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심상정-김동연 3지대 합종연횡 한계

  • 박용수 기자 exit750@hanmail.net
  • 등록 2021.11.15 10:31:45
  • 호수 13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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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박 긁어모아도 밑바닥 지지율

[일요시사 정치팀] 박용수 기자 = 내년 3월9일 치러질 대통령선거는 ‘0선 대통령’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제1야당인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모두 정치에 입문해 국회의원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이 후보는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역임했지만 중앙정치를 해본 경험이 없고, 윤 후보는 문재인정부 검찰총장을 지낸 후 정권 마지막 해 정계에 입문한 지 4개월 남짓밖에 안 되는 정치 신인이다. 이처럼 집권 여당과 제1야당 후보가 국회 경험이 없는 인물로 대선이 치러지는 건 1987년 직선제 이후 처음이다.

두 후보는 한 쪽이 부적절한 발언을 하면 다른 한 쪽도 발맞춰 가듯 부적절한 발언으로 국민들에게 뭇매를 맞았다. 두 후보 모두 국민들에게 비호감도가 더 높다. 대선 승패를 좌우할 캐스팅보트로 꼽히는 2030세대와 중도층에서 비토 정서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오고 있는 것이다. 

“끝까지 간다”

여·야 뿐만 아니라 제3지대 후보들도 중도층과 보수층의 표만 가지고 대통령이 되기는 쉽지 않다. 대선 활동에서 어떤 공약으로 국민들의 표심을 불러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집권 여당과 제1야당의 후보는 물론 제3지대 후보들까지 2030세대의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선거활동에 혈안이 돼있다. 왜 이렇게 젋은층의 표심을 열망하는가. 4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은 막판까지 여야 후보들의 2030 표심 잡기 경쟁은 복마전(伏魔殿)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2030 세대 청년층 가운데 아직 후보를 정하지 못한 부동층 비율도 40대와 50대·60대 이상에 비해 2배나 가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난 탓이다. 20대에서는 윤 후보 지지율이 31.2%, 이 후보 지지율은 17.0%였으나, 30대에선 이 후보가 34,9%의 지지율로 30.5%인 윤 후보를 제쳤다.


각 정당 후보 진영에서는 이들 2030 세대의 의 표심잡기가 절실하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단일화와 관련한 중도 포기하지 않겠냐는 질문에 “단일화 없이 완주하겠다”고 밝혔다.

대선이 4개월 남은 시점에서 단일화 카드 없이는 지지율 제고 방안이 마땅치 않은 만큼 안 후보의 대선 가도는 험난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안 후보의 지지 강도가 약해지면서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안 후보는 단일화에 대해 여지를 둘 수 있다고 한 적은 있으나 국민의힘과의 단일화에 대해선 극구 부인했던 바 있다.

야권의 ‘킹메이커로’ 불리는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의당 대선후보인 안 후보와 연대나 단일화를 선택하진 않을 전망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도 “제3지대로 대선에 출마한 안 후보와 단일화 성사 문제는 대선 활동도 얼마 하지 않은 사람에게 아직 거론하기에는 이르다”며 선을 그었다.

윤 후보는 안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여론과 당내에서 안 후보의 안팎 지지율이 5% 미만으로 하락하고 있어 사실상 단일화를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전 위원장과 안 후보와의 인연은 재보궐선거 때부터 껄끄러운 관계였다. 앞서 김 전 위원장은 안 후보에 대해 “정권교체에 장애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단일화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안 후보가 지난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도 국민의힘과 단일화했던 만큼 정권교체란 명분으로 단일화에 나설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윤 후보에 대해선 날선 비판을 삼가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다.

안철수-김종인 불편한 동거?
여야 러브콜 단호히 거절

국민의당은 “어차피 진영대결은 시차를 두고 또 붙는다. 11월 초중순까지는 벌어졌다가 다시 좁혀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윤 후보를 두고 훨씬 더 지저분한 네거티브가 펼쳐져 컨벤션 효과는 사라질 것이고, 민주당·국민의힘 모두 박스권에 갇힐 가능성이 높다. 그때 안철수를 위한 공간이 열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대선후보 캠프 총괄본부장인 이태규 의원은 ‘새로운물결’ 김동연 후보와 연대 가능성에 대해 김 후보가 문재인정부의 공과 “김동연 부총리는 문재인정권의 초대 경제부총리”라며 “문정권은 초대 경제 정책인 ‘소주성’(소득주도성장) 등 많은 논란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문정권의 공과에 대한 입장을 먼저 밝히셔야 우리도 정체성을 좀 이해할 수 있는 거 아니겠느냐”며 “안 후보는 정치적으로 반(反)문재인, 비(非)국민의힘 노선을 지향하는데 김 후보는 문정권에 대한 어떤 입장 표명도 하지 않았다”고 비꼬았다.

그러자 ‘새로운물결’의 송문희 대변인은 “안 후보가 제3지대 인지부터 답을 해야 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제3지대에 맞는 콘텐츠를 들고 오면 언제든지 상대할 용의가 있는데, 그걸 피하는 상황 아니냐”고 맞받아쳤다.

‘중도로 시작해 민주당으로 갔다가 다시 회색지대, 현재는 국민의힘과 함께하는 등 중도→진보→회색→보수로 오간 모호한 정체성의 정치’를 해온 안 후보가 제3지대 후보라는 타이틀을 가지려면 정치적 정체성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일부 정치권에서는 안 후보가 앞으로 중도 포기하지 않고 완주하는 것은 지지율에 달렸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5%를 기준으로 그 이상의 지지율을 얻는 데 성공한다면 캐스팅보트를 손에 쥐는 상당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만약 2% 대의 미미한 지지율에서 머무른다면 결국 선택지는 막판 사퇴가 될 수밖에 없고 결국 단일화로 포장하겠지만 사실상 중도 포기하게 되는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도 높다는 전망이다.

단일화를 이룬다면 안 후보 본인이 정권교체를 부르짖어 왔는데, 자기로 인해 정권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비판은 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 정계 관계자는 “자신이 막판에 양보해서라도 정권이 바뀌면 바뀐 정권에서 자기 입지가 열릴 수 있기 때문에 독단적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제1야당인 국민의힘과 같이 갈 것인지, 제3지대와 함께 할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지난달 말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후 기득권 타파를 주장해왔다. 그는 지난달 24일 새로운물결 창당 발기인대회에서 “강고한 양당구조로는 대한민국이 20년 넘게 가진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며 “이 정치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디로?
간 보는 중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새로운 물결’을 창당한 김 후보에 대해 “잠재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는 “제3지대로 불리고 있는 김 후보의 여러 가지 철학이나 정책들을 보면 민주당과 가깝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는 “여야의 러브콜보다 국민의 러브콜을 받을 것”이라며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일축했다. 그는 “단일화는 기득권의 정치 행태”라며 “대선은 이런 ‘법’과 ‘밥’의 구도가 될 것”이라고 규정했다.

민주당의 김 후보에 대한 호의적 태도는 관료 시절에도 이명박정부의 기획재정부 2차관, 박근혜정부 국무조정실장(장관급)을 거쳐 문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를 역임했다는 기회의 노림수로 풀이된다.

김 후보는 “지금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부패 기득권 카르텔이다. 그들만의 기득권은 대장동 게이트라는 괴물까지 만들었다”며 1호 공약으로 ‘공무원 기득권 깨기’라며 공직을 관리직과 전문직으로 나누고 관리직은 정년을 폐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5급 행정고시를 폐지하는 방안도 내놨다. 공직 경제 관료직으로 있었던 만큼 관피아나 공피아로 불리는 관행을 없애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2호 공약으로 ‘5개 서울 만들기’를 골자로 한 국가균형발전 계획을 발표했다. 김 후보는 “수도권과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대전·충청, 광주·호남 등 다섯 지역에 서울 수준의 메가시티를 구축해 권역별 발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심상정 대권 도전 4번
이번이 마지막 소명

김 후보는 “5년 단임 대통령의 제왕적 권한, 단순 다수 소 선거제 개혁,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정당 개편과 같은 정치개혁들이 훨씬 중요하다”며 “지금 가장 큰 문제는 대통령·국회의원 등 선출된 권력이 제 역할을 못 하고 기득권화돼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 대변인은 제3지대 후보로 태풍의 눈처럼 떠오를 후보는 김 후보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계에서는 “아직 대선은 4개월이나 남아 있다”며 “현재의 정권교체 구도는 정확히 (<삼국지>에서)적벽대전(赤壁大戰) 구도”라고 설명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제3후보로 대선 출마를 선언한 군소정당 여야 후보들의 단일화 대상으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대선 결과에 어떤 결정적 영향을 미칠 지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2007년부터 지금 14년 동안 4번의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진보여제’ ‘철의 여인’ 등으로 불려온 심 후보는 노동운동가 출신의 여성 정치인이다. 20대 대학생(서울대 역사교육과)으로 구로공단에 위장취업해 대우어패럴 등 의류 봉제 업체 미싱사를 거쳐 써니전자, 남성전기 등에서 일하면서 25년간의 노동운동 끝에 지난 2004년 17대 국회의원(민주노동당 비례대표)으로 정치에 입성했다.

지난 19대 대선에 출마해 200만표에 가까운 표를 얻으며 선전한 심 후보는 국회 입성 이후 꾸준히 대권에 도전장을 던져왔다.

심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 2012년 18대 대통령선거에도 또다시 출마했다. 같은 해 10월12일 진보당 대선후보로 단독등록한 데 이어 이틀 뒤인 14일 서울 청계천 전태일 다리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사표론에 떠밀려 완주하지 못하고, 같은 해 11월26일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한 뒤 사퇴했다.

자투리 셋 모여 거대 양당 깨뜨릴 수 있나
일단 각자도생···이-윤, 안-김 단일화 숙제

심 후보는 “저의 사퇴가 사실상 야권의 대표주자가 된 문재인 후보를 중심으로 정권교체의 열망을 모아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현재 심 후보의 대선 완주 의지는 확고하다. 지난 과거와 같은 후보 사퇴는 없다는 게 심 후보의 입장이다. 정치권에서는 심 후보가 제3지대 대선후보로 나오는 것은 내년 선거구도에서 불리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마지막 대선 도전에 나선 심 후보는 지난 8월29일 네 번째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지난 19대 대선에서는 출마선언문을 통해 ‘노동이 있는 민주주의,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약속하며 민심을 공략했던 바 있다.

또 2030세대에서 인지도가 높은 장혜영·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심 후보 캠프 전면에서 나선다. 심 후보도 젊은 세대의 표를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좌혜영’ ‘우호정’을 놓고 대선정국에서 많은 표를 얻겠다는 심산이다.

심 후보는 대표 공약으로 ‘시민의 삶이 선진국인 나라’를 만들겠다며 노동과 젠더 선진국, 주4일제, 기후 위기 선도 등의 공약도 함께 내놨다.

민주당을 겨냥해선 “수구보수 세력을 부활시킨 책임져야 한다”며 “국민들의 정권교체 열망의 중심에는 문재인정부의 실패가 있으며 가장 큰 원죄가 민주당 정부에 있다”고 지적했다.

심 후보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나 정치를 안 해오신 분들”이라며 “이 후보는 민주주의적 감수성이 부족하면 행정독재로 나갈 수 있고, 윤 후보는 공작정치로 나갈 우려가 있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유권자들이 심 후보와 정의당에 냉담하다고 보고 있다. 지역성을 기반으로 고착화된 양당정치의 오랜 폐습 때문이다. 선거 때만 되면 평소에 지방자치제에 무지했던 후보들이 각 지방을 돌면서 유권자들에게 자기 알리기에 주력하는 것은 지역감정을 부추겨 지역패권주의에 편승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정의당만
완주 가능성

이와 관련해 심 후보는 “앞으로 대통령을 뽑는 것은 지역적으로 편승하는 보수적인 선거 활동을 탈피해서 공정한 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뽑아야 미래가 있는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it75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선 가를 2030세대 표심

2030세대가 20대 대통령선거의 캐스팅보트로 급부상했다. 전체 유권자 대비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이들은 이념 및 지역에 크게 얽매이지 않고 선거 당시의 정치 상황과 이슈에 따라 투표하는 '스윙보터'(swing voter)성향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번 대선은 보수적 표보다는 부동층의 표심에 대선 당락이 결정짓기 때문에 젋은층을 겨냥한 대선 공략을 대거 내놓을 심산이다.

이와 함께 제3지대가 해결해야 할 단일화 문제 또한 여야가 대선 결선까지 무시하고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제3지대의 표심도 어떻게 작용하느냐가 중요하다.

최근 국민의힘 대권주자였던 홍준표 의원에 젊은 층 표심이 몰렸지만, 홍 의원에 후보에서 떨어지자 국민의 힘을 탈당한 책임당원(선거인단)이 3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탈당자 중 75%(약 2200여 명)가량이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탈당 인증’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홍 의원의의 표심이 국민의 힘에 힘을 싣는 데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이 탈당한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이목이 쏠린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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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5000만원 관봉권’ 출처를 두고 소문이 무성하다. 검찰은 대통령실 특활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씨는 그저 ‘기도비’라고 진술 중이다. 검찰이 김건희씨까지 수사 대상에 올린 점을 보면 전씨의 진술은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 전씨가 전방위 로비를 벌인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김씨의 소환조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일가를 향한 수사는 그간 서울중앙지검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로비 사건은 중앙지검이 아닌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포문을 열었다. 전씨는 통일교와 캄보디아 사업 및 정·재계를 가리지 않고 돈을 받았다. 윤석열 일가와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수상한 증거들 남부지검은 전씨를 수사하기 이전에 한 가상자산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최근 정식 부서로 신설된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해 7월 ‘퀸비코인(QBZ)’ 관계자 이모씨 외 3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사업 진행 능력이 없음에도 허위 자료를 제출해 스캠 코인을 상장했다. 1만명이 넘는 투자자로부터 가로챈 금액은 300억원에 육박한다. 남부지검은 수사 과정서 퀸비코인 관계자 이씨가 2018년 1월 자유한국당 경북 영천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정모씨를 전씨와 연결한 정황 및, 이들 간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정씨는 전씨 법당을 찾아 1억원을 건넸다. 이 사실을 파악한 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고 그의 법당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두 달여 전에는 경기 성남의 카카오 판교 서버를 압수수색해 전씨의 카카오톡 기록까지 확보했다. 전씨는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대선캠프 네트워크본부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그의 처남으로 알려진 ‘찰리’ 김모씨도 전씨와 같이 활동했다. 전씨는 김건희씨가 운영하던 전시기획회사 코바나컨텐츠의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전씨의 딸도 잠깐이지만 코바나컨텐츠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남부지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과 김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로비 행위를 벌였다고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실제 전씨가 로비 창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남부지검은 지난달 30일 윤 전 대통령 사저인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의자들이 2022년 4월부터 8월 사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선물을 제공했다”고 적시됐다. 청탁 사유로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YTN 인수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교육부 장관 통일교 행사 참석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이 담겼다. 이 압수수색은 전씨를 통해 통일교 세계본부장 출신이자 2인자였던 윤모씨가 수천만원 상당의 그라프(Graff)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 가방, 천수삼 농축차 등을 김씨에게 전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 남부지검은 윤씨가 지난 2022년 7월 전씨에게 ‘김 여사가 물건(천수삼) 잘 받았다더라, 건강이 좋아지셨다고 한다’고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확보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찍혔는데…통상 정부 예산 활용 금융권 “개인이 갖고 있을 수 없다” 일축 검찰이 지난 3일 전씨를 청탁금지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김씨에 대한 소환조사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남부지검 수사팀 내부에서는 김씨를 대선 직전에 소환조사해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목걸이와 명품백을 잃어버렸다. (김 여사가 잘 받았다는 문자는) 거짓 문자”라고 부인하는 상황이다. 김씨 측도 “전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검찰은 윤씨가 전씨에게 윤석열정부의 캄보디아 ODA 사업 추진을 청탁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검찰은 윤씨가 “윤 전 대통령과 독대했고 국가 단위 ODA 연대 프로젝트에 동의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 2022년 3월 윤씨가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김씨를 인수위서 만난 뒤 캄보디아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통일교는 같은 해 메콩강 핵심 부지에 ‘아시아태평양유니언 본부’를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윤씨는 훈센(Hun Sen) 당시 캄보디아 총리와도 이 사업을 논의했지만 자금난으로 추진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윤씨는 2022년 5월 한 통일교 행사에서 “3월 22일 대통령을 만나 1시간 독대를 하면서 이 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하고 암묵적 동의를 구한 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ODA는 비영리기구(NGO)가 펀딩 가능하고 국가가 지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직후인 2022년 6월 기획재정부가 제4차 한-캄보디아 ODA 통합 정책협의서 대(對)캄보디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 한도액을 기존 7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늘리는 기본 약정을 체결한 점을 주목했다. 한도액이 늘면 중기후보사업 승인 절차가 간소화돼 ODA 사업 수주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김씨가 나토 순방 당시 착용했던 6000만원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와 관련해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이 불거지자, 윤씨는 전씨에게 “김 여사에게 빌리지 말고 하고 다니라”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건넸다. 검찰은 지금까지 김씨 명의 휴대전화 3대를 확보했다. 이 중 1대는 김씨가 지난달 11일 서울 한남동 관저서 나오면서 보안 비화폰(안보폰)을 반납한 뒤 개통한 휴대전화다. 나머지 2대는 옛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사용하던 휴대전화로, 사실상 공기계로 알려졌다. 자택 압색 그 이후… 검찰은 100여개에 달하는 압수 대상에 윤씨 선물 명목으로 전씨에게 제공했다는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인삼주 등도 적시했지만 확보하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윤씨의 청탁이 성사됐거나 윤씨와의 직무 관련성 등이 입증된다면 김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에서 “카톡 기록과 전달됐거나 전달되려 했던 물품들은 이미 수사팀이 확보했으니 김씨가 대면 조사를 피하긴 힘들다”며 “남부지검서도 성역 없이 수사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현행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를 청탁금지법으로 처벌할 수 없으니 직무 관련성 입증이 관건”이라며 “입증만 된다면 알선수재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가장 중요한 건 전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당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전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5만원권 3300매(1억6500만원)를 확보했는데, 이 중 5000만원은 비닐 포장이 벗겨지지 않은 상태였다. 검찰은 전씨에게 이 관봉권의 출처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관봉권은 ‘제조권’과 ‘사용권’ 두 종류로 나뉜다. 제조권은 한국조폐공사에서 한은이 받아온 신권으로 돈다발에 십자 형태의 띠를 두르고 비닐로 싸 압축한 형태다. 사용권은 한은이 시중은행서 회수한 돈을 검수해 낡은 돈은 폐기하고 사용하기 적합한 돈만 골라낸 것이다. 발견된 돈다발 김씨와 전씨 사건서 등장하는 관봉권은 모두 사용권이다. 전씨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 돈다발은 한은이 적힌 비닐로 포장돼있었고, 비닐엔 기기 번호와 담당·책임자 일련번호도 적혀 있었다. 그러나 김씨 측이 옷값을 치를 때 썼던 관봉권은 비닐 없이 띠지만 둘러져 있는 돈다발 형태였다. 관봉권은 국가 예산으로 편성되는 대통령실(청와대)과 검찰, 국가정보원 등 사정기관의 수사나 조사에 필요한 특수활동비로 쓰이기도 한다. 과거 정부에서는 이 특활비가 로비 자금으로 악용됐다. 한은은 전국에 16개 지역 본부를 두고 금융기관에 관봉권을 보낸다. 서울엔 남대문 본점 및 강남본부 등 두 곳이 있다. 이 중 강남본부가 대통령실과 사정기관 등에 예산 조달을 담당해 왔다. 다만 민간인의 집에서 관봉권이 발견될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대개 일반 정부 예산은 관봉권 형태가 아닌 계좌이체 등을 통해 전달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천만원 상당의 관봉권이 묶인 채로 남아 있는 건 영수증 내역도 남지 않는 특활비”라며 “통상 정보와 사정기관이 ‘돈의 주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검찰도 전씨의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 강남본부서 나왔다고 보고 있다. 이 관봉권에는 ‘2022년 5월13일’이라는 날짜가 기재돼있다. 윤 전 대통령 취임일 사흘 뒤다.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주로 돈은 ‘기도비’ 명목으로 받아왔지만 관봉권은 정확하게 누구에게 받은 돈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한은 방문 이후 전씨의 집에서 발견된 관봉권에 적힌 ▲기기번호 ▲담당자 ▲책임자 ▲발권국 항목 등의 의미를 확인했다. 기기번호의 뜻은 정사기(검수기) 기기번호와 기기호수를 뜻하고, 발권국 정보에는 정사 업무를 담당하는 발권국 화폐관리1팀을 의미하는 숫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MB 때 국정원 ‘입막음·로비’ 용도로 사용 검·정보 “이번엔 아니다”…남은 건 용산 포장지에 적힌 ‘2022년 5월13일 오후 2시5분59초’는 한은이 검수를 마친 시각이라고 한다. 다만, 한은은 개별 사용권이 어느 시점에 어느 금융기관으로 지급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금융기관서 화폐를 요청하는 경우 ▲지급한 금융기관명 ▲지급일자 ▲권종 ▲금액 등만 기록할 뿐, 어떤 사용권 묶음을 제공했는지는 별도 기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관봉권이 지난 대선 기간 전씨가 운영했던 윤 전 대통령 선거캠프 운영비일 수 있다고 보고 금융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올해 초 당시 네트워크 본부장으로 있던 오을섭씨를 소환조사하면서 양재동 캠프의 운영비 출처를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관봉권 출처가 불분명한 만큼 특활비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범죄 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변호사는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한은 뭉칫돈은 대부분 특활비”라며 “특활비라면 한은 검수 이후 수천만원 상당의 돈이 필요한 곳은 보통 사정기관이다. 일반적으로 정부 예산은 뭉칫돈으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결국 사정기관 담당자들을 불러 확인해봐야 하는데 정보기관에서는 특활비 활용 자체가 보안으로 분류돼 확인도 어려울 것이다. 출처 규명에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와 접촉한 복수의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국정원 특활비’는 아니라고 단언했다. 앞서 이명박정부 청와대는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받은 바 있다. 지난 2011년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국정원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폭로했는데, 당시 국정원은 관봉 형태의 특활비 5000만원을 장 전 주무관에 ‘입막음비’로 전달했다. 이 같은 내용은 검찰 수사와 공판 등을 통해 청와대서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장 전 주무관에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불분명한 출처 어디?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과거 국정원 특활비와 흡사해 보이지만 2022년 이후의 특활비 활용이나 대통령실을 통해 쓰인 ‘국정원 특활비’ 등에 대해서 들여다봤을 때 불법적이거나 위법하게 쓰인 사실이 없다. 한 개인에게 갈 일은 더더욱 없다”고 못 박았다. 검찰 관계자도 “남부지검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검찰 특활비는 아니다. 남부지검 수사팀도 검찰과는 상관없는 관봉권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