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뱅 후계자 극과 극 성적표

자식들 뒤처리 바쁜 부성애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뱅뱅어패럴 후계자들에 대한 평가가 완전히 뒤바뀐 형국이다. 아쉬움을 남겼던 장남이 재평가의 계기를 마련한 반면, 수월했던 초창기를 보냈던 차남과 삼남은 자질에 대한 물음표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

권종열 회장이 1961년 창업한 뱅뱅어패럴은 1990년대에 토종 패션 브랜드 ‘뱅뱅’의 활약에 힘입어 국민 청바지 회사로 등극했다. 권 회장 일가는 뱅뱅어패럴에 대한 확고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회사 지분 100%를 권 회장 일가가 보유 중이고, 특히 권 회장의 지분율은 57.2%에 달한다.

떼어 주고
능력 검증

아흔을 넘긴 권 회장은 여전히 뱅뱅어패럴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대신 권 회장의 세 아들(성윤·성재·성환)은 뱅뱅어패럴 경영에 참여하기보다는 2000년대 중반 이후 계열분리된 법인을 운영하는 길을 택했다.

이 무렵 장남인 성윤씨는 유·아동복사업을 영위하는 ‘디시티와이’에 둥지를 틀었다. 차남인 성재씨는 UGIZ를 운영하는 ‘더휴컴퍼니’를, 삼남인 성환씨는 ‘에드윈’을 전개하는 ‘에드윈인터내셔널(현 헨어스)’에 터를 잡았다.

성윤씨는 미국 사우스이스턴대와 아메리칸대에서 MBA를 마친 후 1993년도에 뱅뱅어패럴에 입사했다. 1995년 리틀뱅뱅 운영에 참여했고, 이는 성윤씨가 2005년 디시티와이 대표이사로 낙점된 배경으로 작용했다.


다만 장남의 행보는 아쉬움을 남겼다. 디씨티와이는 2006년부터 부분자본잠식과 완전자본잠식을 오가는 처지로 전락했다. 신규매장 출점 거의 이뤄지지 않았고, 현상유지조차 버거웠다.

반면 차남과 삼남은 장남과 대비되는 행보를 밟았다.

성재씨가 대표이사를 맡은 더휴컴퍼니는 2006년 이래 1000억원대 매출을 유지하며 캐쥬얼 의류 시장에서 안정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2010년대 중반 연이은 신규 브랜드 론칭을 통해 업계의 시선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하나씩 맡아 검증 시험대
퍼주다가 본진마저 휘청

성환씨는 1994년 뱅뱅 홍콩 법인장을 거쳐 1997년부터 중국의 뱅뱅 비즈니스를 총괄했던 중국통이다. 2007년 에드윈인터내셔널 대표이사를 맡아 기존 에드윈을 ‘에드윈컬렉션’으로 리뉴얼하는 작업에 앞장섰다. 에드윈인터내셔널은 높은 인지도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최근 들어 권 회장 후계자들의 입지는 이전과는 완전히 뒤바뀐 양상이다. 제법 탄탄했던 차남과 삼남의 회사가 생존을 위협받는 환경에 내몰린 데 반해, 장남은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는 데 성공한 모양새다.

2019년 12월 화승은 아웃도어 ‘머렐’의 사업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화승은 머렐의 미국 본사인 ‘울버린 월드 와이드사(이하 울버린)’와의 협의를 통해 당초 계약 종료 시점보다 한 해 앞당겨 사업을 종료하고 재고를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화승이 내놓은 머렐 사업권은 성윤씨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엠케이코리아’가 넘겨받았다. 2019년 10월 설립된 엠케이코리아는 성윤씨가 자본금 전액을 출자한 회사로, 울버린과의 협의를 통해 기존 머렐 대리점과 백화점 매장도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시작과 다른
확연한 변화

머렐을 전개하기로 한 엠케이코리아의 결정은 가시적인 성과로 되돌아왔다. 엠케이코리아는 사실상 첫 회계연도인 지난해에 매출 396억원을 달성하며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8억5100만원, 35억6600만원이었고, 영업이익률은 7.2%로 집계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아웃도어 브랜드 운영 업체 대다수가 적자전환 혹은 실적 악화를 경험한 가운데 거둔 호성적이었다.

머렐을 통해 가능성을 확인한 엠케이코리아는 올 초 다시 한 번 의미심장한 움직임을 드러냈다. M&A 매물로 나온 600억원대 몸값의 패션기업 독립문을 인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비록 독립문 주요주주들의 매각 철회 방침으로 인해 인수협상은 결국 무산됐지만, 엠케이코리아의 외형 확장 의지는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장남이 엠케이코리아를 통해 새롭게 입지를 구축한 것과 달리, 차남은 경영 능력에 대한 의문부호를 지우기 힘든 상황에 내몰렸다. 2017년 10월 더휴컴퍼니가 30억원 규모의 만기어음을 막지 못하고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게 결정타였다.

이듬해 12월 80%의 채무를 탕감하고, 남은 20%의 부채를 10년간 상환키로 하면서 법정관리를 졸업했지만 경영난은 좀처럼 해결되지 않았다. 결국 더휴컴퍼니는 지난 2월 또 한 번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주춤하는
아우들

더휴컴퍼니가 최악으로 치닫는 과정에서 성재씨의 회사에 대한 지배력은 급격히 약화됐다. 성재씨는 2017년 말 기준 지분 69.2%(392만8000주)를 보유한 최대주주였지만, 이듬해 두 차례에 걸친 감자로 인해 보유 주식은 기존 1/30 수준으로 줄었고, 지분율은 4.4%(13만2570주)로 축소됐다.

최대주주 지위를 내려 놓은 성재씨를 대신해 아버지가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이전까지 더휴컴퍼니 주식이 전무했던 권 회장은 2018년 출자전환을 통해 100만5150주를 취득하며 지분율 33.6%로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권 회장의 최대주주 지위는 올해 1분기까지 변동없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더휴컴퍼니는 심각한 적자의 늪에 빠져 있다. ▲2015년 9억7900만원 ▲2016년 34억4700만원 ▲2017년 429억3400만원 ▲2018년 257억3300만원 ▲2019년 64억200만원 ▲2020년 45억7100만원 등 6년째 영업손실이 이어졌다.

부진한 흐름은 올해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미 1분기에 23억5300만원 손실을 기록했고, 총자본은 -135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삼남인 성환씨가 운영하는 헨어스 역시 녹록지 않은 현실에 직면해 있다. 헨어스의 최대주주는 지분 86%를 보유한 비앤지(창고업)이고, 비앤지는 성환씨가 자본금 전액을 출자한 개인회사다. 

성환씨가 경영권을 장악한 이래 헨어스는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거듭났다. 매년 300~400억원대 매출과 연이은 흑자 달성을 통해 2017년까지 이익잉여금만 76억6400만원을 쌓아둔 상태였다.

“형만 한 아우는 없었다” 
뒤바뀐 2세들의 입지

하지만 2018년부터 회사의 수익성은 크게 나빠졌다. 당해에 57억54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70억원에 육박하는 순손실 규모로 인해 이익잉여금이 불과 1년 만에 10억원 밑으로 떨어졌다.

이듬해에는 영업손실 규모가 70억원에 근접할 만큼 커졌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3년 연속 적자는 물론이고, 매출이 100억원대 밑으로 주저앉기에 이른다.

거듭된 적자 행진은 빚에 대한 높은 의존도로 되돌아왔다. 지난해 말 기준 헨어스의 총자산은 149억원으로, 전년(212억원) 대비 30.8% 줄었다. 부채를 70억원가량 덜어낸 게 총자산의 감소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재정건전성은 도통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017년 290.6%였던 헨어스의 부채비율은 이듬해 1419.4%로 급격히 뛰어오른 데 이어, 2019년 17만3442.8%까지 치솟았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1만302.3%로 다소 내려앉았지만, 여전히 적정 수준(200% 이하)과 상당한 간극이 존재한다. 또 2019년부터 총자본이 자기자본을 하회하는 이른바 ‘부분자본잠식’에 놓여 있다.

재정건전성이 위협받는 와중에 차입금에 기대는 경향은 한층 뚜렷해졌다. 2019년 112억원이던 총차입금은 지난해 17억원가량 감소했지만, 차임금의존도는 52.6%였던 65%로 오름세를 나타냈다. 통상 차입금의존도는 30% 이하를 적정 수준으로 인식한다.

그나마 다행인 건 총차입금의 1/4에 해당하는 26억원은 상환 부담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이다. 이 금액은 성환씨의 아버지인 권 회장이 무이자로 빌려준 것이다. 앞서 위기에 처한 차남을 위해 우군으로 나섰던 권 회장이 삼남에게도 도움을 손길을 내민 셈이다.

자식 챙기느라
바쁜 아버지

권 회장이 두 아들 일에 관여하느라 동분서주하는 동안 뱅뱅어패럴에서는 심각한 실적 하향세가 이어지고 있다. 개별기준 2018년 31억5600만원이던 영업이익은 이듬해 24억1600만원으로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7억5500만원 손실이 발생했다.

2003년부터 시작된 1000억원대 매출 행진마저 옛일이 돼버렸다. 뱅뱅어패럴은 2018년부터 3년째 개별기준 매출 1000억원 고지를 밟는 데 실패했고, 급기야 지난해 매출은 629억원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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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