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전캠프’ 윤석열 군단의 엔드게임

“제3지대 야인들 헤쳐모여!”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정치인 윤석열’이 뜨고 있다. 여론은 뜨겁다. 단숨에 차기 대선 적합도 조사에서 1위 자리로 복귀했다. 자의든 타의든 윤 전 총장의 정계 진출은 이미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윤 전 총장의 정계 입문을 두고 여러 시나리오가 나온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계 진출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정치판이 요동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대선후보 선호도 1위를 기록했다. 20대 대선까지 남은 시간은 1년 남짓. 현재 시점의 선두주자가 과거 대선에서 높은 확률로 대권을 잡았다는 점에서 여야는 바짝 긴장하는 눈치다.

김종인?
안철수?

정치권 내에서는 윤 전 총장의 행보를 두고 여러 관측이 나온다. 우선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 합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 내부에서는 4·7 보궐선거 이후 윤 전 총장의 의사를 타진하려는 움직임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원내에선 검찰 출신 현역 의원들(권영세·유상범·정점식) 등이 윤 전 총장과 개인적인 인연을 갖고 있다. 원외에선 20대 총선에 출마했던 안대희 전 대법관,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전 특검 등이 조언 그룹으로 지목된다.

윤 전 총장의 합류는 국민의힘이 ‘파이’를 넓힐 수 있는 기회다. 윤 전 총장의 지지기반은 반문(반문재인)인 동시에 보수 야당을 지지하지 않는 ‘중도층’으로 분석된다. 대선 승리를 위해 국민의힘이 반드시 섭렵해야 하는 지지층이다. 


당내에서는 정권 교체에 대한 기대감까지 흘러나온다. 그의 지지율이 문재인정부에 실망한 민심을 증명한 데다, 지지층 확장의 효과까지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윤 전 총장을 국가를 경영할 수 있는 대선 후보로 호평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복잡한 속내도 감지된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필요하다면’ 윤 전 총장과 힘을 합쳐 대한민국 헌법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환영은 하지만 영입할 단계라는 아니라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밀당’ 전략으로 보인다.

서초동 떠난 칼잡이 바로 여의도로?
정치권 잇단 ‘러브콜’ 그의 선택은?

그도 그럴 것이, 명맥만 겨우 유지하고 있는 당내 대권 주자들의 입지가 더 줄었다. 윤 전 총장이 대선주자의 입지를 다질 경우 반등을 노리던 보수 잠룡들이 대선 등판 기회를 잃을지도 모른다. 이후 윤 총장을 중심으로 한 야권 개편이 이뤄진다면, 당의 입지가 더 줄어들 가능성도 높다. 

윤 전 총장이 높은 지지율을 동력 삼아 제3지대에서 대선을 준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 전 총장이 기존 정당에 합류하면 ‘기성 정치인들과 다를 바 없다’는 여론이 일 가능성이 높다. 내세울 만한 명분도 없다.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닌 전 검찰총장의 ‘입당’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 ▲▲ 악수 나누는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당장 정치 일선에 뛰어들긴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눈길을 끈 것은 당 대표를 지낸 정대철·김한길·정동영 전 의원과 윤 전 총장의 연결고리다. 이들 모두 문재인 대통령의 반대편에 섰다는 공통점이 있다. 제3지대에 있는 이들이 윤 전 총장을 구심점으로 삼아 ‘반문 텐트’를 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나오는 배경이다. 


윤 전 총장은 사퇴하기 며칠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한길 전 대표와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선 오래전부터 김 전 대표가 윤 전 총장의 물밑 조력자 역할을 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 전 대표와 일부 자문그룹이 윤 총장과 주기적으로 만나 사퇴 후 정치적 행보를 논의한다는 것이었다.

여권 출신 
윤의 사람들

김 전 대표 역시 한 원로 인사에게 “윤 총장이 정치권에 등장한다면 폭발력이 상당할 것”이라 전한 바 있다.

윤 전 총장과 김 전 대표의 인연은 2013년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관련 국정감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윤 총장을 ‘스타’로 만든 그 자리다. 윤 전 총장은 국정원 대선개입 관련 수사에 외압이 있었음을 증언하며,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겨 큰 화제가 됐다. 

둘의 인연은 극적이다. 당시 윤 전 총장은 현직 검사였던 터라 그의 국감 출석 여부는 막판까지 불투명했다. 국감 전날 김 전 대표는 “국감에서(윤 전 총장의) 증언이 나오면 즉시 국감을 중단한다.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해 총력 투쟁하자”고 제안했다. 국감 이후 김 전 대표는 의원총회를 열어 윤 전 총장의 즉각적인 수사팀 복귀를 요구했다. 
 

▲ ▲▲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정치권에선 김 전 대표가 반문 연대의 구심점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 전 대표는 반문 성향의 여권 정치인이다. 민주당에서 4선을 지냈으나 당내 친문(친 문재인), 친노(친 노무현) 세력과 갈등을 빚으며 지난 2016년 민주당을 탈당했다. 한때 ‘김한길계’로 불렸던 전직 의원은 “윤 전 총장의 정치적 배후가 김 전 대표라면 기존 정당이 아닌 제3지대에서 강경 보수 성향 인사를 제외한 여야의 반문 세력 결집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반문 텐트
세력 결집

윤 전 총장과 민주평화당 정동영 전 대표와의 인연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에 따르면, 2019년 9월 윤 전 총장이 신임 검찰총장이 된 후 정 전 대표를 찾아가 감사를 표한 바 있다. 윤 전 총장이 여주지청장 시절 검찰에 사표를 내려고 했으나, 정 전 대표의 만류가 있었기에 결국 수장이 될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정 전 대표는 대한민국 검찰이 ‘파사현정(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냄)’의 검찰로 거듭날 계기를 맞았다. 최적의 수장을 맡았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윤 전 총장은 오는 보궐선거를 기점으로 내년 대선을 위한 ‘야권 개편’ 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윤 전 총장의 정치적 행보가 달라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다른 야권 대선 주자를 압도하는 만큼, 그를 구심점으로 야권이 단일대오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의 행보에 대한 세 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먼저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단일화에 성공해 서울시장직에 오르는 것이다. 이 경우 제3지대의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과 ‘연대’할 공산이 크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과 통합하는 형태로, 새로운 연합전선을 구축할 것이란 관측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서울시장이 된다면 윤 전 총장의 입지는 제3지대에서 멈출 가능성이 높다. 중도층과 합리적 보수·진보세력을 중심으로 지지기반을 강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안 후보가 총대를 메고, 윤 전 총장과 금태섭 전 의원 등을 중심으로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보궐선거 기점
윤 중심 야권 개편?

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승리하는 경우는 어떨까. 여권의 승리로 중도 세력의 ‘허상’을 다시 증명하는 셈이다. 동시에 야권 전체가 한계를 보인 선거가 된다. 윤 전 총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정치세력이 형성되더라도, 야권 자체가 지리멸렬할 가능성이 높다. 윤 전 총장의 정계 입문이 가장 어려운 시나리오다.

일각에선 윤 전 총장의 제3지대론을 ‘신기루’로 보는 시각도 있다. 스스로 빛을 발하는 ‘발광체’가 아닌 검찰개혁 국면에서 누린 ‘반사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도 과거 제3지대 후보처럼 결국 현실정치의 벽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 ▲▲ 청와대 ⓒ고성준 기자

제3지대 후보는 대선의 단골손님이었다. 2007년 대선 당시 고건 전 국무총리, 2012년 대선 땐 안철수 후보, 2017년 대선에선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모두 혜성처럼 나타나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 


반면 윤 전 총장은 앞선 후보들과 다르다는 평가도 있다. 무엇보다 문재인정부의 ‘대척점’에서 컸다는 상징성이 있다. 여권의 집요한 ‘때리기’로 키운 맷집이 있고, 권력 의지도 남다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게다가 반문을 기치로 야권이 뭉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과거 제3지대 후보와는 성격이 다르다. 

다만 윤 전 총장이 현재 야권 재편의 중심에 있다는 평가에는 크게 이견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윤 전 총장에게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우선 강직한 ‘칼잡이’의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 아울러 외교·안보·경제·교육 등을 총망라한 그의 소신을 명확히 밝힐 필요도 있다. 

발광체?
신기루?

세력 결집 역시 윤 전 총장의 성공 조건으로 꼽힌다. 반기문 전 총장은 공무원인 외교관 출신 그룹을 핵심 참모로 기용하면서 정무적 판단에서 뒤처졌다는 혹평을 받은 바 있다. 윤 전 총장은 이와 달리 ‘여의도 언어’를 알려줄 정치적 참모들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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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