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설킨’ 2021 남북관계 전망

조각난 퍼즐 다시 맞춘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남북 관계는 경색 국면에 빠져든 지 오래다. 2018년 서울의 봄이 무색할 정도다. 북미 역시 마찬가지다. 2019년 하노이 회담 이후 냉각기를 보내고 있다. 올해는 반전 가능성이 관측된다. 북한에서 대화 재개 의지를 드러내서다. 다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왜일까.
 

▲ 문재인 대통령

남북 이슈를 재선점한 쪽은 북한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5∼7일 제8차 당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남측의 태도에 따라 다시 3년 전과 같은 봄날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제조건은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이었다.

꼬인 실타래

문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신년사를 통해 “멈춰 있는 북미 대화와 남북 대화에서 대전환을 이룰 수 있도록 마지막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작부터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우선 한반도 정세가 재편됐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대가 저물고, 조 바이든 행정부가 새롭게 출범했다. 대북 정책 역시 이전과 다른 방향으로 갖춰질 공산이 크다.

실제로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 정책 전반을 점검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각)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첫 번째 일은 (대북) 정책을 전반적으로 다시 살펴보는 것”이라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대통령은 우리에게 가장 효과적인 수단 사용을 보장하도록 정책을 다시 살펴볼 것을 요청했다”며 ‘외교적 인센티브’와 ‘추가 제재’를 함께 언급했다.

당근부터 채찍까지 다양한 정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와는 다른 새로운 대북정책이 결정될 가능성이 부상한 셈이다. 블링컨 장관은 “이 일을 하고 나면 우리가 어떻게 전진할 계획을 갖고 있는지를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북 대화 재개 요건은 한미연합훈련 중지
예정대로 vs 유연하게 국내 의견 엇박자 

문 대통령은 미국과 새로운 호흡을 맞추면서도, 복잡한 숙제를 풀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다음 달 초 예정된 한미 군사 연합훈련이 대표적이다. 김 위원장은 남북 대화 재개 조건으로 한미연합훈련 취소를 제시했지만, 미국은 한미연합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각)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우리는 군대 준비를 위한 훈련과 연습의 가치, 한반도보다 더 중요한 곳이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커비 대변인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북한과의 협상에서 일부 훈련이 축소되거나 중단됐다는 점을 언급하면서도 “준비태세 능력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연습하고 훈련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 역시 같은 입장을 내비쳤다.

한미연합훈련은 지난 2018년 6월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진행됐다. 2019년부터 전·후반기 한미연합훈련은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인 지휘소 연습(CPX)으로 시행됐다.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조선중앙통신

기존 훈련이었던 키리졸브, 을지프리덤가디언, 독수리훈련 등은 폐지됐다. 야외 실기동훈련은 대대급 이하 규모로 축소됐다.

북한이 한미연합훈련 취소를 요구하고 미국은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이, 국내에서는 부처 간 엇박자를 보이는 모양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군의 입장에서는 시행한다는 생각”이라며 “하나하나 준비를 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서 장관은 훈련의 가장 큰 변수로 코로나19를 꼽으면서 “북한의 눈치를 본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방부 차원에서는 코로나19 등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시행방안을 미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남북 관계 주무부처장인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다소 상이한 입장을 보였다. 이 장관은 한미연합훈련을 연기해 남북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물론 ‘정치인의 입장’이라는 전제를 언급했지만, 부처 간 불협화음 등 뒷말이 나왔다.

이 장관은 지난 1일 T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정치인의 입장에서 군사훈련이 연기돼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쪽으로 물꼬를 틀 수 있다면 그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 국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훈련은 전작권 선행조건 이러지도 저러지도
미, 대북정책 재검토…전략적 대응까지 고민

또 “시뮬레이션 정도에서 훈련을 할 수 있을지 여러 검토가 될 것”이라며 “(연합훈련을) 지혜롭게 또 유연하게 풀어 나간다면 상반기 중으로 남북관계를 복원하는 가능성은 전혀 꿈이 아니다”라고 했다.

통일부에서도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는 지난 1일 서명브리핑을 통해 “통일부가 한미연합훈련 관련 주무부처는 아니다”라면서도 “한미연합훈련 문제는 코로나19 상황, 도쿄올림픽, 미국의 대북정책,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남북미 모두 서로에게 긴장을 조성하지 않고 있는 상황인 만큼, 군사훈련 문제도 심각한 갈등 상황으로 번지지 않도록 우리도 북한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한미연합훈련은 북한의 대화 재개 조건뿐 아니라 전시작전통제권을 놓고 봤을 때에도 쉽게 간과하기 어려운 요소다. 전작권 전환은 문재인정부의 주요 공약 중 하나다. 정부는 조속한 시일 내 전작권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한미연합훈련이 동반돼야 한다.

전작권 전환을 위해서는 3단계 검증평가를 거쳐야 한다. 1단계 기본운용능력(IOC), 2단계 완전운용능력(FOC), 3단계 완전임무수행능력(FMC) 등이다. 1단계는 지난 2019년 매듭지어졌다. 2단계는 지난해 계획됐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상·하반기 훈련이 각각 취소, 축소되면서 연기됐다.

다시 푼다


북한은 대화 재개 요건으로 한미연합훈련 취소를 제시했지만, 문재인정부는 공약인 전작권 전환을 이뤄내기 위해 한미연합훈련을 실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 정책에 대해서도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 복잡다단한 요인이 서로 얽히고설킨 만큼, 정부의 고심이 한층 깊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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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