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메리츠증권이 20년 근속 ‘유한맨’을 임원으로 선임했다. 제약업계 인물의 증권사 입성은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은 아니다. 관련 업종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를 선임해왔던 메리츠증권의 기존 방침과도 동떨어진 결정이다.
지난 7일 메리츠증권은 김재교 전 유한양행 전무이사(약품관리부문장)를 부사장(미등기)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김 부사장은 IND(임상시험계획) 업무를 관장할 예정이고, 임기는 2024년 9월30일까지다.
기대 반
경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김 부사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한양행에서만 근무했던 ‘유한맨’이었다. 1990년부터 유한양행에 입사한 그는 IR팀장과 총무팀장을 맡았고, 2011년 이사대우로 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014년 상무, 2018년 전무(전략기획부문장)로 승진했고, 2019년 3년 임기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된 바 있다.
메리츠증권 측은 김 부사장이 제약업계에서 보여준 업무능력을 선임 배경으로 꼽았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김 부사장은 제약업계에 오랜 기간 몸담았던 인물”이라며 “향후 IND 업무와 관련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김 부사장은 유한양행에서 인수합병(M&A)과 기술수출 등 전반적인 투자 업무를 총괄했다. 유한양행이 2015년부터 오픈이노베이션으로 진행해온 바이오기업에 대한 투자와 기술수출 상당수가 김 부사장을 거쳤다.
유한양행 전무 증권사 영전
닮은 듯 다른 업무…결과는?
김 부사장은 유한양행과 다국적 제약사 길리어드에 사이에 맺어진 7억8500만달러(약 8800억원) 규모의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신약 물질의 거래 계약에서 일익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한양행이 2012년 국내 바이오기업 한올바이오파마에 약 300억원 지분투자한 뒤, 6년 뒤 투자수익률 100% 이상을 올렸던 것도 김 부사장의 성과였다.
다만 김 부사장을 선임한 이번 인사는 기존 메리츠증권 임원 인사와 사뭇 다르다. 메리츠증권은 특정 업무를 제외하면 금융·증권 분야에서 활약했던 인물을 임원 명단에 포함시켜왔던 까닭이다.
지난 7일 기준 메리츠증권 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45명(등기/미등기 포함) 가운데 금융·증권업 경력을 보유하지 않은 임원은 김 부사장과 법무, 홍보 업무 임원 등 총 3명에 불과하다. 등기이사 5명은 전원 해당분야 전문가로 구성돼있다.
김 부사장이 맡게 될 IND 관련 업무는 이번 인사와 함께 중요성이 급부상한 양상이다. 지금껏 개별 임원의 담당 업무 내역에서 확인되지 않던 IND 업무가 김 부사장의 선임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을 통해 유추 가능하다.
우려 반
다만 제약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김 부사장이라고 해도 증권 분야에서 곧바로 눈에 띌만한 성과를 내기 힘들 거란 우려가 나온다. 김 부사장이 유한양행에서 IR 및 전략기획 업무를 거쳤지만, 증권업계에 대한 이해도를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