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스동서, 재벌그룹 반열 오른 현금 부자

결실 맺은 사업다각화 전략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아이에스지주가 사상 처음으로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포함됐다. 신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몸집을 불렸고, 이를 계기로 여타 대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심혈을 기울인 사업다각화 작업은 서서히 결실을 맺기 시작한 상황이다. 다만 핵심 회사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어떻게 낮추느냐가 관건이다. 

지난 1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71개 기업집단(소속회사 2612개)을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공시대상 기업집단 수는 전년(64개) 대비 7개 증가했고, 같은 기간 소속회사 수는 328개 늘어난 2612개로 집계됐다.

중견기업서
대기업으로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포함됐다는 건 공식적으로 ‘대기업’으로 분류됐음을 의미한다. 지정된 기업은 회사 경영에 대한 공시·신고 의무를 부여받는다.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를 막기 위한 각종 규제도 적용받는다.

올해 처음으로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지정된 대기업은 ▲반도홀딩스 ▲아이에스지주 ▲한국항공우주산업 ▲쿠팡 ▲현대해상화재보험 ▲중앙 ▲대방건설 ▲엠디엠 등 8곳이다. 이들 가운데 눈길을 끄는 곳이 바로 '아이에스지주'다.

아이에스지주는 지주사(아이에스지주)를 주축으로 ▲아이에스동서 ▲일신홀딩스 ▲인선이엔티 등 46개 국내 계열회사로 구성돼있다.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은 5조1900억원(금융계열사 2곳 포함)이고, 공시대상 기업집단 가운데 총자산 기준 70번째 순번이다.


재계 70위…자산 5조 초과
M&A로 사세 키워 급성장

공정위는 아이에스지주의 동일인으로 권혁운 회장을 지목한 상태다. 권 회장이 지주사 지분 56.3%를 보유한 최대주주라는 점이 동일인 지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권 회장은 건설업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통한다. 권 회장은 30대 초반에 경남지역 1위 건설사였던 신동양건설 부사장을 맡으며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아이에스동서의 전신인 일신건설산업을 세웠고, 아파트건설업에 진출하며 사세를 확장했다.

이후 일신건설산업은 건자재 기업인 동서산업을 흡수해 사명을 아이에스동서로 바꿨다. 

아이에스지주의 나머지 지분은 권 회장의 아들 권민석 아이에스동서 사장(30.6%)과 딸 권지혜 전 전무(13.1%)가 나눠갖고 있다. 이들은 사실상 그룹의 후계자로 지목된다. 

1978년생인 권 사장은 미국 보스턴대 경제학과와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을 거쳤다. 권 사장의 누나인 권 전 전무는 미국 콜롬비아대학교에서 행정학 석사를 거쳤고, 그룹에서 이누스사업 총괄전무를 담당했다. 

아이에스지주가 사세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중심축 역할은 아이에스동서가 맡았다. 2011년 시공능력평가 100위권 안에 첫 진입한 아이에스동서는 2017년에는 순위를 43위까지 끌어올리며 중견건설사 반열에 올랐다.


본업 대신
부업 몰두

수익성은 높아진 위상과 정비례하는 양상을 나타냈다. 아이에스동서는 2017년 연결기준 매출 1조8330억원, 영업이익 3245억원을 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각각 10배, 30배가량 증가했다.

다만 최근에는 시공능력 평가액 순위에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시공능력 평가액은 740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1조2652억원) 대비 42.4% 감소한 수치다.

건설 업종의 비중이 낮아진 대신 신사업인 환경 부문에 대한 위상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아이에스동서는 ▲인선이엔티 지분 확대 및 경영권 인수 ▲코오롱환경에너지·코엔텍·새한환경 인수 ▲영흥산업환경·파주비앤알 인수 등을 통해 환경 부문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집행했다.

아이에스동서는 풍부한 현금 보유량을 기반으로 덩치 키우기에 나설 수 있었다. 아이에스동서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019년 3000억원을 돌파했고, 지난해 말 기준 4000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확대된 상황이다.

몸집 불리는
현금 부자

아이에스동서의 적극적인 타업종 진출은 창업주의 경영전략과 맞닿아 있다. 권 회장은 1997년 외환위기 사태를 겪으며 건설업이 부동산 경기에 크게 휘둘리는 걸 목격했다. 이는 권 회장이 주력사업의 매출이 전체 매출의 40%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게 된 배경이 됐다.

심혈을 기울인 사업다각화 작업은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다. 아이에스동서는 건설 부문과 비건설 부문의 고른 활약에 힘입어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조2004억원, 영업이익 2090억원을 달성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55.8%, 192.5% 증가한 수치다.

환경 부문은 지난해 2086억원 매출이 기록했다. 전년(954억원) 대비 118.7%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콘크리트와 해운 부문 매출이 각각 19.5%, 34.5% 감소한 것과 극명히 대비됐다. 환경 부문은 지난해 영업이익 48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40.9% 증가했다. 

권 사장이 이끄는 일신홀딩스 역시 아이에스지주가 외형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큰 역할을 담당했다. 2005년 설립된 일신홀딩스는 초창기만 해도 시행·분양, 부동산 컨설팅를 영위하던 회사였다. 지난해 말 기준 권 사장이 지분 70%를 보유 중이고, 나머지 30%는 권 전 전무가 쥐고 있다.

최근 일신홀딩스는 투자회사로서의 면모를 한층 부각시키고 있다. 2018년 건설 부문을 정리한 이후 벤처기업 지분 취득과 벤처펀드에 대한 출자를 진행해왔다. 이는 아이에스지주가 본업과 결이 다른 다수의 계열회사를 아우르게 된 배경으로 작용했다.

아이에스동서와 일신홀딩스를 앞세워 인수합병에 적극 나섰음에도 그룹의 재무상태는 여전히 탄탄하다. 지난해 말 기준 그룹 부채비율은 100%를 살짝 웃도는 수준에 불과하다.


본업 찬밥 취급하는 건설사
과도한 아이에스동서 의존도

다만 그룹에게는 아이에스동서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하는 숙제가 남겨져 있다.

지난해 말 별도 기준 아이에스동서의 매출은 9300억원. 이는 그룹 전체(금융 제외) 매출의  64.7%에 해당한다.

아이에스동서를 제외한 43개 비금융 계열회사 가운데 매출 100억원 이상을 기록한 곳은 ▲영흥산업환경 ▲오션디앤씨 ▲일신홀딩스 ▲파주비앤알 ▲영풍파일 ▲인선기업 ▲인선모터스 ▲인선이엔타 ▲케이알에너지 ▲티씨이 ▲아이에스지주 등 10개 회사에 국한된다.

순이익에서도 아이에스동서에 대한 의존도를 엿볼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아이에스동서가 거둔 별도 기준 순이익(1246억원)은 그룹 전체 순이익(1187억원)을 초과했다.

▲오션디앤씨 ▲인선모터스 ▲인선이엔타 등 3곳만 10억원 이상 순이익을 올렸을 뿐, 나머지 계열회사는 별다른 수익을 내지 못했거나 순손실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특히 매출 970억원을 기록했던 티씨이는 순손실만 244억원에 달했다.


건설업은
뒷전으로

그룹 총자산에서 아이에스동서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압도적이다. 비금융 계열회사의 총자산(5조1900억원) 가운데 60.5%에 해당하는 3조1400억원이 아이에스동서의 몫이다. 계열회사 가운데 총자산 규모 2, 3위인 아이에스지주(7471억원)와 인선이엔타(4350억원)를 합쳐봐야 아이에스동서 총자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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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