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테마주' 일성건설 거침없는 질주의 비밀

이재명과 통일교 그리고 건설사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정치인 테마주는 특정 정치인에 대한 기대치가 주가에 반영되는 양상을 드러낸다. 정치인의 행보가 주가를 결정짓는 결정적 요소로 작용하는 셈이다. 최근 주목도가 높아진 일성건설 역시 이 범주에 포함된다. 마냥 안정적이라고 보기 힘든 재무구조에도 불구하고, 정치인을 등에 업은 주가는 좀처럼 내려올 줄 모른다.

1978년 설립된 일성건설은 올해 시공능력평가에서 64위에 이름을 올린 종합건설회사다. 토목공사, 건축공사, 녹지조성사업 등의 조경공사와 아파트 분양사업 등을 영위하며, 최대주주는 올해 상반기 기준 지분 64.63%(3451만2600주)를 보유한 IB캐피탈이다.

순풍 타고 
상한가

한동안 일성건설은 대북 수혜주로 여겨졌다. 2018년 초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회담 소식 등 남·북관계 개선 소식에 힘입어 일성건설 주가가 급등세를 보였던 이유다.

일성건설이 대북 수혜주로 분류된 건 통일교와의 관련성이 부각된 덕분이었다. 일성건설 최대주주인 IB캐피탈은 한때 문선명 통일교 총재의 삼남인 문현진 글로벌피스재단 이사장이 설립한 곳으로 알려졌고, 통일교는 이전부터 북한 고위층과의 친밀 관계를 이어왔다.

실제로 문선명 총재가 1991년 직접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을 만난 것은 유명한 일화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당시에는 문형진 통일교 세계회장이 조문을 위해 북한에 가기도 했다.


다만 최근에는 일성건설과 통일교를 연결 짓는 분위기가 다소 희석됐다. 사업상 접점이 없다시피한 데다, 문선명 총재가 세상을 떠난 뒤에는 일성건설과 통일교를 연결할만한 요소가 없다시피한 상황이다.

대신 일성건설은 최근 들어 ‘이재명 테마주’로 부각되고 있다. 역세권 지역에 30평대 아파트 100만호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겠다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주택공급 방침과 일성건설의 사업 방향이 일맥상통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재명 테마주로 분류된 일성건설은 이 지사가 여권의 유력한 대선후보로 부상한 이후 주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이 지사가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경선 1차 슈퍼위크에서 과반이 넘는 득표율로 승리를 거둔 이후 주가 상승세가 두드러졌고, 지난 16일 63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1월8일 종가(1335원)와 비교하면 5배 가까이 급등한 셈이다.

전형적
테마주

일성건설의 주가 고공행진은 특정 정치인에 대한 기대치가 주가에 반영되는 정치인 테마주의 전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꾸준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재정건전성이 양호하다고 보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일성건설은 최근 수년간 연결기준 3000억원대 중반의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했다. 2019년 74억원 수준으로 감소했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103억원으로 확대된 상황이다. 


실적 호조세는 해를 넘겨서도 계속되고 있다. 일성건설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1896억원, 영업이익 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3%, 38.3% 증가했고, 같은 기간 순이익은 2.6배 늘어난 50억원으로 집계됐다.

순풍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캄보디아에서만 1000억원이 넘는 공사계약을 따내는 등 연이은 해외 수주 소식이 기대치를 높이는 양상이다.

해외사업은 일성건설의 향후 실적 및 사업안정성에 긍정적인 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민간매출 비중이 높을 경우 부동산 경기가 회사 실적을 좌우한다. 부동산 경기 불황이 본격화되면 민간 부문에 대한 의존도에 따라 사업안정성이 위협 받고 궁극적으로 현금흐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일성건설은 건축매출 비중이 전체에서 70%를 넘어섰고, 민간매출의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수주 잔고 역시 일성건설의 향후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게 하는 배경으로 작용한다. 올해 상반기 기준 일성건설의 수주 잔고는 1조1133억원으로 지난해(3410억원) 매출 대비 3.3배에 달한다. 최소 3년치 미래일감을 이미 확보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불안정한
내실 구조

다만 꾸준한 실적과는 별개로, 일성건설의 재무상태는 마냥 안정적이라고 보기 힘들다. 무엇보다 좀처럼 줄지 않는 부채 규모가 위험요소다.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일성건설의 총자산은 3491억원으로, 6개월 새 500억원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903억원이던 총자본이 994억원으로 확대된 영향도 있지만, 이보다는 부채의 증가폭이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총부채는 2082억원에서 2497억원으로 16.6% 늘었다.

자본의 증가 추이를 멀찌감치 따돌린 부채의 영향으로 부채비율은 다시 반등세를 나타냈다. 2019년 285%였던 일성건설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230.6%로 떨어졌지만, 올해 상반기에 251.1%까지 올라간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부채비율의 경우 200% 이하를 적정 수준으로 인식한다. 

정치인 등에 업고 치솟는 주가
정작 수익은 찔끔 빚은 산더미

차입금의 증가가 부채 규모를 키우는 데 일정 부분 영향을 줬다. 올해 상반기 기준 총차입금 1165억원으로, 989억원이던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176억원가량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차입금의존도는 최근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2018년 26.7%였던 일성건설의 차입금의존도는 이듬해 30%를 넘긴 데 이어, 지난해에는 33.1%까지 올랐고, 올해 상반기에는 33.4%로 상향됐다. 차입금의존도는 기업이 차입금에 의존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통상 30% 미만일 때 안정적이라고 평가한다.


올해 상반기 기준 총차입금 가운데 절반가량은 1년 내 상환을 필요로 한다. 이 항목에는 ▲단기차입금 101억원 ▲유동성 장기부채 366억원 ▲유동성 리스부채 43억원 등이 해당된다. 단기성 차입금의 비중이 높은 만큼 상환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한 형국이다.

그나마 단기성 차입금의 압박은 2019년과 비교하면 상당히 개선된 양상이다. 당해에는 총차입금(1115억원) 가운데 단기성 차입금의 비중이 90%를 넘기기도 했다.

일성건설이 외부 자금의 유입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재무구조의 개선을 꾀하려면,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그리 녹록지 않다. 무엇보다 저조한 매출원가율이 발목을 잡는다. 

최근 수년간 일성건설은 1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률은 ▲2018년 2.7% ▲2019년 2.0% ▲2020년 3.0% 등 2~3% 수준에서 맴돌았다. 올해 상반기(3.0%) 영업이익률 역시 예년과 큰 차이가 없다.

영업이익률 제자리걸음은 매출원가율 때문이다. 매출원가율은 매출액에 대한 매출원가의 비율을 뜻하는 것으로 비율이 낮을수록 수익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일성건설의 경우 ▲2018년 92.0% ▲2019년 93.1% ▲2020년 91.2% 등 매년 매출원가율이 90%를 넘었고, 올해 상반기에도 91.6%에 달했다.

심지어 공공 공사 비중이 큰 토목 부문은 90% 중반을 웃도는 매출원가율이 나타내고 있다.


발목 잡는
부채 압박

한국기업평가는 일성건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BB+로 부여하면서 수익성이 취약하다는 평가를 내린 상황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자본 규모가 정체돼있는데 차입금의존도가 30%를 넘어서고 있어 현금창출능력에 비해 차입부담이 다소 과중하다”며 “진행 사업의 원가율이 높아 영업수익성이 단기간 내 큰 폭으로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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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