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근절 프로젝트] 구성애표 성교육 생생가이드 ②부부의 성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9.12 17: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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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7’ “진정한 ‘교류의 섹스’는 50대 이후부터…”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아줌마 특유의 입담으로 금기시 되는 영역이었던 ‘성(性)’ 이야기를 양지로 끌어올린 구성애(56)씨. 그녀가 성교육의 최전방에서 활동한지도 10년이 훌쩍 지났다. ‘행복한 성’을 강조하는 구씨는 현재 (사)푸른아우성 대표로, 이어지는 특강요청에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마침 하루가 멀다 하고 잔혹 성범죄가 터져 전국이 떠들썩할 때. 국회 사무처가 주관한 성교육 강의에서 구씨를 만났다. 거침없는 ‘구성애표 성교육’을 총 4회에 걸쳐 연재한다.

최근 구성애씨가 운영하는 (사)푸른아우성에 들어온 부부 성상담 중 ‘항문섹스’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항문섹스를 10년 동안 한 여성은 변실금(대변이 조금씩 흘러나오는 현상)이 걸려서 왔다고 한다. 함께 포르노물을 본 뒤 그대로 재연된 섹스를 즐기는 부부도 늘었다. 그것도 만족이 안 돼 제3자를 끼고 하는 이른바 ‘쓰리섬’을 즐기기도 한다. 부부끼리 바꿔서 ‘스와핑’을 했던 의사부인이 난리가 나 찾아왔던 경우도 있었다.

일도 골치 아픈데 성까지?

구씨는 “아무렇지 않게 하는 ‘상품화의 개념 섹스’에서 이런 문제가 비롯된다”며 “섹스를 하고 싶을 때 하고 마는 해소용으로, 남성은 배설로만 간단하게 보는 것부터 뜯어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기를 가지고 해소하는 성이 섹스라면 구씨는 “결혼을 하지 않아도 좋다”고 말한다. 그런 1차원적인 성은 2~3년만 지나도 무뎌지고, 결혼은 유지하되 이걸 가지고 다양하게 할 수 있는 변태적 방법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구씨는 “성은 해소의 기능이 물론 있다. 다만 해소라는 기능을 포함한 채 성에너지를 교환하는 교류의 성으로 가야한다”며 “성은 어떻게 교류하느냐에 따라서 1+1이 2가 아닌 억, 조까지 만들 수 있는 어마어마한 것이다. 몸과 마음, 영혼이 하나가 되는 것인데 교류의 성을 나누기 위해선 결혼이 최고다”라고 강조했다.


인도의 ‘탄트라’는 결혼해서 교류의 성을 터득하는데 21년 걸린다고 내다봤다. 마음을 아는데 7년, 몸을 아는데 7년, 영혼의 감을 잡는데 7년이다. 서로를 본격적으로 알게 되는 시기가 21년부터니 진정한 교류의 성은 50대 이후부터 즐길 수 있다는 말이다.

구씨는 “50대부터가 모든 생활의 진짜다. 알면서 새롭게 할 수 있는 나이”라며 “몸이 무뎌지면 마음을 교류하고, 마음으로 해도 안 되면 영혼을 나누는 식이다. 이것을 위해선 ‘한 번에 널 죽여줄게’라는 식의 가벼운 섹스의 판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씨는 섹스에는 1차원, 2차원, 3차원이 있다고 설명한다. 1차원은 상대가 필요 없는 말 그대로 변태섹스고 “우리 부부는 대체로 만족하면서 살아요”라고 하는 게 2차원의 섹스다. 음경과 음핵의 오르가즘을 느끼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 경우 부부는 야동을 같이 본 뒤 섹스를 즐기기도 하고 보통 15~20분 정도의 섹스를 나눈다. 순간 쾌락은 오지만 자아는 깐깐히 살아있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무뎌지다 보면 “이것조차 다르게 해보고 싶다”는 1차원 섹스로 갈 수 있다고 구씨는 지적했다.

반면 3차원의 섹스는 다르다고 한다. 여성의 만족이 전제된 후에 남성도 만족하는 것을 진짜 오르가즘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여기엔 자아가 없다고 한다.

구씨는 “3차원의 진정한 오르가즘을 느끼기 위해선 여성의 오르가즘이 우선시 돼야 하는데, 여성의 배꼽 아래 하복강에 모든 기혈을 다 채워야 한다”라며 “그 기혈은 성감대 자극으로 모을 수 있는데 여성의 성감대는 무수하다. 머리카락, 얼굴, 손가락, 귀 등 성감대마다 어느 세기로 터치하느냐에 따라서 다 다르고, 그것조차 한 달을 주기로 또 바뀐다. 오죽하면 죽을 때까지 여성의 성감대를 마스터하고 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을 정도라는 소리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포르노물 재연, 쓰리섬, 스와핑 등 변태부부 늘어
성의 판과 개념부터 고쳐야 진정한 교류 가능해

이를 위해선 남성은 사정을 하고 여성에게 무조건적 오르가즘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구씨는 강조했다. 대신 여성의 성감대와 뇌의 신경회로를 풍부하게 확장시키는 것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것이다.


구씨는 “제일 중요한 것은 애무”라고 강조한다. 머리부터 시작해서 한번 만질 때 천천히 3~5분씩 만져줘야 하는데, 신혼부부들은 이 애무시간에 총 2시간 정도를 투자해야 회로를 확장할 수 있다.

구씨는 “범위와 세기조절을 통해 진짜 성감대를 회로화 시켜주면 여성은 ‘쇼’가 아닌 진짜 몸이 열리게 되는데 회로를 많이 만들수록 애무시간은 짧아 진다”며 “처음엔 애무를 통해 회로작업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얼굴에서 상체로 내려와 다시 발끝에서 상체로 올라가는 식의 애무로 기혈을 모아줘야 한다는 것이다. 삽입의 타이밍, 피스톤 운동도 중요한데 남성들은 한 번 참고 천천히, 머물러 있는 습관을 들여야 하는 게 포인트다.

구씨는 “천천히 느리게 피스톤운동을 하다 멈추고를 반복하면 여성은 계속 압박되고 자궁 경부가 떨린다”며 “그러면 여성과 남성은 자기 혼자 해도 도저히 느낄 수 없는 최상의 오르가즘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인도의 탄트라는 <부부지침서>에서 “여성은 자신을 신처럼 소중히 대할 때, 내 몸 구석구석을 소중하게 어루만져 줄 때 눈물을 흘린다”고 했다. 그리고 그때 상대방에게 헌신할 마음가짐을 갖는다고 한다.

처음부터 시작해서 차츰차츰 하면 어떤 부부라도 구씨가 말한 3차원의 섹스를 즐길 수 있다. 통상 이런 관계에 도달한 부부들은 성격이 안 맞아도, 트러블이 있어도 원만히 살아간다는 말도 있다. 서로가 없이는 만들 수 없는 이 느낌에 부부라는 지속적인 관계가 꼭 필요한 이유다. 

취이입방(醉以入房) 금해라

마지막으로 구씨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결국 이 모든 게 가능해지기 위해선 몸부터 챙겨야 한다는 것. 구씨는 “남성들의 몸이 가장 나빠지는 것은 어마어마한 성에너지를 술을 먹은 뒤 쓰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술을 먹으면 욕구는 한 없이 가지만 안 된다. 이때 대부분 과하게 에너지를 쏟는데 이것을 반복하다 보면 내장이 썩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런 습관부터 고치지 않고 조루 등 다른 것을 문제 삼아 엉뚱한 수술을 받는 이들에게도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이어 구씨는 “동양 쪽 성의 판과 개념은 이제 정말 바뀌어야 할 때다”라며 “성을 가볍고, 수치스럽게 보는 것 때문에 자녀 성교육을 부모가 꺼리고, 올바른 성개념이 안 잡힌 아이들이 커서 문제를 일으키고, 부부의 성이 변태적으로 가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것이다. 부모가 먼저 바뀌어야 올바른 자녀 성교육이 가능하고 부부관계도 훨씬 좋아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구성애씨는?>

1990년대말 ‘아우성(아름다운 우리 아이들의 성)’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구성애씨는 10년이 넘도록 ‘아우성’을 필생의 과제로 삼고 성교육 강의를 해왔다. 연세대 간호학과를 졸업한 그는 산부인과 조산사로서 아기 수 천명을 받아내면서 쌓은 생생하고도 풍부한 지식과 노동조합을 돌며 성문제 교양강의를 맡았던 경험으로 성교육 강사의 길로 들어섰다. 현재는 사단법인 푸른아우성 대표로 성상담을 하면서 유료사이트 아우넷을 운영하고 있다. <초딩 아우성> <구성애의 빨간책> <니 잘못이 아니야> 등 성교육 지침서를 출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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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권 전쟁’ 이재명-한덕수 파워게임

‘주도권 전쟁’ 이재명-한덕수 파워게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됨에 따라 한덕수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 그런 한 총리 옆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우뚝 섰다. 국정 주도권이 두 쪽으로 갈라지면서 혼란스러운 한 해가 저물어간다. 대통령 권한대행이란 대통령이 궐위, 또는 사고로 인해 정상적인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이를 대행하는 사람을 말한다. 권한대행의 범위는 법으로 정해져 있으며 조약 체결이나 국군통수권을 비롯해 긴급명령·긴급경제명령 발동권 등을 행사할 수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헌정사 세 번째 권한대행이지만 구체적인 권한의 범위를 놓고 여전히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쌓여가는 요구안 첫 번째 권한대행은 2004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면서 고건 전 국무총리가 맡았다. 이후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에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공백을 채웠다. 윤석열정부서는 한덕수 권한대행이 그 자리를 맡으면서 채 10년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권한대행 체제로 돌아가고 있다. 한 권한대행은 경제부총리와 한국무역협회장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외교·안보는 물론 주가와 환율 등 경제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한 권한대행은 요동치는 경제 상황 안정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국정 주도권은 법적으로 권한을 가진 한 권한대행이 쥔 것처럼 보이지만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입김을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한 총리에 대한 탄핵 카드를 들고 있을뿐더러 헌법재판관 임명권과 거부권을 놓고 여당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무회의 심의 과정에 참여한 점을 강조했다. 민주당은 “계엄법 제 2조 6항에 따라 국방부 장관의 계엄 선포 건의가 국무총리를 거쳐서 대통령에게 이뤄졌다면 내란죄 혐의를 피하기 어렵다”며 한 권한대행을 내란 혐의로 고발했다. 한 권한대행의 탄핵소추안 가결은 야권 의석수만으로도 가능한 만큼 정국의 목줄은 사실상 야당이 쥐고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되자 민주당 내부서도 한 권한대행의 탄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부겸 전 총리는 “나중에 (한 권한대행)수사를 하다가 혐의가 드러나면 그때 탄핵을 하면 되지 않나”라며 “당장 법안 하나하나 가지고 ‘뭘 하면 탄핵하겠다’고 하는 것은 국민이 보기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결국 민주당은 “국정 혼선을 고려해 일단 탄핵 절차를 밟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전히 당내에서는 한 권한대행에 대한 내란 사태의 책임과 국정 난맥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국정 안정을 위해 일보 후퇴하겠다는 데 의견이 모아진 것이다. 의석수로 밀어붙이면 그대로 끝 총리 탄핵 밀당…신중하게 접근 이 대표는 “어제(14일) 한 권한대행과 통화를 했다”며 “이제는 여야를 가리지 말고 정파를 떠나 중립적으로 정부의 입장서 국정을 해나가셔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한대행은 교과서적으로 현상 유지관리가 주 업무고 현상을 변경하거나 새 질서를 형성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대행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는 국정 공백 상황서 ‘탄핵 남발’ 프레임에 걸려들 경우 사법 리스크를 떠안은 민주당에 화살촉이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발 물러섰지만 언제든 탄핵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는 상황인 만큼 민주당이 정국 주도권을 쥔 거대 야당이라는 점엔 변함이 없다. 민주당은 어수선한 정국의 틈새를 빠르게 치고 들어왔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바로 다음날인 지난 15일 이 대표는 정국 정상화를 위해 국회와 정부가 함께하는 초당적 협의체인 ‘국정안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크게 휘청인 금융경제, 민생에 관한 정책적 협의를 비롯한 추가경정예산안을 신속히 논의하자는 게 주요 내용이다. 윤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한 민주당이 이 대표를 선두로 혼란스러운 정국을 수습하고 자연스럽게 대권 행보로 이어가려는 포석을 깔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모든 정당과 함께 국정 안정과 국제 신뢰 회복을 위해 적극 협력하겠다”며 “시장 안정화, 투자 보호 조치 등 경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초당적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이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협조를 요구하며 “거절 시 정당으로서의 존재 이유가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이전에는 당 소속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서 정무적 판단을 했다면 이제는 그냥 국회 구성원이자 제2당으로서 국정 안전, 민생회복이라는 큰 공통의 목표에 협조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국민 주권국가인 대한민국서 국민이 직접 선출한 권력기관은 이제 국회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띄운 국정안정협의체 제안에 한 권한대행은 명확한 답을 주지 않았지만 국민의힘은 사실상 이를 거절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여전히 여당이고 헌법 규정에 의해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됐다.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당정 협의를 통해 여당으로서 책임 있는 정치를 끝까지 하려고 한다”며 “그동안 민주당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어떻게 하면 윤정부를 붕괴시킬 것인지에만 관심이 있었다. 그런데 마치 탄핵소추 이후 민주당이 여당이 된 것처럼, 국정 운영 책임자가 된 것처럼 행동하는 건 옳지 못하고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기 대선 몸풀기 이에 이 대표는 “모든 논의의 주도권은 국민의힘이 가져가도 좋고 이름이나 형식, 내용이 어떻게 결정되든 상관없다”고 받아쳤다. 특히 “혹시라도 국정 전반에 대한 협의체 구성이 부담스럽다면 경제와 민생 분야에 한정해서라도 협의체를 구성해줄 것을 요청한다”며 거듭 국민의힘의 참여를 요구했다. 민주당이 손을 내밀었지만 여당은 연일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권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이 이 대표의 죄를 덮어주는 ‘대선 출마 허가증’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정국 불안정으로 경제와 외교적 리스크를 완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묻지마 탄핵’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이미 대통령이 된 듯 ‘상왕 놀이’에 심취한 이재명 한 명의 존재가 한국 경제와 정치의 최대 리스크”라고 거들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 대표를 겨냥해 “언제 돌변할지 모르는 난동범일 뿐”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홍 시장은 “범죄자, 난동범을 대통령으로 모실 만큼 대한민국 국민은 어리석지 않다”는 말도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향해 날을 세웠지만 ‘내란 정당’ ‘내란 공범’ 단어 앞에서는 무뎌질 뿐이다. 탄핵 찬성 의사를 밝힌 한동훈 전 대표를 들어내고 그 자리에 친윤(친 윤석열)계를 앉힌 국민의힘인 만큼 윤 대통령의 불법 계엄을 옹호하고 있다는 지적에는 반박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초당적 협의체를 제안한 야당과 이를 거절한 여당, 그리고 둘 사이에 낀 한 권한대행 간의 삼각관계는 갈수록 복잡하기만 하다. 권력의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사이 이 대표는 ‘개딸(개혁의 딸)’과 거리를 두고 보수 세력과 만남을 가지면서 중도 세력 확장까지 보폭을 넓히고 있다. 우선 지난 16일, 그는 자신의 팬클럽인 ‘재명이네 마을’ 이장직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이장직은 재명이네 마을 회원 등급 중 하나로 이 대표만 가진 등급이다. 이 대표는 재명이네 마을에 “삼삼오오 광장으로 퇴근하는 여러분들도 그렇겠지만 저도 덩달아 요즘 챙겨야 할 일이 참 많아졌다”며 “재명이네 마을 이장직을 내려놓겠다는 아쉬운 말씀을 전하고자 한다”고 적었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비상시국인 만큼 야당 대표로서 업무에 주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힌 것이다. 끝없는 딜레마 앞서 민주당 내 비명(비 이재명)계는 이 대표의 팬덤 정치, 정당 사당화를 비판했다. 그동안 이장직을 내려놓지 않은 이 대표가 이런 결정을 한 데에는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커지자 중도층 확장을 위한 조치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8월 ‘이재명 2기체제’가 출범함과 동시에 금투세 폐지 등 경제 분야서 우클릭을 시도해 왔다. 12·3 내란 사태가 벌어지기 직전에도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TK(대구·경북) 지역을 찾거나 정·재계 보수 인사와 만남을 갖는 등 외연 확장에도 힘을 쏟았다. 지난 대선서 “윤석열은 싫지만 이재명도 싫다”는 비토 세력의 목소리가 컸던 만큼 중도층을 사로잡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 탄핵안을 연일 만지작거리고 있다. 국정 안정을 위해 한발 물러섰지만 한 총리가 ‘양곡관리법’을 비롯한 ‘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사용할 경우 탄핵안 발의도 고려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후 한덕수 권한대행의 거부권 사용에 대해 “상황을 봐야겠다”면서도 “똑같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윤석열 시즌2’가 아닌가. 권한대행이 그렇게 할 수 있는지, 만일 사태에 대비해서 탄핵안은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국정 안정을 위해 한 총리에 대한 탄핵안을 한 차례 보류했지만 윤 대통령과 똑같은 절차를 밟는다면 역시나 같은 결과를 맞이할 것이란 경고를 날린 셈이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한 권한대행은 헌법상 절차에 따른 권한대행일 뿐 선출된 권력이 아님을 명심하시라. 권한대행은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한 헌법상의 필요 최소한의 대통령 권한 행사만 대행해야 한다”며 “권한대행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을 무시하고 국민의 권한을 침탈하는 입법 거부권과 인사권을 남용하는 것은 헌법 위반으로 또 다른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거부해라, 받아라” “임명해라, 못한다” 여야 사이에 낀 한 총리 깊어지는 고민 반면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은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했기 때문에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맞불을 놨다. 한 권한대행이 살얼음판을 걷는 사이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가 또다른 변수로 떠올랐다. 여야가 국회 추천 몫인 헌법재판관 3명에 대한 임명 문제를 놓고 팽팽하게 맞서면서다. 한 권한대행과 이 대표의 힘겨루기 역시 이 문제를 놓고 절정에 치달았다. 우선 야당은 한 권한대행이 행사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해 ‘거부권은 불가능하지만 재판관 임명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여당은 대통령 궐위 시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지만 지금처럼 직무가 정지된 때에는 임명할 수 없다며 ‘거부권은 가능하지만 재판관을 임명할수 없다’는 반대의 입장을 내놨다. 헌법재판관 임명은 향후 치러질 윤 대통령 심판의 핵심이 되는 축이다. 재판관 3인의 공석으로 인해 ‘6인 체제’로 재판을 치를 경우 한 명만 이탈하더라도 탄핵안은 기각된다. 헌법재판관 임명을 위해 민주당이 강경하게 밀고 나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탄핵안 남발로 역풍이 불 것이란 우려가 나오지만 윤 대통령 탄핵이 갈림길에 선 지금 민주당은 ‘이판사판 전투태세’라는 게 한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국민의힘 주장대로라면 머릿수가 채워지지 않은 상태서 무리하게 심판을 치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비상계엄 여진이 상당히 길다”며 “6인 체제로 심판할 경우 국민 정서에 어떻게 비춰질지 안 봐도 뻔한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 권한대행을 탄핵하는 것은 결이 다른 이야기”라며 “국가가 불안정한 상태서 지도자를 자주 교체하는 건 대내외적으로 바람직하게 비치지 않는다. 지금 상황서 한 권한대행이 내밀 수 있는 카드가 없다. 협력 방안을 모색하며 여야의 협치에 기대는 게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벼랑 끝 탈출구 윤 대통령의 경우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과 달리 비상계엄이라는 특수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권한대행 역시 주어진 역할은 같지만 과거보다 활동 폭이 좁아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과거부터 권한대행은 여야 사이서 질타를 받는 위치였다. 잘해도 욕 먹고 못하면 더 욕먹는 고충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벌써 대통령처럼 행동하는 이 대표에게 말려들지 않기 위해서는 여당의 제어가 필요하다”며 “여야 불문하고 힘든 시기일수록 협치를 최우선 가치로 둬야 한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한다. 이 이상 국민에게 실망스러운 정치를 보여드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탄핵 후 처음 만났지만…빈손으로 돌아선 여야 지난 18일 국민의힘 권성동 신임 원내대표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상견례를 가졌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첫 대표급 만남이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입장차만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권 원내대표는 “머리를 맞대면 혼란 정국을 잘 수습할 것”이라면서도 “탄핵소추로 인해 국정이 마비 상태니 그것도 풀어주시기를 부탁의 말씀을 드린다”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국정이 매우 불안한데, 가장 중요한 것은 헌정 질서의 시급한 복귀”라며 “한덕수 권한대행 체제가 완벽할 수 없으니 국회 1당과 2당 모든 세력의 힘을 합치자”고 말했다. 이들은 여야 간 소통을 강화하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가 ‘자주 만나서 같이 합의하고 결론을 낼 수 있는 게 있으면 보여주자. 오른손으로는 싸우더라도 왼손으로는 합의하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