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마케팅' 국민의힘 플랜B

잡룡으로 잠룡 깨운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윤석열 마케팅'에 나섰던 국민의힘 내부에서 플랜B가 떠오르고 있다. 윤 전 총장의 잠행이 길어지면서 이를 대비한 시나리오를 구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당권 후보들의 입에 오르고 있다. 이들은 윤 전 총장과 개인적 친분을 언급하며 영입을 공언했다. 윤 전 총장에 공을 들이는 당내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플랜A
리스크

일각에서는 당내 상황이 바쁘게 돌아가는 만큼 ‘윤석열 마케팅’이 점점 자취를 감출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당은 열 명 넘게 나온 당 대표 후보군 덕에 전당대회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윤 전 총장의 잠행이 두 달 넘게 이어지면서 당내 기류도 조금씩 변하는 양상이다. 윤 전 총장에게만 당의 화력이 쏠려선 안 된다는 의견이다. 불확실한 윤 전 총장의 변수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

이는 '정치인 윤석열'이 가진 리스크가 크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지율은 고공행진 중이지만, 윤 전 총장이 대선에서 이길 것이라 예단하긴 어렵다. 만약 윤 전 총장이 입당한 후 변수가 생긴다면 당은 그야말로 쇼크 상태에 빠질 수 있다.

과거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의 사례를 보면 이는 불가능한 스토리도 아니다.

이외에도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총공세에 나설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 윤 전 총장을 겨냥한 결정적 한방이 드러나면 대선 정국에서 당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윤 전 총장의 가족까지 검증대에 오르게 되면 그가 사퇴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윤 전 총장 처가 재산 문제는 그의 역린으로 꼽힌다. 윤 전 총장이 대선 가도에 뛰어든다면, 아내의 사업과 장모의 재산 증식 과정에 대한 의혹들이 연이어 터질 전망이다.

잠행 길어지는 윤
흥행 중인 국민의힘

이미 윤 전 총장은 과거에 처가 재산 문제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지난 2019년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당시 윤 전 총장은 65억9076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검찰 고위 간부 중 1위다. 다만 윤 전 총장 명의로 된 예금은 2억1386만원이고, 나머지는 아내 김씨의 재산이었다.

특히 윤 전 총장 장모의 부동산 의혹은 꾸준히 제기되는 문제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윤 전 검찰총장의 장모가 대한주택공사와 한국도로공사로부터 토지 보상으로 100억원이 넘는 이익을 얻었다고 한다'며 '30억1000만원에 경매로 낙찰 받은 땅이 아산신도시 조성을 위한 토지로 수용되면서 132억3581만7780원을 받았다는 것'이라고 적었다.

실제 <오마이뉴스>는 윤 전 총장 장모의 아산신도시 땅 투기 의혹을 보도했다. 윤 전 총장 장모의 조흥은행 통장 거래명세서를 살펴보면 2001년 경매로 30억1000만원에 아산신도시 부지를 2004년부터 2005년까지 토지 보상금으로 132억여원을 받아 3년 만에 102억여원의 차익을 남겼다고 전했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당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이 대선후보로 나서려면 처가 의혹 등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공직자 가족의 재산 증식 문제는 ‘불공정’과 연결돼 추후 큰 뇌관이 될 수 있어서다.

이외에도 윤 전 총장이 대권후보로 뛸 경우 강성 보수와 중도 보수의 충돌을 피하지 못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윤 전 총장은 보수 정당이 배출한 두 전직 대통령을 구속했다. 여전히 강성 보수 사이에서는 대권 주자로 부상한 그에 대한 불편한 심기가 감지된다.

윤에 올인?
이대론 위험

이와 반대로 야권의 플랜B가 따로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도 있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과 함께한다면 자연스레 여권의 공세를 야권이 막을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당이 힘을 실어준다면 윤 전 총장이 웬만한 공세에는 크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이 나올 때까지는 당의 후보들에게 집중하자는 자성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확실하지 않은 윤 전 총장에 '올인'하는 것보다 일단 당의 후보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는 것.

현재 국민의힘 소속 차기 대권주자로는 황교안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이 있다. 최근 미국으로 떠난 황 전 대표는 귀국 후 집필 중인 저서 작업을 곧 마무리하는 등 차기 대선 비전 제시에 나설 전망이다.

유 전 의원은 고향 대구를 찾아 대선 행보를 공식화한 상태로 17일 광주를 찾을 예정이다. 이는 이념과 지역을 뛰어넘는 대권주자로서의 면모를 보이겠다는 각오로 풀이된다. 원 지사도 일찌감치 내년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하고 대선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제는 이들의 지지율이 좀처럼 올라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 인물 모두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5%도 넘기지 못하고 있다. 유 전 의원과 원 지사는 문재인정부를 비판하며 각 현안에서 뚜렷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상황.

특히 황 전 대표의 대권행을 두고는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크다. 그는 극우·강경 보수 세력의 색채가 짙은 인물이다. 21대 총선 패배의 원인으로 꼽히는 그가 대권주자로 나서면 '중도로의 확장'이 필요한 당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야권 후보
존재감 미약

지난 5일 황 전 대표는 백신 확보를 위해 미국으로 떠난 후 여러 논란을 낳았다. 그는 미국 정부에 코로나19 백신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국민의힘 지자체장들이 있는 서울·부산·제주만 우선 지원해달라는 뜻을 밝혔다. '국민 편가르기' 발언으로 당심을 얻으려다 민심을 잃었다는 비판이 쇄도했다.

같은 당 장제원 의원마저 "나라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며 저격했다.

이 흐름이 계속되면 당밖 유력 주자인 윤총장과의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제1야당의 입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당 외의 새 인물을 영입해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이에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최재형 감사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김 전 부총리의 경우, 김 전 위원장의 '대안 카드'라는 말이 돌면서 부상된 인물이다. 김 전 부총리는 문정부 초대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직을 1년6개월간 역임했다.

최근에는 사단법인 '유쾌한 반란'을 발족해 여러 강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최근 강연에서 "미래를 이야기하는 정치 지도자도 없이 그저 과거와 진영논리의 싸움만 하고 있다"는 정치적 발언으로 이목을 끈 바 있다.

기지개 펴는 당내 주자들 존재감 미미
당 밖의 제3 후보는…오세훈 히든카드?

최 감사원장은 현직 감사원장 신분이지만 국민의힘이 일찍부터 눈독을 들였다. 정부가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를 감사위원에 임명하려 할 때 그는 '정치적 중립성'을 앞세워 반대 뜻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이와 관련해 김 전 위원장은 이들을 지원할 의사가 없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아울러 대권주자로서는 정치적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현실적 평가도 따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 차출론도 제기된다. 최근 오 시장은 '서울비전 2030 위원회'를 구성했다. 전직 고위관료와 각계각층의 전문가로 구성됐다. 이는 서울의 비전뿐만 아니라 국가 운영에도 적용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오 시장의 대권 씽크탱크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오 시장은 대선이 아닌 내년 지방선거에 서울시장으로 재출마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이는 과거 그의 행적과 관련이 있다. 오 시장은 과거 무상급식 논란으로 시장직을 던졌다. 만약 1년여 남은 현 임기를 끝까지 책임지지 못한다면 여론이 급속도로 나빠질 수 있다.

하지만 당에서 정권교체의 명분만 만들어준다면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 시장은 최근 나경원 전 의원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꺾으면서 야권에서 정치적으로 상한가를 치고 있다.

오세훈
차출론?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보궐선거 승리로 자신감이 많이 붙은 상태다. 대선에 나가고 싶어할 것"이라며 "다만 2011년 무상급식 논란으로 사퇴한 만큼 당에서 부름이 있어야만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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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