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한국마사회가 때아닌 홍역을 치르고 있다. 김우남 현 회장의 측근 채용 시도 의혹이 부각된 지 얼마 안된 시점에서 이번에는 보복성 인사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한국마사회는 근로감독관 파견이라는 강수를 들고 나왔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지난달 26일 한국마사회는 부회장·인사처장·인사부장을 대상으로 하는 인사발령을 결정했다. 이번 인사에서 눈길을 끄는 건 인사처장과 인사과장의 보직 이동이다. 이들은 김우남 한국마사회 회장이 측근 부당채용 시도, 직원을 향한 폭언 논란에 휘말리는 과정에서 김 회장과 대립각을 세웠던 인물이다.
오비이락?
지난 3월 김 회장은 국회의원 시절 자신을 보좌했던 인물을 한국마사회 비서실장으로 특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이를 거부한 인사담당자에게 수차례 욕설과 폭언을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 사건의 파장은 제법 컸다. 지난 5월 김 회장은 청와대 민정수석실로부터 감찰을 받았고, 청와대는 마사회의 주무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에 감찰 및 규정에 다른 조치를 지시했다.
또 채용을 강요한 혐의(강요미수 및 업무방해)로 김 회장에 대한 고발이 이뤄졌고, 경찰은 지난달 24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는 결정을 내렸다. 조만간 김 회장에 대한 해임 조치가 내려질 거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부회장·인사처장·인사부장을 대상으로 하는 인사가 결정되자, 한국마사회 노동조합은 김 회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고 나섰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근무장소 변경 등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 현행 근로기준법에 반하는 결정이라는 것이다.
특히 인사처장과 인사부장은 상급기관인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폭언 피해자에 대한 보복인사 등 2차 가해를 조사하라는 지시를 받고 지난달 18일부터 이를 진행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인적쇄신을 빌미로 사건 피해자들을 부당전보하는 보복성 인사를 저질렀다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
지난달 26일 한국마사회 노조는 보도자료를 내고 “인사담당 임원들이 타 부서 전보를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전했음에도 전보조치를 감행한 것은 전형적인 2차 가해”라며 “범법자가 피해자 나무라는 격”이라고 규탄했다.
비난 여론이 들끓자 한국마사회는 지난달 27일 입장자료를 냈다. 한국마사회 측은 지난달 인사처장과 인사부장이 김 회장의 업무 지시에 불응한 점을 문제삼았다. 특히 인사처장은 단 한 차례도 회장에게 대면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게 한국마사회의 주장이다.
특채 거부한 임원 전보 조치
사측 “조직 기강 확립 차원”
인사부장의 경우 앞서 세 차례 대면보고가 이뤄졌지만 지난달 11일 이후에는 작성된 문건을 비대면으로 비서실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비대면 보고를 더 이상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판단해 신분상, 경제적 불이익이 없는 수평 전보 인사를 단행했다는 주장이다.
한국마사회는 “부회장·인사처장·인사부장자리는 회장과 교감이 이뤄져야 하는 자리임에도, 이들은 회장에게 보고된 적 없는 2차 가해를 주장했고 더 이상의 원활한 소통이 불가능했다”며 “회장의 인사 지시에 대한 인사라인의 조직적 지시 거부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어서 인사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보복성 인사라는 노조 측 주장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했다. 인사처장을 해외사업처장으로, 인사부장을 발매총괄부장으로 보직을 변경한 것은 급여의 손실 등 불이익이 없는 수평이동으로 노무사로부터 문제가 없다는 자문을 받고 시행했다는 것이다.
인사처장이 보임된 해외사업처는 전년도 내부평가에서 S등급을 받은 부서라는 점을 내세웠다. 해당 부서는 매주 8개국에 한국경마를 송출하는 핵심 부서인 만큼 인사처장의 경우 한직 발령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 인사부장이 배치된 발매총괄부는 마사회 매출의 20%(1조5000억원)를 담당하는 서울경마공원의 마권발매 업무를 총괄한다는 점에서 한직이 아님을 내비쳤다.
한국마사회는 “보직은 핵심보직과 한직이 따로 없으며 업무역량과 전문성, 도덕성과 동료 간의 신임 등을 기준으로 인사권자인 회장이 판단하는 것”이라며 “보복성 인사라고 주장하는 것은 자의적인 판단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부회장 직위 미부여에 대해서는 조직기강 확립 차원에서 문책이 불가피했음을 드러냈다. 부회장은 지난 4월 사직서를 제출하고 무단결근한 바 있고, 출근 후 회장에게 70여일 넘게 단 한 차례의 대면보고, 유무선 소통 시도조차 않았기에 문책이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한국마사회가 2020년도 기관 경영평가에서 공기업 유일하게 E 등급을 받았다는 점도 영향을 줬다.
누가 누구를…
한편 한국마사회는 보복인사 논란이 커지자 민원 형태의 근로감독을 신청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상태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보복인사 논란과 관련 상반된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을 종식시키고 하루빨리 경영정상화를 이끌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