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의 귀환' 패션기업 독립문 히든카드

오너 3세가 죽인 ‘코뿔소’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독립문이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실적은 수년째 내리막이고, 매각 작업은 소리만 요란할 뿐이다. 위기 극복을 위해 오너 경영인이 구원투수로 등장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독립문은 1947년 고 월암 김항복 선생이 자본금 1000만원으로 세운 대성섬유공업사에 뿌리를 둔 토종 패션기업이다. 가내수공업 형태로 만든 메리야스를 취급했던 대성섬유공업사는, 1960년대 평안섬유공업으로 사명을 변경한 이후 탄탄대로를 걸었다. 미 8군이라는 안정적인 매출처를 확보했고, 이를 기반으로 1970년대에 1300만달러 수출을 달성한 섬유전문회사로 자리매김하기에 이른다.

패션 한우물
심각한 위기

1971년 론칭한 캐쥬얼 브랜드 'PAT'는 대성섬유공업사 패션전문기업으로 재도약할 수 있게끔 만든 전환점이었다. PAT는 국내 패션기업으론 최초로 대리점 체제를 도입하는 등 기존과 다른 수익모델을 제시했고, 이 무렵 평안섬유공업은 내의 업체를 넘어 패션기업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마냥 탄탄대로만 달려온 건 아니다. 오일 쇼크 여파로 1980년에 법정관리를 받는 신세로 전락하는 등 위기를 겪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오너 2세인 고 김세훈 회장을 중심으로 경영 체제를 개편하고, 캐주얼, 스포츠, 골프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변화를 꾀했다.

백화점 입점을 시도한 것도 이 무렵이다.


1990년대 들어선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했다. 미국 브랜드 잔센을 들여와 국내서 생산했고, 중국 칭다오에서 대리점을 개설했다. 1998년에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재개된 수출에 힘입어 회사정리 절차를 끝내는 데 성공했다.

2000년 사업 지휘봉을 넘겨받은 오너 3세 김형섭 전 대표는 2005년 이탈리아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를 인수하기로 결정했고, 이는 엄청난 성공으로 되돌아왔다. 상호를 평안L&C로 변경한 2010년에 1300억원 수준이던 회사 매출은, 네파의 활약에 힘입어 2년 후 4000억원대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평안L&C는 2012년 네파를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매각하면서 큰 수익을 남길 수 있었다.

다만 네파를 정리한 이후 평안L&C는 심각한 실적 축소를 겪었다. 네파 매각 이듬해인 2013년에는 매출이 1600억원에 그쳤고, 영업손실 30억원을 기록했다.

이 무렵 김형섭 전 대표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동생 김형숙과 그의 남편 조재훈 전 공동대표에게 경영권을 이어받았다. 새롭게 부임한 선장의 지휘 아래 PAT 브랜드를 리뉴얼을 단행하고, 상호를 독립문으로 변경했지만, 경영 환경은 갈수록 악화됐다.

대표 브랜드인 PAT가 노후화된 상태에서 이를 대체할 만한 수익모델을 찾지 못한 게 컸다.

좋은 날 가고
힘든 현실


이후 오너 일가는 갈지자 행보를 반복했다. 시작은 2018년 10월경 타진했던 회사 주식 매각 결정이었다. 이 무렵 독립문 경영진은 한 교육전문기업에 보유 중이던 독립문 주식을 매각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매각에 앞서 인수 희망자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연내에 모든 매각 작업이 마무리될 것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매각은 막판에 결렬됐다. 매수자 측이 투자 철회 방침을 결정한 데다, 창업주의 후손인 독립문 주요주주들 역시 경영권을 유지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독자생존으로 가닥을 잡은 독립문 주요주주들은 기존 오너 경영 체제 대신 전문경영인에 힘을 싣기로 결정했다. 2019년 오너 일가는 경영 전면에서 물러났고, 네파 부사장을 역임했던 홍인숙 대표가 경영 총괄를 맡았다. 

홍인숙 대표는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온라인 사업 확장에 힘을 기울였다. 이는 오프라인 유통채널에서의 판매 부진이 타개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됐다. 임차료 부담이 없는 온라인 채널에서 매출을 끌어올릴 경우 즉각적인 수익성 개선 효과가 나타날 거란 계산이 깔려 있었다.

홍인숙 대표 체제의 성적표는 기대치를 훨씬 밑돌았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예상치 못한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독립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7% 감소한 1134억원에 머물렀고, 영업손실만 75억원에 달했다.

이렇게 되자 독립문 오너 일가는 자체 회생이 힘들다는 판단 하에 또 한 번 매각 카드를 꺼내들었다. 올 초 아웃도어 브랜드 ‘머렐’을 운영하는 엠케이코리아가 600억원대 몸값으로 평가받던 독립문의 원매자로 나섰다.

그러나 이마저도 결국엔 불발됐다. 독립문 주요주주 간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았고, 매각 철회 방침을 고수한 주요주주들이 의견이 반영된 결과였다.

올해 1분기 기준 독립문 최대주주는 투자회사인 ‘코브 인베스트먼트(Corv. Investments)’다. 코브 인베스트먼트는 오너 4세인 김스캇의석이 지분 100%을 보유한 회사다. 싱가포르 투자회사인 팰 파트너스도 지분 26.1%를 보유  중이다.

이외에도 김형숙(3.1%), 김존민석(1.1%), 김스캇의석(1.7%), 조조수아민호(1.7%) 등이 특수관계인으로 이름을 올린 상태다. 

이들 가운데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한 김형섭 전 대표의 장남 김스캇의석은 지분 매각에 긍정적이었지만, 나머지 오너 일가 구성원들은 반대했다. 특히 김형섭 전 대표의 어머니이자 창업주의 부인인 이정순 회장이 사업 유지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빛 바랜 74년 연혁 
거듭 실패한 손 털기

두 번째 매각 작업마저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나자, 오너 일가는 또 한 번 독자생존을 내세우며 경영 전반에 대한 영향력 확대에 나선 상황이다. 지난 4월자로 이정순 회장과 김형숙 사장 등 오너 일가 구성원들이 책임경영을 내세우며 경영 일선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경영 총괄을 맡았던 홍인숙 대표는 물러났다.


이정순 회장은 창업주와 비롯해 김형선 전 대표와 함께 60여년간 독립문 사업을 이끌어 온 인물이다. 수십년간 매장을 운영해 온 점주들과도 직접 소통하는 등 경영일선에서 함께 뛰었다.

다만 독립문 오너 일가가 또 한 번 지분 매각을 시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M&A 시장에서 독립문은 여전히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은 회사로 거론된다. 주주 간 의견 합치 여부에 따라 매각 작업이 다시 진행될 수 있는 셈이다.

이를 위해서는 실적 반등이라는 선결과제가 충족돼야 한다. 독립문 매출은 2017년 1607억원을 기록한 이래 매년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어느새 1000억원대 매출조차 위협받는 분위기다.

같은 기간 수익성 역시 악화됐다. 2017년 65억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이듬해 30억원으로 급감했고, 2019년에 적자로 전환이 이뤄졌다. 최근 2년간 적자가 지속된 가운데 올해 1분기마저 3억7000만원 손실이 발생한 상황이다.

팔려고 해도
못 파는 속내

다행인 건 회사의 재정상태가 매우 양호하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 기준 총자본과 총부채는 각각 1033억원, 415억원이고,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40.2%에 불과했다. 통상 부채비율은 200% 이하를 적정 수준으로 인식한다.


외부 차입에 대한 의존도 역시 그리 높지 않다. 올해 1분기 기준 독립문의 총차입금과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184억원, 12.7%에 그쳤다. 2018년 총차입금이 606억원으로 불어나면서 차임금의존도가 35.4%까지 올랐지만, 내실 위주의 경영을 통해 재정건전성을 위협하는 요인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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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