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테마주' 일성건설 거침없는 질주의 비밀

이재명과 통일교 그리고 건설사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정치인 테마주는 특정 정치인에 대한 기대치가 주가에 반영되는 양상을 드러낸다. 정치인의 행보가 주가를 결정짓는 결정적 요소로 작용하는 셈이다. 최근 주목도가 높아진 일성건설 역시 이 범주에 포함된다. 마냥 안정적이라고 보기 힘든 재무구조에도 불구하고, 정치인을 등에 업은 주가는 좀처럼 내려올 줄 모른다.

1978년 설립된 일성건설은 올해 시공능력평가에서 64위에 이름을 올린 종합건설회사다. 토목공사, 건축공사, 녹지조성사업 등의 조경공사와 아파트 분양사업 등을 영위하며, 최대주주는 올해 상반기 기준 지분 64.63%(3451만2600주)를 보유한 IB캐피탈이다.

순풍 타고 
상한가

한동안 일성건설은 대북 수혜주로 여겨졌다. 2018년 초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회담 소식 등 남·북관계 개선 소식에 힘입어 일성건설 주가가 급등세를 보였던 이유다.

일성건설이 대북 수혜주로 분류된 건 통일교와의 관련성이 부각된 덕분이었다. 일성건설 최대주주인 IB캐피탈은 한때 문선명 통일교 총재의 삼남인 문현진 글로벌피스재단 이사장이 설립한 곳으로 알려졌고, 통일교는 이전부터 북한 고위층과의 친밀 관계를 이어왔다.

실제로 문선명 총재가 1991년 직접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을 만난 것은 유명한 일화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당시에는 문형진 통일교 세계회장이 조문을 위해 북한에 가기도 했다.


다만 최근에는 일성건설과 통일교를 연결 짓는 분위기가 다소 희석됐다. 사업상 접점이 없다시피한 데다, 문선명 총재가 세상을 떠난 뒤에는 일성건설과 통일교를 연결할만한 요소가 없다시피한 상황이다.

대신 일성건설은 최근 들어 ‘이재명 테마주’로 부각되고 있다. 역세권 지역에 30평대 아파트 100만호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겠다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주택공급 방침과 일성건설의 사업 방향이 일맥상통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재명 테마주로 분류된 일성건설은 이 지사가 여권의 유력한 대선후보로 부상한 이후 주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이 지사가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경선 1차 슈퍼위크에서 과반이 넘는 득표율로 승리를 거둔 이후 주가 상승세가 두드러졌고, 지난 16일 63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1월8일 종가(1335원)와 비교하면 5배 가까이 급등한 셈이다.

전형적
테마주

일성건설의 주가 고공행진은 특정 정치인에 대한 기대치가 주가에 반영되는 정치인 테마주의 전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꾸준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재정건전성이 양호하다고 보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일성건설은 최근 수년간 연결기준 3000억원대 중반의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했다. 2019년 74억원 수준으로 감소했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103억원으로 확대된 상황이다. 


실적 호조세는 해를 넘겨서도 계속되고 있다. 일성건설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1896억원, 영업이익 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3%, 38.3% 증가했고, 같은 기간 순이익은 2.6배 늘어난 50억원으로 집계됐다.

순풍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캄보디아에서만 1000억원이 넘는 공사계약을 따내는 등 연이은 해외 수주 소식이 기대치를 높이는 양상이다.

해외사업은 일성건설의 향후 실적 및 사업안정성에 긍정적인 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민간매출 비중이 높을 경우 부동산 경기가 회사 실적을 좌우한다. 부동산 경기 불황이 본격화되면 민간 부문에 대한 의존도에 따라 사업안정성이 위협 받고 궁극적으로 현금흐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일성건설은 건축매출 비중이 전체에서 70%를 넘어섰고, 민간매출의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수주 잔고 역시 일성건설의 향후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게 하는 배경으로 작용한다. 올해 상반기 기준 일성건설의 수주 잔고는 1조1133억원으로 지난해(3410억원) 매출 대비 3.3배에 달한다. 최소 3년치 미래일감을 이미 확보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불안정한
내실 구조

다만 꾸준한 실적과는 별개로, 일성건설의 재무상태는 마냥 안정적이라고 보기 힘들다. 무엇보다 좀처럼 줄지 않는 부채 규모가 위험요소다.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일성건설의 총자산은 3491억원으로, 6개월 새 500억원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903억원이던 총자본이 994억원으로 확대된 영향도 있지만, 이보다는 부채의 증가폭이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총부채는 2082억원에서 2497억원으로 16.6% 늘었다.

자본의 증가 추이를 멀찌감치 따돌린 부채의 영향으로 부채비율은 다시 반등세를 나타냈다. 2019년 285%였던 일성건설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230.6%로 떨어졌지만, 올해 상반기에 251.1%까지 올라간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부채비율의 경우 200% 이하를 적정 수준으로 인식한다. 

정치인 등에 업고 치솟는 주가
정작 수익은 찔끔 빚은 산더미

차입금의 증가가 부채 규모를 키우는 데 일정 부분 영향을 줬다. 올해 상반기 기준 총차입금 1165억원으로, 989억원이던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176억원가량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차입금의존도는 최근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2018년 26.7%였던 일성건설의 차입금의존도는 이듬해 30%를 넘긴 데 이어, 지난해에는 33.1%까지 올랐고, 올해 상반기에는 33.4%로 상향됐다. 차입금의존도는 기업이 차입금에 의존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통상 30% 미만일 때 안정적이라고 평가한다.


올해 상반기 기준 총차입금 가운데 절반가량은 1년 내 상환을 필요로 한다. 이 항목에는 ▲단기차입금 101억원 ▲유동성 장기부채 366억원 ▲유동성 리스부채 43억원 등이 해당된다. 단기성 차입금의 비중이 높은 만큼 상환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한 형국이다.

그나마 단기성 차입금의 압박은 2019년과 비교하면 상당히 개선된 양상이다. 당해에는 총차입금(1115억원) 가운데 단기성 차입금의 비중이 90%를 넘기기도 했다.

일성건설이 외부 자금의 유입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재무구조의 개선을 꾀하려면,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그리 녹록지 않다. 무엇보다 저조한 매출원가율이 발목을 잡는다. 

최근 수년간 일성건설은 1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률은 ▲2018년 2.7% ▲2019년 2.0% ▲2020년 3.0% 등 2~3% 수준에서 맴돌았다. 올해 상반기(3.0%) 영업이익률 역시 예년과 큰 차이가 없다.

영업이익률 제자리걸음은 매출원가율 때문이다. 매출원가율은 매출액에 대한 매출원가의 비율을 뜻하는 것으로 비율이 낮을수록 수익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일성건설의 경우 ▲2018년 92.0% ▲2019년 93.1% ▲2020년 91.2% 등 매년 매출원가율이 90%를 넘었고, 올해 상반기에도 91.6%에 달했다.

심지어 공공 공사 비중이 큰 토목 부문은 90% 중반을 웃도는 매출원가율이 나타내고 있다.


발목 잡는
부채 압박

한국기업평가는 일성건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BB+로 부여하면서 수익성이 취약하다는 평가를 내린 상황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자본 규모가 정체돼있는데 차입금의존도가 30%를 넘어서고 있어 현금창출능력에 비해 차입부담이 다소 과중하다”며 “진행 사업의 원가율이 높아 영업수익성이 단기간 내 큰 폭으로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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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