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망신’ 욕먹는 라면재벌 부부, 왜?

회삿돈 빼돌리고 ‘옥중 돈잔치’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50억원 규모의 횡령을 저질러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삼양식품의 전인장 전 회장, 김정수 총괄사장 부부가 지난해 총 185억원의 보수를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수 사장의 복귀 행보를 두고 거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더욱 싸늘한 시선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전인장 삼양식품 전 회장이 지난해 유통기업 가운데 보수를 가장 많이 받은 ‘연봉킹’에 등극했다. 전인장 전 회장은 회삿돈 5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복역 중이다. 일각에선 횡령 유죄 판정을 받은 전 전 회장의 연봉킹 등극 소식에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퇴직금 수백억
연봉킹 등극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지난해 전인장 삼양식품 전 회장에게 141억7500만원을 급여로 지급했다. 퇴직금 118억1700만원과 근로소득 23억5800만원이다.

전 전 회장의 아내인 김정수 삼양식품 총괄사장은 44억700만원을 보수로 받았다. 퇴직소득이 40억6600만원, 근로소득이 3억4100만원가량이다. 이들 부부가 지난해 받은 보수만 185억5200만원가량에 이른다.

지난해 1월 이들 부부는 계열사로부터 납품받은 자재 일부를 페이퍼컴퍼니로부터 납품받은 것처럼 해 49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전 전 회장은 징역 3년형을 받아 퇴사 후 복역 중이다. 2019년 1월 1심 판결 이후 줄곧 구속 수감 상태로 경영 공백을 빚기도 했다.


김 총괄사장은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뒤 취업이 제한돼 지난해 3월 퇴사했다가 법무부 허가를 받고 지난해 10월 총괄사장으로 재취업했다. 삼양식품이 법무부에 “경영 성과가 있다”며 취업 승인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오너 일가는 보수 외 배당으로도 주머니를 채우게 됐다. 삼양식품의 주당 배당금 800원과 소유 주식 수를 감안해 계산하면 김정수 총괄사장은 2억6000만원, 전인장 전 회장은 1억8900만원의 배당금을 각각 받게 된다. 오너가 3세 전병우 경영관리부문장은 3400만원의 배당금을 수령한다.

50억 횡령한 부부 퇴직금만 ‘180억’
“규정 따라 지급했다”…싸늘한 시선

오너 일가는 삼양식품 최대주주인 삼양내츄럴스를 통해서도 배당금을 받는다. 삼양내츄럴스엔 20억400만원의 배당금이 지급되는데 이 회사 지분의 42.2%가 김 총괄사장 소유다. 21.0%는 전 전 회장, 26.9%는 전병우 부문장이 100% 소유한 에스와이캠퍼스 소유다. 나머지 9.9%는 삼양내츄럴스가 보유한 자기주식이다.

김 총괄사장은 삼양식품 사내이사에 다시 오를 예정이다. 횡령 사건으로 물러난지 1년 만이다. 김 총괄사장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맡지 않고 이사회 산하에 ESG 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투명경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경영 총괄은 그대로 수행한다.
 

▲ 김정수 삼양그룹 총괄사장 ⓒ삼양식품

이에 일각에선 김 총괄사장이 맡는 ESG위원회 위원장이 이미지상 부합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SG는 기업이 단순히 수익을 창출 것을 넘어 환경적, 사회적, 윤리적 가치도 잘 지키는지 여부를 보는 평가지표를 뜻한다. 김 총괄사장이 7개월 만에 경영복귀를 하는 것도 시기상조인데 횡령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이 ESG위원장을 맡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측은 투명한 경영을 위해 사외이사를 증원하고 있으며 김 총괄사장은 책임경영이라는 측면에서 복귀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같은 사 측의 주장에도 소액주주들의 불만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벌써 경영참여?
소액주주 반발

한 업계 관계자는 “횡령으로 회사에 피해를 입힌 사람이 ESG경영을 강화하겠다면서 다시 등기이사로 재직하려는 것은 모순된 행동”이라며 “위법 행위를 저지른 경영진들이 다시 이사로 선임되고 고액의 보수를 받으면 범법 행위를 진정으로 반성할 수 있을까 싶다”고 의구심을 표했다.

소액주주들은 경영진의 범죄행위 재발 방지책을 요구하며 김 총괄사장 복귀에 반기를 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 소액주주들은 법무법인 창천을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하고, 철저한 준법 감시체계 구축, 경영진의 불법행위 재발방지, 배당액 증가 등 주주가치 제고, 기타 소액주주의 권리 보호 요청 등을 주장했다.

법무법인 창천 정영훈 변호사는 “소수의 지분을 가진 창업주 일가가 오너라는 미명하에 회사를 마음대로 쥐락펴락하던 시대는 끝났다”며 “이제는 주주 전체의 이익을 추구하는 경영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집단소송 조짐도 보이고 있다. 소액주주 A씨는 법원에 주주명부 열람 등사 가처분을 신청했고, 지난 11일 서울북부지방법원 제1민사부는 A씨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허용했다. 
 

▲ ▲▲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 ⓒ삼양식품

주주명부 열람 등사는 주주가 상법 제396조 제2항에 근거해 회사측에 주주명부의 열람과 등사를 요청하는 행위로, 주주는 이를 통해 회사 지분구조를 정확하게 파악 가능하다. A씨는 확보한 주주명부를 토대로 소액 주주들의 힘을 모으고, 회계장부열람등사 청구 및 대표소송 제기 등을 통해 회사 경영 정상화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승계 방향은?
“아직은 이르다”

A씨는 “회삿돈을 횡령해 유죄 판결을 받은 경영인이 곧바로 사업에 복귀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김 총괄사장이 복귀하더라도 경영진의 범죄행위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객관적 감독기구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주총 시즌을 맞아 소액주주들의 영향력은 전방위적으로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말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도입된 감사위원 분리 선출제도 영향으로 대주주 의결권이 대폭 제한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삼양식품 관계자는 “오너 일가가 횡령 금액을 다 배상했고, 김 총괄사장은 삼양식품의 매출 증가를 이끈 불닭볶음면 기획·수출 등에 공헌이 있다”며 “오너의 책임경영이 필요해 김 총괄사장을 사내이사 후보로 올렸다”고 말했다.


현재 삼양식품은 지난달 8일 정태운 대표와 진종기 대표를 선임해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이 같은 상황에서 삼양식품의 3세 승계에도 관심이 쏠린다. 최근 전 전 회장의 장남인 전병우 부문장이 회사 지분을 늘리고 있어 3세 승계가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올해로 27세인 전병우 부문장은 지난해 삼양식품 부장으로 입사했다. 지난 3월에는 삼양식품 최대주주인 삼양내츄럴스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리면서 지분 매집도 이어가는 점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2019년 말 기준 전병우 부문장은 삼양식품 0.5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6월9일 기준 지분율이 0.59%로 0.03%포인트 늘어났다. 전병우 부문장은 올 3월 이틀에 걸쳐 삼양식품 2350주를 매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6월9일 종가 기준(12만원) 전병우 부문장이 추가 매수한 주식가치는 약 2억8200만원 수준이다.

때이른 경영 복귀에 소액주주들 불만
공고한 오너 지배력…경영승계는 아직

다만 지주사 격인 삼양내츄럴스의 지분 증여는 현재까지 전무한 가운데 아직 승계를 논하기 이르다는 해석도 일고 있다. 오너리스크가 발생했어도 이들 부부가 행사하는 지배력은 여전히 크다.

향방은 60%가 넘는 이들 부부의 지분이 장남 전병우 부문장에게 어떻게 증여될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분석된다. 경영승계 및 지분증여에 따라 발생하는 증여세 문제도 거론된다. 


김 총괄사장과 전 전 회장이 보유한 삼양내츄럴스 주식가치는 자본총계를 기준으로 약 893억원으로 집계됐다. 만약 이들 부부가 60%가 넘는 삼양내츄럴스 지분을 전병우 부문장에게 증여할 경우 적잖은 증여세를 내야 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법)상 증여재산이 상장주식이면 증여일 이전·이후 각각 2개월(총 4개월)의 최종시세 평균으로 매겨진다. 여기에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주식이면 증여재산이 20% 할증평가된다. 여기서 산출된 과세표준이 30억원을 넘으면 50%의 세율이 붙는다.

증여지분 가치는 총 893억원이며 과세표준은 주식가치의 60%인 536억원, 여기에 세율 50%를 적용하면 산출세액은 대략 268억원으로 추산된다. 누진공제 및 신고세액공제(산출세액의 3%)를 받을 수 있지만 크지 않은 금액이다.

오너 부부가 장남에게 지분을 증여할 시 대략 268억원의 증여세를 짊어질 것이라는 계산이다. 경영승계와 더불어 지분증여를 위한 재원확보 과정서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주목된다.

곱지않은 시선
“규정 따랐다”

삼양식품은 횡령 혐의로 물의를 빚고 쫓겨나듯 물러났던 두 사람이 거액의 퇴직금을 수령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곱지 않은 시선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전인장 전 회장은 28년, 김정수 사장도 19년 동안 재직해왔으므로 규정에 따라 퇴직금을 지급한 것”이라고 밝혔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