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개 드는 문정부 겨냥 사건 현주소

‘뭉개고 질질’ 아직은 살아있는 권력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문재인정부가 임기 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차기 대선이 다가옴에 따라 청와대 권세에 눌려 있던 사건이 조금씩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이 대립할 당시 한참 시끄러웠다가 소리 소문 없이 가라앉은 사건을 <일요시사>가 다시 조명해봤다.

문재인정부는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모인 촛불시민의 지지로 탄생했다. 검찰은 그 연장선상에서 적폐청산의 칼을 휘둘렀다. 그와 동시에 검찰은 개혁의 대상이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검찰개혁’을 강조했다. 공격과 방어라는 정반대 상황에 놓인 검찰은 문정부 들어 ‘역대급’ 관심을 받았다.

적폐 청산
검찰개혁

문정부 첫 검찰총장인 문무일 전 총장은 2년 임기를 다 채웠다. 1988년 2년 임기제 도입 이후 무사히 퇴임한 8번째 검찰총장이 됐다. 문 전 총장 시기의 검찰은 정부와 크게 대립각을 세우지 않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과 관련해 반대 의견이 나오긴 했지만 통상적인 수준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검찰총장에 취임한 이후부터 상황이 확 달라졌다. 정확히는 윤 후보가 취임 이후 두 달여 만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 비리 의혹에 칼을 대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나뉘어 ‘조국 수호’ ‘조국 반대’ 목소리가 강하게 맞부딪쳤다.

이와 동시에 문정부 관련 사건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검찰과 정부의 대립구도가 첨예해진 것도 이 무렵부터다. 조 전 장관의 후임으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정부 관련 사건을 수사한 검사들이 줄줄이 자리를 옮겼다. ‘대학살’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당시 검찰 인사의 파장은 상당했다. 


공수처 이첩 사건 지지부진
기소 이후 한참만에야 재판

특히 윤 후보의 측근으로 분류됐던 검사들은 옷을 벗거나 한직으로 밀려나는 등 수모를 겪었다. 여기에 법무부가 검찰 제도를 손보면서 검찰총장은 고립돼갔다. 윤 후보와 추 전 장관의 대립은 ‘전쟁’으로 일컬어질 정도였다.

추 전 장관은 윤 후보를 상대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했고,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를 시도했다. 사상 초유의 일이 연달아 일어난 것이다.

검찰 내부에도 묘한 기류가 흘렀다. 윤 후보의 측근이 밀려난 자리를 친정부 인사가 채우면서 검찰 안에서도 대립구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대표적인 인사가 이성윤 서울고검장이다. 문 대통령과 경희대 동문인 이 고검장은 문정부에서만 검찰 요직 빅4(서울중앙지검장,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대검찰청 공공수사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중 3자리를 차지할 만큼 승승장구했다.

고립무원 상태에 빠진 윤 후보는 직무정지-가처분 소송 승소 등의 과정을 거치고 결국 올해 3월 검찰총장 자리에서 내려왔다. 이후 지난달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단 한 번도 정치를 해본 적 없는 검사 출신의 정치 신인이 제1야당의 대선 후보가 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8개월. 

일각에서는 윤 후보가 정치 엘리트 코스를 초고속으로 밟을 수 있었던 원인으로 추 전 장관과 문정부 겨냥 사건 수사를 꼽는다. 추 전 장관과 대립구도를 형성하면서 인지도가 늘어났고, 더 나아가 문정부와 맞서는 구도로 비쳐지면서 지지세가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문정부와 관련된 사건에 칼을 댄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윗선 노린
검찰총장

총선을 앞두고 전국을 들썩이게 했던 문정부 관련 사건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롯한 여권이 당시 총선에서 180석이라는 역대급 승리를 거두면서 문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잦아든 것도 한몫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와 여당의 기세에 눌렸다는 것.

대표적으로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 무마 의혹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 수사 의혹 등이 꼽힌다. 청와대 관계자가 연루돼있거나 친정부 검사가 얽혀 있는 등 문정부에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사건이다. 

실제 지난 6월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관련 수사팀 검사가 대거 물갈이 됐다. 김 전 차관의 불법 출금 사건을 수사하던 이정섭 수원지검 형사3부장이 대구지검 형사2부장으로,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을 수사하던 변필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은 창원지검 인권보호관으로 이동했다. 

대전지검에서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평가 의혹 사건을 맡았던 이상현 형사5부장은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장으로 옮겼다. 당시 검찰 인사를 두고 문정부 겨냥 수사를 막기 위한 ‘방탄 인사’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에 연루된 이규원 검사는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의 실무 기구인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에서 근무하던 2018년 12월부터 2019년 1월까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을 재조사하며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윤중천씨를 6차례 면담한 뒤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검사가 작성한 보고서는 과거사위의 수사 권고에 토대가 됐다. 과거사위는 2013년 김 전 차관에 대한 경찰 수사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외압을 행사한 의혹이 있다고 판단했고,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이 윤씨와 만나 골프나 식사를 함께했다는 정황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은 해당 보고서가 상당 부분 허위거나 왜곡·과장됐다고 의심했다. 청와대가 배후에서 정권 실세 연루 의혹이 있던 ‘버닝썬’ 사건을 덮으려는 목적으로 이 검사의 범행을 부추긴 게 아닌지도 들여다본다는 입장이었다. 이 과정에서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이 검사와 수차례 연락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 사건은 지난 3월 공수처로 이첩된 이후 현재까지 마무리가 안 된 상황이다. 지난 5월과 6월 이 검사를 소환조사하고, 7월 이 전 비서관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한 이후 더 진전되지 않고 있다.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수사 무마 의혹 사건도 수원지검의 이 고검장 기소 이후 감감무소식이다. 이 고검장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재직하던 2019년 6월 김 전 차관의 불법 출금 사건 수사를 중단하도록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 역시 공수처가 들고 있다.  

엇박 나는
수사기관

공수처는 수사 무마 의혹보다 공소장 유출 의혹에 열을 올리고 있다. 수원지검 수사팀은 지난 5월12일 이 고검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이튿날 일부 언론에 공소장 내용 일부가 보도되면서 유출 의혹이 불거졌고, 대검 감찰부는 법무부 지시로 즉각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이후 7개월 만에 대검 감찰부는 수원지검 수사팀에 연루 정황이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수원지검 수사팀 검사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대검 서버를 압수수색하는 등 반년 넘게 수사를 이어가던 공수처로선 난감한 입장에 처한 것. 두 건 모두 여권에 부담이 되는 수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 수사 의혹은 기소된 지 1년10개월 만에 재판이 시작됐다. 2014~2018년 울산시장을 지낸 김기현 전 울산시장(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은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송철호 후보에 밀려 낙선했다. 울산경찰청은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두고 당시 김 원내대표의 비서실장이던 박모씨를 수사했다. 

검찰은 송병기 당시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해당 첩보를 작성해 청와대에 제보했고, 울산경찰청이 이에 따라 하명수사를 벌였다고 보고 있다. 또 김 원내대표의 주요 공약이던 ‘산재모병원’의 예비타당성 조사 탈락이 선거 한 달 전인 5월에 발표된 점, 송 시장이 문 대통령의 공약인 ‘혁신형 공공병원’을 들고 나온 점 등에 청와대의 입김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검찰은 “울산시장 선거는 부정선거의 종합판,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라며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한병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전 청와대 참모를 비롯해 여권 인사들을 기소했다. 

관련자 임기 다 끝날 듯
3개월 남은 대선 영향?


하지만 22개월 만인 지난 11월에야 첫 증인신문이 이뤄지는 등 재판이 늘어지면서 송 시장의 임기가 끝난 이후 1심 판결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 원내대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정부패 의혹의 중심인 것처럼 보도되면서 제 평판이 극도로 나빠졌다”며 울산경찰청의 수사가 울산시장 낙선에 영향을 끼쳤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도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검찰은 월성 원전 경제성 관련 자료를 지우거나 삭제를 지시한 혐의로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 공무원 3명을 기소한 바 있다. 그 첫 재판이 지난 14일 열린 것.

3명의 공무원이 기소된 지 1년 만이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를 언급한 피의자의 진술이 공개됐다. 

대전지법 제11형사부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검찰은 피의자 심문 조사 내용 등을 통해 월성 원전 조기폐쇄 및 즉시 가동중단과 관련해 산자부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될 수 있는 자료 삭제와 정리에 대한 지시가 있었고 실제 이행됐음을 증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의자 가운데 1명이 다른 사람과 SNS로 ‘청와대와 장관이 책임져야 할 일인데, 실무자들만 감사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는 내용으로 대화한 사실을 밝혔다. 또 검찰은 이들이 삭제한 자료를 모두 공용전자기록물로 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재판은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부당개입 혐의를 받는 백운규 전 산자부 장관·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정재훈 한수원 사장 사건과도 연관돼 관심을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월성 원전 1호기의 조기폐쇄와 즉시 가동중단에 청와대와 정부가 개입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들을 기소했다. 

다음 정부로
넘어간 공?

대선은 불과 3개월 앞으로 다가왔고, 문 대통령의 임기는 5개월이 채 남지 않았다. 일부 사건의 경우 기소가 이뤄지고 1년(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1년10개월(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 수사 의혹) 만에 재판이 시작된 만큼 문 대통령의 임기 내에 결론이 나오기는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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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