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부 마지막 국감 관전 포인트

‘치고 박고’ 총성 없는 총력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국정감사의 계절이 돌아왔다. 여야 간 ‘총성 없는 전쟁터’가 될 이번 국정감사는 대선을 불과 5개월 앞둔 시점에 열린다. 10월의 첫날부터 3주간 이어질 여야 간 공방전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일요시사>가 문재인정부 마지막 국정감사에서 다뤄질 쟁점들을 미리 짚어봤다. 

국정감사는 정기국회의 꽃이라 불린다. 매년 추석 명절 직후 열리는 국감에서 다양한 이슈가 쏟아져 나왔다. 여당은 정부의 실적을 치켜세우는 데, 야당은 정부의 실정을 부각하는 데 역량을 집중한다. 이 과정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는 인사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국감에서의 발언 이후 인지도가 확연히 높아진 바 있다. 

21일간
치열한 공방

여야는 정기국회 초입부터 강 대 강으로 대치하고 있다. 전운은 지난달부터 감돌았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두고 극심한 진통을 겪은 것.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8인 협의체’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다시 논의하기로 한 상태다. 의견이 첨예하게 갈린 만큼 재논의 과정도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여야의 대립 상황은 국감에서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 대선을 불과 5개월 앞두고 열리는 여야 간 진검승부라는 점에서, 문재인정부에서 열리는 마지막 국감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폭발하고 있다. 최근 정치·사회·경제·복지 등 각 분야에서 불거진 이슈가 국감장 한복판에 끌려들어 올 것으로 보인다.

▲‘표적’ 네이버·카카오= 네이버와 카카오를 겨냥해 정치권과 정부가 휘두르는 칼끝이 매섭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이번 국감에서 난타당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 여당은 네이버와 카카오를 규제하기 위한 플랫폼 규제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 이슈는 이번 국감에서 최대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네이버는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올 상반기 네이버의 한 직원이 자택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고인이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내용 등이 적힌 메모가 발견됐다. 네이버 노조는 “고인이 생전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와 위계에 의한 괴롭힘을 겪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최인혁 대표와 고인에 대한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된 책임리더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최근 또 다시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불거졌다. 네이버 산하 공익재단인 해피빈에서 직장 내 괴롭힘 고발이 접수됐다.

직원들 사이에 증언이 엇갈리면서 진실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도 이런 부분에서 자유롭진 못하다. 지난 2월 한 카카오 직원이 블라인드 앱에 ‘안녕히’라는 제목의 유서 글을 작성해 직장 내 괴롭힘을 고발한 바 있다. 다행히 해당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하진 않았지만 카카오 내부의 동료 평가 방식 등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큰 논란을 낳았다. 

대선 5개월 앞두고 
극한 대립 이어질 듯

카카오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은 정치권은 물론 정부에서도 벼르고 있는 문제다. 지난 6월 기준 카카오의 국내외 계열사는 158개에 이른다. 김 의장이 골목상권 논란이 있는 사업을 철수하고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3000억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는 등 상생안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여론은 부정적이다. 

국감에서는 카카오가 내놓은 상생안을 두고 질의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상생안은 내놓았지만 ‘어떻게’라는 알맹이가 빠져 있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들여다보고 있는 케이큐브홀딩스의 금산분리 위반 여부도 쟁점이 될 수 있다.


케이큐브홀딩스는 김범수 의장이 지분을 100% 소유한 회사로, 사실상 카카오의 지주회사로 평가받는다.

▲공수처 첫 등장=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14일 2021년도 국감 계획서를 의결했다. 이에 따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다음달 12일 국감에 등장한다. 김진욱 공수처장과 여운국 차장 등 5명이 기관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쟁점이 될 사안은 ‘윤석열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연루돼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지난 2일 윤 전 총장이 검찰총장 재직 기간인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측근 검사를 통해 범여권 인사 등에 대한 고발을 야당에 사주했다는 의혹이 한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대선 전
기업 잡기

공수처는 사건과 관련해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의 대구 사무실과 서울 자택, 국민의힘 김웅 의원의 자택과 국회‧지역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윤 전 총장 측은 제보자 조성은씨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8월11일 두 사람이 만난 자리에 동석한 특정 선거캠프 소속 성명불상자를 국가정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 고발건 역시 공수처가 수사를 맡았다.

야당 대선후보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건이라 공수처의 수사 결과가 대선 정국을 뒤흔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택진이형’ 이번에도?= 국회 입법조사처는 2009년부터 매년 <국정감사 정책자료>를 발간하고 있다. 국정감사에서 주목해야 할 감사 주제를 다루고, 전년도 국정감사에서 나온 주요 시정 요구사항에 대한 정부의 조치 결과를 평가한 내용이 담겼다.

이 자료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이번 국감에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다룰 가능성이 높다.

확률형 아이템 논란은 올해 초 게임업계를 덮쳤다. 많은 돈을 쓰고도 아이템을 뽑을 확률은 매우 낮은 현재 국내 게임의 구조가 마치 도박판과 같다는 비판이 나왔다. 게임업체들은 자율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국회는 확률형 아이템을 강제 규제하는 법안을 여럿 내놨다. 

특히 엔씨소프트는 큰 지탄을 받았다. 엔씨의 ‘리니지 시리즈’가 확률형 아이템의 대표격인 게임이기 때문이다. 엔씨가 최근에 출시한 게임 ‘블레이드앤소울2’ 역시 여전히 확률형 아이템에 의존한 고액 과금 시스템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용자들의 불만이 폭주했다.


이는 주가에도 반영돼 게임 출시 이후 엔씨의 시가총액이 5조 이상 증발하는 등 영향을 미쳤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2018년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확률형 아이템 사행성 논란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당시 그는 “확률형 게임은 아이템을 가장 공정하게 사용자들에게 나눠주기 위한 기술적 장치”라고 한 바 있다.

사실상 확률형 아이템을 옹호한 발언이다. 그때와 비교해 여론이 부정적인 상황이라 김 대표의 증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군대 문제
또 도마에

▲<D.P.> 언급될까?=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1년의 임기 동안 총 7번의 대국민 사과를 했다. 북한 귀순자 경계 실패(2월17일), 부실급식‧과잉 방역 논란(4월28일), 공군 성추행 피해 이모 중사 사망 사건(6월9·10일·7월7일), 청해부대 코로나19 집단감염(7월20일), 해군 성추행 피해 여군 중사 사망 사건(8월13일) 등이다. 

성 비위 문제, 기강 해이 등 군 관련 논란은 하루 이틀 제기된 게 아니지만, 올해는 특히 더 잦았다. 병영 내에서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게 된 병사들이 군 내부 사정을 적극적으로 외부에 알리면서 사안의 심각성이 드러났다.


여기에 공군에서 일어난 여군에 대한 성범죄 문제가 해결되기도 전에 해군에서 같은 일이 일어났다는 점에서 군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이뿐만 아니라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드라마 <D.P.> 열풍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D.P.>는 2014년 육군 헌병대를 배경으로 탈영병들을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군대 내 가혹행위와 부조리가 담겨 있어 군 수뇌부에선 드라마의 인기가 높아지는 것을 불편해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고공행진’ 부동산= 일반적으로 국감에서는 야당이 공격 포지션을, 여당이 수비 포지션을 잡는 경우가 많다. 국감의 취지 자체가 국회가 행정부가 한 일을 감시하고 감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정 전반에 대해 다루는 대형 이벤트여서 야당 입장에서는 정부의 실정을 부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부동산 문제는 문재인정부의 ‘아킬레스건’이나 다름없다. 임기 내내 20번이 넘는 대책을 내놨지만 집값은 고공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다주택자, 1주택자, 무주택자 모두 만족할 수 없는 대책으로 전 세대에서 부정적인 여론이 팽배하다.

코로나19·부동산 정책 비판
네이버·카카오·엔씨 정조준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이른바 LH 사태가 공정성 논란까지 불러일으키며 문재인정부에 치명상을 입혔다. 

여기에 국책 연구기관마저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지난달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 제출된 <부동산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중점 대응 전략> 보고서에는 “현 정부 출범 이후 20차례 넘게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했음에도 주택가격이 전국적으로 급등해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 불신이 심화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번 국감에서도 부동산 문제를 두고 여야가 공방전을 벌일 예정이다. 부동산은 민생 문제와 직결되는 부분이라 야당의 파상공세가 예상된다. 양도소득세 부담 완화를 골자로 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두고 대립구도가 펼쳐질 전망이다. LH 사태 혁신안에 대한 질의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끝 안 보이는’ 코로나19= 코로나19 사태가 2년여가량 계속되고 있다. 확진자 수는 수십일 째 네 자릿수를 넘고 있는 상황. 국민의 70% 이상이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완료했지만 확산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 전반이 180도 뒤바뀐 만큼 이번 국감에서도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특히 백신을 수급하는 과정에서 우왕좌왕했던 부분에 대해 집중적인 질의가 나올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팬데믹 상황이 되면서 백신은 이른바 ‘게임 체인저’로 떠올랐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백신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한때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접종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백신 수급 문제 이외에도 2년여간 의료현장에서 고생한 이들에 대한 처우 문제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로 의료진이 말 그대로 갈려 나가는 동안 그에 걸맞은 처우가 보장되지 않아 의료보건노조를 중심으로 파업 움직임이 일었다.

실제 총파업까지 이어지진 않았고 간신히 봉합돼 의료대란은 막았지만 여진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이재명 국감?= 경기도를 피감기관으로 하는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출석하기 때문. 일각에서는 경기도에 대한 감사가 아니라 이 지사에 대한 검증이 주를 이룰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 지사가 여권 후보 가운데 지지율 1위를 지키고 있는 상황이라 야당의 십자포화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가계부채와 가상화폐 관리 문제가 도마에 오를 수 있다. 문재인정부 들어 가계부채는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에서 이를 차단하기 위해 잇따라 규제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빚은 1800조원을 넘어선 상태다. 

대선 정국
흐지부지?

올 상반기를 달궜던 가상화폐 논란도 현재진행형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24일까지 가상화폐 거래소를 상대로 실명확인 계정 개설을 의무화하라고 했다. 국감 과정에서 이와 관련한 문제가 언급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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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1일 이재명정부의 첫 정기 국회가 열리면서 100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각종 입법과 개혁, 예산안 등을 두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 첫날부터 기싸움이 만연한 가운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고삐를 틀어쥐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9월에 접어듦과 동시에 빽빽한 일정이 여야를 기다리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오는 10일, 국민의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15~18일 나흘 동안 정부를 상대로 ▲정치▲외교 ▲통일·안보 ▲사회 ▲교육 ▲경제 등 대정부질문이 예정됐다. 벌써부터 국정감사 제보센터를 개설하는 의원실도 눈에 띄었다. 사면초가 국민의힘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성장, 개혁 안전 등 4대 핵심 과제를 골자로 한 22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금융위원회 등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언론개혁, 대법원 개혁 등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도 지체 없이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획을 ‘입법 폭주’라고 비판하며 ‘경제·민생·신뢰 바로 세우기’를 기조로 하는 100대 입법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 청년 희망 및 취약계층 돌봄 등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번 정기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인사청문회서 국민의힘은 최교진·주병기 후보를 정조준하면서 이정부의 ‘인사 실패’ 프레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국민의힘은 최 후보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폭침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내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학생 체벌, 막말, 천안함 음모론 제기, 부산·대구 폄하 발언, 입시 비리 조국 사태 옹호 등 셀 수 없는 범죄와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며 “그 사과가 진심이라면 자진 사퇴하라. 이재명정부는 후보를 즉각 지명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 후보에 대해선 세금 ‘상습 체납’ 이력 등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주 후보와 배우자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에는 압류 등기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주 후보는 종합소득세 납부기한도 여러 차례 어겼으며 2023년(406만원)과 2024년(183만원) 종합소득세도 올해 6월에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대한 국회 표결을 벼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국회의장은 요구서가 접수된 후 다음 본회의인 오는 9일에 국회 보고를 거쳐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국민의힘 교섭단체 연설일인 10일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어 이날을 제외한 11일 또는 12일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정부 첫 정기국회 100일 대장정 권성동 체포동의안 변수도 ‘주목’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주도하에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체포동의안 처리와는 관계없이 구속 적부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에 저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집어넣으려 한다”며 “이는 야당 대표 연설을 덮으려는, 국회를 정치 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정치적 일정 거래에 저의 체포동의안을 이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국회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던 만큼 결국 개원 첫날부터 여야가 격돌했다. 우 의장은 “차이보다 공통점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화합의 메시지”를 예로 들며 개회식에서 한복 착용을 권유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며 검정 양복과 검정 넥타이, 근조 리본을 맨 상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차원의 퍼포먼스라고 들었지만 정작 애도해야 할 대상은 국민의힘 자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 역시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것은 희망과 미래지, 장례식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크고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표결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가 항의했고, 초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반말로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굽히지 않는 강대강 매치 이를 두고 범여권에서는 나 의원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초선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5선 의원이 가만히 있으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냐. 초선 의원이 가마니인가”라고 직격했다. 정 대표는 “초선 의원이 무엇을 모른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 의원은 일단 예의를 모르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에서도 설전이 오갔다.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인데,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검찰해체법을 통해 독재 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반발하면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추석 전에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오는 25일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수사 인력과 기한을 확대하고 재판 중계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더 센 특검법(특검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 기간은 기존 한 차례 30일 연장에서 두 차례,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재판의 녹화 방송 중계도 가능해진다. 재판 내용이 공개돼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교훈을 후손에 남겨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이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보완 입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야의 입법 주도권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형사처벌 규정 개선,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오는 12월까지인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업 달래기에 나서면서 경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저항해도 질질∼ 국민의힘은 매일같이 보이콧과 논평을 쏟아내지만 무용지물이다. 의석수로 민주당을 이길 수 없을 뿐더러, 특검의 대대적 압수수색 등 당 내부도 시끄러운 만큼 민주당이 휘두르는 대로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 탄압’ ‘야당 말살’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치 특검이 연이틀 국민의힘 심장부에 쳐들어왔다”며 “법사위에서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재판부도 설치하고, 재판까지 검열하겠다는 무도한 법들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소리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주당을 향해 “요즘 정부여당을 보면 폭주 기관차를 떠올리게 된다”며 “역사적 전례를 보면 폭주 기관차는 반드시 궤도를 이탈해 전복된다”고 꼬집었다. 특검이 국민의힘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내란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과도한 행태를 계속 보이면 국민의 냉엄한 견제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정권을 잃어버리고 이제 겨우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라며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과도한 정치 공세로 야당을 뒤흔드는 폭주 기관차의 모습에서 저는 정말 전복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특검은) 이재명정부의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조은석 정치특검”이라며 “국회의 권위와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재명정권과 특검의 야당 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풍 기우제” 오히려 똘똘 뭉쳤다 윤석열·김건희 지지율 올리는 주역 오히려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뭉치면서 “역풍 기우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개혁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하면 역풍 타령이 이어졌다”며 “이는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지금이 개혁 적기다. 순풍이 부는데 이를 자꾸 역풍이라 하는 건 민주당이 돛을 펼치는 걸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원 전체의 목소리로 인식돼 당분간은 이들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치 효능감을 느낀 강성 지지층이 당 분위기는 물론 방향까지 주도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날이 갈수록 민주당 의원들의 혀가 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성 지지층에게 있어 지금은 ‘이재명과 개혁의 시간’이다. 아직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범’이라는 꼬리를 떼지 못한 만큼 여야 협치에서 국민의힘은 논외 대상으로 여겨진다. 범여권 의석수를 합하면 180석이 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눈치를 보거나 숙일 필요가 없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다시 솟아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일수록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다시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노리는 것이다. 그 예시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CCTV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속옷만 입고 있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관심이 다시 전 정권으로 쏠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체포영장을 모면하려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교도관들을 상대로 온갖 술수와 겁박을 늘어놓는 궁색하고 옹졸한 모습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대통령이셨던 분 아닌가, 옷을 입어달라”는 말에 “나 검사 27년 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이거 따르면 앞길이 구만리인 여러분 어떻게 할 거냐” 등 극구 반발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의 밤에 불법 명령을 내리고, 사령관들에게 따르라고 거듭 재촉해 군 간부들의 신세를 망쳐 놨다”며 “재판 거부와 수사 방해, 회피로 책임지기를 거부하면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수록 첩첩산중 여기에 국정감사까지 줄지어 있어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터지니 빠르게 수습해도 세월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걱정인 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수사가 끝나고 상황이 일단락돼도 속은 여전히 곪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올 텐데 여기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나 민주당의 실책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또 다른 솟아날 구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오는 22일부터 지급되는 정부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언급하며 “지난번 1차 소비쿠폰이 마중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물이 콸콸 나오는, 경제계에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것만으로 재계엔 긍정의 시그널을 줬다”며 “주가도 32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시총이 700조원 늘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이정부 출범 이후 실행한 민생소비쿠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2일부터 발급되는 2차 소비쿠폰은 내수와 소비 회복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여당 의원들의 평가로 미뤄볼 때, 민주당은 정기 국회에 돌입하면서 정쟁으로 치우친 국회를 벗어나 민생과 경제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번 지지율 견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