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에넥스 오너 일가에서 연이은 지분 매각이 목격되고 있다. 회사의 후계자를 제외한 나머지 오너 일가 구성원의 지분율이 크게 요동치는 모양새다. 절묘한 타이밍에 팔아치운 덕분에 주식을 매도하는 과정에서는 좀처럼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지 않았다.
에넥스는 창업주인 박유재 명예회장이 1971년 설립한 종합가구기업이다. 회사 경영은 2019년 3월 부회장에서 승진한 박진규 회장이 맡고 있다. 박 회장은 박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지난달 9일 기준 오너 일가 지분율 총합은 28.58%.
팔기 바쁘다
오너 일가의 에넥스에 대한 지배력은 제법 탄탄하다. 외부의 경영권 위협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승계는 물론이고, 확고한 지배구조까지 구축한 양상이다.
2006년 말 박유재 명예회장과 박진규 회장의 에넥스 지분율은 각각 13.8%, 3.6%였고, 오너 일가의 지분율 총합은 23% 수준에 머물렀다. 오너 일가의 지분율은 이듬해부터 급격히 오름세를 나타냈다. 적대적 M&A를 노린 외부세력에 대한 대응 차원이었다.
박 명예회장은 2000년 9월 이후 7년 만에 장내에서 에넥스 지분을 매입했고, 이는 2년에 걸쳐 이뤄졌다. 그 결과 박 명예회장의 지분율은 22% 근방까지 치솟았고, 외부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위험 요소가 희석되자, 오너 일가는 곧바로 장자 승계 작업에 본격 돌입했다. 박 명예회장은 2011년 3월과 2012년 1월 두 차례에 걸쳐 에넥스 보유지분을 박 회장에게 팔았다. 단 두 번의 거래로 박 회장은 에넥스 지분 25.6%를 보유한 최대주주에 올랐다.
경영권 위협이 사라진 이후 에넥스 특수 관계인들은 조금씩 주식 매도에 나섰다. 시작은 박 명예회장의 차남인 박진호 전 사장 일가의 주식 처분이었다. 박 전 사장이 2016년 별세하자, 그의 유가족은 2018년 상속받은 보유 주식을 처분했다. 별세 당시 박 전 사장의 지분율은 2.21%였으나, 현재 유가족이 보유한 지분은 전혀 없다.
박 명예회장의 부인 정숙자씨 역시 주식 매도에 동참했다. 한때 에넥스 지분 2.79%를 보유했던 정씨는 2018년 4월부터 주식을 팔기 시작했고, 현재 모든 주식을 청산한 상태다.
위협 사라지자 연이은 매각
증여 직후 되판 손자들
지난해에는 박 명예회장의 삼남인 박진우 엔텍 대표가 본인 소유의 40만주(0.67%) 전부를 장내매도했다. 이어 박 회장의 동생인 박미영씨가 지난해 11월부터 한달 사이 73만주를 매도하면서 지분율이 1.40%에서 0.17%로 낮아졌다.
올해 역시 비슷한 기조가 이어졌다. 박 회장의 아들인 성은씨와 경태씨는 지난달 9일 20만주씩 총 40만주를 매도했다. 두 사람은 1주당 각각 2421원, 2400원에 팔았고, 매각 금액은 각각 4억8420만원, 4억8000만원이다. 이로 인해 두 사람의 보유 주식은 나란히 100만주에서 80만주로 줄었고, 지분율은 기존 1.67%에서 1.34%로 낮아졌다.
두 사람의 에넥스 주식 보유는 박 명예회장의 증여에 따른 것이다. 박 명예회장은 지난 1월21일 두 사람에게 에넥스 주식을 100만주씩 나눠줬다.
연이은 에넥스 오너 일가의 주식 처분은 증여·상속세 납부 차원으로 해석된다. 다만 처분 목적과 별개로 몇몇은 주식 매각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성공했다.
2018년 4월 주식을 대량 매각한 정씨는 에넥스 주가가 최고점에 근접한 상태에서 쏠쏠한 이익을 챙겼다. 2017년 10월 한때 880원까지 떨어졌던 이 회사 주가는 정씨가 주식 매각에 나서기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1660원으로 장을 마친 상태였다.
손해를 최소화한 경우도 눈에 띈다. 성은씨와 경태씨가 주식 매각에 나서기 직전일 종가 기준 2355원이던 에넥스의 주가는 약 보름 후인 지난달 24일 1995원에 장을 마쳤다. 주가 하락은 부진한 실적의 영향이었다.
미리 알았나
이날 에넥스는 지난해 영업손실 85억원을 기록했다고 잠정 공시했다. 이는 전년(영업손실 28억원) 대비 적자폭이 200.8% 증가한 수치다. 순손실 역시 2019년 38억원에서 지난해 89억원으로 136.2%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