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아가방앤컴퍼니가 녹록지 않은 경영 환경에 직면했다.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지만, 살림살이는 딱히 나아진 게 없다. 반등은커녕 현상유지조차 쉽지 않은 형국이다.
1979년 출범한 아가방앤컴퍼니(이하 아가방)는 국내 유아 의류 및 용품 시장을 개척한 선구자로 통한다. 국내 최초 유아용품 전문업체라는 명성에 걸맞게 해당 분야를 최전선에서 이끌었고, 수십년에 걸쳐 유아용품 분야의 최강자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아, 옛날이여
그러나 아가방의 우월적 지위는 2010년대에 접어들 무렵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매출(연결기준)은 2011년 2047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래 뒷걸음질이 거듭됐고, 수익성도 급격히 나빠졌다.
부진이 계속되자 아가방 오너 일가는 매각을 택했다. 2014년 9월2일 랑시코리아는 기존 아가방 최대주주인 김욱 회장으로부터 지분 15.3%(주당 7500원)인 약 320억원에 취득했다. 랑시코리아는 조선족 출신 신동일 회장이 2007년 설립한 랑시그룹 산하 법인이다.
인수 당시 랑시코리아는 아가방을 앞세워 중국 내 유아동복 및 의류 판매 활성화를 추진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실제로 당시 중국은 산아 정책 완화와 한국 유아동 의류 등의 선호도 높아지던 추세였다. 아가방 입장에서도 중국 시장 진출에 지속적으로 도전하고 있었던 만큼 재도약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아가방은 랑시그룹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반등은커녕 현상유지조차 버거운 현실에 직면해야 했다.
인수 첫해인 2014년 1601억원이었던 연결기준 매출은 지난해 1225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유아 의류 매출은 769억원으로 전년 대비 10.2% 감소했고, 같은 기간 유아 용품 매출 역시 393억원으로 10.6% 줄었다.
현상 유지도 힘든 암울한 현실
구멍난 곳간…적자의 늪 허우적
수익성 개선도 쉽지 않았다. 2014년 7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아가방은 랑시그룹 인수 직후인 2015년 곧장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이는 반짝 효과에 불과했다. 오히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영업손실이 이어졌다.
2016년 발생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한중관계가 틀어진 이후 지금껏 중국 내 영업이 제한됐고, 이는 실적악화로 이어졌다. 코로나19라는 대형 악재도 수익성 개선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최근 아가방은 난관을 극복하고자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내수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자사 몰인 아가방 몰을 오픈했고, 기존 매장의 계약 형태를 직영 형태로 전환하는 작업이 이뤄졌다. 오프라인 점포의 체질 개선에도 힘을 쏟고 있다.
체질 개선 작업에 힘입어 아가방의 주요 재무지표는 최근 들어 개선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609억원이었던 아가방의 연결기준 매출은 올해 상반기에 733억원으로 16.9% 증가했고, 34억원에 달했던 영업손실을 1년 새 1억5100만원 수준으로 줄인 것도 고무적이다.
다만 해외시장에서의 성과는 여전히 기대치를 밑돈다. 중국 시장에서 활로를 뚫기가 쉽지 않은 데다, 아직까지 이렇다 할 수혜를 기대하기 힘든 분위기다. 그나마 올해 상반기 해외 매출 비중은 전년 동기(5.1%) 대비 두 배가량 확대됐고, 같은 기간 해외시장에서의 매출 역시 75억원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점이 위안거리다.
백약무효
그러나 늘어난 매출이 수익성 개선을 뜻하는 건 아니었다. 아가방의 해외 사업은 올해 상반기에 1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영업손실 10억원) 대비 적자 폭이 확대되는 양상을 나타냈다. 매출만 늘었을 뿐 적자 규모는 한층 커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