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집안 경영’ 한국화장품 오너 처조카 자질론

사돈에 믿고 맡겼는데…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한국화장품이 적자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한국화장품을 이끄는 이용준 대표는 한국화장품제조 오너 2세인 임충헌 회장의 처조카다. 이 대표가 한국화장품 경영을 맡은 지 10년이 지났지만 실적 개선에 실패하고 있다. 한국화장품은 적자 탈출을 위해 사업 다각화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방문판매·가맹점 매출이 90%를 차지하고 있어 인터넷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화장품은 한국화장품제조에서 화장품 판매·부동산 임대 사업 부문이 분할·신설된 기업이다. 자회사 더샘인터내셔날을 통한 브랜드숍(더샘) 화장품 판매사업과 방문·제도 판매 등을 병행하고 있다.

계속되는 
부진 왜?

이용준 대표가 한국화장품 대표이사에 자리한지 10년이 지났지만 수년간 적자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계속되는 초라한 경영 성적에 이 대표의 경영능력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화장품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7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170억원, 7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를 전년 대비 각각 42%, 38% 감축하며 허리띠를 졸라맸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폭이 커 영업손실을 피할 수 없었다.


2016년부터 시작된 중국 사드 여파로 인한 수출 문제 등으로 더샘 매출에 문제가 생겼고, 지난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수출과 가맹점, 방문판매, 면세점 채널 판매가 제한돼 실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한국화장품의 적자는 출범한 2010년부터 10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한국화장품은 2010년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뒤 흑자를 실현한 건 2016년과 2017년 두 번 뿐이다. 2010년 영업손실 165억원. 2011년 176억원, 2012년 166억원, 2013년 131억원, 2014년 109억원, 2015년 55억원을 연속 기록하며 6년간 적자가 이어졌다.

장남보다 지배력 견고…특이한 지배구조 
적자 늪 허덕…야심작 회사 시장서 외면

이후 2016년과 2017년 각각 157억원, 7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했지만 2018년 다시 영업손실 75억원, 2019년 174억원으로 돌아섰다.

한국화장품은 화장품 브랜드 ‘더샘’이 매출의 90% 가까이를 담당한다. 지난 2010년 이 대표는 더샘인터내셔날을 설립했고 이를 통해 화장품 브랜드 더샘을 선보였다. 더샘은 이 대표의 야심작이었지만 이미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가 과점 상태에 H&B스토어 강세로 실패의 아픔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더샘 운영사인 더샘인터내셔날의 지난해 매출은 550억원으로 전년(1057억원) 대비 48% 감소했다. 당기손실은 144억원을 입으며 적자를 기록했다.

더샘인터내셔날 역시 2010년 129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은 이후 2015년까지 적자를 이어왔다. 이후 2016년과 2017년 각각 204억원, 144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했지만 2018년부터 다시 적자전환한 상태다. 적자가 지속됨에 따라 빚에 대한 의존도도 크게 나타나고 있다.


2020년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218.4%, 차입금의존도는 29.6%로 집계된다.

발목 잡은
‘더샘’ 문제?

자회사 더샘인터내셔날의 적자가 지속된 만큼 한국화장품의 재무구조에도 영향을 미쳤다. 2010년 기준 총차입금 105억원에서 2013년 528억원으로 불어났다.

2014년 부동산 매각 등을 통해 차입금을 상환하는 등 급한 불은 껐지만 벌어들인 수익이 없다 보니 2017년 또다시 외부자금조달을 단행했다. 2017년 33억원 수준의 총차입금은 2020년 3분기 138억원까지 증가했다.

2010년 분할 당시 부채비율은 57% 수준으로 건전했으나 2020년기준 155.4%로 치솟았다.

앞서 한국화장품은 2014년 서린사옥을 837억원에, 대구 동인동 소재 대구지점 사옥을 57억원에 매각하는 등 사옥까지 팔아가며 차입금을 상환한 바 있다. 또 자회사 더샘의 재무구조 개선 목적으로 670억원을 출자하면서 사정은 더욱 어려워졌다.

한국화장품은 주력 브랜드인 ‘쥬단학’의 이미지 노후화를 막지 못하고 2002년 야심차게 선보인 ‘산심’ 역시 시장에서 주목을 받지 못했다.

재무 빨간불
빚이 산더미

지난해 2월에는 마스크·손소독제 등 코로나19 관련 위생용품 판매업에도 발을 들였지만 이 역시도 뒤늦은 진입과 미숙한 운영으로 수익원으로 만드는 데 실패했다.

한국화장품은 지난해 7월 체결한 219억원 규모의 마스크 납품 계약이 5개월 만에 파기되면서 실적 부진을 털어낼 기회를 놓치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화장품 제조 공장 측 기계 준비가 미흡한 이유로 지난해 연말까지 정상적으로 제품을 공급하지 못해 계약을 해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화장품이 수년째 실적 악화에 시달려 왔음에도 뚜렷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화장품 쇼핑 트렌드가 온라인으로 옮겨간 가운데 회사 측은 여전히 가맹점 사업과 수출에 집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온라인과 홈쇼핑 채널을 통한 판매를 확대하고 있지만 한국화장품은 가맹점·방문판매 경로가 여전히 매출의 90%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또 지난해서야 ‘힐리브’를 설립해 온라인 판매사업에 뛰어들었다는 것은 급변하는 화장품 시장에 대한 뒤늦은 대응이라는 평가를 받게 하는 배경이 된다.

온라인 시대에 가맹점·방판 매출 90%
차별화 전략 전무…적자 탈출 앞 캄캄

한국화장품제조는 두 집안 경영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공동 창립자인 임광정 전 회장과 김남용 전 회장은 사돈관계다. 친구관계였던 두 사람은 임 전 회장의 아들 임충헌 회장과 김 전 회장의 차녀 김옥자씨가 혼인하면서 사돈을 맺었다. 

한국화장품제조는 한국화장품 지분 20%를 보유하며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 있다.

한국화장품제조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임충헌 회장이 지분 11.54%을 보유하며 최대주주로 자리하고 있고, 임 회장의 처형인 김숙자 회장이 11.21%로 2대주주, 임 회장의 처조카이자 김숙자 회장의 아들인 이용준 대표가 10.9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외 임 회장의 배우자인 김옥자씨가 2.9% 지분을 갖고 있으며 임 회장과 김옥자씨의 아들 임진서 부사장이 5.62%를 보유한다. 최대주주인 임 회장의 아들 임진서 부사장(5.62%) 보다 처조카인 이용준 대표(10.99%)가 지분을 더 보유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임충헌 회장의 부친인 임광정 전 회장이 한국화장품제조 1세대 경영을 맡은 후 1988년 임충헌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임 회장의 처남 김두환 부사장이 경영에 합류한 데 이어 2008년 처조카인 이용준 대표가 한국화장품제조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사돈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두집안 경영
아들보다 처조카?

이용준 대표는 2010년 한국화장품제조와 한국화장품 인적분할 과정에서 분할 신설회사인 한국화장품의 대표이사도 겸직하게 됐다. 반면 임충헌 회장의 장남인 임진서 부사장은 한국화장품제조 부사장과 더샘인터내셔날 경영전략부문 부사장직을 겸하고 있다.

한국화장품이 더샘인터내셔날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임충헌 회장 처조카인 이용준 대표가 임 회장의 장남보다 그룹 지배력이 큰 다소 특이한 지배구조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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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