭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전 남편은 아이가 활발하다는 이유로 아이를 종일 박스에 넣어 놓거나 시장에 뒀다.

그 당시 면접교섭은 1년에 4, 5회로 끝났다. 전 남편이 개인적인 사유로 아이를 기다리게 한 것이다. 이행원은 A씨와 A씨의 자녀가 겪은 일을 모두 알고 있었다. 

A씨는 “이행원은 전 남편에게 아이를 보여주면 양육비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다. 또 상대방이 아이를 보러 오는 것 자체를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며 “면접교섭을 진행하면 단발성에서 그치면 안 된다. 전 남편이 아이에 대한 호기심으로 한번 보고 사라지면, 아이가 받는 상실감은 엄청나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은 이런 일을 겪으면 본인 때문에 아빠가 안 온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행원에서는 전 남편에게 이런 권고조차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에 실시한 ‘양육비 미지급 문제 해결을 위한 심포지움’ 자료에 따르면, 면접교섭을 하고 있는 비양육자로부터 양육비를 제대로 받고 있다고 답변한 비율은 18.5%에 그쳤다. 또 다수의 양육자가 전 배우자의 협박으로 두려움과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대부분
소송 맡겨

이행원에서 양육비 소송을 진행했지만, 자녀가 성년이 돼서 이용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B씨가 받지 못한 양육비는 2억원이 넘는다.

그는 2008년 이혼 후 이행원에서 양육비 소송을 진행했지만 위장전입 등의 문제로 진행되지 않았고 사건이 종결됐다.

B씨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과거 양육비라고 해서 양육비 납부 의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내 실정은 위장전입‧재산은닉 등의 방법으로 아이가 성년이 될 때까지 버티면 양육비를 내지 않을 수 있다.

이행원에 ‘법률지원 중단 결정’을 받은 사례도 있다. 미지급된 양육비가 1억3000만원인 C씨의 경우다. C씨는 이혼 전 가정주부였고 둘째가 태어난 지 30개월 때 이혼했기 때문에 경제적 기반을 마련해야 했다.

이혼 당시 그의 통장에는 20만원밖에 없었다. 양육비를 받았다면 아이는 엄마와 시간을 보냈겠지만, 양육비가 들어오지 않아 C씨는 돈을 벌었고 아이들을 챙길 시간이 없었다. 이혼 후 전 남편은 전혀 연락이 되지 않았다. 전 남편이 죽은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C씨가 소송을 준비하기 시작한 것은 아이들의 성본 변경을 위한 재판 때문이었다. 죽은 줄만 알았던 전 남편이 나타나서 아이들의 성본 변경을 거절했다.

그때부터 C씨의 양육비 소송 재판이 시작됐다. C씨는 2015년 이행원을 통해 양육비 소송을 진행했지만,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서 개인소송으로 변경해 진행했다.

그가 진행한 소송은 총 20번이고, 지난해 전 남편은 출국금지 조치를 받았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전 남편의 재혼 상대가 중국인이어서 공소시효가 풀린 뒤 현재 배우자를 따라 중국에 거주하면 양육비 받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지난해 시행된 출국금지는 올해 4월이면 만료된다. C씨는 다시 소송을 진행해야 했지만, 전 남편은 이미 거주불명 상태였다. 

있으나 마나 
미온적 지원

C씨는 지난해 이행원에 연락해 전 남편의 거주지와 회사 이름을 물었지만, 돌아온 답변은 2월에 예산이 풀리니 그때 진행해보자는 것이었다. 답답함을 느낀 C씨는 여성가족부에 연락해 “왜 예산이 부족하냐. 지금 이 시간에도 아이들은 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문제에 대해서 A씨도 같은 의견이다. A씨는 이행원이 재정상의 이유로 연말과 연초인 3~4개월간은 운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2017년 양육비 소송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확인하니 내년까지 기다리라고 한 것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이행원은 국가기관인데 일하는 사람이 터무니 없이 적다. 언제까지 예산과 인력이 없다고만 할 건지 모르겠다. 주민센터가 돈이 없다고 문을 닫지 않는다”며 “법적으로 한 부모가 아니어도 대부분 위장전입이나 재산은닉으로 양육비 소송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다수를 위한 이행원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후 C씨가 받은 것은 양육비이행관리원장의 이름이 적힌 ‘법률지원 중단 결정 통지서(이하 통지서)’였다.

이 통지서에는 “2021년 12월23일자로 법률지원 업무처리지침 제10조 제2항 제1호(개별사건 진행), 제6호(부당한 민원 제기 및 폭언), 제7호(지원 실익 없음), 모니터링 업무처리지침 제10조 제2항 제3조(무리한 요구 등 부당한 대우) 사유로 법률지원 중단이 결정됐다”고 적혀있다.

이행원 권한 확대 필수
양육비 소송 간소화도

C씨는 “이 통지서를 받고 너무 충격받았다. 나는 거주지 확인이나 직장 조회를 왜 못하냐, 예산이 왜 없냐고 이의를 제기한 거다. 이행원은 무조건 기다리라고만 한다. 양육자들이 이런 통지서를 받으면 어떨지 생각해봤나. 양육비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없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양성욱 법무법인 진성 변호사는 “양육비이행법 제18조에는 ‘이행관리원의 장은 양육비 이행 지원을 위해 필요한 경우 양육비 채권자가 가사소송법 및 민사집행법에 따른 필요한 법률 지원을 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며 “혹여 민원인이 무리한 요구를 했다면 그 요구를 제외하고 들어주면 된다. 아마 이행원 내부 규칙이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대외적인 구속력은 없다”고 밝혔다.

이행원 관계자는 “C씨는 2015년부터 소송이 여러 차례 진행됐는데 개인적으로 계속 취소했다. 이런 경우 개인소송과 중복되니 지원하기 어렵다고 이미 안내한 적 있다. 또, 폭언과 무리한 요구를 지속해서 했기 때문에 민원심의회 상정한 결과 2년 법률 지원 중단 결정을 내렸다”고 답했다.

정희경 한국여성변호사회 기획이사는 “양육비이행관리원의 권한을 강화하고, 징수 및 제재 절차를 일원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양육비이행관리원에 채무자 소재 탐지, 재산 및 소득 조회 권한을 부여하고, 운전면허 정지 등 행정적 제재 처분 요청 권한도 실효적으로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엇보다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양육비에 대한 인식을 교정하고, 양육비 지급을 결정하는 환경‧문화적 요소를 개선해야 한다. 현행 이혼법제를 유책주의에서 파탄주의로 변경하고, 부모 교육에 양육비 지급 내용을 보강하는 한편 면접교섭에 대한 모칭과 양육비이행관리원의 적극적 관리 및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산 없고
인원 부족

이영 양육비해결연합 대표는 “이행원의 예산 부족으로 소송이 계속 멈춘다. 인력과 예산을 대폭적으로 늘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라면, 현행 양육비 소송의 절차를 간소화시키는 것이 최선일 것”이라고 전했다.


<alsw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양육비 나 몰라’ 김동성 버티다…

서울가정법원이 쇼트트랙 전 국가대표 김동성씨에게 ‘감치 30일’을 지난 9일 선고했다.

두 자녀의 양육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가정법원은 2019년 1월 이혼 이후 지난해 2월까지 김씨가 미지급한 양육비 총 3000만원에 대해 “15개월 동안 매월 200만원씩 나눠서 양육자에게 지급하라”고 지난해 4월 판시한 바 있다.

하지만 김씨는 법원의 양육비 이행명령을 이달까지 단 한 차례도 따르지 않았다.

김씨는 지난 9일 열린 첫 감치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법정 구속은 면했다.

김씨의 전 부인 이소미씨(가명, 41세)를 법률 대리하는 남성욱 법무법인 진성 변호사는 “김씨처럼 양육비 채무자가 재판에 출석하지 않으면 보통 한 번 더 재판 기일을 잡는 편인데, 이번 재판에선 바로 감치 결정이 내려졌다”며 “양육비 이행강화 법안이 실효성 있는 구제 수단 역할을 할 수 있게끔 재판부가 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남 변호사는 감치 30일이 결정된 부분에 대해 “양육비 채무자가 법원의 이행 명령을 단 한 차례도 따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행위라고 재판부가 본 듯하다”고 덧붙였다.

전 부인 이씨는 지난 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첫 번째 재판 날 법원이 감치 결정을 내릴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였다”며 “최근 청소년기에 들어간 아이들 양육비 때문에 힘들었는데, 법원의 결정에 따라 전 남편이 양육비를 꼭 지급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감치 결정에 따라 법원은 감치 집행장, 감치 결정등본 등을 김씨가 거주하는 지역 관할 경찰서에 보낼 예정이다.

관할 경찰서는 집행장의 유효기간인 6개월 이내에 김씨를 구인해야 한다.

이씨가 전남편 김씨의 감치 결정을 이끌어내기까지의 여정은 매우 어려웠다.

김씨는 이혼 조정조서에 따라 2019년 1월부터 아이들이 성년이 될 때까지 아이 당 양육비를 월 150만원, 매달 300만원을 이씨에게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김씨는 이달까지 양육비를 전혀 지급하지 않았다.

지난달 기준, 김씨가 지급하지 않은 양육비는 약 5880만원에 이른다.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작년 7월부터 시행됨에 따라,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에 대한 형사처벌·신상 공개·출국금지·운전면허 정지가 가능하다. 

양육비 미지급자는 가정법원의 감치명령 결정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1년 이내에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의 형사처벌을 받는다.

여성가족부는 법원의 감치명령에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미지급자의 신상을 여성가족부 온라인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남 변호사는 “법원의 감치 결정에도 김씨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다면, 운전면허 정지, 출국금지 등의 강력한 압박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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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