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부 마지막 국감 관전 포인트

‘치고 박고’ 총성 없는 총력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국정감사의 계절이 돌아왔다. 여야 간 ‘총성 없는 전쟁터’가 될 이번 국정감사는 대선을 불과 5개월 앞둔 시점에 열린다. 10월의 첫날부터 3주간 이어질 여야 간 공방전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일요시사>가 문재인정부 마지막 국정감사에서 다뤄질 쟁점들을 미리 짚어봤다. 

국정감사는 정기국회의 꽃이라 불린다. 매년 추석 명절 직후 열리는 국감에서 다양한 이슈가 쏟아져 나왔다. 여당은 정부의 실적을 치켜세우는 데, 야당은 정부의 실정을 부각하는 데 역량을 집중한다. 이 과정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는 인사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국감에서의 발언 이후 인지도가 확연히 높아진 바 있다. 

21일간
치열한 공방

여야는 정기국회 초입부터 강 대 강으로 대치하고 있다. 전운은 지난달부터 감돌았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두고 극심한 진통을 겪은 것.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8인 협의체’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다시 논의하기로 한 상태다. 의견이 첨예하게 갈린 만큼 재논의 과정도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여야의 대립 상황은 국감에서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 대선을 불과 5개월 앞두고 열리는 여야 간 진검승부라는 점에서, 문재인정부에서 열리는 마지막 국감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폭발하고 있다. 최근 정치·사회·경제·복지 등 각 분야에서 불거진 이슈가 국감장 한복판에 끌려들어 올 것으로 보인다.

▲‘표적’ 네이버·카카오= 네이버와 카카오를 겨냥해 정치권과 정부가 휘두르는 칼끝이 매섭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이번 국감에서 난타당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 여당은 네이버와 카카오를 규제하기 위한 플랫폼 규제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 이슈는 이번 국감에서 최대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네이버는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올 상반기 네이버의 한 직원이 자택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고인이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내용 등이 적힌 메모가 발견됐다. 네이버 노조는 “고인이 생전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와 위계에 의한 괴롭힘을 겪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최인혁 대표와 고인에 대한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된 책임리더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최근 또 다시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불거졌다. 네이버 산하 공익재단인 해피빈에서 직장 내 괴롭힘 고발이 접수됐다.

직원들 사이에 증언이 엇갈리면서 진실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도 이런 부분에서 자유롭진 못하다. 지난 2월 한 카카오 직원이 블라인드 앱에 ‘안녕히’라는 제목의 유서 글을 작성해 직장 내 괴롭힘을 고발한 바 있다. 다행히 해당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하진 않았지만 카카오 내부의 동료 평가 방식 등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큰 논란을 낳았다. 

대선 5개월 앞두고 
극한 대립 이어질 듯

카카오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은 정치권은 물론 정부에서도 벼르고 있는 문제다. 지난 6월 기준 카카오의 국내외 계열사는 158개에 이른다. 김 의장이 골목상권 논란이 있는 사업을 철수하고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3000억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는 등 상생안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여론은 부정적이다. 

국감에서는 카카오가 내놓은 상생안을 두고 질의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상생안은 내놓았지만 ‘어떻게’라는 알맹이가 빠져 있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들여다보고 있는 케이큐브홀딩스의 금산분리 위반 여부도 쟁점이 될 수 있다.


케이큐브홀딩스는 김범수 의장이 지분을 100% 소유한 회사로, 사실상 카카오의 지주회사로 평가받는다.

▲공수처 첫 등장=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14일 2021년도 국감 계획서를 의결했다. 이에 따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다음달 12일 국감에 등장한다. 김진욱 공수처장과 여운국 차장 등 5명이 기관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쟁점이 될 사안은 ‘윤석열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연루돼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지난 2일 윤 전 총장이 검찰총장 재직 기간인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측근 검사를 통해 범여권 인사 등에 대한 고발을 야당에 사주했다는 의혹이 한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대선 전
기업 잡기

공수처는 사건과 관련해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의 대구 사무실과 서울 자택, 국민의힘 김웅 의원의 자택과 국회‧지역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윤 전 총장 측은 제보자 조성은씨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8월11일 두 사람이 만난 자리에 동석한 특정 선거캠프 소속 성명불상자를 국가정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 고발건 역시 공수처가 수사를 맡았다.

야당 대선후보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건이라 공수처의 수사 결과가 대선 정국을 뒤흔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택진이형’ 이번에도?= 국회 입법조사처는 2009년부터 매년 <국정감사 정책자료>를 발간하고 있다. 국정감사에서 주목해야 할 감사 주제를 다루고, 전년도 국정감사에서 나온 주요 시정 요구사항에 대한 정부의 조치 결과를 평가한 내용이 담겼다.

이 자료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이번 국감에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다룰 가능성이 높다.

확률형 아이템 논란은 올해 초 게임업계를 덮쳤다. 많은 돈을 쓰고도 아이템을 뽑을 확률은 매우 낮은 현재 국내 게임의 구조가 마치 도박판과 같다는 비판이 나왔다. 게임업체들은 자율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국회는 확률형 아이템을 강제 규제하는 법안을 여럿 내놨다. 

특히 엔씨소프트는 큰 지탄을 받았다. 엔씨의 ‘리니지 시리즈’가 확률형 아이템의 대표격인 게임이기 때문이다. 엔씨가 최근에 출시한 게임 ‘블레이드앤소울2’ 역시 여전히 확률형 아이템에 의존한 고액 과금 시스템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용자들의 불만이 폭주했다.


이는 주가에도 반영돼 게임 출시 이후 엔씨의 시가총액이 5조 이상 증발하는 등 영향을 미쳤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2018년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확률형 아이템 사행성 논란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당시 그는 “확률형 게임은 아이템을 가장 공정하게 사용자들에게 나눠주기 위한 기술적 장치”라고 한 바 있다.

사실상 확률형 아이템을 옹호한 발언이다. 그때와 비교해 여론이 부정적인 상황이라 김 대표의 증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군대 문제
또 도마에

▲<D.P.> 언급될까?=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1년의 임기 동안 총 7번의 대국민 사과를 했다. 북한 귀순자 경계 실패(2월17일), 부실급식‧과잉 방역 논란(4월28일), 공군 성추행 피해 이모 중사 사망 사건(6월9·10일·7월7일), 청해부대 코로나19 집단감염(7월20일), 해군 성추행 피해 여군 중사 사망 사건(8월13일) 등이다. 

성 비위 문제, 기강 해이 등 군 관련 논란은 하루 이틀 제기된 게 아니지만, 올해는 특히 더 잦았다. 병영 내에서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게 된 병사들이 군 내부 사정을 적극적으로 외부에 알리면서 사안의 심각성이 드러났다.


여기에 공군에서 일어난 여군에 대한 성범죄 문제가 해결되기도 전에 해군에서 같은 일이 일어났다는 점에서 군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이뿐만 아니라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드라마 <D.P.> 열풍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D.P.>는 2014년 육군 헌병대를 배경으로 탈영병들을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군대 내 가혹행위와 부조리가 담겨 있어 군 수뇌부에선 드라마의 인기가 높아지는 것을 불편해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고공행진’ 부동산= 일반적으로 국감에서는 야당이 공격 포지션을, 여당이 수비 포지션을 잡는 경우가 많다. 국감의 취지 자체가 국회가 행정부가 한 일을 감시하고 감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정 전반에 대해 다루는 대형 이벤트여서 야당 입장에서는 정부의 실정을 부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부동산 문제는 문재인정부의 ‘아킬레스건’이나 다름없다. 임기 내내 20번이 넘는 대책을 내놨지만 집값은 고공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다주택자, 1주택자, 무주택자 모두 만족할 수 없는 대책으로 전 세대에서 부정적인 여론이 팽배하다.

코로나19·부동산 정책 비판
네이버·카카오·엔씨 정조준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이른바 LH 사태가 공정성 논란까지 불러일으키며 문재인정부에 치명상을 입혔다. 

여기에 국책 연구기관마저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지난달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 제출된 <부동산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중점 대응 전략> 보고서에는 “현 정부 출범 이후 20차례 넘게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했음에도 주택가격이 전국적으로 급등해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 불신이 심화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번 국감에서도 부동산 문제를 두고 여야가 공방전을 벌일 예정이다. 부동산은 민생 문제와 직결되는 부분이라 야당의 파상공세가 예상된다. 양도소득세 부담 완화를 골자로 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두고 대립구도가 펼쳐질 전망이다. LH 사태 혁신안에 대한 질의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끝 안 보이는’ 코로나19= 코로나19 사태가 2년여가량 계속되고 있다. 확진자 수는 수십일 째 네 자릿수를 넘고 있는 상황. 국민의 70% 이상이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완료했지만 확산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 전반이 180도 뒤바뀐 만큼 이번 국감에서도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특히 백신을 수급하는 과정에서 우왕좌왕했던 부분에 대해 집중적인 질의가 나올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팬데믹 상황이 되면서 백신은 이른바 ‘게임 체인저’로 떠올랐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백신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한때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접종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백신 수급 문제 이외에도 2년여간 의료현장에서 고생한 이들에 대한 처우 문제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로 의료진이 말 그대로 갈려 나가는 동안 그에 걸맞은 처우가 보장되지 않아 의료보건노조를 중심으로 파업 움직임이 일었다.

실제 총파업까지 이어지진 않았고 간신히 봉합돼 의료대란은 막았지만 여진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이재명 국감?= 경기도를 피감기관으로 하는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출석하기 때문. 일각에서는 경기도에 대한 감사가 아니라 이 지사에 대한 검증이 주를 이룰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 지사가 여권 후보 가운데 지지율 1위를 지키고 있는 상황이라 야당의 십자포화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가계부채와 가상화폐 관리 문제가 도마에 오를 수 있다. 문재인정부 들어 가계부채는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에서 이를 차단하기 위해 잇따라 규제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빚은 1800조원을 넘어선 상태다. 

대선 정국
흐지부지?

올 상반기를 달궜던 가상화폐 논란도 현재진행형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24일까지 가상화폐 거래소를 상대로 실명확인 계정 개설을 의무화하라고 했다. 국감 과정에서 이와 관련한 문제가 언급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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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 무죄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이 무죄라고 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서 유죄로 바뀌면 타당한가”라며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내년 10월 폐지 확정돼 정 장관이 ‘5%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항소심으로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엔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했다. 또 “국가가 왜 이리 국민한테 잔인한가”라며 “인류 수천년 역사에서 경험으로 정한 역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겼던 여권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며 “역사적인 날이다. 검찰청이 78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78년이라는 세월 사이 우린 여러 번에 걸친 개혁의 후퇴, 개혁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제는 그 길을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