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5억 증발' 오스템임플란트 미스터리

직원 혼자 통째로 해 먹었나?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오스템임플란트 직원의 간 큰 회사 돈 빼돌리기가 의문점을 낳고 있다. 수천억원을 혼자 힘으로 횡령할 수 있었느냐가 핵심이다. 일단 범행을 저지른 직원은 윗선의 개입을, 회사는 단독 범행을 주장하며 상반된 입장을 표하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 직원이 수천억원대 회삿돈을 빼돌린 사건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지난 3일 오스템임플란트는 재무 관리 직원인 이모씨를 업무상 횡령(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고 공시했다.

그렇게 많이?
간 큰 직원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잔액증명서를 위조해 회사 사금을 개인 은행계좌와 주식계좌로 이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가 횡령한 것으로 추산되는 액수는 1880억원으로, 오스템임플란트 자기자본(2047억원)의 91.81%에 해당한다. 액수만 놓고 보면 상장사에서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의 개인 횡령 사건이다.

이씨가 이번 사건 이전에도 횡령했었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씨의 횡령 금액은 2000억원대로 불어난 상황이다. 지난 10일 오스템임플란트는 이씨의 횡령액이 2215억원이라고 정정 공시했다. 정정 공시하는 횡령금액 2215억원은 이씨가 횡령 후 반환한 금액을 포함한 것으로, 자기자본의 108.2%에 해당한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지난해 12월31일 해당 사건을 인지하고 서울 강서경찰서에 이씨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적법한 절차에 따라 자금 회수를 위한 모든 조치를 예고한 상황이다.


엄태관 오스템임플란트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사상 초유의 사태로 주주와 고객 여러분께 심려 끼쳐 드린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횡령한 돈은 경찰에서 본격적인 수사를 통해 상당 부분 회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횡령·배임 혐의 발생으로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했다며 곧바로 오스템임플란트 주식 매매 거래를 정지시켰다. 거래소는 자기자본의 5%가 넘는 횡령 금액이 발생하면 매매거래를 정지하고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포함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도주했던 이씨는 지난 5일 21시경 본인 소유 경기도 파주의 한 건물에서 압수수색 중이던 경찰에 붙잡혔다. 체포 당시 이씨는 자택인 4층이 아닌, 건물 내 다른 층에서 경찰에 발견됐다.

경찰은 이씨가 범행에 동원한 계좌를 추적 중이다.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과 함께 구체적인 범행 경위와 공범 존재 여부, 횡령금 행방 등을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또 범죄 수익에 대한 ‘기소 전 추징보전’도 신청할 방침이다.

이씨는 지난해 동진쎄미켐 주식을 대량으로 매매했던 1977년생 투자자와 동일 인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오스템임플란트가 제출한 공시 내용을 보면 횡령 직원과 슈퍼개미의 생년월일이 일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지난해 10월1일 기준 1430억원어치의 동진쎄미켐 지분 392만주(7.62%)를 주당 3만6492원에 사들였다. 그러나 지난해 11월18일부터 지난해 12월20일까지 6거래일에 걸쳐 보유 주식 약 337만주를 시장에 팔아치웠다.

이씨가 치밀하게 잠적을 준비했던 정황도 드러났다. 이씨는 빼돌린 돈을 여러 계좌로 분산 송금했고, 지난해 12월 부인에게 1채, 동생에게 2채 등 본인 명의였던 건물 3채를 가족에게 증여하기도 했다.


쏟아지는
궁금증

이번 사건은 이씨의 공범 존재 여부에 따라 파장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조력자의 도움 없이 팀장급 직원이 천문학적인 액수를 빼돌리는 게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점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까닭이다. 경찰 역시 이씨의 범행 및 도주 과정에서 공범이 존재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 눈치다. 

이씨가 체포된 곳이 부인 명의의 파주시 다세대 주택이었다는 점도 공범의 존재 가능성을 부채질한다. 중범죄자의 경우 국외나 연고지가 없는 국내 지방으로 도피한다는 점에 비춰보면 이 같은 은신 방법은 일반적이라고 보기 힘들다.

이씨는 횡령한 돈으로 지난해 12월 1㎏짜리 금괴 851개(680억원)를 구입했다. 경찰은 이씨가 빼돌린 금품을 부인 명의의 파주시 다세대 주택 건물에 숨겨뒀을 가능성에 주목했고, 압수수색을 통해 금괴 430개(300억원어치)와 은신 중이던 이씨를 찾아냈다. 

내부 통제 시스템상 단독 범행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통상 회사 계좌에서 일정 금액 이상 금액이 입출금 되면 회계프로그램을 통해 기록에 남는다. 예금 이체가 흔적 없이 이뤄지기 힘들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씨의 일탈 행위는 외부 회계를 거친 이후에도 실체가 파악되지 않았다. 횡령 사건의 경우 지난해 3분기 보고서가 제출된 지난해 11월15일 이전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외부 회계는 인덕회계법인이 맡았다.

결정적으로 경찰에 체포됐던 이씨는 지난 6일 단독 범행이 아니고 윗선의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의 변호인은 이날 오전 서울 강서경찰서에 출석해 “재무관리팀장이라는 직책이 드러나는 위치인데 혼자 횡령을 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윗선의 업무 지시가 있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자기자본 92% 해당 액수 횡령
윗선 개입 여부 촉각…꼬리 자르기 의혹

반면 오스템임플란트 측은 이씨가 혼자 추진한 범행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지난 6일 오스템임플란트는 입장문을 통해 “횡령 직원의 신병이 확보됨에 따라 본격적인 경찰 조사가 이뤄져 사실관계가 명확히 밝혀질 것”이라며 “회장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그 어떠한 개입이나 지시를 한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새해 첫 거래일부터 주식 매매거래가 정지되자 오스템임플란트 소액주주는 생각지 못한 날벼락을 맞은 형국이다. 오스템임플란트가 횡령 금액을 회수하고 거래를 재개하더라도 주가 하락 등 주주 피해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오스람임플란트 소액주주는 1만9856명이고, 이들의 소유 주식 비율은 55.60%다.

가까스로 횡령 금액을 회복해 거래를 재개하더라도 소액주주들의 집단행동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피해 구제에 동참할 소액주주들을 모집하고 나선 상태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


해당 사건으로 인해 오스템임플란트는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 가장 뼈아픈 건 내부 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던 사실이 만천하에 공개됐다는 점이다. 이씨를 재무관리 팀장으로 앉혀 놓았다는 것만으로도 인사 실패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회사 신뢰도 하락에 따른 후폭풍마저 감지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스템임플란트에 대출을 실행한 금융사들은 신용등급 재평가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재평가 후 신용등급이 낮아지면 은행은 빌려준 돈을 회수하거나 한도를 줄일 수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오스템임플란트의 은행권 대출은 총 3000억원 규모다. ▲우리은행 1073억원 ▲산업은행 804억원 ▲수출입은행 250억원 ▲신한은행 212억원 ▲기업은행 193억원 ▲국민은행 46억원 등이다.

이씨의 범행은 최규옥 오스템임플란트 회장에게도 엄청난 부담이 될 전망이다. 지난 5일 기준 최 회장은 오스템임플란트 지분 20.6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최 회장은 보유 주식 294만8713주 가운데 59.64%에 해당하는 175만8708주를 담보로 1100억원을 대출받았다.

최 회장에게 대출을 실행한 증권사들은 횡령 사건을 계기로 주식담보가치를 0원으로 환산하고 향후 미수, 소액 주식담보대출액 상환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최 회장은 오는 3월 말까지 대출받은 1100억원 가운데 40%가량을 상환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이씨의 횡령 사실을 사전에 인지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12월30일 만기 예정이던 50억원 규모의 주식담보대출(대신증권)을 연장했다. 이는 오스템임플란트가 이씨의 횡령 사실을 공시하기 전날 결정된 사안이다.


불신의 늪
신뢰도 바닥

한편 오스템임플란트가 지난해 3분기 보고서는 추후 재공시가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앞서 오스템임플란트가 공시한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순이익(연결기준)은 740억원이지만, 횡령 금액이 영업외손실로 기재될 시 적자 전환이 예상된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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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유튜버 데뷔 진짜 이유

문재인 유튜버 데뷔 진짜 이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잊히고 싶다던 사람의 행보는 절대 아니지 않나?”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국민 행보를 시작했다. 전임 대통령과 달리 퇴임 후에도 활발한 활동으로 입길에 오르더니 최근에는 그 행보를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을 얼마 앞둔 시점에 남긴 “잊히고 싶다”는 말이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보수 정당은 문 전 대통령의 말을 ‘허언’이라고 치부하는 중이고 진보 세력에서도 “좀 너무한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임 대통령의 행보라고 하기엔 과하다는 지적이다. 의도 없어도 정치 행보로 문 전 대통령은 2022년 3월30일 불교계 원로들과 만난 자리에서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고 자연으로 돌아가서 잊혀진 삶, 자유로운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퇴임을 40일 정도 남긴 시점이었다. 앞서 2020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대통령 이후에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이라든지, 현실 정치와 계속 연관을 갖는다든지 그런 것은 일절 하고 싶지 않다”며 “대통령을 하는 동안 전력을 다하고 대통령이 끝나고 나면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부터 대국민 소통을 이유로 SNS를 시작했다. 책을 추천하거나 시국과 관련해 발언하는 용도로 사용됐다. 행사에 참석해 직접 정권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낸 적도 있다. 선거 때 유세에 나서기도 했다. 역대 대통령에게서는 보기 힘들었던 모습이다. 문 전 대통령의 행보는 매번 입길에 올랐다. 전직 대통령인 만큼 행보 하나하나가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부분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이다. 백번 양보해서 정치적 의도가 없다고 해도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자리”라고 말했다. 실제 문 전 대통령의 언행은 정치권은 물론 국민에게도 얘깃거리가 되곤 했다. 그런 문 전 대통령이 이번에는 유튜버로 깜짝 변신했다. 전직 대통령이 유튜버로 데뷔한 사례 역시 역대 최초다. 무엇보다 영상 제작을 방송인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겸손방송국’이 맡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적 해석이 줄을 잇고 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초 친명 측서 민감하게 반응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7일 유튜브 채널 ‘평산책방’에 게재된 ‘EP. 1 시인이 된 아이들과 첫 여름, 완주’ 영상에 출연했다. 채널명인 평산책방은 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머무는 경남 양산에서 운영 중인 서점이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6일 ‘평산책방’ 계정에 45초 남짓의 영상을 올려 유튜버로서의 출발을 알린 바 있다. 영상은 문 전 대통령과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대담 형식으로 구성됐다. 문 전 대통령은 평산책방의 ‘책방지기’로 소개됐다. 첫 번째 추천작은 시집 <이제는 집으로 간다>였다. 소년보호 사건 재판에서 보호위탁 처분을 받은 경남 청소년위탁센터의 청소년 76명이 작성한 시를 엮어 만든 책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 아이들은 앞으로 우리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오느냐, 안 그러면 계속 빗나간 생활을 하느냐는 갈림길에 서 있다”며 “절대적으로 부족한 게 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다. 애들은 들어주기만 해도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집의 표제시인 ‘가만히’를 가장 기억에 남는 시로 꼽았다. 두 번째 책으로는 류기인 창원지방법원 소년부 부장판사 등이 엮은 <네 곁에 있어줄게>를 추천했다. 청소년회복센터 교사, 자원봉사자 등이 소년재판과 소년사건 현장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담은 책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 책은 평산책방이 직접 출판했기 때문에 적은 비용으로 출판할 수 있었다”면서 “책이 많이 팔려서 아이들에게 인세(저작권 사용료)를 나눠주고 아이들이 ‘시집도 냈고 인세도 받았다’는 자긍심으로 세상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의 유튜버 데뷔는 정치권을 흔들었다. SNS 글, 직접 발언 등으로 메시지를 던진 적은 있지만 고정 출연을 명목으로 한 주기적인 방송 활동은 그 영향력에 있어서 결이 다르다는 의견이 나왔다. 특히 흥미로운 대목은 문 전 대통령의 행보에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른바 ‘친명(친 이재명)계’ 쪽에서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뜬금없이 갑자기 왜? 실제 유튜브 영상은 물론 이 대통령을 지지하는 커뮤니티 등에는 문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의견이 다수 올라왔다. ‘잊혀지고 싶다고 했으면 조용히 있어달라’ ‘왜 대통령이 순방길에 나선 시점에 유튜브를 하나’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영상 제작을 맡은 김씨와의 연관성을 언급하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문 전 대통령의 행보를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와 연결 짓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전쟁이 본격화할 즈음에 ‘친문(친 문재인)’ 세력을 규합해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국민의힘 등 야권을 상대로 목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부에 영향을 끼치겠다는 의도로 비친다는 것이다. 지방선거 후보 공천 시기가 다가오면 민주당 지지층이 친명과 친문(친 문재인)으로 갈릴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미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 사이가 미묘하게 흔들리는 상황이 자주 연출되고 있다. 정 대표는 임기 초부터 이 대통령이 주목받아야 할 시기마다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근에도 정 대표는 당원 주권 강화를 취지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값을 1인1표로 하겠다는 내용을 두고 의견 수렴을 하겠다며 전 당원 여론조사를 밀어붙였다. 이번 여론조사는 당 대표 선거에서 ‘당심’을 등에 업고 당선된 정 대표가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 연임을 노리고, 앞으로 있을 지방선거의 공천권을 쥐겠다는 의지로 해석되고 있다. 여기에 문 전 대통령의 지지층이 힘을 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친문 스피커로 불리는 김어준씨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당 대표가 되기 전부터 김씨가 운영하는 <딴지일보> 온라인 게시판에 자주 글을 남겼다. 당 대표 취임 후에는 “사법개혁안을 당론으로 추진해 본회의에 통과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인사 글을 남기기도 했다. 공천 전쟁 친문 결집? 지난 6일 제주도에서 열린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 ‘더민초’ 워크숍 강연에선 “민주당 지지 성향으로 봤을 때 <딴지일보>가 가장 바로미터”라고 발언해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특정 지지층에 휘둘린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서는 문 전 대통령이 전면에 나타나면서 지방선거가 ‘진흙탕 싸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한편으로는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민심이 과거와 비교해 많이 훼손된 상황에서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임기 내내 40% 안팎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도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점, 퇴임 후의 행보가 지지세를 깎아 먹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게 지난해 총선 때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해 4·10 총선 당시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를 지원하는 유세 활동을 펼쳤다. 당시 그는 “이렇게 못하는 정부는 처음”이라며 윤석열정부를 연일 공격했다. 국민의힘이 “최악의 정부는 문재인 정부”라고 정면 반박하면서 문 전 대통령이 선거 전면에 등장했다. 하지만 결과는 ‘폭망’이었다. 문 전 대통령은 부·울·경 일대를 돌며 민주당 후보 11명을 지원했다. 이 가운데 9명이 낙선한 것이다.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의 지지층을 중심으로 ‘문재인 책임론’이 불거졌다. 문 전 대통령의 등장이 역풍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보수층에서 ‘문 전 대통령 덕분에 보수가 결집했다’는 조롱이 나올 정도였다. 지난해 총선 유세 ‘폭망’ 조국 사면으로 민심 악화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의 사면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의 중심에 섰다. 조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징역형이 확정돼 수감된 상태였다. 조 대표가 받은 형량은 2년으로 만기 출소는 내년 2월로 예정돼있었다. 그런 그를 ‘광복절 사면’ 대상에 포함해달라는 요구를 했다는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의 조 대표 사면 요구는 이정부의 임기 초반을 완전히 뒤흔들었다. 처음 정치권에서 조 대표의 사면 이슈가 흘러나왔을 당시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역대 정부에서 임기 초에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점, 조 대표에 대한 민심이 부정적인 점 등이 근거로 떠올랐다. 이른바 ‘조국 사태’는 대학 입시에 민감한 한국 사회에서 공정성 논란과 결합하면서 엄청난 폭발력을 보여줬다.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가장 크게 흔들린 시점도 조국 사태였고, 결정적으로 윤정부의 탄생에 단초가 됐다는 의견도 많았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이 사면 요구를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류가 변했다. ‘조국에게는 마음의 빚이 있다’는 문 전 대통령의 생각이 사면 요구로 나타나면서 조 대표의 사면을 지지하는 쪽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 지지층에서는 ‘(대통령) 임기 때에도 못 한 일을 왜 현 정부에 해달라고 하느냐’는 의견이 분출했다. 문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조 대표의 배우자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에 대한 사면 요구가 있었지만 이뤄지지 않은 점을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에 부담 주지 말라는 의견도 빗발쳤다. 정치권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대통령실은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면서 말을 아꼈다. 그러다 이 대통령이 조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전직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을 이겼다’ ‘친문 살아 있다’는 등의 말이 나왔다. 후폭풍은 거셌다. 60%대를 견고하게 유지하던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대로 주저앉았다. 공정 이슈가 훼손됐다고 생각한 2030세대가 지지율 하락을 이끌었다. 영향력은 두고 봐야 문 전 대통령은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 ‘평산책방’ 계정에 올라오는 영상 중 ‘평산책방 TV’라는 코너에 고정 출연할 예정이다. 문 전 대통령이 내놓는 발언, 추천하는 책, 출연자 등이 하나하나 입방아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트로이 목마’가 될까, ‘서포터’가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