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직하우스 신화’ 탈출구 막힌 TBH글로벌 속사정

손대는 족족…현상유지도 버겁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TBH글로벌이 위기에 직면했다. 뒷걸음질 속도를 늦춰야 하건만, 손대는 족족 결과물이 신통치 않다. 반전은커녕 현상 유지조차 버거운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
 

▲ TBH글로벌 본사 ⓒ카카오맵

2000년 출범한 TBH글로벌(옛 더베이직하우스)은 ▲베이직하우스 ▲마인드브릿지 ▲쥬시쥬디 ▲미카이브 등의 브랜드를 전개하는 중견 패션기업이다. 이 회사의 초창기 발걸음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최단기간 매출 1000억 돌파’ ‘최단기간 150개 매장 확보’ ‘중국시장 진출 후 최단기간 내 최대 매장 확보’ 등 각종 신기록들을 쏟아냈다. 

창대한 시작
지나간 영광

2015년에는 당당히 상장 심사를 통과했다. 업력 5년에 불과한 신생기업이 상장사에 이름을 올린 건 극히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법인명에서 알 수 있듯이, 오늘날의 TBH글로벌은 ‘베이직하우스’의 성공에 기인한 바가 크다. 2000년 론칭한 베이직하우스는 캐주얼 의류 시장에 빠른 속도로 연착륙했다. 전개 5년 차에 단일 브랜드 매출 120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이듬해에는 사상 최대치인 1342억원을 찍었다.

이 무렵 회사 총매출 가운데 9할이 베이직하우스에서 파생됐다.


하지만 숨가빴던 베이직하우스의 행보는 2009년부터 뚜렷하게 둔화됐다. 패션업종을 관통하는 침체 국면을 피하기 힘들었던 탓이다. 1000억원을 넘겼던 직전년도 매출은 1년 새 8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고, 그 결과 베이직하우스는 2010년대 중반 관련업종의 변방으로 밀려나버렸다. 

현재 TBH글로벌은 베이직하우스 적자 매장을 폐점하는 방향으로 수익성 개선에 나선 상태다. 

베이직하우스의 위상 하락은 TBH글로벌의 국내 사업에 심각한 악재로 작용했다. TBH글로벌은 2008년 이후 개별기준 2000억원대 매출 달성에 번번이 실패했다. 2018년 2000억원대 매출을 회복했지만, 이마저도 반짝 효과에 머물렀다. 

승승장구하더니…어느새 나락
처참한 수익성…반복되는 적자

최근 분위기는 한층 더 나빠졌다. TBH글로벌은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의복 소비가 줄어든 영향으로, 지난해 173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잠정 공시한 상태다. 이는 전년(2108억원) 대비 17.9% 감소한 수치다.

수익성도 악화되는 추세다. 2019년 44억원이던 TBH글로벌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69억원으로 적자전환이 이뤄졌다. 4분기에 거둔 14억원의 이익으로는 3분기까지 누적된 83억원의 적자를 메꾸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일제히 하항곡선을 그린 주요 실적지표의 영향으로, TBH글로벌의 재정건전성에는 일정 부분 흠집이 생겼다. 심지어 재정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질 가능성마저 엿보인다.
 

▲ 베이직하우스 매장

잠정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TBH글로벌의 총자산은 전년(1755억원) 대비 20.5% 감소한 1396억원으로 집계됐다. 총자본의 감소가 총자산의 변동폭을 키운 것으로 분석됐다. 2019년 1077억원이던 TBH글로벌의 총자본은 1년 사이 784억원 수준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같은 기간 총부채(2019년 679억원→2020년 612억원)의 변동폭을 한참 초과한다.

총자본의 감소는 온전히 결손금의 여파였다. 2018년 재무제표에 965억원으로 기재됐던 이익잉여금은 이듬해 188억원으로 급감한 데 이어, 지난해 3분기 기준 결손금 100억원으로 탈바꿈했다. 지난해 4분기에도 30억원대 결손금이 추가 누적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락세 거듭
누적된 적자

최근 2년 사이 연이어 목격된 결손금으로의 전환과 결손금의 확대는 천문학적인 순손실이 발생했음을 의미한다. TBH글로벌은 2018년 중단영업손실(432억원), 2019년 공동기업손실(973억원)이 재무제표에 반영되면서 각각 576억원, 77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그나마 지난해에는 공동기업 투자 손실 감소의 영향으로 순손실 규모가 전년 대비 절반 이상 줄어든 305억원에 머물렀다는 게 위안거리다.

순손실에서 파생된 총자본의 감소는 궁극적으로 부채비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2018년과 2019년에 각각 45.1%, 63.0%를 나타냈던 TBH글로벌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80%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500억원대 안팎을 형성하는 총차입금은 TBH글로벌의 재정건전성을 부정적으로 보게 만드는 또 다른 단초다. 2018년 590억원에 달했던 TBH글로벌의 총차입금은 이듬해 451억원 수준으로 줄었지만, 최근 다시 늘어난 상태였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총차입금이 480억원이고, 연말기준 총차입금 규모는 450~500억원으로 추산된다.
 

▲ 우종완 사장 ⓒTBH글로벌

지난해 3분기 차입금 항목에서 눈에 띄는 특징은 1년 내 상환을 필요로 하는 단기성 차입금의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장기차입금(21억원), 비유동성리스부채(103억원)를 제외한 356억원이 1년 내 상환을 필요로 하는 차입금으로 분류된다. ▲단기차입금 306억원 ▲유동성장기차입금 6억7000만원 ▲유동성리스부채 44억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말라버린 곳간
위험 신호

차입금 규모가 커지면서 30% 이하를 적정 수준으로 인식하는 차입금의존도는 2019년 25.7%에서 지난해 3분기에 31.7%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단기차입금의존도 역시 17.9%에 23.6%로 상승했다.

수백억대 차입금은 이자비용을 발생시키고, 이는 순손실 확대에 소폭이나마 영향을 주게 된다. TBH글로벌은 2019년 25억원을 이자비용으로 회계 처리했고, 지난해 역시 비슷한 규모의 이자비용이 발생했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처럼 국내 사업에서의 실적 부진 및 재정건전성 악화가 두드러지지만, 이를 타개할만한 대책을 찾기란 생각 만큼 쉽지 않다. 통상 국내 사업이 삐걱거릴 경우 해외 사업에서의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마련이지만, TBH글로벌은 이 범주에 해당되지 않는다. 일찌감치 공들인 해외 사업은 골칫덩이로 전락한지 오래다.

TBH글로벌은 2004년 7월 중국사업법인(백가호상해시장유한공사)을 설립하고, 해외시장 개척을 타진했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사업 기반 조성에 힘을 쏟은 결과, 2016년 말 기준 1840개의 매장을 운영할 만큼 중국 법인의 외형 성장이 두드러졌다. 이 무렵 중국에서 거둔 매출은 5000억원을 웃돌았다.

하지만 야심차게 시도한 중국 법인 상장 계획이 사실상 무산되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급반전됐다. TBH글로벌의 해외 법인인 TBH홍콩은 2010년대 초부터 홍콩 증시 상장을 준비해왔다. 이 회사는 중국 내 사업회사인 백가호상해시장유한공사를 실질 지배하고 있다.

재정 위험수위…빚 의존 심화
구멍 막느라 급급한 중국사업

2015년 골드만삭스와 어퍼니티는 TBH홍콩이 2018년 4월 이내에 기업공개(IPO)하는 조건으로 FI로 참여했다. 골드만삭스와 어퍼니티는 각각 TBH홍콩 지분 14.05%, 14.29%를 보유하면서 상장에 실패할 경우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런 가운데 TBH홍콩이 지난해 3월 IPO에 실패하자 투자자들은 석 달 후 풋옵션 행사를 통지했다. 이는 TBH홍콩이 투자자들의 주식 28.33%를 약 1600억원에 매수해야 함을 의미했다.
 

▲ ⓒTBH글로벌

TBH글로벌은 다른 투자자를 모색했으나 신규 투자 유치에 실패했고, 2017년 12월 연이율 20%에 9000만달러(1000억원)대 CB 발행에 합의하기에 이른다. 중국법인이 보유한 현금으로 나머지 600억원을 갚았고, 이듬해 3월에는 본사 사옥을 매각해 일부를 상환하는 등 빚을 갚느라 동분서주했다.

이후 순차적으로 상환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갚아야 할 돈은 남아 있다. 지난달 4일 기준 TBH글로벌이 상환해야 하는 전환채권의 원금은 659만달러다. 

TBH홍콩 상장 무산은 TBH글로벌의 해외법인에 대한 지배력마저 위협하고 있다. TBH글로벌은 TBH홍콩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음에도 의결권 행사가 제한된 상태다. 홍콩법인 상장을 염두해 두고 투자를 진행한 골드만삭스로 인해 홍콩법인의 지배력을 온전히 인정받지 못한 탓이다. 

이 여파로 TBH글로벌은 2019년 2분기부터 TBH홍콩을 공동법인으로 분류하고 개별 실적만 공시하고 있다.

고장난
해외사업

연결실적을 공시하지 못할 뿐, TBH홍콩의 처참한 성적표는 TBH글로벌의 개별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된 상태다. TBH글로벌의 2018년과 2019년 개별 재무제표에 기재된 중단영업손실(432억원), 공동기업손실(973억원)은 TBH홍콩의 순손실이 반영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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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