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컬러 골프공’ 신화를 써내려 온 볼빅이 경영위기에 직면했다. 실적과 재정에서 동반 뒷걸음질이 목격된 가운데, 외부 투자 유치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80년 5월 출범한 볼빅은 컬러 골프공으로 인지도를 확보한 골프용품 제조업체다. 1991년 충북 음성군 대소면에 연 60만더즌 규모의 골프공 생산능력을 갖춘 제1공장을 준공한 이후 본격적인 성공가도를 달렸고, 2009년에는 9년 연속 골프공 수출 1위와 3년 연속 국산 골프공 국내 판매 1위를 달성했다.
잘 나갔지만…
볼빅은 2009년 8월 최대주주 변경과 함께 전환점을 맞이했다. 당시 엠스하이는 볼빅의 기존 최대주주였던 비티앤아이로부터 볼빅 지분 62.26%를 33억원에 사들였고, 문경안 현 대표에게는 경영총괄이라는 임무가 주어졌다.
엠스하이는 문 대표가 2001년 설립한 철근 유통사다.
문 대표 체제는 시작부터 순조로웠다. 2010년 선보인 컬러 골프공이 ‘컬러볼 혁명’의 주역으로 떠오른 덕분이었다. 당시 볼빅이 출시한 컬러 골프공은 흰색 골프공만 있던 골프공 시장에 엄청난 반향을 불러왔고, 이를 토대로 볼빅은 글로벌 골프용품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에 이르렀다.
볼빅은 골프용품 업계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과정에서 착실한 외형적 성장을 이뤄냈다. 2012년 270억원대에 머물던 매출은 이듬해 300억원 돌파했고, 2017년에는 400억원대로 불어났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볼빅을 휘감던 순풍은 서서히 힘을 잃었고, 심각한 실적 부진이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2018년 437억원이었던 볼빅의 매출은 이듬해 425억원으로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378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볼빅이 3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한 건 2016년 이래 4년 만이다.
매출은 물론이고 같은 기간 수익성도 급격히 나빠졌다. 2018년 15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이듬해 44억원 적자로 돌아섰고, 지난해에도 영업손실 22억원이 재무제표상에 기재됐다.
수익성이 급격히 나빠진 시점부터 볼빅의 재정건전성에는 적신호가 켜졌다. 골프 클럽, 배드민턴 등 신규 사업에 대한 투자가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기존 골프공 사업마저 수익성이 떨어지자, 재정과 실적의 동반 뒷걸음질이 나타난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볼빅의 총자산은 727억원. 이는 전년(799억원) 대비 9% 감소한 수치다. 총자산의 감소는 2019년 188억원이던 총자본이 1년 사이에 70억원가량 증발한 데 따른 변동이다.
총부채가 거의 변동이 없는 가운데 발생한 총자본의 급감으로 인해 2019년 352.3%였던 볼빅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531.9%까지 치솟았다. 2018년(부채비율 150.3%)과 비교하면 2년 새 3배 이상 오른 셈이다.
총자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차입금 역시 회사 재정을 부정적으로 보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난해 말 기준 볼빅의 총차입금은 387억원, 차임급의존도는 52.8%로 집계됐다. 차입금의존도의 경우 적정(30% 이하) 기준을 초과한다.
물음표 가득
녹록지 않는 현실에 직면한 볼빅은 최근 외부 투자 유치를 통해 경영상 어려움을 타개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상태다. 실제로 ‘내셔널지오그래픽’을 전개하는 더네이쳐홀딩스가 볼빅의 파트너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상황이다.
두 회사는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에 대해 부정하지 않고 있다. 더네이쳐홀딩스는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분투자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왔다”며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공시했다. 볼빅 역시 공시를 통해 “당사는 자금 조달을 위해 투자 검토를 진행 중이나, 현재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투자업계에서는 투자 유치 성공 여부가 조만간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