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사조산업 소액주주들이 조직적인 움직임을 드러냈다. 회사 차원에서 진행했던 오너 회사 챙기기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가 깔려 있다. 아들의 미래를 챙기던 아버지는 졸지에 경영권을 위협받는 현실에 직면한 양상이다.
지난 2일 사조산업은 이사회를 열고 내달 14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주총에서는 임시주총을 열기로 한 이번 결정은 사조산업 소액주주연대의 요구에 따른 수순이다. 상법상 임시주총 소집을 갖기 위해선 3% 이상의 지분을 넘겨야 하는데, 사조산업 소액주주연대 측 지분이 10%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정관 일부 변경 ▲사내이사 주진우 해임 ▲감사위원 해임 및 선임 ▲사외이사 선임 등의 안건이 다뤄질 예정이다.
갈등
소액주주연대의 요구 조건은 명확했다.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의 2선 후퇴와 기존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3명의 해임 요구가 바로 그것이다. 대신 소액주주연대가 추천하는 감사위원 4명의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제시했다.
소액주주들의 이번 단체 행동은 ‘캐슬렉스서울-캐슬렉스제주’의 합병 추진에서 촉발됐다. 지난해 말 사조산업은 공시를 통해 종속기업인 캐슬렉스서울이 캐슬렉스제주를 흡수합병한다고 밝혔다. 합병 이유는 경영합리화를 통한 시너지 극대화였다.
존속법인은 캐슬렉스서울이고, 합병비율은 1:4.54, 합병으로 발행되는 캐슬렉스서울의 신주는 43만1665주였다.
두 회사는 골프장 운영이라는 공통분모를 지녔지만, 주주구성에서 차이가 분명했다. 지분구조로 인해 캐슬렉스서울은 사조산업의 종속기업, 캐슬렉스제주는 사조시스템즈의 관계기업으로 분류된 상태였다.
합병 당시 캐슬렉스서울 주주구성은 사조산업 79.5%, 사조씨푸드 20%, 주 회장 0.5%로 이뤄졌다. 캐슬렉스제주는 주 회장의 장남인 주지홍 상무가 49.5%, 사조시스템즈가 45.5%, 캐슬렉스서울이 5%를 나눠 갖고 있었다.
합병 이후에는 캐슬렉스서울 주주구성에 변화가 불가피했다. 사조산업이 58%, 사조씨푸드가 14.6%, 주 회장이 0.3%로 지분율이 축소되는 대신, 주 상무와 사조시스템즈는 약 12% 안팎의 지분을 확보하는 구조였다.
주 상무는 합병이 완료되면 최대 수혜자로 등극할 수 있었다. 캐슬렉스제주 지분을 넘긴 대가로 확보한 캐슬렉스서울의 지분을 향후 승계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캐슬렉스서울과 캐슬렉스제주의 합병 건은 끝내 성사되지 못했다. 사조산업 소액주주들은 캐슬렉스서울이 부실 회사인 케슬렉스제주를 인수하면 궁극적으로 사조산업의 기업가치가 폭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력 행사 나선 소액주주연대
주총서 표 대결…삐끗하면?
실제로 캐슬렉스제주는 2018년 말 기준 총자본은 -206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1996년부터 자본잠식 상태에 놓였고, 2018년 적자로 전환 이래 재무부담이 한층 커졌다. 두 회사의 합병을 두고 캐슬렉스서울이 캐슬렉스제주의 부실을 떠안게 됐다고 평가한 이유다.
이렇게 되자 사조산업 소액주주연대는 합병안이 공개된 직후부터 극렬한 합병 반대 움직임을 내비쳤다. 결국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발을 의식한 사조산업은 지난 3월 양사의 합병을 공식 철회하기에 이르렀다.
합병 계획은 백지화됐지만, 사조산업과 소액주주연대 간 갈등의 골은 쉽게 메꿀만한 성질이 아니었다. 이번 임시 주총이 열리게 된 것도 합병을 추진한 경영진에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가 깔려 있다.
다만 소액주주연대가 내세운 주 회장의 사내이사 해임 안건이 임시주총을 통과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10% 남짓에 불과한 소액주주연대의 지분율과 주 회장 일가 지분율 사이에 커다란 간극이 존재하는 까닭이다. 이는 소액주주들이 표 대결을 통해 주 회장의 사내이사 해임안을 통과시키기 어려운 배경으로 작용한다.
사조그룹은 순환출자 형태를 띠고 있지만, 지배구조의 큰 틀은 사조시스템즈에서 사조산업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그리고 사조시스템즈를 지배하는 건 주 회장 일가다. 올해 1분기 기준 주 회장과 주 상무가 각각 17.9%, 39.7%의 사조시스템즈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사조산업의 최대주주인 사조시스템즈는 지분 26.12%를 보유 중이다. 나머지 주요주주로는 주 회장 14.2%, 주 상무 6.8%, 사조대림 3.9%, 캐슬렉스제주 3.0% 등이 있다. 특수관계자가 보유한 사조산업 지분율의 총합은 54.62%에 달한다.
반면 기존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의 해임안은 통과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상법 개정으로 감사위원에 분리 선출되는 이사의 경우 최대주주의결권이 3%로 제한되는 ‘최대주주의결권 3% 제한 규정(3%룰)’이 적용되는 덕분이다.
3%룰은 상장사가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지배주주의 의결권을 최대 3%만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함을 말한다. 최대주주가 50% 이상의 지분을 보유했더라도 의결권은 3%에 국한된다. 대주주의 횡포를 막고, 소액주주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했다.
결과는?
사조산업 오너 일가 측 지분이 56.17%에 달하더라도 ‘3%’룰이 적용되면 동원 가능한 지분은 17.11%로 낮아진다. 소액주주연대가 주총 전까지 우호지분을 추가 확보한다면 표 대결을 걸어볼만한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