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 돋는’ 반기문-윤석열 평행이론

2017 반 보면 2022 윤 보인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곧 등판한다. 대선 정국에서 그가 정계 개편의 중심이 될 것이란 관측 가운데, ‘찻잔 속 폭풍’에 그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독주가 계속되고 있다. 정치권은 그에게 앞다퉈 러브콜을 보내고 있고, 서점가에선 그와 관련된 도서가 연일 출간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날 파는 사람이 너무 많다”며 외부와 선을 긋는 눈치다.

곧 등판
어디로?

윤 전 총장의 독주는 이례적이다. 그는 지난해 여권의 공세 속 반문(반 문재인)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계속된 ‘추미애-윤석열’ 갈등 속, 정부에 분노한 민심이 ‘대통령 후보 윤석열’을 만들어냈다. 이 흐름에 따라, 평생 ‘칼잡이’로 살던 그는 지난 3월 중대범죄수사청 설치에 반대하며 옷을 벗었다.

당시 윤 전 총장은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며 정계 진출을 시사했다.

그는 사퇴 이후 한 달 넘게 잠행 중이다. 간혹 ‘공정’의 이슈가 화두로 떠오를 때마다 메시지를 낼 뿐이다. 국민적 공분을 샀던 ‘LH 사태’를 두고 “이런 식이면 청년들은 절망하지 않을 수 없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기존 정치 문법도 거부하고 있다.


정치권 인사보다는 원로나 국내 석학을 만나 현안을 나누는 식이다. 퇴임 이후 그는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노동 전문가 정승국 중앙승가대 교수 등을 만났다.

정치권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김 교수를 만나 대선 출마 의지를 밝혔다고 한다. 당시 그는 심도 깊은 담론을 던졌고, 김 교수에게 정치에 대한 고견을 구하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은 청년 일자리 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교수와의 자리에선 청년실업, 결혼과 출산 문제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이쯤 되면 윤 전 총장의 대권 행보는 시작됐다고 보는 게 맞다. 정치권에서는 그가 5월 중순 쯤에 등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의 지지율도 굳건하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6일 ‘여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물은 결과, 윤 전 총장은 37.2% 지지율을 얻어 이재명 경기도지사(21.0%)를 오차범위 밖에서 이겨내고 1위를 차지했다.

‘칼잡이’ 이례적 독주…반문 대표주자로
지난 대선 삼킨 ‘반 현상’과 다를까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이 지지세가 더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여론조사 분석을 보면 그를 지지하는 주요 세력은 정부에 반감을 가진 중도층이다. 코로나19 백신 확보 문제, LH 사태, 부동산 문제 등 여러 악재가 연달아 터졌진 상태다. 레임덕에 빠진 정부가 단기간에 분위기를 반전시키기는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야권에서는 이렇다 할 만한  대권 주자가 없다. 현재 그를 제외한 주자들의 지지율은 5% 이하다. 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을 이끌었던 황교안 전 대표가 크게 패배한 이후 주목할 만한 기대주가 부재한 상황. 윤 전 총장이 대안 세력이 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관건은 이 지지율이 얼마나 견고하느냐다. 전문가들은 윤 전 총장의 최대 변수로 ‘정치인 윤석열’을 꼽고 있다. 그가 차후에 어떤 정치적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 여론이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공정의 이미지를 밀고 있는 만큼, 사소한 실책도 치명적일 수 있다.

인물이 가진 리스크도 큰 편이다. 윤 전 총장은 평생 ‘칼’을 휘두른 천직 검사다. 지나칠 정도로 경직된 원칙주의자인 그가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라 불리는 정치에 적응할 수 있을 지 미지수다. 외교·안보·남북관계·경제를 망라한 구상을 보여야 할 과제가 남는 셈이다.

대척점
다르다?

다만 그가 정치판에 뛰어드는 순간 지지율이 거품처럼 사그라들 것이란 해석도 있다. ‘윤석열 정치’의 실체가 드러나면,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지금의 지지율은 새 바람으로 인한 기대감에서 오는 반짝 효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도 과거 제3지대 후보처럼 결국 현실정치의 벽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다. 제3지대 후보는 역대 대선의 단골손님이었다. 이들 모두 혜성처럼 나타나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윤석열의 반짝 지지율 1위는 조만간 가뭇없이 사라질 것이다. 반기문도 훅 갔다”고 했다.

이 시나리오에는 비슷한 전례가 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다. 반 전 총장은 지난 2017년 대선 국면에서 보수 진영의 기대주로 급부상했다. 박근혜정부 임기 내내 반 전 총장의 지지율 40%를 웃돌며, 상위권을 독식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를 여러 차례 앞설 정도였다.

지난 대선 정국에서 정치권은 ‘반기문 신드롬’으로 술렁였다. 2017년 2월 그가 대선 출마를 포기할 때까지 그를 미화한 책만 50여권이었다. 하지만 이는 거품에 불과했다. 베일에 싸여있던 실체가 드러나자, 반 전 총장에게는 ‘1일 1실수’라는 수식이 따라다녔다.

특히 서민의 삶과 거리가 먼 그의 언행은 숱한 논란을 낳았다.

한 대학 강연에서 ‘청년 주거 정책’에 대한 질문에 “젊어 고생은 사서라도 하는 것”이라고 답하거나, 공항철도 탑승권 발매기에 1만원권 두 장을 겹쳐 넣었다가 “뉴욕과 다르다”고 해명하는 식이었다. 민심은 연일 싸늘해졌고, 지지율은 10%대로 급락했다.

그를 둘러싼 의혹 검증 절차 역시 혹독했다. 당시 반 전 총장에게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3만달러를 받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였다. 평생 외교관의 길을 걸어온 이에게 이를 견딜 만한 맷집은 없었다.

남은 1년
거품 빠지면?

결국 반 전 총장은 현실 정치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귀국한 지 불과 20일 만에 “인격살해에 가까운 음해와 각종 가짜뉴스로 정치교체 명분이 실종됐다”며 대선 출마 뜻을 접었다. 이후 정치권은 쇼크에 빠졌다.


당시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반 전 총장의 대권행을 위해 스스로 대권 출마를 포기한 상태였다. 제3지대 빅텐트 구상 동력마저 급격히 상실됐다. 반 전 총장의 전례를 비춰 봤을 때, 윤 전 총장의 행보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기면 야권이 흔들릴 것을 점칠 수 있는 대목이다.

‘반기문 현상’은 정치권에서 지지율은 한순간의 바람일 뿐이라는 교훈을 남겼다. 국민들은 무능한 정부와 대결할 영웅을 찾는다. 기성 정치인에 대한 염증으로 새인물의 새로운 정치를 갈구하기 때문이다. 이에는 기존 체제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담겼다.

친노 원로인 유인태 전 의원은 “우리 정치가 워낙 국민들로부터 혐오의 대상 같은 불신이 심하다 보니까 이런 현상은 늘 있어왔다”고 지적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은 다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과거 새인물들은 권력을 직접 나서서 만들려 했다. 반면 윤 총장은 스스로 투쟁해 지금의 위치에 올랐다. 무엇보다 문재인정부의 대척점에 서 홀로 컸다는 상징성이 있다.

냉정한 정치판…신기루 지지율 경계
리스크 큰 ‘정치인 윤석열’ 과제는?

반 전 총장과 달리 버티는 힘도 강하다. 1년 넘게 여권의 파상공세로 인해 채워진 맷집이 있고, 권력 의지도 남다르다는 평가다. 이외에 메시지 전달 능력도 탁월해 보인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만드는 부패완판이다” 등이 대표적이다. 반 전 총장이 1일 1논란을 일으켰던 것과 대조되는 대목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단순히 명성으로 지지를 얻었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나 고건 전 국무총리와 달리 지지율이 탄탄하다. 진흙탕 싸움에서 벗어나 홀로 소나무처럼 빛나는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윤 전 총장의 행보에 따라 정치권 전체가 격변에 가까운 정계개편을 이룰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오는 5월 양당의 지도부가 구성된다. 9월~10월에 대선후보 경선이 예정돼있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다른 대선 후보를 압도하는 만큼, 그가 야권의 구심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양당은 윤 전 총장이 언제 등판할지, 어떤 형태로 정치를 시작할지 주목하고 있다. 물론 그의 행보를 가장 주시하는 세력은 제1야당이다. 국민의힘은 조직력과 자본력을 갖춘 당에 합류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또 다른 변수도 생겼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윤 전 총장과 함께 독자 노선을 개척할 의지를 공공연히 드러내면서다. 김 전 위원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아사리판’이라 평가절하한 바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합류하지 않을 것으로 호언하고 있다.

새로운 정당에서 힘을 키울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강한 대통령이 될 만한 사람이 나오면 당은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가게 돼있다.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이라고 분석했다.

이대로 쭉?
막판 미지수

물론 모든 게 미지수다. 윤 전 총장 본인의 뜻이 아직 불명확한 데다, 찻잔 속 폭풍 속에 그쳤던 이들처럼 여러 암초에 걸려 끝내 완주조차 못하는 상황이 또 펼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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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