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노리는 마켓컬리 불신론

바람 잘 날이…역풍까지 불라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쿠팡의 성공신화를 지켜본 마켓컬리가 뉴욕 증시 상장 준비를 공식화했다. 갈길이 구만리지만 블랙리스트 사건 등 터져 나오는 논란들은 더욱 더 마켓컬리의 발목을 붙잡는다. 또 쿠팡의 뉴욕 증시 상장을 두고 일부에서 ‘국부 유출’이라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이러한 논란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마켓컬리 물류센터

쿠팡에 이어 연내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온라인 장보기 플랫폼 ‘마켓컬리’의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배 성장한 1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8일 업계에 따르면, 마켓컬리 운영사인 컬리는 최근 김슬아 대표 이름으로 주주들에게 보낸 정기주주총회 소집 통지서에서 지난해 매출이 전년(4259억원)보다 123.5% 증가한 9523억원(연결기준)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IPO 추진

이는 주요 대형 마트의 온라인 쇼핑 매출과 비슷한 규모다. 신세계그룹의 통합 온라인몰인 SSG닷컴의 지난해 매출은 1조2941억원이며, 홈플러스의 지난해 온라인 매출은 1조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마켓컬리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1162억원으로, 전년의 1012억원보다 적자 폭이 150억원 늘었다. 이에 따라 누적 적자는 2600억원 수준으로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2배 성장한 매출 증가율에 비해 영업 적자 확대 폭은 크지 않아 내부에서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평이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현재까지 유치한 투자금이 4200억원 수준이어서 누적 적자를 고려해도 아직 자금에 여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주총회 통지서에 나온 실적과 관련해 “주총 참가자들을 위해 대략적인 숫자를 먼저 전달한 것”이라면서 “정확한 숫자는 회계 과정을 거쳐 이달 말께 공개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마켓컬리

마켓컬리는 지난 1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쿠팡에 이어 연내 국내외에 상장해 자금 조달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적 개선과 상장 추진 소식에 지난 17일 기준 마켓컬리 주식 거래가는 상장 주식 거래플랫폼인 ‘서울거래소 비상장’에서 5만7700원으로 전날 대비 23.74% 치솟았다.

마켓컬리의 기업가치 또한 1조3213억원으로 불어났다.

쿠팡 본보기로 준비
불안한 시선에 부담

만약 마켓컬리가 쿠팡에 이어 미국 증시로 향할 경우, 회원 수 700만명을 보유한 거대 플랫폼 기업의 성장 동력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샛별배송으로 통칭되는 새벽배송을 바탕으로 국내 온택트 트렌드의 선두를 달리는 상황에서 쿠팡처럼 막대한 자금을 유치해 새로운 퀀텀점프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기대감이 커져가는 가운데 마켓컬리는 회사와 관련한 각종 논란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물질 논란부터 시작해 바람 잘 날 없는 마켓컬리가 최근에는 일용직 근로자를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정황이 포착됐다. 

업계에 따르면 마켓컬리 블랙리스트는 일용직 노동자를 현장에서 솎아내 배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마켓컬리 측은 “근무태도가 불량한 노동자와의 계약을 중지하기 위한 평범한 리스트”라고 해명하고 나섰지만, 일용직 근무자들은 이에 맞서 부당해고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마켓컬리 측이 주장하는 근무태도가 불량한 노동자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대행업체들에게 돌리면 5개 이상의 대행업체는 해당 리스트에 오른 노동자들에게 일을 넘기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일용직 노동자의 개인정보가 공유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대중들의 분노를 샀다.

노동자들의 주장은 “블랙리스트의 기준이 너무 터무니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파서 조퇴를 하거나, 열악한 근무 환경에 대해 불만을 제기할 시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주장들이 제기됐다.

제보자 A씨에 의하면 2019년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1년 6개월 동안 마켓컬리 냉장·냉동센터에서 근무했다. 주 업무는 주문 상품을 꺼내고 포장하는 일로 A씨는 저성과자로 뽑히면 현장에서 배제되기 때문에 사 측의 눈 밖에 나지 않도록 노력했으나 지난 1월6일부터 일감이 끊겼다고 주장했다.
 

▲ ▲ⓒ마켓컬리

표면적인 이유는 두 번의 조퇴였으나 A씨는 관리자 갑질 및 성희롱 전력을 본사 법무팀에 고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발 당시 마켓컬리는 일부 사실을 시인하고 부당하게 무더기로 해고했던 노동자들을 복직시켰다고 한다.

A씨는 “확인된 블랙리스트 일용직만 500명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블랙리스트 작성은 근로기준법 제40조(취업방해의 금지) ‘누구든지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비밀기호 또는 명부를 작성·사용하거나 통신을 해서는 안 된다”를 위반하는 행위다.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노동문제연구소 ‘해방’은 마켓컬리와 김슬아 대표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고용노동부 서울강남고용노동지청에 지난 8일 고발하고 나섰다. 권오성 해방 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마켓컬리가 작성한 블랙리스트는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해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마켓컬리는 “블랙리스트란 용어로 확산이 되고 있지만, 사실 ‘업무 평가 리스트’정도였을 뿐”이라며 “물류센터 특성상 일용직 근무자의 업무 태도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작년 10월부터 6월까지 업무 평가 리스트를 관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직원 블랙리스트 등 
각종 논란에 골머리

마켓컬리의 논란은 이 뿐만이 아니다.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이물질 논란부터 품질 논란까지 잊혀질만하면 떠오르는 논란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해 12월 마켓컬리는 ‘4번 달걀’ 판매 논란에 휩싸였다. 달걀 껍질에는 총 10자리로 된 계란 생산정보가 담겨있는데 이 중 산란일자(4자리), 생산자 고유번호(5자리)에 이어 마지막 숫자는 사육 환경 번호를 의미한다.

사육 환경 번호는 1~4번까지로, 1번은 닭을 풀어서 키우는 방사, 2번은 케이지와 축사를 자유롭게 다니는 평사, 3번은 개선된 케이지, 4번은 일반 케이지에서 자란 닭을 의미한다.
 

▲ 마켓컬리 본사 ⓒ카카오맵

이 논란은 핵심은 평소 마켓컬리가 ‘동물 복지’를 챙기는 ‘착한 소비’를 내세우는 기업이면서, 왜 ‘4번 달걀’ 즉 비좁은 일반 케이지에서 비위생적으로 키우는 닭의 달걀을 판매했냐는 것이었다.

이에 대중들은 “동물 복지를 내세우던 기업이 4번 달걀이라니 속은 기분”이라는 반응을 보였고 마켓컬리는 환경단체의 거센 비난을 받는 등 곤욕을 치렀다. 

일각에선 마켓컬리가 토종 스타트업들의 연합체인 코스포의 의장사라는 점에서 김슬아 대표 및 경영진들이 미국 증시행을 시도할 경우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쿠팡의 뉴욕 증시 상장을 두고 일부에서 ‘국부 유출’이라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마켓컬리도 쿠팡과 동일한 선택을 할 경우 비슷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무엇보다 토종 스타트업의 ‘간판’이라는 점에서 역풍이 불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시선 집중

나아가 코스포는 최근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유망 스타트업의 상장보다는 인수합병 및 매각을 통한 엑시트 전략을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한때 카카오 인수 제안을 거부하는 한편, 상장을 시도하며 무엇보다 미국행을 타진할 가능성이 높은 마켓컬리의 행보에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