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집안 경영’ 한국화장품 오너 처조카 자질론

사돈에 믿고 맡겼는데…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한국화장품이 적자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한국화장품을 이끄는 이용준 대표는 한국화장품제조 오너 2세인 임충헌 회장의 처조카다. 이 대표가 한국화장품 경영을 맡은 지 10년이 지났지만 실적 개선에 실패하고 있다. 한국화장품은 적자 탈출을 위해 사업 다각화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방문판매·가맹점 매출이 90%를 차지하고 있어 인터넷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화장품은 한국화장품제조에서 화장품 판매·부동산 임대 사업 부문이 분할·신설된 기업이다. 자회사 더샘인터내셔날을 통한 브랜드숍(더샘) 화장품 판매사업과 방문·제도 판매 등을 병행하고 있다.

계속되는 
부진 왜?

이용준 대표가 한국화장품 대표이사에 자리한지 10년이 지났지만 수년간 적자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계속되는 초라한 경영 성적에 이 대표의 경영능력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화장품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7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170억원, 7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를 전년 대비 각각 42%, 38% 감축하며 허리띠를 졸라맸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폭이 커 영업손실을 피할 수 없었다.


2016년부터 시작된 중국 사드 여파로 인한 수출 문제 등으로 더샘 매출에 문제가 생겼고, 지난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수출과 가맹점, 방문판매, 면세점 채널 판매가 제한돼 실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한국화장품의 적자는 출범한 2010년부터 10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한국화장품은 2010년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뒤 흑자를 실현한 건 2016년과 2017년 두 번 뿐이다. 2010년 영업손실 165억원. 2011년 176억원, 2012년 166억원, 2013년 131억원, 2014년 109억원, 2015년 55억원을 연속 기록하며 6년간 적자가 이어졌다.

장남보다 지배력 견고…특이한 지배구조 
적자 늪 허덕…야심작 회사 시장서 외면

이후 2016년과 2017년 각각 157억원, 7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했지만 2018년 다시 영업손실 75억원, 2019년 174억원으로 돌아섰다.

한국화장품은 화장품 브랜드 ‘더샘’이 매출의 90% 가까이를 담당한다. 지난 2010년 이 대표는 더샘인터내셔날을 설립했고 이를 통해 화장품 브랜드 더샘을 선보였다. 더샘은 이 대표의 야심작이었지만 이미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가 과점 상태에 H&B스토어 강세로 실패의 아픔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더샘 운영사인 더샘인터내셔날의 지난해 매출은 550억원으로 전년(1057억원) 대비 48% 감소했다. 당기손실은 144억원을 입으며 적자를 기록했다.

더샘인터내셔날 역시 2010년 129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은 이후 2015년까지 적자를 이어왔다. 이후 2016년과 2017년 각각 204억원, 144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했지만 2018년부터 다시 적자전환한 상태다. 적자가 지속됨에 따라 빚에 대한 의존도도 크게 나타나고 있다.


2020년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218.4%, 차입금의존도는 29.6%로 집계된다.

발목 잡은
‘더샘’ 문제?

자회사 더샘인터내셔날의 적자가 지속된 만큼 한국화장품의 재무구조에도 영향을 미쳤다. 2010년 기준 총차입금 105억원에서 2013년 528억원으로 불어났다.

2014년 부동산 매각 등을 통해 차입금을 상환하는 등 급한 불은 껐지만 벌어들인 수익이 없다 보니 2017년 또다시 외부자금조달을 단행했다. 2017년 33억원 수준의 총차입금은 2020년 3분기 138억원까지 증가했다.

2010년 분할 당시 부채비율은 57% 수준으로 건전했으나 2020년기준 155.4%로 치솟았다.

앞서 한국화장품은 2014년 서린사옥을 837억원에, 대구 동인동 소재 대구지점 사옥을 57억원에 매각하는 등 사옥까지 팔아가며 차입금을 상환한 바 있다. 또 자회사 더샘의 재무구조 개선 목적으로 670억원을 출자하면서 사정은 더욱 어려워졌다.

한국화장품은 주력 브랜드인 ‘쥬단학’의 이미지 노후화를 막지 못하고 2002년 야심차게 선보인 ‘산심’ 역시 시장에서 주목을 받지 못했다.

재무 빨간불
빚이 산더미

지난해 2월에는 마스크·손소독제 등 코로나19 관련 위생용품 판매업에도 발을 들였지만 이 역시도 뒤늦은 진입과 미숙한 운영으로 수익원으로 만드는 데 실패했다.

한국화장품은 지난해 7월 체결한 219억원 규모의 마스크 납품 계약이 5개월 만에 파기되면서 실적 부진을 털어낼 기회를 놓치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화장품 제조 공장 측 기계 준비가 미흡한 이유로 지난해 연말까지 정상적으로 제품을 공급하지 못해 계약을 해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화장품이 수년째 실적 악화에 시달려 왔음에도 뚜렷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화장품 쇼핑 트렌드가 온라인으로 옮겨간 가운데 회사 측은 여전히 가맹점 사업과 수출에 집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온라인과 홈쇼핑 채널을 통한 판매를 확대하고 있지만 한국화장품은 가맹점·방문판매 경로가 여전히 매출의 90%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또 지난해서야 ‘힐리브’를 설립해 온라인 판매사업에 뛰어들었다는 것은 급변하는 화장품 시장에 대한 뒤늦은 대응이라는 평가를 받게 하는 배경이 된다.

온라인 시대에 가맹점·방판 매출 90%
차별화 전략 전무…적자 탈출 앞 캄캄

한국화장품제조는 두 집안 경영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공동 창립자인 임광정 전 회장과 김남용 전 회장은 사돈관계다. 친구관계였던 두 사람은 임 전 회장의 아들 임충헌 회장과 김 전 회장의 차녀 김옥자씨가 혼인하면서 사돈을 맺었다. 

한국화장품제조는 한국화장품 지분 20%를 보유하며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 있다.

한국화장품제조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임충헌 회장이 지분 11.54%을 보유하며 최대주주로 자리하고 있고, 임 회장의 처형인 김숙자 회장이 11.21%로 2대주주, 임 회장의 처조카이자 김숙자 회장의 아들인 이용준 대표가 10.9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외 임 회장의 배우자인 김옥자씨가 2.9% 지분을 갖고 있으며 임 회장과 김옥자씨의 아들 임진서 부사장이 5.62%를 보유한다. 최대주주인 임 회장의 아들 임진서 부사장(5.62%) 보다 처조카인 이용준 대표(10.99%)가 지분을 더 보유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임충헌 회장의 부친인 임광정 전 회장이 한국화장품제조 1세대 경영을 맡은 후 1988년 임충헌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임 회장의 처남 김두환 부사장이 경영에 합류한 데 이어 2008년 처조카인 이용준 대표가 한국화장품제조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사돈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두집안 경영
아들보다 처조카?

이용준 대표는 2010년 한국화장품제조와 한국화장품 인적분할 과정에서 분할 신설회사인 한국화장품의 대표이사도 겸직하게 됐다. 반면 임충헌 회장의 장남인 임진서 부사장은 한국화장품제조 부사장과 더샘인터내셔날 경영전략부문 부사장직을 겸하고 있다.

한국화장품이 더샘인터내셔날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임충헌 회장 처조카인 이용준 대표가 임 회장의 장남보다 그룹 지배력이 큰 다소 특이한 지배구조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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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