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사일생' 가상자산 사업 현주소

화려한 부활이냐 이대로 추락이냐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가상자산 사업의 ‘양지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관련 법안이 발의됐고, 양당 대선후보가 앞다퉈 제시한 가상자산 관련 공약이 이에 힘을 실었다. 그간 사행산업으로 여겨져 국가 지원은 물론, 음지에서 활동해야 했던 가상자산 업체들은 이런 상황을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여전히 제기되는 실효성 문제와 가상자산 산업을 좋지 않은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편견에선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8일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로써 가상자산 사업도 벤처기업으로 간주, 제도권으로부터 금융 지원을 받을 수 있을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가상자산 사업은 그간 사행산업으로 여겨져 투자·정책자금 지원 등에서 배제돼왔다.

지원 배제

현행법에서는 벤처기업의 요건을 상세하게 정하고 있는데, 일반 유흥 주점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종을 영위하는 기업은 벤처기업에 포함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지난 2018년 가상자산 거래소 등 블록체인 유관 기업들도 사행산업으로 간주, 벤처기업에서 제외했다.

실제 2018년 두나무와 스트리미(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 웨이브스트링(코인이즈), 리플포유는 벤처기업 인증을 받았지만, 기간 만료를 남겨놓고 취소 통보를 받았다. 그해 12월 두나무는 해당 결정에 반발해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을 상대로 벤처기업 확인 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그 이듬해 재판부는 두나무에 패소 판결을 내리며 “정부는 지나친 투자과열·유사수신·자금세탁·해킹 등의 불법행위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하는 상황에서 암호화폐 중개업소들을 벤처기업으로 지정해 다양한 우대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 적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현행 대통령령에 다시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 자산 매매 및 중개업을 벤처기업에 포함토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가 지난해부터 시작됐고, 가상자산 매매 및 중개 규모가 확대되는 등 관련 기업이 벤처기업에 포함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불법행위가 심각하다고 벤처기업에서 밀어냈던 가상자산 거래소가 다시 벤처기업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벤처기업 인증을 받은 가상자산 사업 운영 기업들은 향후 세제·정부 지원 등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벤처기업에 주어지는 혜택 중 하나인 법인세·소득세·취득세 감면 등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간 정부의 가상자산에 대한 거리두기로 외부 투자 유치가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며 “물밑에서 이야기되던 사업들이 탄력을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레 전했다.

더불어 가상자산 사업자 벤처기업 재포용을 제도권의 입장 선회 시그널이라 간주하는 분위기다. 사행산업으로 간주하거나 가상자산을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에서 탈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가상자산에 대해 더는 규제할 생각이 없다”며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신고를 통해 (부실 사업자가) 걸러진 측면이 있어 통과한 가상자산 업자들에 대해서는 포용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특히 4대 거래소를 제외한 가상자산 거래소들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을 제외한 거래소들은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받지 못해 원화마켓이 아닌 코인마켓만을 운영하는 중이다. 원화마켓을 확보하지 못해 고객과 거래량이 대폭 줄어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벤처기업 재진입 움직임…4년 만에 양지화?
양당 후보 관련 공약 발표…9부 능선 넘어 

중소형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수없이 노력해 FIU 심사를 통과했지만, 실명계좌가 없어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비즈니스 모델을 알리고, 외부 투자 유치로 연명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런 상황에 여야의 대선후보들이 가상자산 생태계 육성을 위한 공약을 앞다퉈 내놓으면서 가상자산의 제도화가 한층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지난 19일 국내 4대 가상자산거래소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고, 산업의 제도화를 핵심으로 하는 공약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도 같은 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디지털자산 투자자 보호 공약을 공개하는 자리에서 ‘디지털 자산 기본법’ 제정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양당 후보는 공약을 통해 가상화폐공개(ICO)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17년 암호화폐 투자 열풍이 일자 정부는 투기성 코인 발행이 심하다는 이유로 ICO를 전면 금지했다. 국내에서 ICO가 불가능해지자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 ICO를 진행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가상자산 투자 열풍이 다시 불었지만 국내 개발사가 운영하는 프로젝트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불만이 나왔다.

이 후보는 “국내에선 공식 발행되지 않는 외국 코인을 상장하니 일종의 국부 유출이 발생한다”며 “국내 ICO를 통해 국민이 자유롭게 투자하고 자산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국내 ICO를 허용하되, 투자자 안전장치를 위해 거래소를 통한 발행과 유통이 이뤄지는 IEO(거래소를 통한 가상자산 발행) 방식을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ICO가 허용되면 주식처럼 발행과 유통이 투명하게 이뤄지는 등 블록체인 산업 발전을 위한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단계 코인으로 인한 투자 사기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윤 후보는 코인 투자 수익의 비과세 한도를 5000만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기존에 기타 소득으로 분류됐던 가상자산 차익이 금융소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와 함께 양도차익 기본공제를 주식과 동일하게 상향하고 ‘선 정비, 후 과세’ 원칙을 유지한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이 후보도 현재 기준인 250만원이 지나치다는 점에 공감하며 면제기준을 높인다는 입장을 공유했다. 

한편 벤처기업 재포용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었다. 급속도로 커진 가상자산 시장이 대한 법안 논의가 급하게 이뤄지면서 기본적인 ‘정의’도 확실하지 않다는 평도 나왔다.

실효성 의문


한 업계 전문가는 “특금법 신고를 이미 마쳐 새로운 기업들이 더 들어오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거래소들에 대한 투자로 얼마나 생태계가 살아날지 의문이지만, 그래도 제도권에 다시 포함되는 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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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